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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99화목차

제99화 충돌의 흔적과 후퇴

콰아아아앙——!

신서울 상층부의 밤하늘이 통째로 찢겨 나갔다.

티타늄 타워의 회주랑을 뒤덮었던 강화 방어막이 종잇장처럼 바스러지고, 그 파편들이 수백 미터 아래의 하층 슬럼가로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기계와 육체의 한계를 아득히 넘어선 충돌이었다.

백무현의 전신 사이보그 코어에서 뿜어져 나온 고출력 전술 미사일 포탑의 일제 사격, 그리고 그 모든 파괴의 폭풍 속을 뚫고 날아든 강진혁의 개량형 천마검.

스으으—— 팟!

“크윽……!”

백무현의 거대한 철갑 몸체가 두 동강 나며 바닥에 고꾸라졌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붉은 피가 아니라, 끓어오르는 냉각수와 시퍼런 고압 플라즈마 액체였다.

인간의 형상을 벗어난 지 오래인 살인병기, 블랙 가드의 총사령관. 그가 바닥을 나뒹굴며 차가운 쇳소리를 토해냈다.

“이럴…… 리가 없다. 내 코어 출력은 7만 MW를 상회했다……! 네 녀석은 대체 어떻게 그 이상의 출력을 감당하는 거냐!”

백무현의 눈에 박힌 광학 센서가 미친 듯이 깜빡였다.

그의 시야에 비친 강진혁의 상태는 정상적이지 않았다.

단전의 생체 코어 출력은 이미 78,000 MW를 돌파한 지 오래.

과부하를 이기지 못한 뇌혈관과 신경계가 미세하게 파열되어, 진혁의 은빛 회로가 선명한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피부 밖으로 새어 나오는 마기는 주변의 공기마저 시커맣게 태우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혁은 쓰러지지 않았다.

아니, 쓰러질 수 없다는 듯이 칠흑 같은 흑안을 번뜩이며 백무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척.

진혁이 피투성이가 된 검을 땅에 짚었다.

그의 부츠 밑창 아래로 아스팔트가 종잇장처럼 바스러졌다.

“출력의 차이가 아니다, 백무현.”

진혁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지만, 그 안에는 뼈를 깎는 듯한 살벌한 냉소가 서려 있었다.

“너희는 돈으로 산 기계를 몸에 박아 넣었을 뿐이지. 단 한 번도 그 힘의 무게를 스스로 짊어진 적이 없다. 그러니 그저 데이터 쪼가리에 휘둘리다 찌그러질 뿐이지.”

“크하하……! 헛소리 마라! 네놈이 아무리 발버둥을 친들, 진무극 회장님이 기다리시는 마스터 돔에 닿는 일은 없다!”

백무현이 마지막 남은 출력을 짜내며 상체를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진혁은 그에게 더 이상 시선을 주지 않았다. 이미 백무현의 코어는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 파괴되어 있었다.

콰구구구궁—!

그 순간, 타워 외각의 방어 시스템이 비상 경보음을 울리며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

백무현의 잔해를 회수하기 위해 위성 격리실에서 사출된 무인 드론 무리가 탄막을 형성하며 진혁의 앞을 가로막았다.

“도망치는 거냐.”

“크윽…… 명령이다. 물러나라, 가드 팬텀! 저 괴물을 막아라!”

백무현의 하반신 잔해를 움켜쥔 드론들이 마스터 돔 내부의 비상 엘리베이터 쪽으로 그를 끌고 갔다.

진혁이 [마광신보 - 극(極)]을 전개해 추격하려 발을 구르려던 찰나,

쾅-! 쿠구구궁!

회주랑 전체가 거대한 진동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상층부 도로 수백 미터가 백무현의 잔여 전술 미사일 자폭과 진혁의 [고주파 마검강]이 부딪친 여파로 완전히 증발해 버린 것이다.

칠흑의 마기와 시퍼른 뇌전이 엉겨 붙은 충격파가 신서울의 밤하늘을 거대한 흉터처럼 갈라놓았다.

진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추격을 멈췄다.

앞을 가로막은 것은 무너진 바닥과, 끝없이 쏟아지는 방어용 플라즈마 장막이었다.

