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화 의원의 대가
초점 없는 검은 눈동자 위로, 스러져가는 등불 같은 잔영이 명멸했다.
탁자 위에는 삐걱거리는 목재의 울음소리만이 가득했고, 그 좁은 공간을 지배하는 것은 기묘할 정도의 침묵이었다. 붉은 피가 배어 나온 천 조각과, 그 바닥에 힘없이 나뒹구는 칠흑 같은 대검. 소한의 거친 숨소리는 간신히 잦아들었지만, 그 대신 방 안의 공기는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지독한 약초 냄새와 피비린내가 뒤섞인 허름한 약방의 구석.
서무현의 손끝이 바닥을 짚으려다 그대로 툭 떨어졌다.
“…….”
소리가 나지 않았다. 아니, 소리가 났어도 누군가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의 존재 자체가 이 세계의 인화지에서 지워져 가는 지우개 자국처럼, 투명하고 희미하게 흩어지고 있었으니까.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월소연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제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오… 라버니?”
목소리가 갈라졌다. 누구를 부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방금 전까지 품에 안겨 죽어가던 친오빠 소한은 이제 간신히 미약한 숨을 몰아쉬며 눈을 감았고, 자신을 향해 늘 거칠지만 따뜻한 삿갓을 내리워 주던 의오라비 무현은…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손끝부터 투명해지고 있었다.
탁, 탁, 탁.
한산한 약방 안을 울리는 유일한 소리는 노의 백초의 셈틀 튕기는 소리뿐이었다.
낡은 주판알이 튀는 소리가 요란할수록, 서무현의 형체는 더욱 옅어졌다.
백초는 주판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삐딱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그의 입가에 걸려 있던 냉소는 온데간데없었고, 그저 기이한 호기심과 씁쓸함이 뒤섞인 눈빛만이 가늘게 빛나고 있었다.
“거 참. 미련하기는.”
백초가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름을 베이스 삼아 빚을 갚겠다고? 제 목숨 줄을 담보로 남의 명줄을 사 오는 미련한 짓거리는 오십 년 강호 생활 동안 보았지만… 이렇게까지 통째로 자기 존재를 분할해서 남에게 떠넘기는 놈은 처음 보는군 그래.”
“……백… 의원.”
소연이 고개를 번쩍 치켜들었다. 그녀의 눈가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붉은 눈물이라도 흘릴 것처럼 이그러진 얼굴로 그녀가 백초의 낡은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살려… 제발 우리 오라버니를 살려주세요. 이 사람도, 저 사람도… 다 살려주세요. 제발요!”
“살려?”
백초는 혀를 쯧 차며 주판을 탁 소리 나게 밀어 넣었다.
“이미 한 놈은 가슴의 명줄이 끊어지기 직전이었고, 다른 한 놈은 스스로 계약의 장부에 제 이름을 제물로 던져 넣었어. 내 의술이 아무리 신묘하다 한들, 귀신이 곡할 노릇인 계약의 틈새를 무슨 수로 메운단 말인가? 내 의술은 자선사업이 아니야, 꼬마야.”
백초의 시선이 바닥에 쓰러진 무현을 향했다. 무현의 손등 위로 검은 그림자 같은 문양이 스멀스멀 기어오르고 있었다. 계약의 대가로 기억과 자아가 지워지는 '무명병'의 말기 증상이었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 '서무현'이라는 이름과 청월장에서 보았던 어린 시절의 풍경들은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린 지 오래였다.
“대… 가요.”
소연이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대가를 치르면… 살릴 수 있나요? 뭘 드리면 돼요? 제 손목을 잘라가시든, 제 심장을 가져가시든… 제발!”
백초는 가만히 소연을 응시했다. 그리고는 낡은 수첩을 하나 꺼내어 거친 붓에 먹을 듬뿍 찍었다.
“내 의술의 대가는 돈이 아니야. 너도 잘 알잖아, 흑월의 자식아. 이곳은 강호의 끝자락, 이름을 거래하는 무명 의원이야. 내가 받는 치료비는 오직 하나뿐이지.”
“이름…….”
“그래. 네가 가진 기억, 네가 걸어온 세월, 네가 품은 이름의 조각들.”
백초가 붓을 탁자에 툭 내려놓았다.
