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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75화목차

제75화 정예 분대 궤멸

콰아아아구궁-!

신서울 중앙 플라즈마 에너지 타워의 지하 제어실.

공기를 찢는 폭음과 함께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은 파란색 플라즈마의 잔해였다.

타워 전체를 짓누르던 초고압 감쇄 필드.

인간의 단전과 나노머신 회로를 억지로 짓눌러 숨통을 조이던 그 악랄한 제어 코드가, 강진혁의 손에 의해 흔적도 없이 박살 났다.

지이익- 지지직!

시스템 보조 HUD가 영구 차단된 시야 속에서, 진혁의 직감은 오히려 더욱 날카롭게 곤두섰다.

기계의 계산에 의존하던 시절은 이미 끝났다. 지금 그의 오감을 지배하는 것은 오롯이 수십 년간 사선을 넘나들며 연마한 무인의 본능이자, 단전에서 요동치는 3만 2,400 MW의 칠흑 같은 마기였다.

"크윽……!"

감쇄 필드가 무너진 순간, 제어실의 사방을 에워싸고 있던 블랙 가드 정예 편대원들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생체 코어와 직결된 갑옷의 출력이 요동치며 내부 회로가 타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들의 눈앞에 서 있는 강진혁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지옥의 최하층에서 기어 나온 살아있는 마신(魔神)의 화신이었다.

우웅-!

진혁의 손에 들린 [천마검]의 검신을 따라, 푸른 뇌전과 뒤섞인 칠흑의 마기가 소용돌이쳤다.

주변의 중력이 뒤틀리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키는 압도적인 기운.

"처리해라! 저 괴물을 당장 부숴!"

블랙 가드 분대장의 절규와 함께, 잔류하던 4인의 정예가 일제히 방아쇠를 당겼다.

두두두두두구-!

초고주파 실탄과 플라즈마 레이저가 빗발처럼 진혁을 향해 쏟아졌다.

인간의 반응 속도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탄막의 폭우.

하지만 진혁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말려 올라갔다.

챙강, 챙가방가강-!

피하지 않았다.

진혁은 [천마무상체]의 방어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린 채, 그대로 탄막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몸에 박히는 플라즈마 탄환들은 나노머신과 융합된 피부 밀도에 부딪히며 불꽃을 튀기다 이내 튕겨져 나갔다.

스으읍- 후우-.

진혁이 가슴 깊은 곳에서 호흡을 끌어올렸다.

그의 단전이 거대한 심장처럼 쿵쾅이며 주위의 공기를 빨아들였다.

마광신보 - 극(極).

슈우우우욱-!

잔상조차 남지 않았다.

빛의 궤적을 완전히 지워버린 진혁의 형체가 공간을 이탈하듯 블랙 가드들의 진영 한가운데로 파고들었다.

"어……?"

분대장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방금까지 정면에 있던 적이 자신의 망막 속에서 지워졌기 때문이다.

퍼석-! 툭.

목이 떨어지는 소리는 그다음이었다.

진혁의 손끝에 벼려진 마검(魔劍)이 첫 번째 블랙 가드의 전신 갑주와 생체 코어를 단숨에 양단했다.

갑옷의 티타늄 합금이 두부처럼 갈라지며 내부의 고출력 코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아악!"

"방어막 전개……!"

나머지 대원들이 경악하며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진혁의 왼손이 날아가듯 뻗어 나와 두 번째 블랙 가드의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꾸드득- 우드득!

"아…… 윽……!"

[흡원천공 - 개량(改).]

진혁의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온 칠흑의 마기가 상대의 생체 코어 방어벽을 강제로 찢어발겼다.

그리고는 그 안에 응축되어 있던 순수한 군용 에너지를 게걸스럽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슈우우우욱-!

블랙 가드의 몸이 말라비틀어진 미라처럼 순식간에 쭈글어들었다.

그가 지니고 있던 군용 고급 코어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진혁의 단전으로 유입되었다.

[SYSTEM ALERT: 경고 주체 없음 - 데이터 직분 흡수 감지.]

