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잿더미의 공방
1. 장원 폐허에서 농성
비는 그쳤으나 밤안개는 더욱 짙어져 흑월곡(黑月谷) 전체를 거대한 무덤처럼 집어삼켰다.
청월장의 불탄 폐허. 기둥은 숯덩이로 부러져 나뒹굴고, 처마 끝마다 매달린 서늘한 밤기운은 칼날처럼 시렸다. 그 잿더미의 한가운데, 사방이 붉은 횃불과 칠흑 같은 갑주를 두른 흑월문 사병들에게 포위된 세 사람이 서 있었다.
서무현은 삿갓을 깊숙이 눌러쓴 채 거친 숨을 골랐다. 검집에 꽂힌 흑천월식검이 미세하게 울고 있었다. 검의 진동인지, 아니면 자신의 심장박동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포위망이 좁혀진다."
월소한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의 거대한 칠흑 대검이 땅바닥을 긁으며 불꽃을 튀겼다. 십 년 전, 횃불을 들고 이 장원을 직접 불태웠던 손이었다. 그 손으로 이제는 자신의 집을, 자신의 유일한 형제를 지키기 위해 검을 잡았다.
"소한."
무현이 낮게 부르자, 소한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등 뒤로 대답했다.
"알아. 뒤는 맡겨, 형."
'형'이라는 단어가 귓가를 스칠 때, 무현의 머릿속 한구석이 찌릿하게 아려왔다. 십 년 전, 이름도 모른 채 버려졌던 갓난아기. 흑월의 계약에 담보로 잡혔던 이름. 스승 서문 월청이 거두어주어 비로소 얻었던 '서무현'이라는 세 글자.
그 이름을 거두어가기 위해, 흑월문의 진짜 채권자인 대모(월하)가 사방의 어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리석은 아이들."
차가운 음성이 안개를 뚫고 들려왔다. 가마 위에 앉은 대모의 얼굴은 붉은 달빛 아래 창백하게 빛났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일점의 감정도 없었다. 그것은 인간을 바라보는 눈이 아니었다. 장부에 적힌 숫자를 지우려는 채권자의 사무적인 시선이었다.
"이름을 빚진 자가 채권자에게 맞서는가. 네가 가진 그 무공 또한 빌린 것에 불과하다, 무현아."
대모의 손가락 까딱임에, 사방에 도열해 있던 명부혈쇄 살수들이 일제히 핏빛 사슬을 치켜들었다. 쇄도하는 살기(殺氣)가 폐허의 공기를 날카롭게 찢어발겼다.
2. 소한이 칠흑 대검으로 앞을 맡는다 — 속죄의 첫 걸음
"먼저 간다!"
소한이 괴성과 함께 대지를 박찼다.
콰아앙—!
칠흑 대검이 정면의 바닥을 강타하며 엄청난 충격파를 일으켰다. 흙먼지와 불씨가 사방으로 튀어 오르며 쇄도를 시도하던 명부혈쇄 살수들의 진형이 일순간 흐트러졌다.
십 년 동안 짊어졌던 죄책감. 문주의 거짓말에 속아 제 손으로 부모와 장원을 태웠다는 지옥 같은 뉘우침이 그의 전신을 불태우고 있었다.
"비켜라, 이 쥐새끼들!"
소한의 대검이 호선을 그리며 횡으로 휘둘러졌다. 묵직한 풍압만으로도 최선두에 있던 살수 두 명의 갑주가 찌그러지며 피를 토하고 나자빠졌다.
하지만 흑월문의 정예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의 눈 또한 빛을 잃은 채, 오직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와 같았다.
챙랑랑랑—!
핏빛 귀화 사슬들이 사방에서 날아와 소한의 퇴로를 감쌌다. 사슬이 살점과 갑옷을 스칠 때마다 붉은 선혈이 허공에 흩뿌려졌다. 소한의 어깨와 옆구리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지만, 그는 이를 악물며 대검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내가... 내가 태웠다. 그러니 내 손으로 막는다!"
소한의 등 뒤로 거대한 흑영이 솟구쳤다. 죄악으로 얼룩진 삶이었으나, 지금 이 순간 그의 검은 그 어떤 명검보다도 무겁고 단단했다. 그가 전방을 홀로 틀어막은 덕분에, 무현과 소연은 대모를 향해 직진할 수 있는 좁한 틈을 확보할 수 있었다.
