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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87화목차

제87화 데이터 강탈과 가짜의 종말

쿠구구구구——!

신서울 본사 타워 90층 메인 격리실의 천장이 거대한 진동과 함께 사정없이 무너져 내렸다. 칠흑의 마기와 푸른 뇌전이 뒤섞인 폭풍 속에서, 강진혁의 눈동자가 매섭게 빛났다.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빼닮은 채, 흉측한 생체 회로와 고대 마교의 이단적 마기를 뿜어내던 복제체—[프로토콜 00호]. 진무극과 이현도가 천마의 유골 데이터와 최첨단 군사 나노머신을 융합해 만들어낸 '최종 그릇'의 파편은, 진혁이 내지른 일격 앞에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콰아아앙!

[SYSTEM WARNING: 사용자 단전 출력 한계치 초과 임계점 도달.]

[경고: 현재 단전 출력 - 54,800 MW.]

[나노머신 동기화율 100% 유지. 자가 수복 회로 가동 중.]

시스템의 보조 HUD는 이미 영구 셧다운 상태였으나, 진혁의 뇌리에 각인된 신천마신공의 운기 궤적은 그 어떤 기계 장치보다 정확하게 육체를 통제하고 있었다.

"크아아아아……!"

복제체가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 검붉은 피를 토해냈다. 그것은 인간의 피가 아니었다. 1,000년 전 마교의 비급 속에서 추출한 혈마병의 독소와, 티타늄 그룹의 유전자 조작 배양액이 엉겨 붙은 인공 혈액이었다. 가짜는 어디까지나 가짜일 뿐. 진짜 '천마'의 길을 걷는 강진혁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진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손에 쥔 개량형 천마검의 자루를 더욱 강하게 그러쥐었다.

"네놈이 담아낸 건 1,000년 전의 썩은 유골 조각과 이현도가 싸구려 코드로 엮어낸 연산 장치에 불과하다."

차갑게 가라앉은 진혁의 음성이 격리실의 폭풍 속을 뚫고 울려 퍼졌다.

"내 단전에 흐르는 것은 기계가 계산해 낸 데이터가 아니다. 내가 직접 피를 흘리며 깨달은 무도(武道)의 진리다."

후우우웅!

진혁의 심장 부근에서 폭발적인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순간, 진혁의 왼손이 뻗어나가며 쓰러진 복제체의 가슴팍을 그대로 꿰뚫었다.

지익-! 우드득, 콰직!

"크윽……!"

복제체의 단전—생체 코어가 박혀 있는 심장 구역이 강진혁의 손아귀에 붙잡혔다. 진혁은 망설임 없이 비전(秘傳)의 운기조식을 가동했다.

[흡원천공 - 개량(改)]!

콰아아아아앙!

원래 흡원천공은 타인의 내력을 강탈하는 잔인한 마공에 불과했다. 그러나 진혁의 손에서 재창조된 흡원천공은 단순한 내력 흡수를 넘어섰다. 그것은 상대가 지닌 고대 마공의 운기 궤적, 군용 나노머신의 제어 프로토콜, 그리고 유전자에 각인된 최첨단 공학 데이터를 통째로 해체하여 자신의 마기로 정제해 흡수하는 궁극의 '데이터 강탈'이었다.

-파지지직, 지지직!

복제체의 몸 안에 흐르던 붉은빛의 혈마기(血魔氣)와 고출력 플라즈마 에너지가 역류하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빨대에 꽂힌 제방처럼, 복제체의 모든 에너지가 강진혁의 팔을 타고 단전으로 맹렬하게 빨려 들어갔다.

"크아아아아아아악——!"

복제체가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쳤지만, 이미 뼈와 살이 융합되어 가던 육체는 강진혁의 압도적인 마기 압력 앞에 순식간에 붕괴해 갔다. 에너지가 빠져나간 피부는 쪼그라들었고, 은빛으로 빛나던 군용 나노 회로는 과부하를 견디지 못해 툭툭 끊어지며 사방으로 튀었다.

[단전 코어 출력 상승: 54,800 MW → 56,200 MW!]

[고대 마교 마공 데이터베이스의 미비된 파편 12종을 흡수 및 정제합니다.]

[‘만법귀마(萬法歸魔)’의 연산 효율이 3.4% 상승합니다.]

