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전용 사이트예요. 댓글·로그인·좋아요는 준비 중이에요.
‹프로토콜: 천마 · 77화목차

제77화 백무현 사령관의 음영

시공을 찢는 듯한 푸른 뇌전이 신서울의 밤하늘을 갈라놓았다.

부아아아-!

중앙 플라즈마 에너지 타워의 첨탑에서 뿜어져 나온 고압의 마기(魔氣)와 뇌전이 상층부 마천루의 거대한 홀로그램 간판들을 차례로 박살 냈다. 파편이 빗발치듯 떨어지는 네온의 사막 한복판, 강진혁의 발끝에서 터져 나온 마광신보(魔光神步)의 잔상이 칠흑 같은 궤적을 그리며 허공을 유영했다.

[SYSTEM INFO: 사용자 현재 단전 코어 출력 - 38,000 MW]

[경지: 초월천마경(超越天魔境) - 시스템 간섭 영구 차단 상태]

[나노머신 동기화율: 99.9%]

시스템의 보조 HUD는 이미 굳게 꺼진 지 오래였다.

하지만 진혁의 뇌는 그 어떤 기계의 연산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주변의 모든 흐름을 감지하고 있었다.

적의 움직임, 대기 중의 기압 변화, 심지어 상층 마천루를 지탱하는 티타늄 합금 기둥의 미세한 진동까지.

“……후우.”

진혁이 가볍게 숨을 내쉬자, 입김처럼 뿜어져 나온 칠흑의 마기가 허공에서 소용돌이치며 흩어졌다.

그의 손에 쥐인 [천마검]의 칼날 위로는 파직거리는 푸른 뇌전이 얽혀 있었다. 검신을 따라 흐르는 진동 파쇄 주파수는 주변의 공간마저 미세하게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그가 도달한 곳은 신서울의 심장부, 1계급 상층 거주구와 티타늄 타워를 잇는 거대한 공중 회랑이었다.

치이익-!

그때, 진혁의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강철 셔터가 위로 말려 올라갔다.

인공지능의 통제를 벗어난 진혁의 진격을 막기 위해 티타늄 타워 내부에서 긴급히 가동한 방어 메커니즘이었다.

슈우우우-!

셔터가 열리자마자 뿜어져 나온 것은 눈이 멀 정도로 강렬한 고주파 플라즈마 포화였다. 수천 도의 열을 품은 광선이 일직선으로 진혁을 향해 쇄도했다.

“어설프군.”

진혁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말려 올라갔다.

그가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한 걸음 앞으로 내딛으며 천마검을 정면으로 휘둘렀다.

콰아아앙-!

[만법귀마 - 파동 반사]

검끝에서 터져 나온 마기의 파동이 플라즈마의 주파수와 정확히 공진하며 역류했다. 에너지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강철 셔터의 중앙이 종이장처럼 찢겨 나갔다.

두두두두두-!

셔터 너머에서 대기하던 블랙 가드 정예 부대와 중장갑 사이보그 병사들이 일제히 화력을 집중했다. 하지만 그들의 탄환은 진혁의 몸에 닿기도 전에 [천마무상체]가 뿜어내는 중력장과 마기 방벽에 막혀 허공에서 낙엽처럼 떨어져 내렸다.

“기계 쪼가리들이.”

진혁의 몸이 한 번 깜빡였다.

[마광신보 - 극(極)]

잔상조차 남지 않는 초고속의 이동.

진혁의 형체가 블랙 가드들의 대형 사이를 유령처럼 스쳐 지나갔다.

툭, 투두둑-.

단 한 번의 교차.

그것으로 끝이었다.

정예 블랙 가드들의 목덜미와 생체 코어가 장착된 가슴 부근에 미세한 검흔이 새겨졌다. 잠시 후, 그들이 착용한 4세대 생체 코어에서 날카로운 경보음과 함께 내부 회로가 타들어 가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콰콰콰광!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나며 회랑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다.

진혁은 폭발의 열풍 속에서도 옷자락 하나 그슬리지 않은 채, 유유히 타워의 내부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회랑 끝에 위치한 거대한 중앙 승강기였다.

그곳은 오직 티타늄 그룹의 핵심 임원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고속 프레임 엘리베이터였다.

솨아아-!

진혁이 다가서자마자 승강기의 두꺼운 강화 유리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하지만 그 안에는 경비병도, 탈출하려는 임원도 없었다.

오직 승강기 벽면에 장착된 거대한 커브드 디스플레이 화면만이 붉은색 오라를 뿜어내며 켜져 있었다.

-…접속 확인. 대상: 강진혁.

기계음이 아닌, 묵직하고 탁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승강기 내부의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진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승강기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검을 겨눴다.

“백무현.”

화면 속의 인물을 진혁은 알고 있었다.

티타늄 그룹 블랙 가드 총사령관. 온몸이 최첨단 사이보그로 개조되어 인간의 흔적이라곤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살인병기.