3. 소연의 명인 각성 2단계
"오라버니, 저를 엄호해 주세요!"
월소연의 목소리가 잿더미 울타리를 울렸다. 그녀의 손에 들린 검은 더 이상 평범한 강철검이 아니었다. 십 년 전 잿더미 속에서 살아남은 핏줄의 한이 서린, 금빛 이름칼—명인(銘刃)이었다.
스으으…….
소연의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온 금빛 광채가 검신을 타고 흘렀다. 1단계가 단순히 이름의 잔재를 형상화한 것에 불과했다면, 지금 그녀가 각성한 2단계의 명인은 주변의 공기마저 황금색 궤적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너희들이 앗아간 모든 것들을…… 돌려받겠다!"
소연이 도약했다. 그녀의 몸놀림은 가볍고도 잔인할 만큼 우아했다. 흑월 살수들이 날린 비수들이 그녀를 향해 날아들었으나, 소연의 검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금빛 기도가 궤적을 튕겨내거나 공중에서 산산조각 내버렸다.
파앗—!
소연의 검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허공에 금빛 글자 같은 잔상이 아른거렸다. 그것은 흑월문에 의해 이름과 기억을 빼앗긴 채 스러져간 청월장 식구들의 한(恨)이자, 살아남은 자의 맹세였다.
명부혈쇄의 우두머리가 거대한 핏빛 쇠사슬을 휘두르며 소연의 정수리를 내리찍으려 했다.
"건방진 년!"
그러나 소연은 눈을 깜빡이지도 않았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흑월의 붉은빛이 완전히 지워지고, 순수한 금빛 의지가 타올랐다.
챙-!
금빛 명인이 핏빛 사슬을 정중앙으로 양단했다. 사슬이 끊어지는 충격과 함께 우두머리의 눈이 경악으로 크게 떠졌다. 소연의 검이 그의 목덜미를 스치며 지나갔다. 피는 한 방울도 튀지 않았다. 오직 금빛 섬광만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 침묵만이 남았다.
4. 무현이 문주에게 받은 마지막 초식 '월식'의 부작용 — 기억이 지워짐
소한이 앞을 열고, 소연이 좌우의 적을 베어내는 동안, 서무현은 오직 한 사람—대모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대모가 가마 위에서 일어섰다. 그녀의 두 손에 검은 장부가 펼쳐졌다. 그 장부의 페이지마다 빽빽하게 적힌 이름들이 숨을 쉬듯 꿈틀거리고 있었다.
"무현아. 네가 그 검을 휘두를수록, 너라는 존재는 이 세상에서 지워질 것이다. 그것이 흑천월식검의 대가이자, 계약의 법칙이다."
무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삿갓 아래로 흘러내린 땀방울이 턱끝을 적셨다.
그는 알고 있었다. 24화에서 흑월문주 혁련오를 무너뜨릴 때 이미 썼던 그 힘. 그 칠흑의 중력장을 다시 전개하는 순간, 자신의 머릿속에 박힌 기억의 조각들이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린다는 것을.
두둥, 두둥—.
심장박동이 귀를 멀게 할 만큼 크게 울렸다. 무현의 시야가 순식간에 흑백으로 변했다. 세상의 모든 색채가 지워지고, 오직 칠흑의 어둠과 붉은 달빛만이 남았다.
"……."
무현이 흑천월식검을 들어 올렸다. 검신을 감싼 중력장이 주변의 공간을 일그러뜨렸다. 빛이 빨려 들어갔고, 허공이 비명을 지르며 찌그러졌다.
스승 서문 월청이 남긴 유언이 뇌리를 스쳤다.
『무현아, 검은 달의 힘을 쓸수록 너는 네 이름을 잊을 것이다. 허나 타인이 너를 기억하는 한, 완전히 삼켜지지는 않는다.』
마지막 초식.
흑천월식검(黑天月蝕劍) — 제12식, 월식(月蝕).
무현의 검이 허공을 향해 내리그어졌다.
거대한 칠흑의 초승달 참격이 폭발하며 대모의 가마를 정면으로 강타했다. 공간이 반으로 갈라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흑월문 사병들의 진형이 통째로 날아갔다.
그러나 그 압도적인 파괴의 대가는 잔인했다.
스으윽…….
무현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툭,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십 년 전 청월장의 대문 앞에 내걸렸던 붉은 연등의 색깔이 지워졌다. 그 다음으로는 스승 서문 월청의 목소리 톤이 모래알처럼 흩어졌다.
