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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82화목차

제82화 관문 수호자 바르바토스

콰아아앙——!

신서울 상층부의 관문을 지탱하던 거대한 티타늄 합금 문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허공을 가득 메운 것은 매캐한 오존 냄새와 타버린 기계 유압유의 비릿한 악취였다. 그 자욱한 연기 속에서 걸어 나오는 덩치 큰 실루엣이 있었다.

쿵, 쿵, 쿵.

발을 디딜 때마다 바닥의 강화 대리석이 거미줄처럼 갈라졌다.

S급 중장갑 엑소스트 수트.

그 명칭에 걸맞게 온몸이 시뻘건 방열 도료가 칠해진 초중량 장갑으로 덮인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티타늄 그룹 관문 수호대장, 바르바토스.

일반적인 인간의 체구를 아득히 뛰어넘어, 거의 3미터에 육박하는 거구였다. 그의 어깨 부위에 장착된 두 개의 고출력 미사일 포드와 등 뒤를 가득 채운 백업 제너레이터가 푸른색의 고압 플라즈마 전류를 거칠게 내뿜고 있었다.

“기어코 여기까지 올라왔군, 실험체 07호.”

바르바토스의 음성은 음성 변환기를 거쳐 기괴하고 묵직한 중저음으로 울려 퍼졌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대형 공성용 체인소 소총이었다. 총신 전체가 고주파 진동으로 떨리며 주변의 공기를 찢어발기고 있었다.

강진혁은 멈춰 서지 않았다.

그의 칠흑 같은 흑안에는 감정의 동요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스으으——.

진혁의 손에 쥐인 개량형 천마검의 검신을 따라 푸른 뇌전과 칠흑의 마기가 소용돌이치듯 휘감겼다.

이미 단전의 출력은 4만 4,000 MW를 아득히 상회하고 있었다.

[SYSTEM INFO: 천마 프로토콜 (HEAVENLY DEMON PROTOCOL) - 오버라이드 상태]

[경지: 신천마신공 제5단계 (초월천마경)]

[현재 생체 코어 출력: 44,800 MW]

[경고: 시스템 HUD 자가 간섭 차단 완료. 오직 사용자 의지만으로 구동 중.]

시스템의 도움 없이, 순수하게 자신의 육체적 감각과 기혈의 흐름만으로 끌어올린 출력이다.

진혁의 전신을 흐르는 은빛 회로 선은 이미 보통의 빛을 잃고 핏빛에 가까운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수트,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기엔 아까운 출력이군.”

진혁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오존 냄새 가득한 공기 속으로 파고들었다.

바르바토스가 흉포하게 입꼬리를 비틀었다.

헬멧 바이저 너머의 눈이 살기로 번뜩였다.

“오만방자하기는! 네놈이 아무리 마공인가 지랄인가를 익혔다 한들, 티타늄 그룹이 수십 년간 갈고닦은 최정예 군사 기술의 벽을 넘을 수 있을 것 같나? 이건 S급 중장갑이다! 네놈의 그 쥐똥만한 검기로는 스크래치 하나 낼 수 없어!”

콰아앙!

바르바토스가 바닥을 박찼다.

거대한 중장갑 엑소스트 수트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진혁을 향해 돌진했다.

단순한 육중함이 아니었다. 수트 하단에 장착된 소형 이온 부스터가 점화되며 공간을 일그러뜨릴 정도의 폭발적인 가속도가 붙었다.

바르바토스의 거대한 주먹이 정면으로 뻗어져 나왔다.

초고압 유압 펀치.

주먹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 기압 차로 인해 주변의 유리창들이 일제히 박살 나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그와 동시에 수트의 표면에서 강력한 전자기 충격파(EMP Shockwave)가 뿜어져 나와 진혁의 신경계를 마비시키려 들었다.

지————직!

일반적인 무인이라면 전자기 충격파 한 방에 나노머신 회로가 타버리고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을 터였다.

하지만 진혁의 눈빛은 미동조차 없었다.

‘느리다.’

진혁의 발이 허공을 밟았다.

[마광신보 - 극(極)]

챙!

칠흑의 잔상만이 남아있던 자리에 바르바토스의 주먹이 내리꽂혔다.

대지가 폭발하듯 무너져 내리며 거대한 크레이터가 파였다.

“어디로 갔지?!”

바르바토스가 당황하며 상체를 회전시켰다.

그의 거대한 센서 레이더가 360도로 회전하며 진혁의 궤적을 찾으려 했지만, 진혁은 이미 그의 사각인 등 뒤로 파고든 뒤였다.

진혁의 두 눈에 푸른 빛이 스쳤다.

[만법귀마 - 파동 반사]의 원리가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연산되었다.

바르바토스의 S급 중장갑 엑소스트 수트가 내뿜는 유압 에너지의 공진 주파수, 그리고 장갑 판 사이의 미세한 결합 구조가 진혁의 감각 속으로 낱낱이 해부되어 들어왔다.

‘찾았다.’

인간의 계산이 아니었다.

수만 번의 전투와 마기 운기를 통해 터득한 무인의 직관이 기계의 허점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휘리릭——!

