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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76화목차

제76화 에너지 타워 점령과 지배권 선언

우웅——!

신서울 중앙 플라즈마 에너지 타워의 지하 제어실.

대지 자체가 거대한 비명을 지르는 듯한 저주파 진동이 공기를 잘게 찢어발겼다.

쿠구구구궁!

바닥을 뒤덮고 있던 강화 티타늄 합금 타일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고, 그 틈새로 푸른빛의 고압 플라즈마 증기가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단전 코어 출력 3만 8,000 MW.

강진혁의 몸을 감싸고 있던 칠흑 같은 마기가 순식간에 폭발적인 기류를 형성하며 주변의 중력을 왜곡시켰다.

"큭……!"

제어실 구석,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있던 티타늄 그룹의 잔당 기술자들이 고막을 틀어쥔 채 바닥에 뒹굴었다.

그들의 눈앞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현도가 남긴 마지막 유산이자, 신서울 전체의 전력을 흡수하며 부화하려던 '제2의 최종 그릇'은 이미 형태를 잃어버린 채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파지지직-!

강진혁이 휘두른 천마검의 궤적에 남아 있던 푸른 뇌전과 마기가 그릇의 잔해를 철저하게 분쇄해 버린 탓이다.

"후……."

진혁이 낮게 숨을 몰아쉬었다.

시스템의 도움 따위는 처음부터 없었다.

오직 자신의 심장 박동과 혈관을 타고 흐르는 3만 8,000 MW의 마기만이 온전히 그의 육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SYSTEM WARNING: 사용자 단전 코어 부하 임계점 초과. 그러나... 강제 유지 중.]

[현재 출력: 38,400 MW. 기혈 안정화율 99.8%.]

HUD 화면은 꺼져 있었지만, 진혁의 뇌 속에는 그보다 훨씬 선명하고 직관적인 '감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은 기계가 계산해 주는 데이터가 아니었다.

무인이 스스로의 무위로 도달한 절대적인 경지, [초월천마경(超越天魔經)]의 감각이었다.

척.

진혁이 검을 거두며 걸음을 옮겼다.

그의 발걸음이 닿을 때마다 바닥의 플라즈마 불순물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진혁 씨!"

저만치 떨어진 통로 입구에서 윤아영이 급히 달려왔다.

그 뒤를 이어 송수연이 거대한 도검을 둘러멘 채 묵직한 발걸음으로 따라붙었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격전의 흔적이 역력했지만, 그 눈빛만큼은 타오르는 듯한 열기로 가득했다.

"상황은?"

진혁의 물음에 윤아영이 숨을 고르며 자신이 들고 있던 단말기를 내밀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현란하게 움직이자, 제어실 정중앙에 거대한 홀로그램 인터페이스가 붉은빛을 내뿜으며 전개되었다.

"말도 안 돼…… 진혁 씨, 저것 좀 봐요."

윤아영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홀로그램 창에는 신서울 전체의 전력망을 나타내는 복잡한 회로도가 나타나 있었다.

그중에서도 제2계급 공업지대를 가리키는 거대한 구역 전체가 붉은색 경고등과 함께 깜빡이고 있었다.

"중앙 플라즈마 타워의 메인 노드를 장악하면서, 이현도가 설정해 둔 우회 방화벽까지 전부 부숴버렸어요. 덕분에…… 지금 이 순간부터 신서울 제2계급 공업지대로 향하는 모든 메인 전력 공급선을 우리 손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송수연이 거친 숨을 내쉬며 통쾌한 미소를 지었다.

"하! 그럼 그 거대 공장들과 군수품 양산 라인은?"

"전부 멈출 수 있어요. 아니, 멈추는 정도가 아니야."

윤아영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그녀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일그러진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 타워의 과부하 프로토콜을 역이용하면, 공업지대 전체의 전력을 한 번에 강제로 차단할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티타늄 그룹의 군수 공장들은 물론이고, 그 안에서 돌아가던 모든 자동화 처형 병기와 방어 드론들이 완전히 멈춰 서게 됩니다. 단 한 방에 그 거대한 군사 기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용…… 아니, 수 있어요!"