[단전 코어 출력이 급상승합니다.]

[현재 출력: 32,400 MW → 3만 5,100 MW 돌파!]

진혁의 시야 구석에 시스템 보조 HUD는 꺼져 있었지만, 육체와 단전이 느끼는 감각은 더욱 선명하게 뇌리를 때렸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에너지를 집어삼켜 자신의 양분으로 삼는 절대적인 흡수의 권능.

그것이 바로 흡원천공의 진정한 본질이었다.

두두둑!

진혁은 흡수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남은 두 명의 블랙 가드를 향해 눈을 돌렸다.

그의 흑안에서 번뜩이는 살기는 이미 살생의 단계를 넘어선 지 오래였다.

"몬스터…… 진짜 괴물 자식……!"

살아남은 대원 중 하나가 정신을 잃은 듯 고함을 지르며 휴대용 플라즈마 바주카를 겨눴다.

타워 전체의 잔류 에너지를 끌어모아 자폭이라도 하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진혁은 그보다 한 박자 더 빨랐다.

"시끄럽다."

콰아아앙-!

진혁이 바닥을 박차고 도약함과 동시에, 그의 검이 위에서 아래로 가차 없이 내리꽂혔다.

[뇌전마강 - 십자참(十字斬).]

취이익-!

칠흑의 마기와 푸른 뇌전이 십자 모양의 거대한 검강(劍剛)으로 뻗어나가 바주카를 겨누던 대원의 상체를 그대로 꿰뚫었다.

폭음과 함께 남은 두 명의 블랙 가드마저 형체도 없이 사방의 벽면에 산산조각 나며 흩어졌다.

지르릉…… 탁.

지하 제어실 내부에 울려 퍼지던 경고등마저 진혁이 뿜어낸 마기의 압력에 못 이겨 터져 나갔다.

이로써 지하 제어실을 지키고 있던 블랙 가드 정예 분대는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완벽하게 궤멸했다.

후우우…….-

진혁이 가볍게 숨을 몰아쉬며 검을 거뒀다.

연속된 전투로 인해 단전의 부하가 극한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에는 피로 기색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흡수된 4개의 군용 고급 코어 에너지 덕분에 단전의 출력은 3만 8,000 MW를 향해 치솟고 있었다.

스윽.

진혁은 피투성이가 된 제어실 바닥을 뒤로하고, 시야의 정면에 위치한 거대한 주 통제 단말기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방금 전까지 부화하던 '제2의 최종 그릇'이 남긴 잔해와 함께, 신서울 전체의 전력망과 연결된 메인 코어 인터페이스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비리릭- 툭.

진혁이 손을 뻗어 인터페이스의 물리적 단자를 검으로 내리쳤다.

지직거리며 화면이 꺼지는가 싶더니, 이내 제어실 전체의 조명이 붉은색에서 푸른색으로 서서히 물들기 시작했다.

타워의 중심을 장악한 것이다.

"진혁 씨!"

이때, 부서진 이중 방화문의 잔해를 넘어 윤아영과 송수연이 급하게 제어실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윤아영은 손에 든 포인터 단말기를 바쁘게 두드리며 소리쳤다.

"진혁 씨, 방금 타워 내부의 보안 프로토콜이 완전히 우리 손으로 넘어왔어요! 이현도가 남긴 마지막 자동 제어 코드도 무력화됐습니다!"

송수연 역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진혁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녀의 눈에 진혁의 옷자락에 묻은 핏자국과 사방에 널브러진 블랙 가드의 잔해가 들어왔다.

"정예 부대 전부를 혼자서 쓸어버린 거야……?"

송수연이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진혁은 대답 대신 천마검을 바닥에 툭 내려놓으며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끝난 게 아니다."

"……뭐?"

"이 타워는 시작일 뿐이야. 신서울 전체를 짓누르고 있는 티타늄 그룹의 뿌리 그 자체를 뽑아버려야 해."

진혁의 시선이 타워의 거대한 유리창 너머로 향했다.