'내... 이름이 뭐였지?'
무현의 손이 멈칫했다. 전신에 힘이 빠져나가며 주저앉을 뻔한 것을 겨우 검을 짚으며 버텼다. 흑천월식검의 검신에 새겨져 있던 문양들이 하나씩 빛을 잃고 회색으로 변해갔다.
5. 추격대 격퇴
월식의 여파는 흑월문의 정예들조차 버티기에는 너무나 거대했다.
대모의 가마가 반으로 쪼개졌고, 사방을 에워싸고 있던 핏빛 쇄도와 횃불들이 일시에 꺼졌다. 암흑 속에서 흑월문 살수들은 공포에 질린 채 뒤로 물러나거나 그 자리에 쓰러졌다.
"크윽……!"
대모는 반파된 가마 잔해 속에서 겨우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입가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검은 장부의 표지가 일부 타들어가며 연기를 내뿜었다.
"대단하구나…… 자신의 이름을 태워가며 계약의 칼을 휘두르다니."
대모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인간의 영혼을 담보로 삼는 계약의 법칙이, 한 인간의 의지에 의해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경악이었다.
소한이 피투성이가 된 몸을 이끌고 대모의 앞을 가로막았다. 칠흑 대검의 날이 바닥을 끌며 섬뜩한 소리를 냈다.
"거기까지다, 할매. 더 이상 우리 앞에 나타나지 마라."
소연 역시 금빛 명인을 겨눈 채 대모의 퇴로를 완전히 봉쇄했다. 두 남매의 등 뒤로, 방금 전 무현이 날린 월식의 잔여 중력장이 검은 오라처럼 아른거리고 있었다.
대모는 서늘하게 웃으며 뒤로 물러섰다. 어둠이 그녀의 하반신부터 천천히 집어삼키고 있었다.
"기다려라, 무현아. 네가 모든 이름을 잊고 완전한 껍데기가 되는 그날밤, 검은 달은 다시 뜰 것이다."
사라져가는 대모의 잔상과 함께, 청월장 폐허를 가득 채웠던 흑월문의 사병들도 어둠 속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6. 무현이 소연의 이름을 잠시 잊는다
적들이 물러간 폐허에는 오직 찢어진 깃발과 타다 남은 재 냄새만이 가득했다.
"……형!"
소한이 대검을 내던지며 무현에게 달려왔다. 전신에 상처를 입은 소한의 얼굴에는 안도와 염려가 뒤섞여 있었다.
그 뒤를 이어 소연도 급히 달려와 무현의 팔을 붙잡았다.
"오라버니, 괜찮으세요? 피가……."
소연의 손이 무현의 팔뚝에 닿았다.
무현은 비틀거리며 삿갓을 조금 들어 올렸다. 그의 시야는 이미 반쯤 하얗게 바래 있었다. 눈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이 보였지만, 뇌리에서는 그 얼굴과 이름이 연결되지 않았다.
소한이 거친 숨을 내쉬며 무현의 어깨를 붙잡았다.
"형, 정신 차려. 끝났어, 일단은 물러갔다고."
무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의 시선이 소한을 거쳐,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소연의 얼굴에 멈췄다.
소연의 눈가에 맺힌 눈물이 붉은 달빛에 반사되어 금빛으로 반짝였다.
"오라버니……?"
소연이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왔다.
그 목소리가 귓가를 두드렸으나, 무현의 머릿속에서는 방금 그 소리가 어디서 유래했는지 알 수 없는 메아리로만 맴돌았다.
검은 달의 계약이 그의 기억을 집어삼켰다.
자신의 이름조차 아스라하게 지워져 가던 그 순간, 무현은 눈앞에 있는 소녀를 향해 힘겹게 입술을 달싹였다.
거칠고 메마른 목소리가 잿더미의 공기 속으로 흘러나왔다.
"……너는 누구지?"
소연의 숨이 턱 막혔다.
손끝으로 전해지던 온기가 순식간에 차가운 돌덩이처럼 식어내렸다. 오라버니라 불렀던 그 입술에서 나온 단 한 마디는 잿더미보다 더 매섭게 소연의 심장을 후벼 팠다.
"오라버니……?"
떨리는 목소리가 허공에 부서졌다.
소한은 황급히 무현의 어깨를 거칠게 움켜흔들었다. 그의 얼굴에 사색이 짙게 배어났다.
"형! 정신 차려! 나야, 소한이라고! 네 동생 소한이야!"