진혁의 손에 쥐인 개량형 천마검이 유령처럼 허공을 갈랐다.

검신에 감돌던 칠흑의 마기와 뇌전마강의 푸른 불꽃이 하나로 압축되며 단 하나의 극점으로 모였다.

[신천마신공: 만법귀마(萬法歸魔) - 공진절단(共振切斷)]

챙익——!

귀를 찢는 듯한 고주파음과 함께 진혁의 검이 바르바토스의 등 뒤, 주 전력 제어 장치와 메인 유압 파이프가 교차하는 핵심 접합부를 정확하게 찔렀다.

“크윽……?! 이럴 수가, 내 수트의 방어 주파수를 어떻게……?!”

바르바토스가 경악하며 비명을 질렀다.

S급 중장갑 엑소스트 수트의 방어막은 어지간한 포격도 버텨내는 요새 수준이었다.

하지만 진혁은 장갑을 무식하게 힘으로 뚫은 것이 아니었다.

장갑 자체가 지닌 고유의 공진 주파수를 자신의 마기로 역이용하여, 가장 단단해야 할 철판의 결합 입자들을 스스로 분열시킨 것이다.

빠드득, 우두둑——!

“끄아아아악!”

바르바토스의 비명과 함께 수트 등 부위의 장갑 판이 사방으로 찢어져 나갔다.

안쪽에서 하얀 고압 증기와 함께 시뻘건 불꽃이 튀어 올랐다.

백업 제너레이터가 파괴되면서 수트의 출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푸르게 빛나던 바르바토스의 헬멧 바이저가 깜빡이며 꺼져갔다.

“기, 기계가 아니야…… 저건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고……!”

바르바토스가 두려움에 찬 눈으로 진혁을 올려다보았다.

철갑으로 무장한 거대한 괴물의 눈앞에 선 것은, 단 한 자루의 검과 핏빛 마기를 두른 마신(魔神) 그 자체였다.

진혁은 차가운 시선으로 바르바토스를 내려다보며 검을 한 치 더 깊숙이 밀어 넣었다.

“끝이다.”

푸슉!

진혁의 왼손이 찢어진 장갑 틈새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의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온 칠흑의 흡원천공 진기가 바르바토스의 가슴팍에 박혀 있던 4세대 고출력 생체 코어를 직접 움켜쥐었다.

—우우우웅!

“크아아아아아……!”

바르바토스의 몸이 덜덜 떨리며 온갖 생체 데이터와 에너지가 진혁의 손바닥을 통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수천, 수만 메가와트의 출력이 진혁의 단전으로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SYSTEM INFO: 생체 코어 에너지 흡수 중……]

[단전 출력 상승: 44,800 MW → 46,200 MW → 48,000 MW!]

눈부신 푸른빛이 진혁의 전신을 감쌌다.

관문 전체가 진혁이 뿜어내는 마기의 압박감에 못 이겨 바닥부터 천장까지 미세하게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쾅.

바르바토스의 거대한 엑소스트 수트가 완전히 힘을 잃고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더 이상 그곳에 관문 수호자라는 이름의 거산은 존재하지 않았다. 남은 것은 텅 빈 철갑 더미뿐이었다.

진혁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상층부의 더 깊은 곳, 티타늄 그룹의 심장부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어둠 속에서 또 다른 거대한 살기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진혁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더 높이, 더 깊숙이.

신서울의 정점에 도달할 때까지 그의 마검은 멈추지 않을 터였다.

바르바토스의 붕괴와 동시에, 상층부 천상관문 전체를 지배하던 중앙 통제망의 경보음이 일제히 찢어지는 듯한 고음으로 울려 퍼졌다.

위스이익——! 위스이익——!

붉은색 비상등이 깜빡이며 회랑의 바닥을 피처럼 물들였다.

하지만 진혁의 표정에는 일그러짐조차 없었다.

방금 흡수한 4세대 생체 코어의 잔류 에너지가 단전의 기혈을 타고 온몸의 세포 구석구석으로 거칠게 스며들고 있었다.

[SYSTEM INFO: 4세대 생체 코어 정제 완료.]

[단전 코어 출력: 48,500 MW 돌파.]

[나노머신 동기화율 및 신경 전달 속도: 임계점 초과 안정화.]

온몸의 혈관이 터질 듯 팽창했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일반적인 무인이라면 폭발적인 에너지의 역류로 인해 단전이 박살 나고 즉사했을 터였다.

그러나 진혁은 묵직하게 가라앉은 호흡 속에서, 자신의 심장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마기를 완벽하게 통제했다.

‘이 정도의 출력으로는 부족하다.’

진혁의 검끝에서 흘러내린 핏빛 마기가 바닥의 강화 대리석을 녹이며 치명적인 흔적을 남겼다.

관문을 통과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신서울 1계급의 핵심 구역, 일명 ‘아폴론의 회주랑’이었다.

거대한 대리석 기둥들이 양옆으로 도도하게 늘어서 있고, 그 기둥들 사이마다 정교한 자율형 보안 드론들이 수백 기씩 촘촘하게 배열되어 진혁을 조준하고 있었다.

