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전용 사이트예요. 댓글·로그인·좋아요는 준비 중이에요.
‹프로토콜: 천마 · 98화목차

제98화 백무현과의 전초전

지하에서부터 몰아치던 폭풍은 마침내 신서울의 가장 높은 곳, 상층부의 화려한 대리석 대로 위에 도달했다.

아폴론의 성문을 넘어 펼쳐진 대로는 밤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마천루들의 불빛 속에서 차가운 철제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단전에서 끓어오르는 출력은 이미 75,000 MW를 아득히 상회하고 있었다. 뇌혈관의 미세 파열로 인해 시야가 붉게 물들었지만, 강진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스으으읍-

숨을 내쉴 때마다 입술 사이로 검붉은 마기가 증기처럼 피어올랐다. 세포 하나하나가 과부하로 인해 비명을 질렀으나, 그것은 오히려 그를 속박하던 시스템의 잔재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해방의 진동이었다.

그때였다.

-쾅! 쾅! 쾅!

상층부 중앙 대로의 거대한 티타늄 합금 바닥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지축을 울리는 중저음의 기계 마찰음과 함께, 수백 톤의 방어벽을 뚫고 하나의 거대한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블랙 가드 총사령관, 백무현.

인간의 형체를 완전히 벗어난 전신 사이보그의 위용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은빛 크롬 합금으로 주조된 3미터에 달하는 거구, 어깨 부위에 장착된 다연장 플라즈마 포탑, 그리고 등 뒤에서 은은하게 회전하는 A급 융합 코어의 푸른빛은 그가 걸어오는 공간마다 공기를 바이브레이션 형태로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강진혁."

백무현의 입 모양에서 흘러나온 것은 인간의 성대가 아니라, 고성능 음성 변환 유닛이 뿜어내는 기계적인 합성음이었다.

"폐기장 바닥에서 쥐새끼처럼 기어 다니던 실험체 07호가 여기까지 올라올 줄이야. 이현도 그 미치광이의 실패작인 줄 알았더니만……."

슈우우웅-!

백무현의 전신 장갑 틈새로 고압의 질소 냉각수가 뿜어져 나왔다. 그의 코어 출력만 해도 50,000 MW에 육박했다. 현대 군사 기술이 만들어낸 최강의 살인 병기이자, 티타늄 그룹의 어둠을 지탱하는 철옹성 같은 존재.

하지만 강진혁은 그를 바라보며 차갑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말이 많구나, 철덩어리."

"방정맞은 입을 찢어주마. 넌 내 코어의 연료로 쓰이기에도 아까운 고철더미일 뿐이다!"

쿠구구구궁!

백무현의 발밑에서 강력한 중력 제어 장치가 가동되었다.

그 순간, 공간이 반으로 쪼개지는 듯한 파열음과 함께 백무현의 거대한 사이보그 육체가 사라졌다.

초당 200미터.

일반적인 초인들의 반응 속도마저 아득히 초월한 초음속의 돌진이었다. 눈앞에 나타난 백무현의 거대한 주먹은 이미 마음의 경지를 넘어선 공간 압축력을 동반한 채 강진혁의 안면을 향해 쇄도하고 있었다.

-콰아아아앙!

하지만 강진혁의 눈은 감기지 않았다.

[천마마안(天魔魔眼)].

심법의 극의로 개안한 통찰의 안광이 백무현의 기계 회로 흐름과 코어의 미세한 동력 전달 경로를 프레임 단위로 쪼개어 읽어내고 있었다.

스으으윽.

강진혁의 몸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옆으로 미끄러졌다. 백무현의 주먹이 스쳐 지나간 자리의 공기가 진공 상태가 되며 폭발음을 터뜨렸다.

"뭐……?!"

백무현의 음성 합성 유닛에서 당황스러운 노이즈가 튀어나왔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강진혁이 반격에 나섰다.