“저 미련한 검객 놈이 지금 자기 이름의 뿌리까지 뽑아다가 저 녀석의 썩어 문드러진 심장을 겨우겨우 메워놨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완벽하게 봉합하려면, 이 방에 있는 누군가가 추가로 대가를 치러야 해. 저 녀석은 이미 텅 비어버려서 더 뜯어낼 이름조차 남지 않았거든.”
소연은 뒤를 돌아보았다.
바닥에 누워 있는 친오빠 소한은 간신히 숨을 쉬고 있었지만, 여전히 식은땀을 흘리며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십 년 전, 흑월문의 어두운 밀실에서 횃불을 들고 장원에 불을 지르며 눈물을 흘리던 소년. 그 오빠가 자신이 저지른 죄업의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투명하게 부서져 가는 또 다른 오라비, 서무현이 있었다.
두 사람 모두를 잃을 수는 없었다.
“…내가 할게요.”
소연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기이할 정도로 차갑고 단호했다.
“내 이름을 가져가세요. 무엇이든 가져가셔도 좋아요.”
“호오.”
백초의 눈썹이 묘하게 휘어졌다.
“후회하지 않겠나? 이름을 일부 내어준다는 건, 네가 살아온 세월의 일부가 통째로 도려내어진다는 뜻이다. 네가 누구였는지, 누구를 사랑했고 누구를 미워했는지… 그 기억의 단편이 영원히 사라져. 어쩌면 내가 누구인지조차 잊어버리게 될지도 몰라.”
“상관없어요.”
소연의 손에서 미세한 금빛 광채가 피어올랐다.
그녀가 각성한 '명인'의 힘. 그녀의 영혼 깊은 곳에 박혀 있는 이름의 칼날이 미세하게 진동했다.
“오라버니들이 없는 세상에… 나 혼자 남아서 기억을 지킨들 무슨 소용이 있어요. 가져가세요. 저 오라비가 살 수만 있다면, 내 어린 시절의 기억쯤은… 전부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백초는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그는 거친 종이 위에 붓을 대고 빠르게 글자를 써 내려갔다.
촤아아악—!
방 안의 공기가 급격히 왜곡되었다. 백초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이 소연의 머리 위로 쏟아지며, 그녀의 영혼 속에서 무언가 툭 끊어지는 듯한 청량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윽……!”
소연의 눈이 뒤로 스르륵 감겼다.
머릿속에서 커다란 도서관의 책 한 권이 통째로 불타 사라지는 듯한 극심한 고통. 십 년 전, 흑월문에서 쫓겨나 눈물을 흘리며 도망치던 기억, 그보다 더 어렸을 적 어머니의 품에 안겨 들었던 자장가, 따스했던 햇살 아래서 두 오라비와 함께 장난을 치던 풍경들…….
그 소중하고 아픈 기억의 파편들이 금빛 모래가 되어 백초의 붓끝으로 흡수되었다.
“…….”
눈물을 흘릴 겨를조차 없었다.
소연의 몸이 휘청거리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녀의 숨소리는 잦아들었지만, 놀랍게도 침상 위에서 죽어가던 소한의 얼굴에 돌던 흑기가 순식간에 걷히기 시작했다.
탁!
백초가 붓을 탁자에 내리꽂았다. 장부 위에 굵직한 금빛 글씨가 새겨졌다.
[월소연의 기억: 십 년 전 청월장 앞마당의 풍경, 어머니의 얼굴, 그리고 웃음소리.]
“치료는 끝났다.”
백초는 콧등을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널브러져 있는 세 사람을 번갈아 보고는 쯧 하고 혀를 찼다.
“정말이지… 미련한 남매들이군. 남을 살리겠다고 제 존재를 깎아 먹는 꼴이라니. 이러다간 정말 검은 달이 뜨는 날, 이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져 버릴 거다.”
그때, 바닥에 쓰러져 있던 서무현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파르르 떨렸다.
“……어…….”
무현은 간신히 눈을 떴다.
하지만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눈앞에 쓰러져 있는 소녀가 누구인지, 왜 자신이 이 허름한 약방 바닥에 뒹굴고 있는지… 머릿속이 텅 빈 백지처럼 하얗게 비어 있었다.
‘나는… 누구지?’
