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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달의 검객 · 21화목차

제21화 문주의 장부

밤비가 장대처럼 쏟아져 내렸다.

흑월문의 본단 첨탑, 그 지붕을 뚫고 솟아오른 칠흑의 기둥은 단순한 안개가 아니었다. 그것은 수백 년 동안 강호의 밑바닥에서 피고 지었던 인간의 욕망, 그리고 그 대가로 바쳐진 '이름'의 잔해였다. 먹물처럼 짙은 어둠 속에서 오직 금빛으로 번뜩이는 글자들이 빗줄기를 따라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철컥, 쿠구구구—!

지하의 봉인이 깨어나는 소리는 거대한 무덤의 문이 열리는 것과 같았다. 바닥의 석판이 갈라지고, 그 틈새로 피어오르는 안개는 붉은빛과 흑색의 묘한 대비를 이루며 주변을 잠식했다. 흑백의 그래픽 노블처럼 세상의 색채가 지워진 공간 속에서, 오직 혁련오의 상처에서 흐르는 선혈과 공중을 유영하는 금빛 글자들만이 붉고 노란 생채기를 내고 있었다.

무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삿갓을 바로잡았다. 어깨를 타고 흘러내린 핏방울이 바닥에 고였다.

"크하하하……! 보아라, 무현! 네가 겨우 그 흉물스러운 검이나 휘두르며 찾아 헤매던 진실이 저기 있다!"

혁련오는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바닥을 짚은 채 미친 듯이 웃어제켰다. 그의 눈동자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흑천월식검의 역류를 온몸으로 받아낸 그의 피부는 갈라진 도자기처럼 금이 가 있었고, 그 틈새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 첨탑 중앙의 거대한 단상 위에는 한 권의 책이 떠 있었다.

아니, 그것은 책이라 부르기엔 너무도 거대하고 흉물스러운 괴물이었다. 수만 장의 인피(人皮)와 짐승의 가죽을 엮어 만든 듯한 표지 위로, 억지로 새겨진 수천 개의 이름들이 발작하듯 꿈틀거리고 있었다.

[흑월십이장부(黑月十二張簿)]

그것이 바로 강호 전체의 목숨을 쥐고 흔드는 계약의 본원이었다.

무현의 미간이 깊게 찌그러졌다. 심장이 불에 타는 듯한 통증이 도졌다. 십 년 전, 장원을 삼키던 그 붉은 화염의 냄새가 지금 이 금빛과 흑빛이 뒤섞인 장부의 냄새와 완벽하게 겹쳐졌기 때문이다.

"혁련오. 네가 말하는 장부가 저것인가."

무현의 목소리는 낮고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삿갓 아래 드러난 화상 흉터가 일렁였다.

소연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무현의 옷자락을 꽉 붙잡았다. 그녀의 작은 손에서는 금빛의 예기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십 년 전, 어린 날의 기억 속에서 피어올랐던 검은 연기가 바로 저 장부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의 뒤편에서는 붉은 가면을 벗어던진 소한이 바닥에 주저앉아 온몸을 떨고 있었다. 소한의 손은 여전히 십 년 전 그날, 횃불을 잡았던 그 손이었다.

"오…… 오라버니……."

소연의 쉰 목소리가 비처럼 내리는 소리 사이로 스며들었다. 소한은 눈물을 삼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내가 저것을 불러냈어. 내가 그날 밤에 횃불을 던졌기 때문에…… 이 장부가 완성된 거야……!"

"소한, 넌 물러서 있어."

무현이 낮게 으르렁거리며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그의 손에 쥔 명인의 칼자루가 웅장한 진동을 울렸다.

혁련오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의 입가에서 검붉은 피가 울컥 쏟아졌다.

"물러서? 어디로 도망치겠다는 거냐, 서무현! 너도, 나도, 그리고 저 울고불고 짜는 어리석은 남매도…… 모두 이 장부의 잉크로 쓰인 글자에 불과해!"

혁련오가 장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바닥이 공중의 금빛 글자 중 하나를 움켜쥐자, 장부 전체가 붉은빛을 발하며 거대한 파동을 일으켰다.

쿠웅-!

공간이 뒤틀리는 충격파에 무현은 검을 지면에 박아 겨우 버텼다.