머릿속을 스치는 방대한 데이터의 홍수. 하지만 진혁의 정신은 그 어떤 때보다 맑고 차가웠다. 이현도와 진무극이 수십 년간 연구해 온 마교 유골의 비밀, 그리고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의 육체를 영구히 지배하려 했던 '천마 프로토콜'의 모든 알고리즘이 진혁의 머릿속에서 낱낱이 해체되고 있었다.

가짜의 한계는 명확하다.

진혁은 복제체의 가슴에서 손을 휙 빼냈다.

투둑.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어 껍데기만 남은 복제체는 더 이상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한 줌의 재와 싸구려 금속 조각들만이 나뒹굴었다.

쿵.

복제체가 완전히 소멸한 것을 확인한 진혁이 고개를 들었다. 차가운 흑안이 메인 격리실의 천장을 뚫고 위로 향했다.

[SYSTEM INFO: 본사 타워 최상층, '아폴론의 왕좌'로 향하는 최종 승인 코드가 개방되었습니다.]

[주의: 잔류 에너지가 신서울 전역의 메인 그랜드 그리드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시스템의 음성은 아니었지만, 진혁의 육체적 감각과 나노마갑의 센서가 상층부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변화를 정확하게 읽어내고 있었다.

"끝이 아니란 건가."

진혁이 낮게 중얼거리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이현도의 잔존 의식을 부수고, 그가 만든 최종 복제체까지 짓밟았음에도 불구하고—티타늄 그룹의 본사 타워 최상층, 그곳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마지막 잔재가 남아 있었다.

지익, 지지직.

진혁은 바닥에 흩어진 파편들을 밟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가 걸을 때마다 바닥의 강화유리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가고, 발밑에서 피어오르는 칠흑의 마기가 주변의 공기를 차갑게 얼어붙게 만들었다.

흡수했던 56,200 MW의 출력이 단전 안에서 거칠게 소용돌이쳤다. 하지만 진혁의 표정에는 일그러짐조차 없었다. 방금 전 흡수한 고대 마공의 파편과 군용 회로의 노하우는, 진혁의 육체를 지탱하는 [나노마갑]의 방어력을 한 단계 더 경화시키는 데 완벽하게 기여하고 있었다.

[나노마갑 - 마기 방어력: 극대화.]

[신천마신공 제5단계 ‘초월천마경’의 혈관 동기화율 안정화.]

육체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병기로 변모했다. 이 상태라면, 설령 신서울의 모든 전력이 집중된 최상층의 방어막이라 할지라도 단칼에 베어낼 수 있었다.

쉬익— 쾅!

진혁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마광신보 - 극(極)의 보법을 전개한 그의 몸이 격리실의 잔해를 뚫고 그대로 천장을 향해 수직으로 사출되었다.

챙강-! 콰아아앙!

90층의 천장이 완전히 박살 나며, 칠흑의 유성이 상층부의 밤하늘을 갈라놓듯 치솟았다.

한편, 신서울 상층부의 외각—

차가운 밤바람이 몰아치는 테라스 구역.

"……!"

한쪽 구석에 몸을 숨긴 채, 진세린은 온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티타늄 그룹의 기밀 보안 패드가 들려 있었다. 패드의 화면에는 방금 전 90층 메인 격리실에서 벌어진 에너지 폭발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었다.

복제체의 소멸. 그리고 5만 6천 MW를 돌파한 강진혁의 압도적인 단전 출력.

"할아버지……."

진세린의 입술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가 믿고 따랐던 티타늄 그룹, 그리고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던 조부 진무극. 그 모든 것이 자신을 비롯한 실험체들을 '영생의 그릇'으로 만들기 위한 거대한 사기극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녀의 가슴속에는, 이제 슬픔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남은 것은 오직 차가운 분노와, 모든 것을 끝내야 한다는 광기 어린 결단뿐이었다.

삐리릭-!

진세린이 손에 쥔 패드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핏발이 서렸다.

"강진혁…… 네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어."

진세린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전신에 장착된 군용 생체 코어가 낮게 울부짖었다. 조부 진무극이 숨겨둔 최종 연구 프로젝트의 진실, 그리고 티타늄 그룹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보안 승인 코드.

그 모든 것을 손에 쥔 채, 진세린은 강진혁이 향하고 있는 최상층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다시 본사 타워 최상층.

쿠구구구구구——!