가슴 한구석이 뻥 뚫린 듯 찬 바람이 몰아쳤다.
기억이 지워졌다. 자신이 왜 여기에 왔는지, 누구를 지키려 했는지조차 희미해진 그 거대한 공허함 속에서, 무현은 본능적으로 제 품을 더듬었다.
거기에 있어야 할 삿갓은 이미 찢어져 있었고, 손에 쥐어진 흑천월식검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정신이 들나, 이 바보 멍청이 검객 양반?”
백초가 툭 던지듯 말했다. 그는 약방 구석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낡은 양피지 한 장을 꺼내 무현의 얼굴 앞에 던져주었다.
무현이 떨리는 손으로 그 종이를 집어 들었다.
그것은 강호의 뒷골목을 떠돌던 정보꾼들이 주고받는 밀서였다.
“……이게… 뭐지?”
“네가 그렇게 찾아 헤매던 빚의 근원이지. 그리고 네가 지키려던 놈들이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에 대한 해답이기도 하고.”
백초는 턱짓으로 양피지의 하단부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붉은 인장과 함께, 강호의 절대권력이 도사리고 있는 곳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무림맹 — 지하 최심부, 무명옥.]
무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무림맹.
정의를 부르짖는 강호의 총본산이자, 십 년 전 흑월문의 비극 배후에 도사리고 있던 거대한 그림자. 그곳의 가장 깊은 곳, 햇빛조차 들지 않는 지하 감옥인 '무명옥'을 가리키며 백초가 픽 웃었다.
“네가 잊어버린 기억 속에 뭐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적어도 그 장부의 마지막 페이지가 어디로 향하는지는 알게 되었겠지.”
“…….”
“그리고 말이지.”
백초는 목소리를 낮추며 무현의 귓가에 속삭였다.
“거기엔 네가 죽인 줄 알았던… 아니,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던 ‘사형’도 아직 살아 숨 쉬고 있어.”
쿠구구구궁—!
마치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먼 북쪽 하늘 위로 기이한 붉은빛의 월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밤하늘의 달이 검게 물들고, 강호 전체를 집어삼킬 듯한 서늘한 한기가 약방의 창문을 두드렸다.
사형이 살아 있다.
문주 혁련오의 위선 뒤에 숨어, 이 모든 비극을 설계했던 진짜 악귀가 아직도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무현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흑천월식검을 움켜잡았다.
이름이 지워지고, 기억이 사라져 형체마저 투명해진 손바닥이었지만… 그 손에 쥐어진 검의 무게만큼은 뼛속 깊이 박혀 있었다.
“…가야 한다.”
서무현의 입술 사이로 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것이 누구를 향한 복수인지, 누구를 구하기 위한 길인지조차 온전히 기억나지 않았지만— 검객은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문밖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검은 달이 떠오르는 무림맹을 향해.
서늘한 밤바람이 찢어진 문틈 사이로 밀려들었다.
무현은 비틀거리는 다리를 질질 끌며 약방 문을 나섰다. 등 뒤에서 백초가 혀를 차며 무어라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미 그의 귀에는 제대로 박히지 않았다. 머릿속은 거대한 안개에 휩싸인 것처럼 엉망진창이었고, '서무현'이라는 이름 석 자마저 바람에 날리는 모래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에 쥔 흑천월식검의 서늘한 감촉만큼은 생생했다.
‘사형…….’
백초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두 글자가 뇌리를 후벼팠다.
죽은 줄 알았다. 십 년 전, 장원을 불태우고 모든 것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그날 밤, 흑월문의 밀실에서 칼을 맞고 쓰러져 영원히 침묵했을 사형. 문주 혁련오의 뒤편에서 모든 비극을 조율하던 진짜 설계자이자, 자신의 손으로 직접 베었다고 믿었던 그 괴물이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말인가.
그것은 잊어버린 기억의 파편을 억지로 쑤셔 넣는 듯한 지독한 두통을 동반했다.
“크윽……!”
무현이 담벼락을 짚고 거친 숨을 토해냈다.
입술을 깨물자 비릿한 피 맛이 퍼졌다. 기억은 지워졌고, 이름은 마모되었으며, 존재 자체가 허공으로 흩어지고 있었지만… 뼛속 깊이 각인된 적의만큼은 지워지지 않았다.