"알아? 네가 십 년 전부터 쥐고 있던 그 옥패. 그리고 네가 찾던 그 장원. 그 모든 게 우연이었을 것 같아? 아니야. 그 장원이 불탄 이유는 단 하나다."

혁련오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걸렸다.

"네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지. 정확히 말하자면, 네가 가진 '이름'이 그 장원의 터전에 묶여 있어야만 이 계약의 마감이 완성되었기 때문이야."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몰랐나? 네가 그렇게 믿고 따르던 양부, 청월장 장주 서문 월청이 왜 너를 거뒀을 것 같아? 불쌍해서? 천만에. 그는 빚을 진 자다. 흑월문에 거대한 빚을 지고, 그 이자를 갚지 못해 결국 자기 양아들의 이름을 담보로 내놓은 지독한 채무자였을 뿐이야!"

두둥, 하고 무현의 머릿속이 울렸다.

십 년 전의 기억. 스승이자 양부였던 서문 월청이 불타는 대청마루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그 눈빛. 슬픔과 죄책감, 그리고 지독한 체념이 서려 있던 그 눈빛의 의미가 비로소 퍼즐처럼 맞춰졌다.

- 무현아, 도망쳐라. 이 빚은…… 네가 짊어질 것이 아니다…….

그날 스승이 했던 말이 귓가를 때렸다.

스승이 자신을 지키려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담보로 잡힌 채무의 연장을 막으려 했던 것인가? 아니, 그보다 더 깊은 진실이 그 장부 밑바닥에 도사리고 있었다.

"거짓말 마라."

무현의 검끝에서 칠흑 같은 어둠이 피어올랐다. 흑천월식검의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며 지면을 갈라놓았다.

"거짓말? 저 장부를 보아라! 네가 네 발로 이 흑월문에 걸어 들어온 순간부터, 네 이름은 이미 이 장부의 첫 페이지에 기록되어 있었다!"

혁련오가 장부를 향해 피를 토하듯 소리쳤다.

장에 새겨진 금빛 글자들이 일제히 물결치며 무현을 향해 쏟아졌다. 그것은 글자가 아니었다. 수많은 이들의 기억, 자아, 그리고 이름이 통째로 압축된 저주였다. 글자가 스칠 때마다 무현의 삿갓이 반으로 쪼개지고, 이마에 새겨진 화상 흉터 위로 검붉은 핏줄이 불거져 나왔다.

‘서무현…….’

머릿속에서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사서의 목소리도, 스승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그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혹은 존재했으나 지워져 버린 무언가가 자신의 정체성을 겋아먹으며 속삭이는 악마의 울음소리였다.

"오라버니!"

소연이 비명을 지르며 달려나가려 했다. 하지만 공중에서 휘몰아치는 검은 바람이 그녀를 밀어냈다.

소한이 그런 동생을 감싸 안으며 외쳤다.

"가지 마, 소연아! 저건 함정이야! 문주가 우리를 가지고 놀고 있어!"

"놀고 있는 게 아니다, 멍청한 녀석."

혁련오가 피를 흘리며 비웃었다.

"나 역시 꼭두각시에 불과했어. 사형이니, 문주니 하는 감투도 결국 이 장부의 관리자에 불과하다. 이 흑월문의 진짜 주인은 따로 있어. 십 년 전에도, 지금도……."

혁련오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첨탑의 가장 깊은 곳, 장부가 떠 있는 단상 아래의 암흑 속에서 거대한 사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챙강, 끄르릉-!

지옥의 문이 열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붉은 피로 물든 철쇄(鐵鎖) 수십 개가 튀어나와 혁련오의 몸을 순식간에 꿰뚫었다.

"크헉……?!"

혁련오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그가 입을 벌려 말을 하려 했으나, 목구멍으로 피가 역류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단상 위로 솟아오른 장부가 스스로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파스슥, 파스슥-!

바람도 불지 않는데 장부의 페이지가 거칠게 넘어가며, 십 년 전 그날의 풍경이 공중에 환영처럼 투영되었다. 불타는 장원, 울부짖는 아이들, 그리고 그 불길 속에서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서명당하던 갓난아기의 형체.

그 환영의 끝에서, 무현은 마침내 보았다.

자신이 쥐고 있던 옥패와 똑같은 문양을 가진 또 하나의 손, 그리고 그 손에 쥐어진 계약서의 끝에 적힌 진짜 채권자의 이름을.

