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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달의 검객 · 30화목차

제30화 검은 달의 밤 (시즌1 피날레)

하늘의 달이 핏빛에서 이윽고 새까만 흑월(黑月)로 변모하는 순간이었다.

세상의 빛이란 빛은 모조리 빨려 들어간 듯, 흑월문 본단 전체가 거대한 아가리 같은 어둠 속에 잠겼다.

쿠구구구구——!

지반이 울고, 공기가 비명을 질렀다.

검은 달의 계약진이 완성되는 정점, 그 복가운데에 서 있는 서무현의 삿갓이 거센 역류에 파르르 떨리며 벗겨져 날아갔다. 화상 흉터가 얽룩진 그의 얼굴이 흑백의 대조 속에서 도깨비처럼 드러났다. 그의 손에 쥔 검에서 칠흑의 불꽃이 이지러졌다.

'월식(月蝕).'

흑천월식검의 마지막이자 금기인 초식.

그것은 단순히 적을 베는 검이 아니었다. 자신과 타인이 맺은 '이름의 계약' 그 자체를 강제로 도려내어 파괴하는 자멸의 검이었다.

"오라버니……!"

의식진의 핵, 그 차가운 백색 옥상(玉床) 위에 묶인 월소연의 입술에서 절규가 터져 나왔다.

소연의 하얗던 손끝부터 투명하게 흐려지고 있었다. 기억이 지워지고, 타인이 그녀를 향해 품었던 온기마저 증발하는 '무명병'의 극점.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그 눈물마저 대기 속으로 흩어져 먼지가 되었다.

"소연아."

무현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 의식진의 반대편 끝에서 거대한 핏빛 사슬을 온몸에 휘감은 채 피를 토하고 있는 사내가 있었다. 월소한. 십 년 전 청월장에 횃불을 들고 난입했던 붉은 가면의 소년이자, 소연의 친오빠.

소한의 온몸은 이미 명부혈쇄에 침식되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허럭…… 크흑……!"

소한은 자신의 가슴을 관통한 핏빛 쇠사슬을 움켜쥔 채 비틀거렸다. 그의 눈에 서린 것은 공포가 아니었다. 십 년 동안 자신을 짓누르던 죄악감, 그리고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뼈저린 후회였다.

"소한 오라버니……!"

소연이 목을 놓아 불렀다.

소한이 피투성이가 된 입술을 비틀며 웃었다. 달빛 한 점 없는 흑월의 기이한 그림자 속에서, 그의 눈빛만큼은 유일하게 살아 있었다.

"소연아. 그리고…… 무현아."

소한의 목소리가 바람을 탔다.

"내가 십 년 전에 태웠던 건…… 이 장원이 아니었어. 나의 양심이었지. 이제 그 죗값을 치를 때가 된 것 같다."

"소한! 그만둬라! 그 진을 건드리면 네 영혼까지 남지 않는다!"

무현이 고함치며 발을 구르려 했다.

하지만 소한은 손에 쥔 칠흑 대검을 땅바닥에 처박았다.

콰아아앙——!

소한의 심장 부근에서 터져 나온 내력이 계약진의 정중앙, 흑월의 지맥을 정면으로 강타했다. 영혼의 빚을 기록하던 거대한 '이름 장부'의 페이지들이 허공으로 흩날리며 비명 같은 금속성 파열음을 냈다.

"크아아아아악——!"

소한의 육신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검은 입자가 되어 사방으로 비산하는 살과 뼈.

그것은 죽음이 아니었다. 계약의 주체 스스로가 빚을 거부하고 자아를 소모하여 진을 깨부수는 최후의 폭발이었다.

"오빠아아아——!"

소연의 절규가 흑월문의 무너지는 전각들 사이로 메아리쳤다.

소한의 희생으로 인해 칠흑의 의식진 한가운데에 거대한 균열이 생겼다. 완벽하게 닫혀야 할 검은 달의 문이 억지로 찢어진 것이다.

바로 그때, 그 부서진 틈새로 한 무리의 그림자가 미끄러져 들어왔다.

"방해물은 치워야지."

나직하고 허스키한 목소리.