신서울의 모든 마천루가 진동했다. 지하에서부터 끌어올려진 거대한 플라즈마 에너지와 칠흑의 마기가 타워의 최정상, ‘아폴론의 왕좌’를 거대한 태풍처럼 집어삼키고 있었다.

슈우우욱— 콰아아앙!

칠흑의 잔상을 남기며 90층을 뚫고 올라온 강진혁이 마침내 최상층의 거대한 철문 앞에 착지했다.

쾅!

진혁의 군홧발이 바닥을 구르는 순간, 최상층 전체를 뒤덮고 있던 압도적인 중압감이 진혁의 어깨를 내리누르려 했다. 하지만 진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의 손에 들린 개량형 천마검에서 시뻘건 뇌전과 칠흑의 마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검신은 이미 적의 에너지를 베어낼 때마다 스스로 진화하여,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악하고도 찬란한 검강(劍剛)을 두르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나, 진무극."

진혁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말려 올라갔다. 눈앞의 거대한 철문 너머에서, 신서울의 운명을 결정지을 마지막 일전의 기운이 맹렬하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철컥- 우우우웅!

강진혁의 서늘한 목소리가 최상층의 공기를 찢어발기듯 울려 퍼지자마자, 거대한 철문이 양옆으로 밀려나며 굉음을 토해냈다. 마치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문 안쪽에서 터져 나오는 것은 빛을 삼킨 어둠이었다.

쿠구구구구——!

신서울 전역의 메인 그랜드 그리드에서 영끌된 수만 메가와트의 플라즈마 에너지가 가시적인 폭풍우가 되어 휘몰아쳤다. 그 중심부, 인공 태양처럼 눈이 멀 정도로 찬란하게 빛나는 '아폴론의 왕좌' 위에 하나의 실루엣이 우뚝 서 있었다.

치이익-!

강철과 생체 조직이 융합된 거대한 외골격 수트.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핏빛 마기와 백색의 고압 전류는 단순한 무기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어, 하나의 재앙적인 자연재해를 연상케 했다.

[SYSTEM WARNING: 최상층 구역 공간 왜곡 감지.]

[경고: 대상의 생체 코어 출력 - 62,000 MW 돌파.]

[주의: 천마 프로토콜의 마스터 코드가 해당 개체와 완전 동기화되었습니다.]

영구 셧다운된 HUD 대신, 진혁의 직관적인 센서가 상대의 압도적인 규격을 경고하고 있었다. 비록 본체인 진무극의 육체는 이미 스러졌거나 혹은 다른 형태로 변질되었을지라도, 그들이 남겨둔 최종 병기—[아수라 마장]의 파생형이자 신서울의 지배권을 상징하는 최후의 기계신(機械神)이 그곳에 도달해 있었다.

"……하."

진혁이 낮게 실소를 터뜨렸다. 손에 쥔 개량형 천마검의 검신이 맹렬하게 진동했다. 적의 코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거대하면 거대할수록, 검은 오히려 더욱더 탐욕스럽게 마기를 흡수하며 붉고 검은 뇌전을 사방으로 튀겼다.

[적합도 검사 불필요.]

[오직 베어야 할 대상만이 존재할 뿐이다.]

진혁의 두 눈이 기괴할 정도로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가 거창한 대사 한마디 덧붙이지 않은 채, 그대로 바닥을 박찼다.

쾅-!

[마광신보 - 극(極)]!

공기가 두 쪽으로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진혁의 잔상이 일직선으로 최상층의 왕좌를 향해 사출되었다. 빛보다 빠르게 쇄도하는 칠흑의 유성. 그것은 인간의 육신이 가속할 수 있는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완벽한 파괴의 화신이었다.

"크아아아아아——!"

아수라 마장이 괴규성을 지르며 거대한 철권을 내질렀다. 주먹이 스쳐 지나간 자리마다 공간 자체가 찌그러지며 고주파 진동의 충격파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신서울 전체의 마천루를 무너뜨리고도 남을 만한 일격.

하지만 진혁은 피하지 않았다. 아니, 피할 필요조차 없었다.

[신천마신공: 만법귀마 - 파동 반사 & 나노마갑 극화.]

우르릉 쾅쾅!

아수라 마장의 거대한 주먹이 진혁의 전신을 강타한 순간, 진혁의 몸을 두르고 있던 칠흑의 나노마갑이 충격을 흡수함과 동시에, 흡원천공의 역류 메커니즘을 응용한 파동 반사 회로가 즉각 가동되었다.