디스플레이의 화면이 전환되며 티타늄 타워 최상층, 회장 집무실의 풍경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거대한 강철 의자에 앉아 있는 거구의 사이보그가 있었다. 한때 인간이었던 부위라곤 찾아볼 수 없는 냉혹한 철갑의 육체, 그리고 붉게 빛나는 사이버틱한 안광.

백무현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화면 너머의 진혁을 내려다보았다.

[오랫동안 보았군, 07호.]

백무현의 목소리는 음성 변환기를 거쳐 더욱 기계적으로 울렸지만, 그 속에 담긴 살기는 생생했다.

[아니, 이제 그 호칭은 어울리지 않겠지. 스스로를 천마라 칭하는 하층민의 괴물.]

“네 녀석이 그 나이도록 살아남아 이 타워 꼭대기를 지키고 있을 줄은 몰랐군.”

진혁이 차갑게 뇌까렸다.

백무현은 진혁의 무심한 태도에도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대한 철제 손가락으로 의자 팔걸이를 툭툭 치며 비웃음을 흘렸다.

[회장님은 사후에 사라지셨고, 이현도 역시 네 손에 소멸했다. 티타늄 그룹은 끝났다고 생각하나?]

“남은 건 잔해뿐이다. 너를 포함해서 말이지.”

[착각이 심하군. 티타늄은 단 하나의 기업이 아니다. 이 신서울의 자본, 기술, 그리고 인간의 욕망 그 자체가 바로 티타늄이다.]

백무현이 몸을 일으켰다.

그가 일어나는 순간, 카메라가 흔들릴 정도로 거대한 압박감이 화면을 넘어 승강기 안으로 전해져 왔다. 그의 전신에 장착된 군사형 중장갑 파괴 시스템들이 일제히 가동하며 청백색의 아크 방전을 일으켰다.

[네가 3만 8,000 MW의 출력을 얻었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줄 알았겠지. 흡원천공으로 에너지를 빨아들이면 무한히 강해질 수 있을 거라 믿었나?]

“…….”

[기어오라, 진혁. 제1계급 상층 거주구의 진입로는 이미 완전히 봉쇄되었다. 그리고 그곳에 도달하는 순간, 네 육체가 버텨내지 못할 진짜 '지옥'이 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백무현의 눈에 붉은 빛이 강하게 번쩍였다.

[내가 직접 네 그 콧대를 꺾어주마. 네가 만든 그 껍데기 마공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피로 증명해주지.]

지익-!

통화가 일방적으로 끊어졌다.

디스플레이 화면이 암전되며 타워 최상층의 좌표와 함께 카운트다운 타이머가 나타났다.

[SYSTEM: 최상층 방어 프로토콜 가동 중.]

[목표 지점까지 남은 거리: 100층.]

진혁은 화면을 향해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었다.

“지옥?”

그가 천마검을 가볍게 돌렸다.

검신에 엉겨 붙어 있던 뇌전이 사방으로 튀며 승강기 내부의 철제 벽면에 깊은 홈을 파냈다.

“내게 지옥은 이미 지난 일이다.”

치이익-!

승강기의 문이 닫히며 굉음과 함께 수직으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2만, 3만, 4만 미터의 상공을 향해 질주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진혁은 단전의 마기를 더욱 강하게 압축시켰다.

쿠구구구구-!

진혁의 주변으로 칠흑 같은 마기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그의 육체를 감쌌다.

티타늄 그룹의 마지막 사령관 백무현이 기다리는 최상층을 향해, 진혁의 검은 날이 예고된 도살장을 향해 빠르게 치달아 오르고 있었다.

수직으로 솟구치는 고속 프레임 엘리베이터의 가속도는 일반인의 내장을 한순간에 짓뭉개버릴 만큼 폭력적이었다.

하지만 [천마무상체]로 재구성된 진혁의 육체에게 그 정도의 중력 가속도는 단지 미세한 압박에 불과했다.

쿠구구구구-!

타워의 외벽을 타고 수직으로 치솟는 승강기의 소음이 머리 위를 때렸다.

디스플레이 화면에 표시되던 층수 숫자는 이미 70층을 넘어 80층을 향해 광속으로 카운트되고 있었다.

진혁은 눈을 감은 채 단전에서 소용돌이치는 3만 8,000 MW의 마기를 정제하는 데 집중했다.

흡원천공으로 강제 흡수해 온 방대한 에너지는 아직 혈관 구석구석에 완전히 동화되지 않은 상태였다. 만약 이 상태로 백무현과 같은 초절정 사이보그 살인병기를 상대한다면, 미세한 에너지의 역류가 전투 중에 치명적인 헛점을 만들 수도 있었다.

‘시간이 없다. 완전히 짓눌러야 한다.’

진혁의 의지가 호흡과 함께 가라앉았다.

심장의 박동이 느려지면서도, 전신을 도는 마기의 회전 속도는 역설적으로 더욱 빨라졌다.

비비비비식-!

진혁의 피부 표면을 따라 은빛 회로 선과 칠흑의 마기가 기괴하게 뒤엉켰다.