흑월문의 진짜 채권자이자, 모든 비극의 근원이기도 한 대모 월하였다. 그녀의 얼굴은 더 이상 기괴한 주술의 가면 뒤에 숨어 있지 않았다. 십 년 동안 늙지 않는 불사의 환상에 갇혀 있던 그녀의 본모습이 드러났다. 주름지고 쇠약한, 그러나 눈빛만큼은 광기로 이글거리는 한 명의 늙은 여인.

대모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소한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손톱을 길게 세워 옥상 위에 묶인 소연의 목을 향해 내리꽂았다.

"내 계약을 완성해라, 소연아. 네가 기억을 잃어야 내 빚이 청산된다!"

"지나갈 수 없다."

슈우우우욱——!

대모의 손톱이 소연의 목전에 닿는 순간, 그녀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무현이었다.

무현의 검이 대모의 손목을 비껴치며 거대한 불꽃을 튀겼다. 두 사람의 내력이 부딪치며 사방의 기압이 일순간 진공 상태로 변했다.

콰앙! 콰아앙!

무현의 검세가 매섭게 몰아쳤다. 흑천월식검의 진수를 끌어올릴 때마다 무현의 눈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계약의 힘을 강제로 역류시키고 있는 대가였다. 그의 '이름'이 지워지고 있었다.

서무현.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왜 이 칼을 잡았는지에 대한 기억들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고 있었다. 손끝이 투명해지고, 흉터 가득한 얼굴의 감각이 아득해졌다.

하지만 무현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눈앞의 늙은 여인을 베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대모. 너도 알고 있겠지."

무현의 목소리가 쇳소리를 냈다.

"이 계약은 처음부터 거짓이었다. 빚 따위는 없었어. 너 자신이 네 아이들을 버린 죄책감을 덮으려 만든 환상일 뿐이다."

"시끄러워! 몰라, 그런 건 아무것도 몰라!"

대모가 미친 듯이 소리치며 전신에서 검은 안개를 뿜어냈다.

"내가 목숨을 바쳐 지킨 아이들이야! 내 빚을 갚지 않으면 이 세상이 다 무너진단 말이다!"

"그럼 내가 끊어주마."

무현이 검을 거꾸로 잡았다.

그리고 자신의 심장 부근을 향해 칼날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크윽……!

입술 사이로 검붉은 피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무현이 겨눈 것은 대모가 아니었다. 자신과 흑월문이 맺고 있던 '최초의 계약' 그 자체였다. 무현은 자신의 이름을 대가로 삼아, 대모의 목에 얽혀 있던 거대한 흑월의 사슬을 향해 검을 내리그었다.

-- 촤아아아악!

현실과 영혼의 경계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흑월문의 상공에 떠 있던 검은 달이 반으로 쪼개지며 엄청난 충격파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아…… 아아……?"

대모 월하의 손에서 힘이 스르륵 빠졌다.

그녀를 감싸고 있던 검은 안개가 거짓말처럼 걷혀 나갔다. 불사의 환상에 갇혀 괴물처럼 살아가던 늙은 육신이, 비로소 평범한 인간의 늙음으로 돌아왔다.

대모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녀의 눈에 맺힌 광기가 사그라지고, 그 자리에 깊은 피로와 슬픔이 찾아들었다.

"……내 아이들아."

그녀의 입술이 가볍게 떨렸다.

대모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녀를 향해 달려온 것은 다름 아닌 소연이었다. 소한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지만, 소연은 두 팔을 벌려 쓰러지는 대모를 품에 안았다.

"어머니……."

소연의 목소리가 떨렸다.

친어머니이면서 동시에 자신들을 지옥으로 밀어 넣었던 채권자. 그 애증의 대상이 품안에서 바스러지고 있었다.

대모는 떨리는 손을 들어 소연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녀의 손길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따뜻했다.

"미안하다…… 정말로…… 미안하다……."

그것이 대모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그녀의 육신은 한 점의 잿더미로 변해 흑월문의 차가운 밤바람 속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대모가 사라진 자리에, 마지막 남은 검은 장부 한 권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쿠구구구궁——!

