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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92화목차

제92화 고주파 입자포 대 뇌전마강

쿠구구구구-!

신서울의 암흑을 가르는 거대한 크로노스 타워의 최상층.

철근과 티타늄 합금이 비명을 지르며 찢겨 나갔고, 사방으로 튀는 스파크가 허공을 새하얗게 물들였다.

기계와 생체 조직이 기괴하게 뒤틀린 잔해 속에서, 강진혁의 발걸음은 멈추는 법이 없었다.

슈우우-

목과 손목을 따라 흐르던 은빛 회로 선이 짙은 암흑의 마기와 얽혀 핏빛으로 번뜩였다. 그의 눈동자, 즉 천마마안(天魔魔眼)에 담긴 시야는 이미 물리적인 차원을 아득히 벗어났다. 공간의 흐름, 기류의 결, 그리고 눈앞에 버티고 선 거대한 쇳덩어리의 코어 회로까지 전부 투명하게 꿰뚫고 있었다.

-출력 61,200 MW.

시스템의 도움 따위는 처음부터 필요 없었다.

오직 스스로의 심법과 단전의 폭발적인 회전만으로 뿜어져 나오는 순수한 에너지가 혈관을 타고 전신을 휘감았다.

“크로노스. 네가 숨겨둔 마지막 장난감치고는, 소란스럽기만 하군.”

진혁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온몸에서 증기를 뿜어내며 기괴한 형체를 드러낸 '메카 크로노스'가 버티고 있었다.

이현도의 잔존 의식과 최고급 군사 나노머신, 그리고 인공지능 메인프레임이 삼중으로 융합된 철의 거신. 그것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1,000년 전 마교의 유골 데이터와 티타늄 그룹이 수십 년간 갈취한 생체 실험의 정수가 집약된, 인류 역사의 악몽 그 자체였다.

-콰아아앙!

메카 크로노스의 거대한 몸체가 지면을 박찼다.

수십 톤에 달하는 기계 장갑이 움직일 때마다 타워 전체가 종이장처럼 흔들렸다.

[지옥으로 꺼져라, 실험체 07호……! 네놈이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죽음과 파멸뿐이다!]

이현도의 왜곡된 음성이 음성 변조 장치를 거쳐 타워 내부를 쩌렁쩌렁 울렸다.

동시에 메카 크로노스의 가슴 중앙에 장착된 대형 생체 코어에서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휘이익-!

공기의 온도가 한계치까지 치솟았다.

단 한순간에 철판이 녹아내릴 정도의 초고온, 초고주파의 에너지가 한 점으로 응축되기 시작했다.

‘초고온 고주파 입자포.’

티타늄 그룹이 개발한 최종 병기 중 하나.

방출되는 순간 수백 미터 전방의 모든 유기물을 분자 단위로 분해해 버리는 끔찍한 파괴광선이었다.

즈우우우웅-!

광채가 극한에 달한 그 순간.

콰광-!

눈이 멀 정도의 섬광과 함께, 가슴 중앙의 포구에서 세상을 태울 듯한 붉고 푸른 고주파 입자포가 일직선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 위력은 타워의 내부 구조물을 순식간에 증발시키며 진혁을 향해 쇄도했다. 피할 공간조차 없었다. 아니, 애초에 피할 생각도 없었다.

진혁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반가운 기술이군. 하지만 제법이 그 모양이라서야.”

진혁의 단전이 역류하듯 맹렬하게 요동쳤다.

6만 MW를 상회하는 출력이 단 한순간에 심장을 거쳐 전신의 경락으로 뻗어 나갔다.

후우우웅!

진혁의 몸을 감싸고 있던 칠흑의 마기가 순식간에 형태를 바꿨다.

나노머신과 마기가 물리적 한계를 초월해 결합하는 궁극의 방어 형태, [나노마갑 2단계]가 전신을 단단하게 감쌌다.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진혁은 오른손에 쥔 개량형 천마검을 비스듬히 치켜들며, 그 검신에 자신의 모든 마기와 뇌전을 끌어모았다.

[뇌전마강 - 십자참(十字斬) 개량(改)]

지지직-!

칠흑의 마기 속에 파직거리는 푸른 뇌전이 얽히며, 세상의 모든 빛을 집어삼킬 듯한 거대한 십자 형태의 검강이 완성되었다.

입자포가 진혁의 코앞까지 도달한 바로 그 찰나.

쿠구구구구구-!

진혁이 검을 앞으로 거칠게 밀어 넣었다.

단순한 참격이 아니었다. 적의 에너지를 베어내고 흡수하는 [흡원천공]의 원리를 극단적으로 응용하여, 날아오는 입자포의 주파수와 공진을 맞추는 경지.

