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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90화목차

제90화 <마안(魔眼)의 개안>

콰아아아앙——!

신서울 최상층, ‘아폴론의 왕좌’를 뒤흔드는 충격파가 만리장성을 무너뜨리듯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칠흑 같은 마기와 푸른빛의 고압 플라즈마가 맞부딪치며 발생하는 빛의 잔상은 밤하늘을 대낮처럼 환하게 밝혔다.

파(破)!

공기가 터지는 비명이 연쇄적으로 울렸다. 강진혁의 손에 쥔 개량형 천마검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시공간이 찌그러지는 듯한 기괴한 풍압이 일었다.

[SYSTEM ALERT!]

[경고: 외부 간섭 주파수 감지. 시각 센서 및 전술 HUD의 노이즈가 급증합니다.]

[수동 제어 모드 강제 유지 중…….]

시스템의 경고음은 이제 진혁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인공지능의 보조 연산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진혁은 오롯이 자신의 심장 부근에서 고동치는 단전의 파동에만 의존했다.

48,000 MW, 50,000 MW, 그리고 마침내 56,200 MW를 돌파한 생체 코어의 출력이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뻗어 나갔다. 그 에너지는 단순한 기계적 출력이 아니었다. 1,000년 전 마교의 유골 데이터와 현대 군사 기술이 융합되어 탄생한,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마기(魔氣)의 본질이었다.

지잉리링——!

그때, 진혁과 대치하고 있던 ‘프로토콜 00호’가 기괴한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섰다. 진혁의 외형을 고스란히 복제한 그 육체는 단순한 생체 클론이 아니었다. 진무극과 이현도가 1,000년 전 천마의 유골에서 추출한 원본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서울 전체의 전력을 흡수해 부화시킨 ‘불멸의 그릇’ 그 자체였다.

-크으으……!

00호의 입술 사이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피가 아니었다. 혈관을 가득 채운 고순도의 액상 나노머신과 고압 마기의 혼합물이었다. 00호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기괴한 이중 나선 형태로 회전했다.

슈우우우욱—!

공간이 왜곡되었다. 눈앞에 있던 00호의 형상이 갑자기 수십 개로 분열하며 진혁의 사방을 에워쌌다. 시각, 청각, 그리고 신경망에 직접 간섭하는 초전도 전자기 환술. 티타늄 그룹 최상위 연구소인 아폴론의 왕좌가 숨겨둔 궁극의 방어 메커니즘이자, 인간의 인지 능력을 완전히 마비시키는 가상현실 교란 필드였다.

-너는…… 내 껍데기에 불과하다.

사방에서 00호의 목소리가 겹쳐 들려왔다. 어디가 진짜고 어디가 환상인지 구분할 수 없다. 일반적인 초인이라면 이미 시각 신경이 타버리거나 뇌가 과부하로 녹아내렸을 터였다.

하지만 강진혁은 눈을 감았다.

“껍데기?”

진혁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말려 올라갔다. 그의 손에 쥔 천마검이 미세하게 떨렸다.

“착각하지 마라.”

탁.

진혁의 두 눈이 번쩍 떠졌다. 그 순간, 닫혀 있던 시야가 완전히 달라졌다.

현대 기술이 만들어낸 전자기 환술과 빛의 굴절, 그리고 00호가 뿌려놓은 수십 개의 잔상. 그 모든 화려한 속임수가 진혁의 눈에는 단지 ‘에너지의 흐름’과 ‘물리적 파동의 궤적’으로만 환산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이것은 인공지능이 계산해 준 데이터가 아니었다. 오직 고대 마공의 극의(極意)인 [천마심법(天魔心法)]을 극한까지 운용하여, 단전의 파동으로 주변의 모든 기류와 파장을 피부로 읽어낸 결과였다.

기계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눈에 보이는 거짓을 베고, 실체만을 꿰뚫는다.

그것이 바로 마교의 지존들이 도달하고자 했던 궁극의 감각.

[천마마안(天魔魔眼)]의 개안이었다.

“찾았다.”

진혁의 시선이 수십 개의 잔상 중 오직 한 곳을 정확히 관통했다. 동시에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가 폭발적으로 증폭했다.

콰아아앙!

[마광신보 - 극(極)!]

빛의 궤적조차 남지 않았다. 진혁의 잔상이 허공에 그어지며 환상으로 가득했던 공간 전체가 거울처럼 산산조각 났다. 수십 개의 잔상이 허탈하게 무너지고, 그 중심에서 진짜 00호가 경악 어린 눈으로 검을 들어 올렸다.

지이익-!

“커어어억……!”