티타늄 그룹의 심장부로 향하는 길목을 가로막고 있던 가장 거대한 철옹성, 제2계급 공업지대.

그곳은 수천 대의 전투 로봇과 무한정 찍어내는 클론 병사들로 가득한 티타늄의 군수창고였다.

만약 그곳의 전력이 통째로 차단된다면, 저항군이 상층부로 진격하는 데 소모될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 터였다.

하지만 진혁은 고개를 저었다.

"단순히 멈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응?"

윤아영이 눈을 깜빡였다.

진혁의 흑안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는 제어실의 거대한 강화 유리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공업지대의 야경을 응시했다.

수백 개의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커먼 매연과, 그 아래서 불야성을 이루며 인간을 부품처럼 갈아 넣던 거대 메가 코퍼레이션의 공장들.

그것은 1,000년 전 마교를 짓밟았던 위선적인 정파들의 성취와 다르지 않았다.

아니, 자본과 기술로 포장된 그 악랄함은 고대 마교조차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거대하고 잔혹한 디스토피아였다.

"멈추는 게 아니라, 마멸(磨滅)시킨다."

진혁의 입에서 낮고 묵직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저들이 쌓아 올린 자본과 기술의 뿌리를 완전히 태워버려라. 공업지대의 모든 코어 에너지를 역류시켜, 그 안의 모든 시설을 잿더미로 만들어."

"……!"

윤아영의 숨이 멎었다.

그것은 단순한 해킹 수준이 아니었다.

수십만 명이 일하던 거대 공업단지 전체를 물리적으로 초토화하겠다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알았어요. 해볼게요. 이 안의 모든 회로를 우리의 마기로 덮어버리면…… 불가능하지 않아!"

다다다다다닥!

윤아영의 손가락이 잔상을 남기며 단말기를 두들겼다.

중앙 제어 노드의 메인 칩셋에 진혁의 칠흑 같은 마기가 주입되자, 타워 전체의 방어 시스템이 푸른 뇌전에서 검붉은 마기로 물들기 시작했다.

콰광-! 쿠구구궁!

신서울 제2계급 공업지대 전역에서 연쇄적인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지하 깊은 곳에 매설되어 있던 거대 플라즈마 배관들이 차례로 터지며, 거대한 에너지 역류 현상이 공장 지대를 집어삼켰다.

천지를 뒤흔드는 진동과 함께, 티타늄 그룹의 군수 공장들을 지탱하던 거대한 철골 구조물들이 무참히 꺾이고 비틀렸다.

그토록 철저하게 하층민들을 억누르던 자본의 요새가, 단 몇 분 만에 거대한 불바다로 변해버린 것이다.

"크하하하……! 봤나, 저 기계 더미들이 무너지는 꼴을!"

송수연이 통쾌한 함성을 내지르며 도검을 치켜들었다.

니르바나 저항군 대원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수십 년 동안 하층민들의 피와 땀을 갈아 마시며 군림해 온 티타늄 그룹의 핵심 자산이 눈앞에서 박살 나고 있었다.

진혁은 그 불타오르는 공업지대를 내려다보며 천마검을 가볍게 쥐었다.

"끝이 아니다."

그의 시선이 공업지대 너머, 신서울의 가장 높고 찬란한 곳을 향했다.

상층 마천루.

티타늄 그룹의 본사가 위치한, 이 도시의 진정한 지배자들이 도사리고 있는 곳.

"방송을 연다."

진혁의 말에 윤아영이 즉시 신서울 전역의 메인 공중파 및 홀로그램 네트워크 채널을 해킹해 연결했다.

"……준비됐어요. 지금 신서울의 모든 전광판과 통신망이 우리 통제 아래 들어왔어요. 원하는 대로 말해요, 진혁 씨."

진혁이 전면 유리창 앞으로 다가섰다.

그의 뒤로 3만 8,000 MW의 마기가 거대한 날개처럼 펼쳐졌다.

잠시 후.

신서울의 모든 상층 마천루와 하층 슬럼가, 그리고 불타오르는 공업지대의 수많은 전광판에서 일제히 광고와 뉴스가 꺼졌다.