‘만법귀마(萬法歸魔)의 파동 반사!’

콰아아앙!

천지를 뒤흔드는 폭음과 함께, 메카 크로노스가 쏜 고주파 입자포가 진혁의 십자 검강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눈을 뜰 수 없는 충격파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타워의 강화 유리 돔이 박살 나며 수천 조각의 유리 조각이 허공으로 비처럼 쏟아졌다.

[크아아악?! 이, 이게 무슨……!]

이현도의 경악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메카 크로노스의 최대 출력을 짜내어 발사한 입자포가 진혁의 검끝에 닿는 순간, 흩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진혁의 마기에 휘감겨 역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진혁의 눈에 푸른 불꽃이 거칠게 타올랐다.

“네가 준 기술이다. 하지만 그걸 내 것으로 만든 건 나지.”

우드득, 우두둑-!

진혁의 전신 근육이 한 차례 더 부풀어 올랐다.

압도적인 출력의 압박 속에서도 진혁의 무릎은 단 1센티미터도 밀려나지 않았다. 오히려 흡수하고 정제된 입자포의 에너지가 천마검의 검신을 타고 더욱 흉포한 빛을 뿜어냈다.

슈아아아아-!

진혁이 검을 위로 거세게 쳐올렸다.

그러자 메카 크로노스가 쏜 입자포는 완전히 방향이 꺾여, 오히려 고스란히 메카 크로노스 자신의 거대한 가슴팍을 향해 튕겨 나갔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끄으으으윽……! 으아아아아!]

자신이 쏜 파괴광선에 스스로 명중당한 메카 크로노스의 가슴 부위가 처참하게 찌그러졌다.

초고온의 고주파 에너지가 내부 회로를 사정없이 녹여내며 수백 개의 스파크를 연쇄적으로 터뜨렸다. 기계 장갑이 붕괴하고, 비틀린 철판 사이로 역겨운 생체 냉각수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는 메카 크로노스의 꼴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전신 회로가 과부하를 일으켜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았고, 이현도의 의식을 지탱하던 중앙 프로세서는 쉴 새 없이 경고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Warning! 코어 안정성 12% 이하로 급감.

-시스템 강제 셧다운 임박.

진혁은 그 거대한 철의 거신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차가운 흑안에는 일말의 자비도 남아 있지 않았다.

숨을 고를 필요도 없었다.

단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6만 MW의 에너지는 여전히 태풍처럼 맹렬하게 회전하고 있었다.

슈욱-

진혁의 몸이 허공에서 일그러졌다.

[마광신보 - 극(極)]의 경지. 빛의 잔상조차 남기지 않는 극한의 속도로 진혁의 형체가 메카 크로노스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끝이다, 이현도.”

진혁의 중얼거림과 함께, 칠흑의 마기와 뇌전이 응축된 개량형 천마검이 메카 크로노스의 흉부, 가장 깊숙한 곳에 박혀 있던 핵심 생체 코어를 향해 무자비하게 찔러 들어갔다.

다음 순간, 타워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파열음이 신서울의 밤하늘을 갈라놓았다.

콰아아앙!

최상층의 바닥이 통째로 함몰되며 엄청난 진동이 일어났다.

메카 크로노스의 흉부에 박힌 개량형 천마검은 단순한 물리적 찌르기가 아니었다. 그 안에는 진혁이 지금까지 흡수하고 정제해 온 수만 MW의 마기와 고주파 진동 에너지가 압축되어 있었다.

[크아아아아……! 말도 안 돼! 내 시스템이…… 내 완벽한 진화가 이렇게 무너진단 말인가!]

이현도의 절규가 음성 변조 회로를 넘어 찢어지는 소리로 타워 안을 메웠다.

메카 크로노스의 전신에 박혀 있던 수천 개의 인공 신경 회로가 연쇄적으로 파열하며 하얀 연기를 뿜어냈다. 기계와 생체 조직이 엉겨 붙어 있던 거대한 흉부가 진혁의 검끝을 중심으로 쩍쩍 갈라졌다.

우드득, 쿠구구구-!

중앙 코어에서 흘러나온 고압의 생체 냉각수가 바닥으로 쏟아지며 사방에 매캐한 화학물질 냄새가 진동했다.

진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 광경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손에 쥔 천마검은 적의 에너지를 베어낼수록 더욱 짙고 시커먼 마기를 뿜어내며 흉포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완벽한 진화? 너희들이 만든 건 진화가 아니라 인간을 부품으로 쓰는 거대한 도살장에 불과했다.”