"스…… 스승님……?"

무현의 입에서 허탈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혁련오가 피를 흘리며 키득거렸다.

"그래…… 서문 월청은 채무자가 아니었어. 그는…… 이 장부를 관리하던 최초의 집행자이자, 너를 이곳으로 유인하기 위한 가장 완벽한 미끼였지."

장부의 빛이 최고조에 달하며 첨탑의 지붕을 박살냈다.

비가 내리는 하늘 위로 붉은 달과 흑월이 겹쳐지는 월식의 형상이 나타났다. 강호 전체를 뒤덮을 거대한 어둠의 막이 오르고 있었다.

무현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가 찾던 빚의 정체,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이 저 장부의 끝에 있었다.

"내 이름이 빚이라고 했나."

무현이 낮게 중얼거렸다. 그의 눈동자에서 칠흑의 어둠이 걷히고, 그 자리에 타오르는 금빛 불꽃이 들어찼다. 그는 명인의 칼자루를 두 손으로 단단히 움켜쥐었다.

사아아아-

비가 내리는 소리가 멎은 것처럼 세상이 고요해졌다.

"그렇다면 그 빚, 내가 직접 찢어주마."

무현이 검을 치켜들었다.

흑천월식검의 마지막 초식, 모든 계약의 원점을 가르는 '월식(月蝕)'의 기운이 그의 검신을 타고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장부의 가장 깊은 심장부에서 인간의 것이라 믿을 수 없는 거대한 눈동자 하나가 서서히 떠올랐다.

더 깊은 흑월의 심장이, 비로소 진짜 눈을 뜨고 있었다.

장부의 심장부에서 떠오른 거대한 눈동자는 핏빛과 흑색이 섞인 안개를 뿜어내며 첨탑 전체를 압도했다. 그 눈동자가 깜빡일 때마다, 공간의 밀도가 뒤틀리며 사방의 기압이 급격히 떨어졌다.

"크윽……!"

소연이 숨이 막히듯 가슴을 움켜쥐고 무릎을 꿇었다. 소한 역시 동생을 감싸 안은 채 바닥에 엎드렸다. 사방에서 밀려오는 압박감은 단순한 내공의 무게가 아니었다. 그것은 '존재의 거부'였다. 이 세계의 법칙이 그들의 이름을 지우려 발버둥 치는 물리적 실체였다.

무현은 그 압력의 한가운데서 비틀거리면서도 꼿꼿이 섰다.

손에 쥔 명인의 칼자루가 부르르 떨렸다. 칼날을 타고 흐르는 칠흑의 검기는 이제 단순한 어둠이 아니었다. 그것은 수많은 이들이 잊혀져 간 기억의 잔해를 베어 가르는 날카로운 진실이었다.

"서문 월청……."

무현의 입술 사이로 스승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혁련오를 꿰뚫은 붉은 철쇄들이 꿈틀거리며 장부의 표면에 더 깊숙이 박혔다. 혁련오의 몸은 이미 생기를 잃어갔지만, 그의 입꼬리는 기괴하게 치켜올라가 있었다.

"그래, 네가 그렇게 믿고 의지했던 양부지. 그는 너를 거둔 것이 아니야. 강호에서 가장 안전하게 썩어 문드러질 '이름'의 창고를 찾은 거지. 네가 가진 그 핏줄과 그 목숨 자체가 이 거대한 장부를 유지하기 위한 연료였다는 걸, 그 노인네가 몰랐을 것 같나?"

혁련오의 목소리가 쇳소리를 내며 잦아들었다. 그의 육신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검은 가루로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멍청한 사부 역시 완벽하지 못했지. 그 노인네도 결국 너에게 정이 들었던 모양이야. 장원을 불태우고 너를 살려 보냈을 때, 그자 역시 이 장부의 율법을 어긴 거다. 그리고 그 대가는……."

투두둑-!

혁련오의 몸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며 한 줌의 재가 되어 공중의 장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장부의 페이지가 폭풍처럼 넘어가며, 스승 서문 월청의 젊은 날이 환영처럼 펼쳐졌다. 피비린내 나는 흑월곡의 지하, 젊은 날의 월청은 피투성이가 된 채 거대한 장부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갓난아기였던 무현이 들려 있었다.