손에 쥔 개량형 천마검에 검붉은 마기와 푸른 뇌전이 동시에 휘감겼다. 고주파 진동 파쇄 기술이 검신의 표면에서 미세하게 울부짖으며 공간을 찢어발겼다.

[고주파 마검강(高周波 魔劍剛)].

-챙강-!

첫 번째 충돌.

백무현이 급히 팔뚝의 나노 장갑을 들어올려 검을 막아냈으나, 두 에너지가 부딪히는 순간 발생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확산되며 주변의 가로등과 대리석 바닥이 먼지로 화했다.

"크윽……!"

백무현의 코어가 과부하 경고음을 울렸다. 단 1합 만에 자신의 방어 장갑에 균열이 가는 것을 느낀 백무현이 경악하며 뒤로 물러서려 했다.

하지만 강진혁의 발걸음은 이미 그보다 한 발 앞서 있었다.

[마광신보 - 극(極)].

칠흑의 잔상이 백무현의 시야를 완전히 흐려놓았다. 빛의 궤적조차 남지 않는 초고속 기동 속에서 강진혁의 몸이 백무현의 사각지대로 파고들었다.

두 번째 충돌.

천마검이 회전하며 백무현의 오른쪽 어깨에 박혀 있던 다연장 플라즈마 포탑의 연결부를 정확히 타격했다.

-지지직! 파직!

"크아아아악……!"

인간의 신경계와 연결된 사이보그 의수가 강한 고통을 호소하며 불꽃을 뿜어냈다. 플라즈마 포탑이 반으로 쪼개져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 안에서 새어 나오는 고압 에너지를 강진혁의 왼손이 본능적으로 움켜쥐었다.

[흡원천공 - 개량(改)].

"흡……!"

백무현의 코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막대한 에너지가 강진혁의 손바닥을 통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단전의 출력이 75,000 MW에서 단숨에 76,500 MW로 치솟았다. 뇌혈관을 타고 흐르던 통증이 일시적으로 가라앉으며, 온몸의 세포가 환희에 찬 비명을 질렀다.

"이 괴물 새끼가……! 내 에너지를 흡수해?!"

백무현이 광기에 찬 목소리로 남은 좌측 암드의 고출력 발칸 포를 영거리에서 난사하려 했다.

초당 수백 발의 철갑탄이 강진혁의 전신을 짓이기기 위해 쏟아지는 최악의 근접 상황.

그러나 강진혁의 표정은 여전히 얼어붙은 호수처럼 차가웠다.

세 번째 초차원 충돌.

강진혁은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온몸의 마기와 나노머신을 한 점으로 응축했다.

[천마무상체 - 마기 방벽].

-콰아아아아아방-!

백무현의 영거리 발칸 난사가 강진혁의 전신을 강타하며 엄청난 화염과 연기를 피어올렸다. 상층부 중앙 대로 전체가 진동하며 거대한 크레이터가 파여 나갔다.

연기가 걷히고, 그 중심에 서 있는 자는 누구였는가.

옷자락은 일부 불탔지만, 강진혁의 육체는 백무현이 쏟아부은 탄환들을 고스란히 흡수하거나 튕겨낸 채, 단 1밀리미터도 물러서지 않고 서 있었다.

그의 오른손에 들린 개량형 천마검이 백무현의 심장 부근, 즉 A급 융합 코어가 박힌 정중앙을 겨누고 있었다.

"끝이다, 백무현."

강진혁의 입에서 낮게 울린 목소리가 백무현의 오디오 센서에 정확히 박혔다.

백무현의 거대한 사이보그 육체가 덜덜 떨렸다.

"크…… 크윽…… 어떻게…… 인간의 몸으로 이 출력을……!"

"네가 만든 기술 따위로, 내 무공의 끝을 정의하려 들지 마라."

슈아아아악-!

강진혁의 검이 백무현의 심장부를 관통하며, 상층부 하늘을 두 쪽으로 갈라버릴 듯한 참격이 터져 나왔다.

[천마일검 - 개량(改)].