대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푸른 뇌전을 두르고 서 있는 한 청년의 모습이 거대한 홀로그램으로 송출되기 시작했다.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층민들의 눈에는 경외와 환희가, 상층 특권층의 눈에는 극한의 공포와 경악이 서렸다.

진혁의 차가운 흑안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의 목소리가 양자 통신망을 타고 신서울 전역의 고막을 때렸다.

[—들리나, 티타늄.]

나지막하지만, 거역할 수 없는 절대적인 무게감을 가진 음성이었다.

[너희가 쌓아 올린 자본도, 인간을 가축처럼 부리던 그 거대한 기계 장치도, 더 이상 이 도시를 지탱하지 못한다.]

진혁이 천마검을 허공으로 치켜들었다.

치이익-!

검신을 따라 뿜어져 나온 푸른 뇌전과 마기가 신서울의 밤하늘을 두 갈래로 갈라놓았다.

[나는 강진혁이다.]

도시 전체가 숨을 죽였다.

그 어떤 메가 코퍼레이션의 총수도 내리지 못했던 선언이 신서울의 밤하늘을 뒤흔들었다.

[하층의 피로 얼룩진 이 세상에 고한다. 오늘부로, 이 도시의 지배권은 내 손으로 넘어간다.]

콰구구구궁!

진혁의 선언과 동시에, 중앙 플라즈마 타워의 꼭대기에서 신서울 전체를 뒤덮을 만큼 거대한 검은 마기 기둥이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

쿠구구구궁!

하늘을 찌를 듯 솟구친 검붉은 마기의 기둥은 신서울의 밤하늘을 완전히 짓이겨 놓았다.

상층 마천루의 백색 불빛들은 그 압도적인 어둠 앞에 빛을 잃었고, 휘황찬란하던 메가 코퍼레이션의 야경은 순식간에 공포와 침묵 속으로 잠식되었다.

하층 슬럼가의 좁은 골목길.

폐허처럼 늘어선 판잣집의 녹슨 지붕 위로 사람들이 하나둘 기어올라가 거대한 홀로그램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은빛 회로가 목을 타고 흐르는 청년, 강진혁.

그가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웅장한 스피커를 타고 신서울의 골목골목을 파고들었다.

"저…… 저게 진짜 실험체 07호라고?"

"티타늄의 공업지대를 통째로 날려버렸어……! 진짜로 그 괴물들을 다 박살냈다고!"

슬럼가 구석에서 누군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수십 년간 거대 기업의 군홧발 아래 짓밟혀 숨죽여 살아가던 하층민들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

그것은 절망이 아니었다.

비명이 지배하던 디스토피아의 밤에 마침내 찾아온, 생전 처음 보는 해방의 불꽃이었다.

반면, 신서울의 가장 높고 찬란한 곳.

최고급 생체 코어와 특수 나노 장갑으로 치장한 0계급과 1계급의 특권층 거주구, '상층 마천루'는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방어막 출력이! 메인 전력 공급선이 완전히 차단되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제2계급 공업지대가 전소됐다고? 그 수많은 처형 병기들은 다 어디 갔어!"

초고층 빌딩의 통제실마다 비상 경보등이 미친 듯이 깜빡였다.

자본과 기술로 세상의 모든 부를 독점하고, 인간의 목숨을 데이터 따위로 재단하던 이사회 임원들과 고위 간부들의 얼굴에 사색이 감돌았다.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홀로그램 속 진혁의 흑안을 마주했다.

그것은 인간의 눈이 아니었다.

수만 킬로와트의 에너지를 단전 속에 쑤셔 넣고, 오직 무인의 의지만으로 시스템의 통제를 부숴버린 절대자의 눈이었다.

[——다음은 너희 차례다.]

진혁의 서늘한 목소리가 상층 마천루의 모든 통신망을 강타했다.

콰광-!

중앙 플라즈마 타워의 옥상에서 진혁이 발을 구르는 순간, 그가 서 있던 강화 콘크리트 바닥이 사방으로 박살 났다.