- 이 아이를 살려다오. 내 모든 것을 바칠 테니…….

- 네 모든 것이란 곧 네 '이름'을 뜻한다, 서문 월청.

- 좋다. 내 이름을 지우고, 이 아이의 이름을 저 장부에 묶어라.

환영 속의 대화가 첨탑의 빗소리를 뚫고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무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스승이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니었다. 스승은 자신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존재 전체를 저 악랄한 계약의 담보로 바쳤던 것이다. 십 년 전 그날 밤, 장원이 불탄 것은 외부의 적이 침입해서가 아니었다. 계약의 기한이 다다르자, 장부의 채권을 집행하기 위해 문이 열렸던 것일 뿐이다.

"스승님……."

무현의 가슴속에서 뜨거운 무엇인가가 치밀어 올랐다. 슬픔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독한 분노였고, 동시에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버렸던 노인의 삶을 향한 뒤늦은 이해였다.

‘무현아, 이 빚은 네가 짊어질 것이 아니다…….’

그 말이 비로소 완성되었다. 스승은 자신이 짊어졌던 빚의 무게를 아이였던 무현에게 남기지 않으려 발버둥 쳤던 것이다. 하지만 흑월문은, 그리고 저 장부는 끝까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내 이름을 담보로 세웠단 말이지."

무현의 중얼거림은 바람에 흩어졌다.

그가 쥐고 있던 명인의 칼끝이 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났다. 소연이 품에 품고 있던 옥패가 스스로 울부짖듯 공중으로 떠올라 무현의 옥패와 공명했다. 두 개의 옥패가 부딪치며 찬란한 백색의 섬광이 터져 나왔다.

그 빛은 흑월의 어둠을 찢고 첨탑의 상공을 가르며 강호 전체로 뻗어 나갔다.

"이름은 빚이 아니라 했다."

무현이 낮게 읊조렸다.

그것은 뼛속까지 시린 자각이었다. 누군가에게 강요당한 계약, 억지로 떠안은 채무라 생각했던 자신의 존재는 사실 스승과 어머니가 자신에게 건넨 가장 무거운 '선물'이었다. 타인이 기억하는 한 완전히 먹히지 않는다는 그 기억의 연장선 위에서, 무현은 마침내 자신의 진짜 검을 깨달았다.

쿠구구구구-!

지하에서 솟구치던 거대한 장부가 찢어질 듯 발작했다.

장부의 심장부에 떠 있던 거대한 눈동자가 무현을 향해 핏빛 광선을 뿜어냈다. 세상의 모든 색이 지워지고 오직 흑과 백, 그리고 붉은 피의 대비만이 남은 공간 속에서 무현의 형체가 거대한 그림자처럼 부풀어 올랐다.

"내 이름을 빌려갔다면."

무현이 검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칠흑의 검신 위로 눈이 부실 정도로 순수한 백색의 광휘와 금빛 글자들이 소용돌이치며 엉켰다. 흑천월식검의 파멸적 중력장과 백천월광검의 정화가 하나의 검신 안에서 충돌하고 융합했다.

월륜(月輪)의 전조였다.

"이자까지 쳐서 되돌려주마."

콰아아앙-!

무현의 검이 단상 위를 내리치는 순간, 첨탑 전체가 두 갈래로 갈라졌다.

금빛 장부가 비명을 지르며 반으로 쪼개졌고, 그 속에서 튀어나온 수만 장의 인피 장서들이 허공에서 하얗게 바스러지며 흩날렸다. 강호의 밤하늘을 가로지르던 검은 달의 중심에 마침내 한 줄기 눈부신 햇살 같은 검기가 박혀들었다.

계약의 장부가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흑월문의 본단이 거대한 진동 속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 파스라지는 어둠의 잔해 속에서, 무현은 남매를 등 뒤로 감싼 채 삿갓 아래의 눈동자를 번뜩였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지만, 그 빗방울 속에는 더 이상 붉은 피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차가우면서도 개운한 새벽의 공기였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무너진 장부의 가장 깊은 지배자, 진짜 채권자의 목소리가 무현의 귓속에 마지막 경고처럼 속삭여지고 있었다.

— 아직 빚은 끝나지 않았다, 검객이여.

무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칼을 거두지 않은 채, 다가올 진짜 결전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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