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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달의 검객 · 46화목차

제46화 흩어진 장부

설원의 찬 공기는 피비린내조차 얼려 버릴 듯 매서웠다.

전장이 가라앉은 자리는 잿더미와 흑색의 잔해만이 나뒹굴었다. 불길은 사그라들었으나, 그 자리에 남은 것은 타다 남은 낙엽처럼 바스러지는 기억의 조각들이었다.

서무현은 삿갓을 깊게 눌러 쓴 채, 제 앞에 놓인 차가운 눈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손에 쥔 흑천월식검의 검신에는 더 이상 붉은 달의 핏빛 광채가 서려 있지 않았다. 대신, 그것은 백천월광검의 은은한 서광과 뒤섞여 기묘한 회색빛 침묵을 머금고 있었다. 빛과 어둠, 이름과 빚이라는 절대의 균형 속에서 무현은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을 짊어졌는지 온전한 자아로 느끼고 있었다.

"오라버니."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는 떨림이 없었다.

월소연이었다. 붉은 핏물이 말라붙은 옷자락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손에 쥐인 명인(名刃)은 황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났다. 십 년 전 청월장의 잿더미에서 울던 어린아이는 더 이상 없었다. 그녀는 스스로의 이름과 오빠의 영혼을 지켜낸 채, 진정한 검의 주인이 되어 있었다.

"남은 장부는 여섯 권."

무현이 낮게 읊조렸다.

눈보라 속으로 도망친 남궁청의 품에는 여전히 과반수의 이름 장부가 남아 있었다. 맹주가 쥐고 있는 장부의 권능은 강호 전체의 숨통을 조이는 족쇄였다. 그것을 끊어내지 않는다면, 검은 달의 계약은 영원히 반복될 터였다.

하지만 그보다 시급한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행방불명된 다섯 권."

대모가 소멸하고 남궁청의 장부 진이 깨진 그 순간, 세상으로 흩어진 다섯 권의 장부였다. 흑월문의 본단이 무너지고 맹주의 세력이 흔들리는 틈을 타, 강호의 음지에 숨어 있던 자들이 그 금기의 기록을 가로채 달아났다.

"찾아야 한다."

무현이 고개를 돌렸다. 설원의 지평선 너머, 짙은 안개와 폭설이 가로막는 강호의 대지가 펼쳐져 있었다.

십 년 전의 빚을 청산하기 위한 여정은 이제 비로소 시작이었다.

중원 서남방, 촉(蜀)의 험준한 산세는 늘 독기 서린 안개로 자욱했다.

천하제일의 독문(毒門)이라 불리는 사천당가(四川唐家). 그곳의 밀실은 외부의 소음이 완전히 차단된 채, 기묘한 약초 타는 냄새로 가득했다.

"흐음. 이거 참 골치 아픈 물건이 들어왔단 말이지."

나지막한 혼잣말이 밀실의 침묵을 깼다.

화려한 비단 장포에 은빛 자수로 당가의 문양을 새긴 여인이 장부 한 권을 손가락 끝으로 튕기고 있었다. 표지가 검은 가죽으로 엮여 있고, 펼칠 때마다 은은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물건.

사천당가의 소가주, 당하린(唐賀린)이었다.

그녀의 앞에 놓인 탁자 위에는 수십 종의 독초와 함께, 이름을 잃어버린 자들의 영혼이 담긴 유리병들이 줄지어 있었다.

"소가주님! 문주님께서 대노하십니다. 당장 그 위험한 물건을 무림맹에 넘기거나 태워버려야 합니다!"

당가의 장로 하나가 핏발 선 눈으로 소리쳤다. 남궁청이 무림맹주로서 강호에 내린 명령은 엄중했다. 흑월문의 장부를 발견하는 즉시 무림맹으로 압송할 것. 만약 거역한다면 흑월과 한통속으로 간주하여 토벌하겠다는 협박에 가까운 경고였다.

하지만 당하린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장부의 갈피를 넘기며 픽 웃었다.

"무림맹주? 그 양반이 지금 어떤 꼴로 도망쳤는지 소문 못 들었어? 설원에서 사내가 휘두른 검 한 방에 진이 깨지고 피를 토하며 도망쳤다지. 그런 허울뿐인 권력에 당가의 운명을 걸라고?"