대모의 소멸과 함께 흑월문 본단의 지반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전각들이 불타오르고, 십 년 동안 강호의 어둠을 지배하던 살수 집단 흑월문의 본단이 무너지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오라버니!"

소연이 고개를 돌렸다.

의식진의 여파로 쓰러져 있는 무현에게로 달려간 소연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하지만 무현은 눈을 감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호흡은 미세하게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 눈빛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오라버니? 정신 차려봐요, 오라버니!"

소연이 그의 뺨을 두드렸다.

무현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동자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도, 분노도, 슬픔도 아닌, 완벽한 백지(白紙)만이 남아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대가로 지불하고 계약을 끊어낸 대가였다. 그는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껍데기'가 되어 있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소연을 바라보는 무현의 눈빛은 낯설기 그지없었다.

그것은 십 년 전 객잔에서 처음 만났던, 아니, 그보다 더 텅 빈 눈동자였다.

"오라버니…… 나를 몰라요? 소연이에요. 당신의 동생……."

소연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져 무현의 손등 위에 떨어졌다.

무현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칼을 쥐고 있었던 손.

기억은 지워졌고, 이름은 사라졌지만, 가슴 한구석에 깊게 파인 화상과 묵직한 통증만큼은 그대로였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은 달은 이미 산산조각 나서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구름이 걷힌 밤하늘, 그 흑월의 잔해가 남은 자리에 기괴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깨진 검은 달의 파편, 그 뒤편.

눈이 멀 정도로 찬란하고 거대한, 또 하나의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강호 전체를 비추는 하얗고도 차가운 달.

그것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흑월문의 계약은 단지 하나의 지부에서 끝났을 뿐, 진짜 '이름의 빚'은 이미 강호 전역으로 퍼져나가 있었다.

소연은 울음을 삼키며 무현의 손을 꽉 잡았다.

이름 없는 검객이 된 무현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기억은 지워졌어도, 타인이 기억하는 한 그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시즌1의 밤이 저물고 있었다.

그러나 진짜 검은 달의 계약은, 이제 막 강호 전체를 향해 막을 올리고 있었다.

스스릉——.

무너져 내리는 흑월문 본단의 폐허 위로 먼지 바람이 매섭게 휘몰아쳤다.

지붕이 주저앉고, 십 년 동안 강호의 은밀한 어둠을 떠받치던 거대한 전각들이 마침내 폭삭 무너져 내렸다. 사방이 붉은 화염과 자지러지는 파편으로 아수라장을 이룬 가운데, 유독 그 중심부만큼은 기이할 정도로 적막했다.

소연은 무릎을 꿇은 채, 자신의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눈물은 이미 말라붙어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오빠 소한은 부서진 의식진과 함께 소멸했고, 어머니인 대모 월하는 마지막 회한을 남긴 채 잿더미로 사라졌다. 그리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의오라비 무현은―― 이제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완전한 껍데기가 되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름이오."

무현이 낮고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공허한 눈동자가 소연의 얼굴을 천천히 훑었다. 삿갓이 날아간 자리, 얽룩진 화상 흉터 위로 흩날리는 재가 내려앉았다.

"내가 누구인지, 당신이 누구인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소."

"오라버니."

소연은 떨리는 목소리를 겨우 짜내며 그의 거칠고 차가운 손을 두 손으로 감싸쥐었다.

차가웠다. 온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 손은, 마치 십 년 전 청월장이 불타던 그날 밤의 잿더미보다 더 차갑게 식어 있었다.

하지만 소연은 알았다. 기억이 지워지고, 자신의 이름이 장부에서 지워졌을지라도, 지금 자신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누구인지를.

"기억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소연이 미소 지으려 애쓰며 눈물을 툭 떨어뜨렸다.

"이름이 없으면…… 내가 불러주면 되니까요. 당신이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내가 영원히 당신을 기억할 테니까요."

무현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통증이 머릿속 한구석을 스친 듯, 그는 반사적으로 자신의 가슴을 짚었다. 쾅쾅 뛰는 심장의 박동 너머로, 텅 빈 백지 같은 영혼의 바닥에서 무언가 날카로운 금속성의 파편이 아리게 울렸다.