그곳에는 밤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신서울 상층부의 화려한 마천루들과, 그 아래에서 신음하는 수백만 하층민들의 거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있었다.

윤아영이 진혁의 의도를 눈치채고 눈을 크게 떴다.

"설마…… 제2계급 공업지대 전체의 전력을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거예요?"

"그래."

진혁이 낮게 읊조리며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끝에서 칠흑 같은 마기가 가늘게 흩날리며 중앙 제어 노드에 스며들었다.

"티타늄 그룹이 자본과 기계로 쌓아 올린 이 철옹성 같은 지옥을, 오늘 밤부로 완전히 끝장낸다."

다음 순간, 진혁의 명령에 응답하듯 중앙 플라즈마 에너지 타워의 거대한 원자로가 거세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우구구구구궁-!

신서울 전체의 운명을 바꿀 최후의 일격이, 비로소 그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앙-!

중앙 플라즈마 에너지 타워의 심장부인 지하 원자로 실린더가 진혁의 마기에 반응하여 거대한 진동을 토해냈다.

타워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고, 천장에서 쏟아진 콘크리트 잔해들이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진혁 씨! 원자로 출력이 너무 급격하게 요동치고 있어요! 이러다가는 타워 자체가 과부하로 폭발할지도 몰라요!"

윤아영이 급하게 포인터 단말기를 두드리며 경고음을 토해냈다.

그녀의 얼굴에 맺힌 식은땀이 하얀 조명 아래서 번들거렸다.

신서울 전체의 전력을 통제하던 메인 서버가 강진혁의 마기를 흡수하며 비정상적인 에너지 피크를 그리며 요동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진혁의 표정은 흔들림 하나 없었다.

그는 눈을 감은 채, 자신의 단전 속에서 거칠게 소용돌이치는 3만 8,000 MW의 마기를 가라앉히며 호흡을 조절했다.

"폭발하지 않는다."

낮고 묵직한 진혁의 목소리가 제어실 내부에 울려 퍼졌다.

"내가 통제하고 있으니까."

진혁이 천천히 눈을 뜨며 손바닥을 중앙 제어 노드 위에 얹었다.

지직거리며 붉은색 경고등을 내뿜던 메인 모니터가 진혁의 마기에 동화되듯 순식간에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타워의 폭주를 막아낸 것은 기계의 방화벽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초월천마경'의 절대적인 제어력이었다.

윤아영은 그 광경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바라보았다.

"……믿을 수가 없어. 인공지능이나 중앙 관제 시스템의 연산 없이, 인간의 의지만으로 이 거대한 에너지 그리드를 억누르고 있다고……?"

"괴물이라는 말로는 모자라지."

송수연이 대검을 둘러메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깊은 신뢰와 함께 뜨거운 열정이 서려 있었다.

그녀가 믿었던 것은 시스템이 아니라, 언제나 스스로의 힘으로 부조리한 세상을 짓밟아 온 이 무인이었으니까.

진혁은 제어 노드에서 손을 떼며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지시했다.

"아영."

"네, 네! 말씀하세요!"

"제2계급 공업지대 전체로 연결된 메인 송전 라인을 강제로 열어라."

"에? 송전 라인을 연다고요? 지금 그쪽으로 전력을 몰아주면 공업지대에 밀집한 티타늄 그룹의 잔당들과 자동 경비 시스템들이 완벽하게 재가동될 텐데요?!"

윤아영이 당황하며 되물었다.

티타늄 그룹의 공업지대는 수많은 무인 공장과 자율형 전투 로봇, 그리고 아직 소탕되지 않은 잔존 병력들이 버티고 있는 요새였다.

거기에 전력을 공급한다는 것은 호랑이 입에 고기를 던져주는 격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진혁의 입꼬리가 비틀리며 섬뜩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래서 여는 거다."

"……어?"

"녀석들이 쓸 수 있는 모든 전력과 무기를 최대로 끌어올리게 해라. 그 철옹성의 출력이 정점에 달하는 순간, 나는 그 허울뿐인 요새를 단숨에 짓밟을 테니까."