"그렇다 해도 이 장부는……!"

"이건 장부가 아니야. 빚이지."

당하린이 손가락 끝으로 검은 장부의 표지를 툭툭 쳤다.

"누군가의 이름을 담보로 잡고, 그 영혼을 갉아먹는 괴물 같은 기록. 우리 당가가 다루는 독(毒)이랑 똑같아. 남을 해치기 위해 쓰이지만, 제대로 쓰면 사람을 살릴 수도 있지. 문제는 이걸 쥐고 있는 손이야."

그녀가 고개를 돌려 밀실의 어두운 구석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피투성이가 된 채 숨을 몰아쉬고 있는 사나이가 하나 쓰러져 있었다. 당가의 적자이자, 당하린의 친오빠였다. 그는 며칠 전, 흑월문의 잔당과 접촉하다가 이름의 절반을 빼앗기는 무명병에 걸려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오빠."

당하린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네가 그딴 흉물스러운 계약에 눈이 멀어서 영혼을 팔아넘길 때, 내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

"하…… 하린아…… 내 이름……."

오빠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이미 사람이 아닌 것의 짐승 울음소리에 가까웠다. 그의 얼굴에서 기억의 빛이 지워지고, 눈동자는 잿빛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이름을 먹힌 자의 말로였다.

당하린은 오빠의 가슴에 은실로 된 봉명사(封名絲)를 촘촘히 엮어 넣었다. 남궁설에게서 건네받은 비전의 기술이었다. 이름을 억지로 꿰매어 지탱하는 위태로운 술법.

"이름을 판 자는 저렇게 짐승이 되지. 하지만 말이야……."

당하린이 고개를 들어 밀실의 문을 바라보았다.

문 밖에서 가벼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무림맹의 압박도, 당가의 장로들의 고함도 잠잠해지는 순간이었다.

슥-.

밀실의 문이 열리며, 낡은 삿갓을 쓴 검객과 황금빛 칼을 든 소녀가 걸어 들어왔다.

당가의 밀실 안은 일순간 살기로 가득 찼다.

장로들이 일제히 암기를 뽑아들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 당가의 독침은 천하에서 가장 치명적인 무기였다. 그것을 정면으로 받아낼 수 있는 고수는 강호에 드물었다.

하지만 서무현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당하린의 손에 들린 검은 장부를 향해 있었다.

"서무현이군."

당하린은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녀는 장부를 탁자에 툭 던지며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설원에서 맹주를 개 쫓듯 쫓아낸 그 검객이, 여기까지 직접 발걸음을 하실 줄이야. 내 동생이 사고를 쳐서 훔쳐온 이 물건을 가지러 온 건가?"

"그건 훔친 게 아니라, 네가 건져 올린 재앙이다."

무현이 낮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차가운 중력장이 실려 있어 밀실 안의 공기를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었다.

당하린은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재앙이라? 맞는 말이야. 이 장부를 열 때마다 오빠의 기억이 하나씩 사라져 가거든. 어제는 나를 알아보지도 못하더군요. 십 년 전, 흑월문이 우리 가문에 은밀히 제안했던 계약의 부산물이지. 이름을 담보로 거대한 힘을 빌려준다는 악마의 장사."

그녀의 시선이 무현의 얼굴에 닿았다. 삿갓 아래 드러난 화상 흉터와, 그 속에서 타오르는 깊은 눈빛을 읽어내려는 듯했다.

"너도 그 빚을 갚으러 다니는 중이지? 남은 장부 여섯 권을 회수하고, 마지막엔 네 이름까지 돌려받기 위해."

"……."

"거래를 하지, 서무현."

당하린이 몸을 앞으로 숙이며 날카로운 미소를 지었다.

"우리 오빠의 이름을 되살려 줘. 놈이 잃어버린 기억은 저 장부의 첫 번째 갈피에 묶여 있어. 네가 가진 그 백천월광검의 빛이라면, 그 묶인 이름을 풀어낼 수 있겠지."

"이유는."

무현이 짧게 물었다.

"내가 왜 너를 도와야 하지?"

"이유는 간단해."

당하린이 탁자 위로 장부를 밀어내며 말했다.

"네가 쫓는 맹주, 그리고 그 뒤에 숨은 진짜 흑월의 뿌리…… 그 자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나는 알고 있거든."