슈우우웅!

[마광신보 - 극(極)]!

빛의 궤적조차 남기지 않는 극한의 고속 보법.

진혁의 잔상이 허공에 칠흑의 선을 그리며 신서울의 밤하늘을 수직으로 찢고 올라갔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티타늄 그룹의 심장부이자 마지막 남은 요충지인 '상층 타워'였다.

티타늄 타워, 100층.

최고급 대리석과 방탄 강화 유리로 마감된 집무실.

푸른색 홀로그램 화면 너머로 공업지대가 무너지는 광경을 지켜보던 거구의 사내가 천천히 일어섰다.

백무현.

티타늄 그룹 블랙 가드 총사령관.

전신을 최고급 티타늄 합금과 군사형 사이보그 의수로 개조한, 티타늄 그룹의 최종 살인병기였다.

그의 한쪽 안대 밑으로 차가운 기계식 렌즈가 붉은광을 내뿜었다.

"흐음."

낮고 쇳소리가 섞인 목소리가 집무실을 울렸다.

그는 진혁이 공업지대를 무참히 마멸시키고 상층부를 향해 치고 올라오는 궤적을 모니터로 응시하며, 기괴할 정도로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회장님이 남긴 유산들을 참 잘도 부수고 다니는군. 쥐새끼처럼 도망치던 실험체 07호가 이 정도까지 성장할 줄이야……."

백무현의 손가락이 책상 위에 놓인 거대한 중기관총 형태의 무기를 가볍게 쓸어내렸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A급 상위 등급의 생체 코어 출력이 방 안의 공기를 미세하게 진동시켰다.

삐비비빅—!

그때, 집무실의 메인 통신 단말기에 보안 등급 최고 단말의 호출음이 울렸다.

백무현은 가볍게 버튼을 눌렀다.

화면이 켜지며, 거꾸로 매달린 것처럼 왜곡된 시야 속에서 진혁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니, 정확히는 진혁이 향하고 있는 상층 진입 통로의 보안 카메라였다.

[백무현.]

화면 너머에서 들려오는 진혁의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마치 만년설처럼 차가운 그 음성에 백무현은 피식 소리를 내며 웃었다.

"오냐, 강진혁. 네놈이 여기까지 기어올 줄이야 몰랐다. 중앙 타워를 부수고 공업지대를 태워버린 건 기특하지만…… 착각하지 마라."

백무현의 붉은 기계 눈이 살기를 번뜩였다.

"여기는 제2계급의 쓰레기장이 아니다. 티타늄 그룹이 숨겨둔 진정한 군사력, 그리고 완벽하게 조율된 제1계급 상층 거주구다. 네놈이 마기를 아무리 폭발시켜도, 이 상층부의 결계를 뚫는 순간 완벽한 도살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도살?]

진혁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그의 흑안에 담긴 살기는 백무현의 기계식 장갑마저 쭈칫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착각하지 마라, 백무현.]

콰앙-!

화면 너머에서 거대한 방화문이 박살 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혁이 천마검을 가볍게 휘두르며 상층 진입 구역의 마지막 방어선을 단숨에 짓뭉개고 있었다.

[내가 온 것은 너희와 대화하기 위함이 아니다.]

검신을 타고 흐르는 3만 8,000 MW의 마기가 화면을 넘어 백무현의 집무실 공기마저 잘게 찢어발겼다.

[전부 부수고, 씨를 말려버리기 위해서다.]

파직-!

통신 화면이 새하얀 뇌전과 함께 완전히 박살 나며 꺼졌다.

백무현의 얼굴에 처음으로 미세한 긴장감이 스쳤다.

"……이 미친 새끼가."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거대한 중기관총을 집어 들었다.

전신의 티타늄 합금 장갑이 맞물리며 끔찍한 기계음을 토해냈다.

"좋다. 네놈의 그 콧대를 어디까지 꺾을 수 있는지, 이 바닥에서 직접 증명해 주마."

신서울의 밤, 모든 전력이 끊어진 마천루의 최상층을 향해, 진정한 '천마'의 발걸음이 거침없이 밀려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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