진혁의 목소리는 서늘한 얼음장 같았다.

그가 검을 비틀며 단전의 출력을 한 차례 더 끌어올렸다.

-부웅!

[경고! 코어 파쇄율 95% 돌파!]

[중앙 프로세서 응답 없음. 시스템 붕괴 임박.]

메카 크로노스의 내부에서 끊임없이 울리던 경고음이 이내 처참한 단마로 변해 꺼져갔다.

거대한 철의 거신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수십 톤에 달하는 하중이 바닥을 때리며 거대한 균열을 만들었지만, 진혁은 그 위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이현도. 네가 남긴 마지막 의식도 여기까지다.”

진혁이 단숨에 검을 뽑아 올렸다.

동시에, 메카 크로노스의 가슴 중앙에 박혀 있던 코어 유닛이 팟, 하고 요란한 스파크를 튀기며 사방으로 박살 났다.

콰아아앙-!

마지막 대폭발과 함께 메카 크로노스의 상체가 완전히 형체를 잃고 산산조각 났다.

더 이상 이현도의 의식을 지탱할 수 없게 된 기계 장해물들은 고철 덩어리로 변해 바닥을 이리저리 구르다 이내 멈춰 섰다.

고요함이 찾아왔다.

사방을 가득 채우던 폭발음과 경고음이 멎고, 부서진 돔 지붕 너머로 신서울의 차가운 밤바람이 거칠게 불어 들어왔다.

슈우우-

진혁은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천마검을 거두었다.

목과 손목을 따라 흐르던 은빛 회로 선이 잔잔하게 맥동하며 안정을 찾았다. 단전에서 요동치던 6만 MW 이상의 출력도 서서히 정제되어 완벽한 통제 아래로 들어왔다.

[SYSTEM INFO: 전투 상황 종료.]

[메카 크로노스 및 잔존 데이터베이스 완전 소멸 확인.]

시스템의 보조 없이 오직 자신의 감각만으로 이뤄낸 완벽한 승리였다.

하지만 진혁의 시선은 부서진 메카 크로노스의 잔해에 머물지 않았다. 그의 천마마안은 이미 타워의 바닥, 그 아래 감춰진 거대한 지하 격리실을 꿰뚫고 있었다.

‘이현도의 1차 연구소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그곳에 숨겨진 진짜 원점.’

이현도가 소멸하기 직전 남겼던 마지막 유언이 머릿속을 스쳤다.

‘티타늄 그룹의 진짜 주인은……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곳에 있다…….’

진혁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말려 올라갔다.

진무극이 죽고, 이현도의 메카닉마저 부서졌음에도 불구하고 티타늄 그룹의 뿌리는 아직 완전히 뽑히지 않았다. 그들이 1,000년 전 마교의 유골 데이터와 천마 프로토콜을 이용해 꾸미던 진짜 최종 목적이 무엇인지, 그 실체가 숨겨진 장소가 바로 저 아래에 있었다.

달깍-

진혁의 부츠가 부서진 철판을 밟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최상층 코어의 중앙 제어실로 향하자, 파괴된 메카 크로노스의 잔해 속에서 미세하게 깜빡이는 하나의 비상 단말기가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는 암호화된 데이터 파일 하나가 깜빡이고 있었다.

[프로토콜 00호: 최종 기어 마스터 파일 및 지하 최하층 좌표]

진혁은 잠시 멈춰 서서 그 단말기를 내려다보았다.

윤아영이 멀리서 보낸 서포트 메시지가 시야의 구석에 짧게 스쳐 지나갔다.

[진혁 씨! 크로노스 타워 최상층 코어의 보안망이 완전히 다운됐어요! 하지만…… 지하 1,000층 아래에서 이상한 에너지 반응이 감지되고 있어요. 이건 지금까지의 데이터와는 완전히 다른데요?]

윤아영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진혁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단말기를 집어 들었다.

“다르기는.”

진혁의 낮은 목소리가 텅 빈 제어실에 울려 퍼졌다.

“끝장을 볼 때가 된 것뿐이다.”

그가 단말기를 가볍게 쥐어짜자, 기계 장치가 빠직 소리를 내며 완전히 부서져 내렸다.

진혁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크로노스 타워의 최하층으로 이어지는 비상 승강장으로 걸어갔다.

더 이상 망설임은 없었다.

6만 MW를 돌파한 초월천마경의 기세를 품은 채, 진혁의 검은 잔상이 신서울의 가장 깊은 어둠 속으로 수직 낙하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타워의 밑바닥에서부터 대지가 진동하며, 마침내 티타늄 그룹의 마지막 비밀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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