단순한 기계적 개조가 아닌, 육체와 마공이 완벽하게 일치단결하는 [초월천마경]의 경지만이 낼 수 있는 특유의 반응이었다.

그때였다.

-삐이익! 삐이-!

승강기 내부의 비상 경보등이 붉은빛으로 깜빡이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상승 궤도를 달리던 엘리베이터의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며 미세한 진동이 울렸다.

[SYSTEM: 경고. 92층 구간 전자파 방해 공작 감지.]

[승강기 제어권 강제 탈취 시도.]

티타늄 타워의 잔존 시스템이 마지막 발악을 시작한 것이다.

승강기의 외부 장갑을 향해 고압의 전류가 역류하며 기계 장치를 태우는 타는 냄새가 비좁은 공간 안으로 스며들었다.

쾅-! 쾅-!

거대한 철제 구조물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승강기가 공중에서 멈춰 섰다.

목적지인 100층까지는 아직 8개 층이 남아 있었다.

“귀찮게 구는군.”

진혁이 낮게 뇌까리며 검을 치켜들었다.

그의 손끝에서 푸른 뇌전이 얽힌 [천마검]이 허공을 향해 가볍게 내리꽂혔다.

콰아아앙-!

천마검의 검강이 승강기의 상단 천장을 종이장처럼 찢어발겼다.

쏟아지는 파편과 함께 진혁의 몸이 탄환처럼 튀어 올랐다.

슈우우우-!

그가 도달한 곳은 티타늄 타워의 92층 내부 홀이었다.

사방이 투명한 강화 유리로 이루어져 신서울의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거대한 로비였지만, 지금 그곳은 환한 네온 대신 적색 비상등의 붉은 광기만이 가득했다.

치이익-.

진혁이 착지한 바닥 주변으로 수십 명의 그림자가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백무현이 이끄는 친위대이자, 티타늄 그룹이 숨겨둔 최후의 비장의 카드인 [팬텀 가드]였다.

그들은 일반적인 블랙 가드와는 차원이 달랐다.

전신이 액체 금속과 유사한 신소재 나노 장갑으로 뒤덮여 있었고, 손목 부위에는 플라즈마 블레이드가 일체형으로 장착된 살인 기계들이었다.

[타겟 확인. 제거 개시.]

기계적인 음성이 로비 전체를 울렸다.

팬텀 가드 전원이 동시에 발광하며 진혁을 향해 돌진했다. 그들의 이동 속도는 마광신보를 연상시킬 만큼 비정상적으로 빨랐다.

하지만 진혁의 눈에는 그들의 움직임이 느릿한 슬로모션처럼 비쳤다.

“잔해들끼리 잘 어울리는군.”

진혁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걸렸다.

그가 발을 구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마광신보 - 극(極)]

팟!

공간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눈부신 칠흑의 잔상이 로비를 휩쓸었다.

진혁의 검끝이 지나간 자리마다 팬텀 가드들의 나노 장갑이 맥없이 붕괴했다.

카득, 우득-!

“끄아아……!”

기계음 사이로 인간의 비명이 섞여 나왔다.

그들 중 일부는 한때 인간이었던 뇌와 신경 조직이 남아 있는 개조체들이었다.

진혁은 그들의 자비를 바라지 않았다. 흡원천공의 마기를 전개해 그들의 4세대 생체 코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사정없이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후루룩-!

[SYSTEM INFO: 사용자 단전 코어 출력 - 39,200 MW 돌파!]

팬텀 가드 십수 명의 코어 출력이 일시에 흡수되면서 진혁의 단전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그의 육체는 이미 [초월천마경]의 경지에서 그 모든 에너지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우두둑 소리를 내며 진혁의 근육이 한 차례 더 단단하게 조여졌다.

눈빛은 더욱 차갑게 가라앉았고, 검신을 휘감은 푸른 뇌전은 이제 백색에 가까울 정도로 눈부시게 타올랐다.

“다음은 네 차례다, 백무현.”

진혁이 시선을 로비 정중앙에 위치한 최상층 직행 초대형 철제 계단으로 향했다.

그 계단의 끝, 100층 회장 집무실의 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었다.

콰구구구구-!

문 너머에서 불어닥친 거대한 폭풍 같은 마기와 철갑의 압박감.

그 중심에서 백무현이 거대한 중기관총을 어깨에 메고 걸어나왔다. 전신 사이보그의 관절 부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열의 증기가 그의 주변을 안개처럼 감싸고 있었다.

[기특하군, 07호. 그 쓰레기들을 헤치고 올라올 줄이야.]

백무현의 거대한 철갑 구두가 바닥을 내리찍을 때마다 92층 전체가 진동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네가 삼킨 그 에너지가 곧 네 무덤이 될 것이다.]

백무현이 양손에 장착된 중화기를 진혁을 향해 겨누었다.

신서울의 운명을 결정지을 최후의 충돌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다음 화 바로보기 ›
이 작품, 여기까지 어떠셨나요? ★ 별점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