쿠구구구궁——!

그때, 대지의 진동이 다시 한번 두 사람의 발밑을 흔들었다.

흑월문 본단 전체가 완전히 매몰되는 거대한 붕괴음 속에서,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던 마지막 '이름 장부'가 붉은 빛을 발하며 스스로 불타기 시작했다.

장부의 페이지들이 바람에 휘날리며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것은 단지 한 문파의 파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흑월문이 강호 각지의 세력들과 맺었던 수천 장의 계약서, 영혼을 담보로 끌어다 쓴 '빚'의 잔재들이 불타오르며 밤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화르륵——!

허공으로 빨려 들어간 장부의 파편들은 칠흑 같은 밤하늘을 온통 핏빛과 금빛으로 물들였다.

소연은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까 전, 무현의 검에 의해 반으로 쪼개졌던 검은 달.

그 흉측한 월식의 잔해 뒤편으로, 결코 꺼지지 않을 듯 서늘하고 거대한 또 하나의 달이 기괴한 광채를 뿜어내며 떠올라 있었다.

빛과 어둠이 뒤섞인 비정상적인 월광.

그것은 흑월곡의 상공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었다.

슈우우우웅——!

하늘의 달빛이 파도처럼 일렁이더니, 사방의 지평선 너머―― 무림맹이 자리한 중원 본토, 북방의 끝없는 설원, 남해의 거친 파도, 그리고 사천의 깊은 독곡(毒谷)을 향해 거미줄처럼 가늘고 붉은 빛줄기들을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이건."

소연의 숨이 턱 막혔다.

그것은 계약의 해소가 아니었다. 흑월문의 문주와 대모가 죽고, 본단이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검은 달의 계약'이라는 거대한 뿌리는 이미 강호 전체의 심장부에 깊숙이 박혀 있었던 것이다.

이름을 담보로 잡힌 자들은 비단 흑월문의 살수들만이 아니었다.

무림맹의 고고한 고수들도, 문파의 장문인들도, 의협을 부르짖던 검객들도 알고 모르게 그 거대한 장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강호 전체가…… 빚을 지고 있었어."

소연의 입에서 허탈한 탄식이 새어 나왔다.

오빠 소한이 목숨을 바치고, 무현이 자신의 이름까지 내다 버리며 부수려 했던 것은 거대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진짜 계약의 본체는 이제 막 껍질을 깨고 나와, 거대한 강호 전체를 상대로 눈을 뜨고 있었다.

콰아아앙——!

마지막 남은 흑월문의 종루(鐘樓)가 무너져 내리며 거대한 먼지 기둥이 하늘을 덮었다.

사방이 완전히 어둠과 먼지로 가득 찬 그 폐허 속에서, 무현은 여전히 멍한 눈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기억은 지워졌고, 명색은 사라졌으며, 삿갓은 찢어져 날아갔다.

그는 이제 누군가의 양자도, 복수를 품은 살수도 아닌, 진정한 의미의 '이름 없는 검객'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 무의 가슴속 깊은 곳, 칼자루를 쥐었던 굳은살 박힌 손가락만큼은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이 왜 칼을 뽑았는지, 누구를 지키기 위해 이 지옥 같은 불길 속으로 걸어 들어왔는지를.

소연은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비틀거리는 무현의 팔을 단단히 붙잡아 자신의 어깨에 걸쳤다.

"가요, 오라버니."

소연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멀리 강호 전역으로 뻗어 나가는 붉은 달빛을 향해 곧게 빛나고 있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직 남았어요. 당신의 이름이 어디에 있든…… 내가 찾아낼 테니까."

무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텅 빈 눈동자 속으로, 스러지지 않는 작은 불씨 하나가 위태롭게 깜빡였다.

사방에 내리는 잿더미 속에서, 두 사람의 발걸음이 무너진 흑월문을 뒤로한 채 거친 강호의 밤길을 향해 내딛어졌다.

시즌1의 밤은 그렇게 처절하게 저물었다.

그러나 진짜 검은 달의 계약은, 이제 막 강호 전체를 집어삼키기 위해 첫 번째 장을 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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