“흣…….”

입가에서 뜨거운 피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78,000 MW. 인간의 육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아득히 넘어선 수치였다.

시스템의 보조 없이, 오직 자신의 의지와 천마심법의 미세한 기혈 조작만으로 버텨왔기에 신체적 반작용이 한계에 달해 있었다.

하지만 진혁은 눈을 감고 단전의 흐름을 강제로 바로잡았다.

[SYSTEM INFO: 경고. 단전 구역 마기 폭주 위험도 89.4%.]

[Warning: 나노머신 동기화율 일시적 교란. 육체 재구성 속도 저하.]

시스템 HUD는 꺼져 있었지만, 진혁의 뇌 속에는 자율적으로 각성한 [천마마안]이 냉혹하게 현재 상태를 투사하고 있었다.

“후우…….”

진혁이 낮게 숨을 내쉬며 피로 얼룩진 검을 다시 고쳐 잡았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저 멀리 구름 위에 우뚝 솟은 티타늄 타워의 정점, 모든 것의 원흉인 진무극과 '프로토콜 00호'가 기다리는 마스터 돔이었다.

상층부 외각의 완충 지대는 완전히 진혁의 수중에 들어왔다.

백무현은 후퇴했고, 타워의 1차 방어선은 붕괴했다.

비록 육신은 찢겨 나갈 듯 아팠지만, 진혁의 눈빛은 오히려 더욱 차갑고 날카롭게 빛났다.

삐이익—! 쾅!

그때, 멀리서 윤아영의 음성이 암호화된 주파수를 타고 진혁의 귓속에 박혔다.

[진혁 씨! 제어실 쪽 메인 서버가 완전히 차단됐어요! 타워 내부의 모든 예비 전력이 마스터 돔으로 집중되고 있어요! 지금 당장 그곳을 부수지 않으면……!]

“알고 있다.”

진혁이 낮게 뇌까리며 시선을 거두었다.

그가 발을 디딜 때마다 아스팔트 바닥이 거미줄처럼 갈라졌다.

지상에서는 저항군과 니르바나가, 이 공중의 최정점에서는 오직 자신만이 이 디스토피아의 심장을 부수기 위해 칼을 겨누고 있었다.

진혁이 [마광신보 - 극]을 다시 한번 발동했다.

슈우우웅——!

칠흑의 잔상이 밤하늘의 뇌전 속으로 스며들며, 최후의 결전지를 향해 수직으로 쏘아 올려졌다.

타워의 깊은 어둠 속에서, 마침내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쿠구구궁—!

신서울의 밤하늘을 가르는 낙뢰처럼, 칠흑의 잔상이 상층부 외각의 붕괴된 회주랑을 가로질렀다.

진혁의 몸이 허공을 차고 오를 때마다, 대기 중에 흩어져 있던 미세한 마기와 플라즈마 입자들이 거대한 소용돌이를 그리며 꼬리를 물었다.

단전의 출력은 여전히 78,000 MW를 상회하고 있었다.

인간의 형태를 한 생체 무기라고 해도 믿을 수 없을 만큼 폭등한 에너지는, 역설적으로 진혁의 육신을 시시각각 파괴해 나가고 있었다.

두두두두두——!

“크윽……!”

혈관을 타고 흐르는 에너지가 신경쇠약을 일으키며 온몸의 세포를 짓눌렀다.

피부 아래로 얽혀 있는 은빛 회로가 핏빛으로 물들어 펄스처럼 뛰고 있었다.

하지만 진혁은 이를 악물며 신체 감각을 강제로 차단했다.

고통은 단지 신경계가 전달하는 전기 신호에 불과하다. 그 신호에 굴복하는 순간, 1,000년 전의 잔재와 자본이 만든 거대한 감옥 속에서 영원히 허우적거리다 부서질 뿐이다.

내 안의 힘은 누군가 빌려준 것이 아니다.

내가 쌓고, 내가 찢어발기며 완성한 나의 무공이다.

마음을 다잡자마자 단전에서 요동치던 마기가 한 점으로 응축되었다.