00호의 방어막이 진혁의 검 끝에 닿는 순간, 처참한 소음과 함께 박살 났다. 개량형 천마검에 실린 56,200 MW의 출력이 00호의 어깨를 그대로 관통했다. 단순한 물리적 참격이 아니었다. 마기와 뇌전이 융합된 [뇌전마강]의 파동이 00호의 내부 나노 회로와 생체 코어를 직접 타격하여 기계적, 생물학적 기능을 동시에 마비시켰다.

-크윽…… 내, 내 코어가……!

“네가 가진 모든 기술, 모든 데이터, 모든 그릇의 형태.”

진혁이 차가운 눈으로 00호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00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막대한 에너지가 진혁의 손바닥을 타고 흡수되기 시작했다.

[SYSTEM WARNING: 흡수 용량을 초과하고 있습니다!]

[경고: 단전의 출력이 58,000 MW를 돌파했습니다. 육체적 부담 증가.]

“그 전부를 네놈에게서 빼앗아 주마.”

[흡원천공 - 개량(改)!]

스으읍——!

기괴한 소리와 함께 00호의 육체가 급격히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진무극이 자신의 영혼을 이식하기 위해 아꼈던 불멸의 껍데기. 천마의 유골 데이터로 주조된 궁극의 숙주. 그 막대한 에너지와 원본 데이터가 진혁의 단전으로 물처럼 밀려들어 왔다.

단전 내부에서 맹렬하게 회전하던 마기가 폭발적인 부피를 가지며 팽창했다.

58,000 MW.

59,000 MW.

그리고 마침내——.

[단전 출력: 60,000 MW 돌파.]

쿠구구구구구——!

신서울 상층부 전체가 거대한 진동에 휩싸였다. 진혁의 전신을 두르고 있던 은빛 회로 선들이 찬란한 금빛과 칠흑의 마기로 뒤덮였다. 더 이상 인간의 육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초월적인 에너지가 진혁의 주변 공간을 일그러뜨렸다.

-크아아아아……!

00호는 더 이상 저항하지 못했다. 그의 육체는 완전히 메말라 버렸고, 그 안에 담겨 있던 1,000년 전 마교의 유골 데이터는 고스란히 진혁의 뇌리와 단전으로 흡수되어 완벽한 ‘진짜 마공’의 원리로 재조립되었다.

툭.

껍데기만 남은 00호의 육체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진혁은 차가운 눈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시스템의 HUD는 이미 꺼진 지 오래였지만, 지금의 진혁에게는 그 어떤 화면도 필요하지 않았다.

자신의 감각, 자신의 의지, 그리고 자신만의 기혈 순환. 그 모든 것이 완벽하게 하나로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끝났나.”

진혁이 고개를 들어 창밖을 내다보았다. 아폴론의 왕좌 아래로 펼쳐진 신서울의 밤하늘은 여전히 거대한 메가 코퍼레이션의 불빛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진혁은 알고 있었다. 이 타워의 최상층을 무너뜨렸다고 해서 티타늄 그룹의 모든 악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진무극이 죽고, 이현도가 소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남겨둔 잔재와 기술적 네트워크는 여전히 신서울의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다.

삐비비빅——!

그때, 진혁의 품에 있던 마스터 보안 패드에서 작은 진동과 함께 하나의 데이터 파일이 전송되어 왔다. 그것은 윤아영의 단말기를 거쳐 들어온 긴급 메시지였다.

[진혁 오빠! 제2연구소의 잔당들이 움직이고 있어! 이현도가 남긴 진짜 본진이자, 모든 기계화 개조의 원점인 곳…… ‘크로노스 타워’ 쪽에서 비정상적인 출력이 감지됐어!]

크로노스 타워.

진세린이 언급했던, 이현도의 진짜 메인 연구소이자 최후의 거점.

진혁의 눈빛이 더욱 깊고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는 손에 쥔 개량형 천마검의 피를 툭 털어냈다.

검끝에서 흘러내린 칠흑의 마기가 바닥을 태우며 치직거리는 소리를 냈다.

“숨을 곳도 없다.”

진혁이 발을 구르는 순간,

콰아아앙——!

아폴론의 왕좌의 거대한 돔 지붕이 완전히 박살 나며, 진혁의 몸이 신서울의 밤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솟구쳤다. 그의 뒤로 칠흑의 날개 같은 마기의 잔상이 거대하게 펼쳐졌다.

목적지는 크로노스 타워.

모든 악의 뿌리를 완전히 뽑아버리기 위한 마지막 진군이 시작되고 있었다.

바람이 귓가를 찢을 듯 사나운 소리를 내며 스쳐 지나갔다. 신서울의 밤하늘은 거대 자본이 뿜어내는 인공 불빛으로 오색찬란하게 물들어 있었지만, 그 찬란함의 이면은 썩어 문드러진 거대한 무덤에 불과했다.