무현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월소연이 명인을 고쳐 잡으며 앞으로 한 걸음 나아왔다.

"어디지?"

"북쪽이야. 설원의 끝, 모든 계약이 처음으로 시작되었던 장소."

당하린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녀는 품속에서 또 다른 쪽지를 꺼내 탁자 위에 던졌다. 그것은 무림맹의 비밀 서신이었다.

"맹주는 패배한 게 아니야. 후퇴한 거지. 그는 지금 북방의 최후 보루에서 마지막 장부들을 모아, 검은 달의 진짜 권능을 강림시키려 하고 있어. 그리고 그곳엔……."

당하린이 말을 멈추고 무현을 똑바로 응시했다.

"너의 진짜 어머니가 남긴 마지막 흔적이 있지."

서무현의 손이 흑천월식검의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

사천당가의 밀실을 나서며, 무현의 품에는 검은 장부 한 권이 추가되었다.

당하린과의 거래는 성사되었다. 오빠의 이름을 일부 되찾은 당가는 무현의 편에 서기로 맹세했고, 소가주인 그녀가 직접 무현의 여정에 동행하겠다고 나섰다. 천하제일의 독공과 암기를 다루는 당하린의 합류는 든든한 전력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의 불안감은 지워지지 않았다.

북방.

모든 비극의 시작이자, 십 년 전 불타버린 장원의 진짜 진실이 잠들어 있는 곳.

"오라버니."

소연이 무현의 곁에 나란히 걸으며 조용히 말했다.

"마음이 어지러우십니까?"

"아니다."

무현이 삿갓을 바로 쓰며 눈보라가 몰아치는 북쪽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흑암 속에서 달빛은 흐릿하게 숨어 있었다.

"다만, 빚을 갚을 때가 가까워졌다는 걸 느낄 뿐이다."

"저희가 함께합니다. 저도, 소한 오라버니의 몫까지 전부……."

소연의 눈빛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그 단단한 의지가 무현의 차가운 검신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척, 척, 척.

눈을 밟으며 북쪽으로 향하는 두 사람의 발걸음 뒤로, 또 다른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중원과 북방의 경계, 흑풍관(黑風關).

거칠고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관문의 성벽 위에 한 장막 서린 사내가 서 있었다.

검은 장포를 걸치고, 얼굴의 절반을 은가면으로 가린 사나이. 남궁청의 부하이자, 무림맹 집법당의 최고 고수.

그리고 그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은 행방불명된 장부 중 두 권, 그리고……

"서무현, 네가 여기까지 올 줄 알았지."

사나이가 차갑게 읊조렸다.

그의 등 뒤로, 수십 명의 무림맹 정예 고수들이 살기를 뿜어내며 도열해 있었다. 그들의 눈동자는 하나같이 잿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름을 바치고 맹주의 꼭두각시가 된 사병들이었다.

하지만 그 사나이가 은가면을 벗어 던진 순간, 성벽 위를 지나던 바람이 뚝 멈췄다.

가면 아래 드러난 얼굴.

서무현의 것과 완벽히 닮아 있으면서도, 훨씬 더 깊고 어두운 화상 흉터가 새겨진 얼굴.

"오랜만이구나, 사제."

사나이가 입꼬리를 비틀며 칠흑 같은 대검을 뽑아들었다.

죽은 줄 알았던 흑월문의 첫 번째 제자이자, 십 년 전 장원의 불을 설계했던 진짜 배후가 그곳에서 무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성벽의 흉터는 바람에 찢긴 지 오래였다.

그것은 단순히 불길에 데인 상처가 아니었다. 십 년 전, 청월장의 마당에서 자신의 손으로 직접 화염을 지펴 올렸던 자의 낙인. 서무현은 성벽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사내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했다. 삿갓 아래로 흘러내린 식은땀이 턱끝을 타고 떨어졌다.

"살아 있었더군요."

소연이 명인을 고쳐 쥐며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황금빛 칼날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것은 공포가 아니었다. 십 년 동안 가슴속에서 갉아먹듯 키워온 증오의 무게였다.

사나이, 혁련오는 칠흑 같은 대검을 어깨에 척 걸치며 비웃음을 흘렸다.