-콰아아아궁-!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백무현의 전신 사이보그가 두 동강으로 갈라지며 바닥에 나뒹구었다. 중앙 코어가 완전히 박살 나며 뿜어져 나온 푸른 불꽃이 밤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총사령관의 패배.

하지만 강진혁은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시선을 다시 상층부 마천루의 가장 꼭대기, 모든 음모의 실체가 잠들어 있는 '마스터 돔'을 향해 돌렸다.

더 깊은 곳에서, 더 거대한 에너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우우웅……!

백무현의 잔해 속에서 튀어나온 푸른 코어 파편들이 강진혁의 손바닥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단전의 출력이 76,500 MW에서 다시 한번 요동치며 78,000 MW를 향해 치솟았다. 뇌혈관의 미세 파열로 인해 시야가 완전히 붉은색으로 물들었지만, 강진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이미 육체의 한계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시스템의 보조 없이 오직 자신의 의지와 마기만으로 버텨내는 이 감각이야말로 진정한 초월의 증거였다.

"후우……."

가쁜 숨을 내쉬며 고개를 치켜들자, 상층부 중앙 대로는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백무현과의 초고속 3합이 만들어낸 충격파는 수백 미터에 달하는 대리석 도로를 분진으로 만들었고, 사방의 마천루 외벽에는 거미줄 같은 균열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하지만 감탄할 시간은 없었다.

기계의 잔해 사이로, 더욱 거대하고 차가운 경보음이 신서울의 밤하늘을 찢어발기듯 울려 퍼졌다.

[WARNING: 마스터 돔의 보안등급이 최고 단계로 격상되었습니다.]

[ALERT: 침입자 제거 프로토콜, 최종 페이즈 가동.]

웅장한 기계음과 함께, 백무현이 지키던 중앙 대로의 끝에 위치한 거대한 철문이 양옆으로 스르륵 갈라졌다.

거기는 아폴론의 성문 너머, 티타늄 그룹의 심장부인 '마스터 돔'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이었다.

두두두두구-!

문이 열리는 순간,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에너지 파장이 강진혁의 피부를 따갑게 두드렸다.

일반적인 생체 코어의 출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수백 명의 상층부 특권층과 고대 마교 유골에서 추출한 에너지를 한데 모아 압축한, 국가 재난급의 거대한 인공 마기 플라즈마 에너지였다.

"나왔나."

강진혁의 흑안에 서늘한 살기가 어린 채 빛났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검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개량형 천마검의 검신은 방금 전 백무현의 코어 에너지를 흡수한 여파로 붉은색과 푸른색의 뇌전이 뒤섞인 기괴한 오색광을 뿜어내고 있었다.

스으으읍-

강진혁의 발밑에서 칠흑의 잔상이 일그러졌다.

[마광신보 - 극(極)].

그가 마스터 돔의 입구를 향해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쾅! 콰아아앙!

마스터 돔 내부의 어둠 속에서, 거대한 기계 장갑을 두른 수십 구의 자율형 특수 처형 병기, ‘아르카나-02’ 부대가 일제히 중화기를 난사하며 튀어나왔다.

초당 수만 발의 고주파 탄환과 플라즈마 광선이 일직선으로 강진혁의 궤적을 덮쳤다.

"방해꾼들이 꼬이는군."

강진혁은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신에 흐르는 마기를 폭발시키며 정면으로 돌진했다.

[천마무상체 - 마기 방벽].

-콰아아아아방!

사방에서 쏟아지는 광선과 탄환이 강진혁의 마기 방벽과 부딪히며 거대한 불꽃의 폭풍을 일으켰다. 탄막의 폭우 속에서도 강진혁의 속도는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가속화되었다.

"만법귀마(萬法歸魔)."

낮게 읊조린 그의 입술 사이로 기류가 소용돌이쳤다.

적들이 쏟아부은 플라즈마 에너지의 주파수와 공진 주파수를 [천마마안]으로 순식간에 분석해낸 강진혁의 왼손이 허공을 크게 휘저었다.