강진혁의 몸이 허공을 갈랐다. 5단계 초월천마경에 도달한 그의 육체는 이미 중력의 구속에서 벗어난 듯했다. 단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60,000 MW의 압도적인 에너지가 대기를 밀어내며 마기의 폭풍을 일으켰다.

슈우우우욱-!

마광신보의 극의를 펼친 진혁의 잔상이 상층 마천루의 스카이라인을 유성처럼 가로질렀다. 목적지는 제2계급 공업지대와 상층부의 경계에 숨겨진 철의 요새, ‘크로노스 타워’. 이현도가 생체 실험과 기계화 개조의 모든 기술을 집대성해 만든 지하 메인 연구소이자, 티타늄 그룹의 어두운 진실이 뿌리내린 진정한 본진이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시야의 전방으로 거대한 철탑의 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반적인 마천루와는 질적으로 다른, 수십 층 높이의 고강도 티타늄 합금 장갑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요새. 그곳이 바로 크로노스 타워였다.

콰아아앙!

진혁은 망설임 없이 크로노스 타워의 최상단 하부 승강장 돔을 향해 내리꽂혔다. 천마일검의 잔광이 밤하늘을 두 쪽으로 찢으며 거대한 철판을 종잇장처럼 박살 냈다.

요란한 경보음이 타워 전체를 진동시켰다.

[WARNING! 외부 침입자 감지!]

[보안 프로토콜 '오메가' 가동. 모든 방어 시스템을 전환합니다.]

지이잉— 지지직—!

타워의 벽면마다 숨겨져 있던 수백 개의 포문과 자율형 방어 로봇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진혁을 조준했다. 하지만 진혁의 표정은 추호의 흔들림도 없었다. 시스템의 HUD가 꺼진 지 오래였지만, 그의 눈앞에는 천마마안이 포착한 적들의 에너지 회로와 기계적 약점이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시끄럽군.”

진혁이 낮게 중얼거리며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아방!

단 한 번의 휘둠에 쏟아지던 플라즈마 탄막들이 역으로 튕겨 나가며 자율형 로봇들의 코어를 직격했다. 만법귀마의 파동 반사가 사방으로 확산하며 타워의 내부 방어망을 내부에서부터 붕괴시켰다.

타다닥-!

진혁의 발걸음이 승강장 바닥에 가볍게 닿았다. 그가 착지한 순간, 거대한 승강장 철문이 스르륵 소리를 내며 양옆으로 갈라졌다.

치익- 피식-!

차가운 냉기와 함께 짙은 화학 자극 냄새가 진동했다. 그 어두컴컴한 승강장의 중심에서, 지면을 뒤흔드는 거대한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쿵, 쿵, 쿵…….

“……이곳에 도달할 줄은 몰랐다만, 강진혁. 네놈의 그 오만한 발걸음도 여기까지다.”

쇳소리가 섞인 기괴하고도 음산한 목소리가 공간을 메웠다. 승강장 안쪽의 어둠을 뚫고 거대한 기계 거구의 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의 형체를 완전히 잃어버린 채, 수십 톤에 달하는 티타늄 합금 장갑과 고출력 플라즈마 제너레이터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신 사이보그 병기. 그 가슴팍 중앙에는 인간의 뇌와 척수 신경이 강제로 이식된 채 푸른빛의 섬광을 뿜어내는 거대한 코어가 박혀 있었다.

이현도.

아니, 자신의 육체를 버리고 기계와 마기를 융합해 불멸을 꾀하려던 첫 번째 대리인, ‘메카 크로노스’였다.

-내 연구의 완성을 방해하는 자는, 설령 그게 어떤 괴물이라 할지라도 용서치 않는다!

메카 크로노스의 거대한 팔뚝이 변형되며 수천 개의 고주파 바늘과 플라즈마 캐논이 전방을 겨누었다. 동시에 타워 전체의 전력이 그에게 집중되며 붉은색 경고등이 미친 듯이 깜빡였다.

쿠구구구구——!

진혁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메카 크로노스를 응시했다. 그의 손에 쥔 개량형 천마검에서 칠흑의 마기와 붉은 뇌전이 얽히며 터져 나갈 듯이 요동쳤다.

“기계 쪼가리로 영생을 얻는단 착각 속에 살던 놈들의 말로가 언제나 이 모양이지.”

진혁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올라갔다.

“네가 만든 그 고철 장갑째로, 네 뼛속까지 완전히 으깨주마.”

두 사람의 에너지가 충돌하며 크로노스 타워의 승강장 전체가 거대한 폭풍 속에 휩싸였다. 마침내 시작된 최후의 돌파, 그 피비린내 나는 혈전의 서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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