"죽었을 줄 알았나? 흑월의 계약은 그렇게 쉽게 목숨을 거두지 않아. 남들이 이름을 바쳐 힘을 얻을 때, 나는 내 영혼 통째로 그 문에 저당을 잡혔지. 너희가 설원에서 남궁청의 진을 깨부수고 놀고 있을 때, 나는 이 북방의 문을 지키며 진짜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혁련오의 시선이 무현을 거쳐 그의 손에 들린 흑천월식검에 닿았다.

"그 검을 쥐고 흔들면 네가 진짜 세상의 주인이라도 된 것 같겠지? 착각하지 마라, 서무현. 그 검은 애초부터 네 것이 아니었다. 내 손에서 버려졌고, 너라는 껍데기에 억지로 쥐여진 저주받은 뼈대일 뿐이야."

"저주라."

무현이 낮게 읊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흑천월식검의 검신에서 흘러나오는 회색빛 침묵이 점점 더 짙어졌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그 검광은 더 이상 타인의 빚으로 움직이는 살인병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온전히 자신의 이름을 걸고 휘두르는 의지였다.

"네가 말하는 저주가 무엇인지 이제는 알 것 같다."

무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눈보라가 그의 삿갓을 거칠게 때렸지만, 발걸음은 단단하고 무거웠다.

"이름은 빚이 아니라, 타인과 나누는 선물이라고 하더군요. 네가 영혼을 팔아 얻은 그 힘은, 결국 아무도 너를 기억해 주지 않는 껍데기의 안도감일 뿐이다."

"시끄럽다!"

혁련오가 대검을 내리쳤다.

쿠구구구궁-!

성벽의 돌덩이가 사방으로 튀며 칠흑 같은 참격이 눈보라를 가르고 날아들었다. 과거 흑월문의 금기 무공인 흑천월식검의 진수. 그것은 주변의 빛을 삼키며 무현의 목을 향해 쏜살같이 파고들었다.

하지만 무현은 피하지 않았다.

챙--!

백천월광검의 은은한 서광이 흑천월식검과 맞물리며 거대한 중력장을 형성했다. 두 개의 검이 부딪치는 순간, 붉은 달의 핏빛 광채 대신 순수한 은빛의 파문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어떻게……?"

혁련오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사제가 뿜어내는 기운은 자신이 알던 흑월문의 검법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름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해 낸 자만이 다룰 수 있는 해원의 경지였다.

"오라버니, 제가 저 녀석들의 발을 묶겠습니다!"

소연이 황금빛 명인을 번뜩이며 성벽 아래에서 대기하던 무림맹의 잿빛 고수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뒤이어 사천당가의 소가주 당하린이 손목을 가볍게 털었다.

슈슈슈슈슈-!

천 갈래의 독비수와 은실이 공중을 수놓으며 맹주 파벌의 고수들의 혈도를 순식간에 제압해 버렸다.

"당가마저 우리를 배신하는 거냐!"

무림맹의 고수 하나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당하린은 입꼬리를 비틀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배신이라니? 애초에 도둑놈들 밑에서 빌붙어 먹던 놈들이 할 소리는 아니지. 내 오빠의 이름을 되찾기 위해, 너희 같은 껍데기들의 기억 따위는 전부 태워버려도 상관없어."

전황은 순식간에 무현 일행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혁련오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그의 품속에서 검은 장부들이 불길한 진동을 울리며 검은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크윽……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혁련오가 이를 악물며 장부 한 권을 강제로 펼쳐 들었다. 그 순간, 그의 얼굴에 새겨진 화상 흉터 위로 검은 문신 같은 글자들이 뱀처럼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름을 추가로 바쳐서라도 힘을 끌어올리려는 작태였다.

"멈춰라, 사형."

무현이 조용히 검을 겨누며 말했다.

"네가 그 장부를 더 펼칠수록, 세상에서 너를 기억하는 사람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그것이 네가 원하던 복수였나?"

"……상관없다. 이 세상에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 따위는 애초에 없었어. 너를 포함해서 말이다!"

혁련오가 미친 듯이 웃으며 대검을 치켜들었다. 흑월문의 마지막 초식이 그의 몸을 잠식해 들어갔다. 하늘 위로 구름이 걷히며, 흉측하게 일그러진 검은 달의 형상이 눈보라 너머로 모습을 드러냈다.

진짜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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