그와 동시에 [천마마안]이 전개되며 시야의 해상도가 극한으로 끌어올려졌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티타늄 타워의 최고 보안 구역인 '마스터 돔'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철옹성, [천상관문 제2구역]이었다.

콰아아앙!

진혁의 몸이 허공에서 그대로 꽂히며 거대한 철제 바리케이드 위로 착지했다.

지면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사방으로 파편이 튀었다.

“침입자 확인! 타워 최상층 방어 프로토콜 작동!”

“목표물은 실험체 07호! 전원 사격 개시!”

비상 경보음이 귀를 찢을 듯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마스터 돔을 수호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블랙 가드의 정예 친위대, '팬텀 가드' 일개 소대가 일제히 기어나왔다.

그들의 손에 들린 것은 일반 화기가 아니었다.

신서울 하층민 수십 명의 생체 에너지를 압축해 발사하는 대(對)초인용 고주파 플라즈마 캐논이었다.

슈우우웅—— 콰광!

십수 개의 플라즈마 광선이 진혁이 서 있는 곳을 무참히 짓밟았다.

폭발의 여파로 상층부의 강화 유리 바닥이 통째로 증발하며 시뻘건 화염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 불길 속에서 진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 어디로 갔지?”

“위다! 위를 봐라!”

팬텀 가드 대장 의광의 목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파지지직——!

시퍼른 뇌전과 칠흑의 마기가 뒤섞인 검광이 머리 위에서부터 수직으로 내리꽂혔다.

[마광신보 - 극(極)]의 경지. 빛의 속도에 가까운 기동력으로 공중을 장악한 진혁이 개량형 천마검을 내리친 것이다.

콰아아아궁!

“크아아악!”

가장 앞에 있던 팬텀 가드 대원의 방어막이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다.

검끝에서 터져 나온 [고주파 마검강]은 단순히 장갑을 베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내장된 4세대 생체 코어의 분자 결합을 통째로 진동시켜 산산조각 내버렸다.

스으으—— 팟!

진혁은 멈추지 않았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사방으로 튀는 적들의 생체 코어 에너지를 [흡원천공 - 개량]으로 강제 흡수했다.

흡수된 에너지는 곧바로 손상된 신경계와 파열된 뇌혈관을 임시로 봉합하는 데 쓰였다.

출력이 순식간에 79,200 MW로 뛰어올랐다.

“이 괴물 자식……!”

남겨진 가드들이 일제히 소형 유탄을 발사하려 했지만, 진혁의 눈빛이 한 차례 번뜩이는 것이 더 빨랐다.

[만법귀마 - 파동 반사]

콰창!

적들이 쏜 플라즈마 탄의 주파수를 [천마마안]으로 순식간에 분석한 진혁이 검신을 가볍게 떨었다.

그러자 허공에 거대한 마기 파동이 형성되며, 날아오던 모든 탄환이 정확히 그 원본 궤적을 그리며 적들의 진형으로 되튀어 나갔다.

콰아아아앙!

“크윽……!”

“아아악!”

자신들이 쏜 화력에 스스로 휩쓸린 팬텀 가드 소대가 순식간에 고깃덩이로 변해 나자빠졌다.

진혁은 피투성이가 된 발걸음으로 그들의 시체를 밟고 지나쳐, 마스터 돔의 거대한 아치형 정문 앞에 섰다.

철컥, ㅡ 콰구구궁.

수십 톤짜리 티타늄 합금으로 주조된 정문이 양옆으로 갈라지며 열렸다.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차가운 냉기와 함께, 1,000년 전 마교의 유골 데이터가 뿜어내는 기괴하고도 압도적인 압박감이었다.

그리고 그 중앙.

모든 빛이 차단된 어둠 속에서, 은빛 나노 회로가 온몸을 감싸고 있는 거대한 배양 포트가 서서히 눈을 뜨고 있었다.

히이잉…… 쿵, 쿵.

포트 안의 액체 속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떠오르며 눈을 떴다.

강진혁과 단 1센티미터의 오차도 없이 일치하는 외모. 하지만 그 눈동자에는 인간의 온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칠흑보다 깊은 광기와 살수가 가득 담겨 있었다.