콰아아앙!

"크윽……?!"

기계음 섞인 비명과 함께, 압도적인 일격을 날렸던 아수라 마장의 거대한 팔뚝이 오히려 역으로 튕겨 나갔다. 진혁이 흡수한 충격 에너지를 단전에서 정제해 그대로 돌려준 탓이었다. 주인의 의지를 잃고 오직 메인 코드에만 의존해 움직이는 기계 병기의 치명적인 허점이었다.

놓치지 않는다.

진혁의 오른팔에 핏빛 마기가 소용돌이쳤다. 5만 6천 MW를 넘는 단전의 출력이 혈관을 타고 손끝으로, 다시 개량형 천마검의 검신으로 맹렬하게 집중되었다.

"끝내마."

툭, 하고 진혁의 입술이 달싹였다.

슈우우웅——!

천마검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 신서울의 밤하늘을 가르고 있던 구름과 플라즈마 폭풍이 거짓말처럼 반으로 갈라졌다. 뇌전과 칠흑의 마기가 완벽하게 압축되어 형성된 단 하나의 절대적인 참격.

[신천마신공 제5단계 - 천마일검(天魔一劍) : 개량(改)]!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세상의 모든 소음이 일시에 소거되었다. 오직 베어내는 것만을 위해 태어난 칠흑의 검광이 아수라 마장의 거대한 흉곽을 정중앙부터 아래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지익- 쭈우욱, 콰아아앙!

"제…… 럴……."

기계 장치의 음성 변환기를 거친 듯한 찢어지는 마찰음과 함께, 아수라 마장의 거대한 상체가 수직으로 두 쪽이 나며 양옆으로 무너져 내렸다. 폭발하는 플라즈마 불꽃이 최상층의 야경을 눈이 멀 정도로 환하게 물들였다.

쿠구구구궁……!

신서울의 왕좌를 지탱하던 메인 서버와 에너지 타워의 코어가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완전히 침묵했다. 티타늄 그룹이 수십 년간 쌓아 올린 자본과 기술의 탑, 그리고 인간을 통제하려던 모든 시스템의 중추가 강진혁의 칼끝 아래 완전히 붕괴한 것이다.

치이익…….

거대한 파편들이 바닥으로 흩어지는 사위(四圍) 속에서, 진혁은 거친 숨을 고르며 천마검을 거꾸로 쥐었다. 손목을 따라 흘러내리는 핏방울이 바닥에 떨어지며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단전의 출력은 여전히 5만 MW를 상회하고 있었지만, 척추를 타고 밀려오는 육체적 피로감은 그간의 격전이 얼마나 극한의 영역이었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그때였다.

"……후우, 윽."

무너진 아수라 마장의 잔해 속에서, 미처 소멸하지 못한 한 줄기의 기계적 잔존 신호가 삐리릭 경고음을 울렸다. 그리고 그 파편들 사이로, 상처투성이가 된 채 비틀거리며 걸어 나오는 한 무리의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차갑고 냉혹했던 티타늄 그룹의 후계자, 진세린. 그녀의 전신 장갑은 반파되어 있었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하고 날카로웠다.

휘청이는 걸음으로 최상층의 왕좌에 진입한 진세린은, 두 쪽이 난 아수라 마장의 잔해와 그 앞에 우뚝 선 강진혁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정말 끝낸 거네."

진세린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조부의 그늘에서 벗어난 자의 허탈함과, 모든 진실을 마주한 자의 씁쓸함이 뒤섞인 해방감이었다.

진혁은 말없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응시했다. 검에 흐르던 핏빛 마기가 서서히 잦아들고 있었다.

"죽이러 온 건가, 아니면 구경하러 온 건가."

진혁의 낮고 건조한 음성이 최상층의 적막을 채웠다. 진세린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입꼬리를 비틀며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품 안에서 차가운 은빛으로 빛나는 마스터 보안 패드를 꺼내 들었다.

"죽이러 오기엔, 너한테 빚이 너무 많거든."

진세린이 패드를 진혁의 발치에 툭 던져두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티타늄 그룹의 진짜 잔재는 아직 지하 100층에 남아 있어. 네가 완전히 밟아버리지 못한 '진짜 보안 승인 코드'를 네게 넘겨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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