적의 가장 강한 힘을 유도한 뒤, 그 정점에서 가장 비참하게 박살 내버린다.

그것이 바로 강진혁 식의 복수이자, 절대적인 무력의 방식이었다.

윤아영은 진혁의 눈빛에서 서린 광기와 냉혹함을 읽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에 힘을 주며 씨익 웃었다.

"알았어요! 오라버니가 그렇게 나오신다면, 이 아영 님이 전용 고속 회선을 열어드리는 게 인지상정이지!"

타다다다닥-!

윤아영의 손가락이 광기 어린 속도로 단말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에 푸른 데이터 코드가 비치며 양자 암호화 방화벽이 차례대로 해제되었다.

콰아아구궁-!

지하 제어실의 울림이 한층 더 거세졌다.

타워의 송전탑을 통해 제2계급 공업지대로 향하는 거대한 에너지 줄기가 밤하늘을 향해 뻗어 나갔다.

같은 시각.

신서울 제2계급 공업지대.

"제기랄! 이게 무슨 일이야!"

티타늄 그룹의 공업지대를 지키고 있던 잔류 경비 부대의 대장이 대형 모니터 앞을 구르듯 달려오며 소리쳤다.

모니터 전체가 붉은색 경고 메시지로 뒤덮여 있었다.

[SYSTEM ERROR: 중앙 플라즈마 타워로부터 비정상적인 고출력 에너지가 유입됩니다!]

[공업지대 전력 그리드 120% 초과 가동!]

[자동 경비 로봇 '타이탄-G' 시리즈 일제히 기동 개시!]

슈우우우웅- 쾅! 쾅! 쾅!

공업지대 곳곳에 설치되어 있던 거대한 격납고 문들이 일제히 열렸다.

그 속에서 수십 기의 중장갑 전투 로봇과 사이보그 처형수들이 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중앙 제어 시스템이 강제로 송전 라인을 개방한 탓에, 모든 자동화 병기가 최전성기의 출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동 요새들과 방어선들이 죄다 살아났어! 누구요? 누가 이 미친 짓을 벌인 거야!"

경비대장의 절규가 무색하게도, 공업지대의 상공을 가득 채운 대형 전광판들의 화면이 일제히 지직거리며 꺼졌다.

그리고는 잠시 후, 잡음 섞인 노이즈와 함께 칠흑 같은 흑안을 지닌 한 남자의 모습이 전광판 전체에 거대하게 송출되었다.

신서울의 모든 하층민과 공업지대 노동자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전광판 속의 남자.

은빛 회로 선이 목과 손목을 따라 옅게 흐르고, 칠흑 같은 검은 머리와 차가운 눈빛을 가진 존재.

강진혁이었다.

[——들리는가.]

진혁의 목소리가 신서울 전역의 스피커와 전광판을 통해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는 단순한 음성이 아니었다.

단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가 전파와 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영혼을 짓누르는 듯한 절대자의 선언이었다.

[티타늄 그룹이 자본과 기술로 쌓아 올린 이 철옹성도, 너희가 숨어 있던 이 지옥 같은 공업지대도 끝이다.]

공업지대 한복판에서 기동하던 수십 기의 타이탄-G 로봇들이 카메라 렌즈를 일제히 전광판 속의 진혁에게 고정했다.

하지만 진혁의 눈빛은 그 거대한 철제 병기들을 벌레 보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금부터, 이 신서울의 밤을 지배하던 모든 악을 처단한다.]

직후, 진혁이 전광판 속에서 천마검을 가볍게 치켜들었다.

콰아아아아아아-!

중앙 플라즈마 에너지 타워에서 뻗어 나간 푸른 뇌전이 밤하늘을 가르며 공업지대의 상공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지상의 모든 건물이 진동하고, 티타늄 그룹의 잔당들이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신서울의 역사가 완전히 뒤바뀌는 최후의 진군이, 비로소 그 서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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