[SYSTEM INFO: 경고. 프로토콜 00호(완전체)가 가동되었습니다.]

[SYSTEM INFO: 마스터 보안 코드가 입력되었습니다. 사용자 인증 절차를 무시합니다.]

시스템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진혁의 머릿속에 직접 박히는 00호의 차가운 파동이었다.

[오랫동안 기다렸다, 본체.]

포트의 강화 유리가 박살 나며 쏟아지는 액체 속에서, 00호가 가볍게 착지했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진혁의 개량형 천마검과 완전히 똑같은 형태의 칠흑빛 검이었다.

아니, 오히려 더 매끄럽고 완벽하게 기계와 마기가 융합된 완성형의 병기였다.

“본체라…….”

진혁이 입술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낮게 웃었다.

입꼬리가 비틀리며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마스터 돔 전체의 공기를 얼어붙게 만들기 충분했다.

“네놈은 그냥 찌꺼기일 뿐이다. 내가 버린 낡은 껍데기에 불과해.”

[말은 잘하는군. 하지만 네 육신은 이미 한계다. 78,000 MW? 그 허접한 출력으로는 내 완벽한 코어를 뚫을 수 없다.]

슈우우우웅——!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00호의 몸에서 폭발적인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그의 단전 출력은 진혁을 아득히 뛰어넘는 85,000 MW.

티타늄 그룹이 수십 년간 축적해 온 모든 기술과 고대 마교의 유골 데이터를 총동원해 만들어낸, 진정한 의미의 '최종 그릇'이었다.

콰아아앙!

단 한 번의 발구름만으로 마스터 돔의 바닥이 수십 미터 폭으로 꺼졌다.

00호의 모습이 시야에서 지워졌다.

[마광신보 - 극(極)]!

진혁과 완전히 똑같은,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정교하게 연산된 고속 보법이 공간을 찢고 진혁의 측면으로 파고들었다.

챙————!

귀를 찢는 고주파 마검강의 충돌음이 돔 안을 울렸다.

두 레이저 검이 부딪치는 접점에서 시퍼른 스파크와 칠흑의 마기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크윽……!”

압도적인 출력 차이였다.

신체적 한계에 부딪친 진혁의 몸이 뒤로 반 스텝 밀려났다.

00호의 검끝이 진혁의 어깨를 스치며 나노마갑의 방어막을 찢고 핏줄기를 튀겼다.

[끝이다, 강진혁. 네가 걸어온 길은 결국 나를 완성하기 위한 밑거름에 불과했어.]

00호가 비웃음을 흘리며 검을 번개처럼 휘둘러 베어 들어왔다.

마스터 돔의 거대한 돔 지붕 위로 두 사람의 잔상이 얽히며 신서울의 밤하늘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혁은 눈을 감지 않았다.

오히려 [천마마안]을 극한까지 개방하여 00호의 기혈 흐름과 나노 회로의 미세한 동기화 오차를 꿰뚫어 보았다.

기계가 계산할 수 없는 영역.

데이터가 담아낼 수 없는, 오직 죽음의 문턱을 수없이 넘나든 무인만이 깨달을 수 있는 영역.

“밑거름?”

진혁이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차가운 살소를 지었다.

“착각하지 마라. 그 썩어 빠진 데이터 쪼가리에 영혼을 판 건 네놈들이다.”

콰구구구궁——!

진혁의 단전에서 잠들어 있던 마기가 폭발적으로 역류했다.

한계치를 아득히 넘은 79,000 MW, 그리고 그를 넘어서는 순수한 무인의 의지.

진혁이 두 손으로 개량형 천마검을 쳐어쥐며 상반신을 비틀었다.

지상의 모든 에너지를 집어삼킬 듯한 기세로, 칠흑의 마기와 푸른 뇌전이 검신 위로 얽혀들었다.

[신천마신공 제5단계 - 초월천마경]

[천마일검 - 개량(改)]

지상의 모든 불빛이 일제히 꺼진 듯한 순간, 신서울의 밤하늘을 두 쪽으로 갈라버릴 최후의 참격이 마스터 돔의 정점에서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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