그러나 무현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 허공을 겉돌았다. 흑천월식검의 대가로 지워진 것은 비단 기억의 파편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누구와 피를 나누었는지, 누구와 함께 이 잿더미를 걸어왔는지에 대한 유대의 근간마저 뿌리째 뽑혀 나가고 있었다.
무현은 자신을 부르는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눈앞의 남자는 피투성이가 된 채 자신을 붙잡고 있었고, 소녀는 방금 전까지 금빛 명인을 휘두르며 적들을 베어내던 강인한 검객이었다. 뇌리에서는 그들이 누군지 기억해내려 발버둥 쳤으나,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허공뿐이었다.
스스슥…….
머릿속에서 모래성이 무너지는 듯한 환청이 울렸다.
'서무현'이라는 세 글자마저 옅은 안개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타인이 기억해주지 않으면 완전히 소멸한다는 스승의 경고가 실체화되어 그의 전신을 조여왔다.
무현이 고통스러운 듯 이마를 감싸쥐며 주저앉았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아."
"형!"
소한이 무현의 팔을 부축하려 했으나, 무현은 그 손길을 본능적으로 피했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마당에 타인의 손길은 오히려 날카로운 칼날처럼 버거웠다.
소연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을 뻔했으나, 이내 입술을 악물며 바닥을 짚었다. 그녀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뺨을 적셨다.
'안 돼. 여기서 오라버니를 잃을 순 없어.'
소연은 두려움을 억눌렀다. 흑월문주를 무너뜨리고 대모의 가마를 부쉈던 것은 비단 복수심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되찾을 수 있도록, 이 지옥 같은 연쇄를 끊어내기 위함이었다.
소연은 기어코 바닥을 박차고 일어나 무현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떨리는 두 손으로 무현의 거칠고 차가운 손을 감싸 쥐었다.
"오라버니. 제 목소리가 들리세요?"
무현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소연을 바라보았다. 삿갓 아래 드러난 그의 얼굴은 땀과 흙투성이였고, 눈동자에는 자아를 잃어버린 자의 공허함만이 가득했다.
소연은 그 눈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똑바로 마주하며, 잊혀져 가는 그 이름을 온 힘을 다해 불렀다.
"제 이름은 월소연입니다. 그리고 오라버니는…… 제게 검을 가르쳐주셨고, 이 잿더미 속에서 저를 지켜주신……."
소연의 목소리에 금빛 광채가 은은하게 스며들었다. 그것은 명인의 기운이 아니었다. 타인이 기억하고 불러줌으로써 존재를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기억의 힘이었다.
"오라버니의 이름은 서무현이에요. 서무현, 제 유일한 오라버니."
그 이름이 공기 속을 울리며 퍼져나갔다.
무현의 귓바퀴를 때린 그 세 글자는 모래성처럼 무너지던 뇌리의 구석탱이에 작은 촉나처럼 박혔다. 텅 비어 있던 흑백의 시야 속으로 미세한 색채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두둥, 두둥.
다시금 심장이 뛰었다. 끊어졌던 기억의 실뿌리가 소연의 목소리를 붙잡고 질긴 생명력으로 서로를 엮어 나갔다.
무현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소연……."
소연의 얼굴에 안도와 기쁨의 눈물이 확 번졌다.
"그래요, 오라버니. 저예요. 소연이가 여기 있어요."
소한 역시 안도의 한숨을 쉬며 무현의 반대편 어깨를 단단히 감싸 쥐었다.
"형, 정신이 좀 들어?"
무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두 사람의 얼굴을 차례로 응시했다. 여전히 머릿속은 지끈거리고, 전신의 뼈마디는 부서진 듯 아팠지만, 적어도 자신이 누구인지, 누구의 손을 잡고 있는지 만큼은 확실히 기억해낼 수 있었다.
그것은 검은 달의 계약이 완전히 승리하지 못했다는 증거였다.
무현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흑천월식검을 쥔 손에 다시금 미약하나마 힘이 실렸다.
"가자."
무현의 낮고도 단호한 목소리가 잿더미의 공기를 갈랐다.
비록 이번 충돌로 인해 영혼의 일부를 지불했으나, 그들은 살아남았다. 그리고 장원의 폐허를 뒤로 한 채, 흑월문의 진짜 뿌리를 뽑기 위한 다음 여정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두운 밤하늘 위, 붉은 달은 여전히 차갑고 잔인하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