드론들의 총구에서 일제히 뿜어져 나오는 붉은색 레이저 조준경이 진혁의 전신을 벌집처럼 쑤셔 댔다.

—타겟 확인. 비인가 침입자. 경지 초월체.

—섬멸 프로토콜 ‘제일(第一)’을 개시한다.

기계음이 울리기도 전에, 수백 기의 드론이 일제히 고주파 플라즈마 탄환을 쏟아부었다.

콰콰콰콰콰쾅——!

회주랑 전체가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했다.

공간 자체가 열기로 일그러지며 사방으로 파편이 튀었다.

폭풍 속에서 드론들은 침입자의 흔적조차 남지 않았을 것이라 판단하며 화력을 더욱 집중했다.

그러나.

“끝났나.”

화염의 중심에서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휘릭.

시꺼먼 연기를 가르며 튀어나온 것은 단 한 줄기의 칠흑 같은 잔상이었다.

진혁은 폭풍의 열기를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내면서도, [천마무상체]의 극의로 나노머신과 마기를 동기화해 방어벽을 형성했다.

날아오던 플라즈마 탄환들은 진혁의 몸에 닿기도 전에 [만법귀마]의 파동 반사에 의해 사방으로 튕겨 나가며 자율 드론들의 회로를 스스로 박살 냈다.

파지지직!

드론들이 화염에 휩싸이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진혁의 발걸음은 단 1초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기계의 잔해가 먼지가 되어 부서졌다.

그때였다.

회주랑의 가장 깊은 곳, 거대한 황금빛 철문이 양옆으로 스르륵 열리며 서늘한 냉기가 흘러나왔다.

그 냉기 속에서 걸어 나오는 인물이 있었다.

치이익——.

고급 정장 차림이지만, 온몸에 번쩍이는 은빛 나노 회로가 뱀처럼 감싸고 있는 냉미녀.

티타늄 그룹의 후계자이자, 특수전 후사대의 대장—— 진세린.

그녀의 손에는 전용 무기인 고주파 진동형 장검이 들려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차가운 오만함 대신, 모든 것을 잃은 자의 광기와 허탈함이 뒤섞여 핏발이 서 있었다.

“……강진혁.”

진세린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진혁을 향해 검을 겨누었지만, 손끝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네가 여기까지 올 줄 알았어. 조부님이 남긴 마지막 유산이자, 우리 가문이 1,000년 동안 꿈꿔온 불멸의 그릇…….”

진세린의 입꼬리가 비틀리며 자조적인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알고 있었나.”

진혁이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응시했다.

그의 흑안에는 일점의 동요도 없었다.

“내가 조부의 늙은 육체를 대체할 ‘아폴론의 숙주’였다는 걸 말이야. 내가 가문의 후계자니, 특수전 후사대 대장이니 하는 것 전부 다…… 나를 곱게 키워서 가장 완벽한 껍데기로 만들기 위한 연극에 불과했어!”

진세린의 목소리가 회주랑의 천장을 울릴 정도로 높아졌다.

그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그 눈물은 금세 분노와 살기로 변해버렸다.

“조부님은 죽었다. 네 손에 처참하게 찢겨 죽었지! 하지만 그 노인이 남긴 시스템과 데이터는 아직 살아 있어. 그리고 나…… 나 역시 그 숙주 적합성 테스트를 완벽하게 통과한 몸이다. 네가 나를 죽이지 않으면, 이 회주랑의 모든 보안 시스템이 너를 영원히 가둘 거야!”

진세린의 전신에서 폭발적인 푸른빛의 나노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그가 가진 4세대 생체 코어의 출력 역시 9,000 MW를 넘나들고 있었다.

자신의 존재 이유가 거대한 실험용 껍데기에 불과했다는 진실을 깨달은 그가 선택한 것은 절망이 아니라, 모든 것을 불태우는 파멸이었다.

“죽여라, 강진혁! 아니면 내가 너를 베고 이 지옥 같은 시스템의 왕좌에 오르겠어!”

콰아앙——!

진세린이 공간을 찢는 기세로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녀의 검이 허공을 가르며 수십 갈래의 푸른 잔상을 만들어냈다.

[천마검법]의 기초와 티타늄 그룹의 암살술이 결합된, 후계자만이 다룰 수 있는 치명적인 일격이었다.

진혁은 그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거칠고 광기 어린 검격을 똑바로 응시하며, 단전의 출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렸다.

‘쓸데없는 동정은 없다.’

진혁의 입에서 나지막한 음성이 새어 나왔다.

그의 손에 쥐인 개량형 천마검이 포효하듯 칠흑의 마기를 뿜어냈다.

[신천마신공: 천마일검(天魔一劍) - 개량(改)]

챙익——!

두 자루의 검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공간이 찌그러지는 듯한 엄청난 충격파가 회주랑의 대리석 기둥들을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푸른 불꽃과 칠흑의 마기가 서로를 집어삼킬 듯 엉켜 붙으며, 신서울 상층부의 밤하늘을 두 쪽으로 갈라놓을 기세로 사방으로 폭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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