척박한 강호의 밤안개 속에서, 거대한 무림맹의 실루엣이 어렴풋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무림맹의 지하, 햇빛조차 닿지 않는 영원한 밤의 공간.
그곳이 바로 무명옥이었다.
철문은 단단한 현철로 주조되어 있었고, 그 표면에는 인간의 이름을 갉아먹는 주술적 문양들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옥졸들의 발소리조차 잦아든 가장 깊은 심장부, 차가운 돌바닥 위에 한 사내가 널브러져 있었다.
덜컥— 컹!
무거운 철문이 열리며 횃불의 탁한 빛이 어둠을 밀어냈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사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온몸을 쇳사슬이 옥죄고 있었고, 핏자국이 말라붙은 옷자락은 그의 과거가 얼마나 험난했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혁련오.
한때 흑월문을 지배하며 천하를 손에 쥐려 했던 문주.
그의 얼굴은 과거의 위엄을 온데간데없이 잃은 채, 깊은 흉터와 광기로 일그러져 있었다. 청월장과의 싸움에서 패배하고 무림맹에 사로잡힌 그는 처형당하는 대신, 이 지하 감옥에 처박혀 껍데기뿐인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아니, 부지당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았다.
“……왔나.”
혁련오의 갈라진 목소리가 축축한 감옥 벽에 부딪혀 흩어졌다.
철컥거리는 쇠사슬 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한 무리의 발소리가 다가왔다. 횃불의 불빛이 닿은 곳에 서 있는 자는 흑백의 도포를 걸친 노인이었다. 무림맹의 수장이자, 강호의 백성을 지키는 대협으로 칭송받는 남궁청.
그의 얼굴에는 자비나 정의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냉혹한 채권자의 눈빛만이 혁련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몰락한 흑월의 주인이 아직도 숨이 붙어 있군요, 혁련오.”
남궁청이 낮게 읊조렸다. 그의 손에는 묵직한 가죽 장부가 들려 있었다. 흑월의 검은 달과 계약한 자들의 이름이 적힌, 강호의 운명을 쥔 열두 권의 장부 중 하나였다.
혁련오는 비틀거리며 입꼬리를 비틀어 웃었다. 피로 물든 잇몸이 드러났다.
“하… 대협을 자처하는 무림맹주가 이런 음습한 곳에서 쥐새끼처럼 장부 뒤나 들춰보고 있을 줄이야. 설야 그 년을 되살리겠다고 강호 전체를 담보로 잡힌 게 누군데, 새삼스럽게 점잖은 체를 하나?”
남궁청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기분 나쁜 침묵이 지하 감옥을 채웠다. 설야, 그리고 검은 달의 계약. 남궁청이 모든 것을 바쳐 이루고자 하는 집념의 실체가 바로 그 장부 속에 담겨 있었다.
“입 조심하게.”
남궁청이 장부를 탁 소리 나게 덮으며 말했다.
“자네가 어떻게 발버둥을 치든, 계약은 완성된다. 서무현 그 멍청한 검객이 네 녀석이 남겨둔 찌꺼기들을 치우며 여기까지 기어오고 있으니 말이야. 그 녀석이 지불할 마지막 이름까지 회수하고 나면, 모든 판은 끝난다.”
혁련오의 눈빛이 순간 미세하게 흔들렸다.
무현이 살아있다. 자신의 손으로 끝장내지 못하고, 청월장의 잔해 속에서 괴물처럼 살아남은 그 사제가 이 감옥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
“……흐흐… 크크크……!”
혁련오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쇠사슬이 덜그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의 기괴한 웃음소리가 지하 감옥의 습한 공기를 찢어발겼다.
“그래, 와라. 그놈이 오면… 모든 게 끝날 거다. 네가 숨기고 있는 그 추악한 진실도, 그놈의 진짜 이름에 얽힌 저주도 전부 밝혀지겠지!”
남궁청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혁련오를 한 번 내려다보고는, 묵묵히 돌아섰다. 철문이 닫히고 다시 완전한 어둠이 찾아왔다.
하지만 감옥 바깥, 무림맹의 거대한 성벽 위로 붉은 월식이 완성되고 있었다.
강호 전체를 집어삼킬 검은 달의 밤이, 비로소 그 진정한 서막을 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