-슈우우웅!

날아오던 수백 발의 고주파 탄환들이 에너지를 잃고 궤도를 이탈하더니, 사방으로 반사되어 아르카나 병기들의 관절과 코어를 정확히 타격했다.

-파직! 쿠당탕탕!

단 한 번의 파동 반사만으로 최정예 자율형 처형 병기 수십 구가 고철더미로 변해 바닥에 나뒹구었다.

멈춰 서지 않고 전진하던 강진혁의 눈앞에, 마침내 마스터 돔의 최정점에 위치한 거대한 유리 돔과 그 중앙에 놓인 왕좌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 마천루의 꼭대기, 신서울의 밤하늘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아폴론의 왕좌.

그곳에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치이익-

왕좌 뒤편의 거대한 홀로그램 스크린이 켜지며, 차갑고 기계적인 음성이 돔 전체를 울렸다.

[실험체 07호, 강진혁.]

음성의 주인공은 진무극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현도도 아니었다.

그것은 티타늄 그룹의 메인 서버 그 자체이자, 1,000년 전 천마의 유골 데이터를 최초로 해석해 이 모든 비극을 설계한 시원의 목소리였다.

[네가 여기까지 도달할 확률은 연산 결과 0.01% 미만이었다. 경이롭군. 인간의 육체로 시스템의 통제를 벗어나 이 경지에 이르다니.]

"소리만 요란하군. 숨어 있지 말고 나와라."

강진혁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개량형 천마검을 왕좌를 향해 겨누며 한 걸음씩 다가갔다.

[숨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미 이 신서울의 네트워크 그 자체와 동화되어 있다. 네가 부순 것은 단지 껍데기들에 불과해, 진혁아.]

스크린의 홀로그램이 일그러지며 거대한 형태의 붉은 눈동자 형상을 만들어냈다.

[진무극이 네게 심어놓았던 것은 단순한 그릇이 아니었다. 1,000년 전 마교의 지존이 남긴 ‘천마신공’의 최종 데이터. 그 완성형을 세상에 구현하기 위해 너는 길러진 것이다.]

"알고 있다."

강진혁의 입꼬리가 비틀리며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그래서 뭐 어쩌겠다는 거지? 그 껍데기와 데이터 조각 따위로 내 심장을 멈추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아니. 네가 그토록 강해졌기에 비로소 자격이 생긴 것이다.]

쿠구구구궁-!

마스터 돔의 바닥 전체가 거대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왕좌 아래의 대리석 바닥이 양옆으로 갈라지며, 지금까지 감추어져 있던 지상 최대의 배양 포트가 서서히 지하에서부터 밀려 올라왔다.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푸른색의 고압 마기 기운은 앞서 흡수한 모든 코어의 출력을 합친 것보다도 압도적이었다.

[이것이 네가 부수어야 할 마지막 적이자, 너 자신이 될 뻔했던 존재다.]

배양 포트의 액체가 빠져나가고, 그 안에서 눈을 뜬 존재를 본 순간——

강진혁의 흑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거기에 서 있는 자는……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이마부터 목덜미까지 고대의 흑색 마교 문신과 현대의 나노 회로가 흉측하게 얽혀 있는, 진정한 의미의 '완벽한 천마(天魔)'의 형상을 한 생명체였다.

[프로토콜 00호 - 완전체(完全體).]

시스템의 차가운 알림음과 함께, 그 괴물이 천천히 눈을 뜨며 강진혁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오랫동안 기다렸다, 본체."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마기를 폭발시키는 00호의 기운이 신서울 전체의 하늘을 뒤흔들고 있었다.

강진혁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터질 듯한 단전의 출력을 80,000 MW를 향해 마지막으로 끌어올렸다.

눈앞의 괴물을 부수고, 모든 음모의 근원을 박살 내기 위한 최후의 혈전이 마침내 그 막을 올리고 있었다.

다음 화 바로보기 ›
이 작품, 여기까지 어떠셨나요? ★ 별점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