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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72화목차

제72화 플라즈마 장막의 시련

쿠구구궁——!

지축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칠흑의 마검이 거대한 이중 방화문을 두쪽으로 갈라놓았다.

천마검의 끝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뇌전과 압축된 마기(魔氣)의 여파가 복도 벽면에 새겨진 강화 티타늄 합금을 종잇장처럼 구겨버렸다.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며 찢어진 문틈 사이로 숨이 막힐 듯 뜨거운 열기와 함께 오존 냄새가 훅 밀려들었다.

"후우."

강진혁의 입술 사이로 옅한 백색의 기도가 흩어졌다.

단전에서 요동치는 27,500 MW의 출력은 여전히 폭발적인 에너지를 전신으로 뿜어내고 있었지만, 그가 상대해야 할 대상은 단순한 인간이나 기계가 아니었다.

신서울 전체의 전력을 한곳으로 모아 작동시키는 거대한 에너지 타워.

이곳은 티타늄 그룹이 수 세기 동안 갈고닦은 기술적 총아이자, 이현도가 남긴 '제2의 최종 그릇'을 부화시키기 위한 거대한 심장부였다.

삐비비비-! 붉은색 경고등이 타워 내부의 모든 벽면을 물들이며 귀를 찢는 듯한 경보음을 울렸다.

[SYSTEM ALERT: 비상 보안 프로토콜 '오메가'가 작동했습니다.]

[중앙 플라즈마 에너지 타워의 모든 구역이 잠금 해제되며, 방어 시스템이 가동됩니다.]

윤아영의 목소리가 진혁의 귓속에 박힌 통신 이어셋을 통해 급박하게 울려 퍼졌다.

- 진혁 오빠! 타워의 메인 방화문이 강제로 뜯겨 나간 걸 인식했어! 방금 전까지 대기 상태던 내부 보안 회로가 전부 오버클럭 상태로 전환됐어. 전방 100미터 구간에 초고압 플라즈마 장막이 생성될 거야! 조심해!

"알고 있어."

진혁의 흑안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툭, 투두둑.

그의 발걸음이 망설임 없이 찢어진 문틈 너머로 향했다.

거대한 원통형 구조로 이루어진 중앙 플라즈마 에너지 타워의 내부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였다. 수백 미터에 달하는 높이의 중앙 홀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푸른빛의 플라즈마 원주(柱)가 소용돌이치며 천장까지 뻗어 있었다.

지잉이잉— 쾅!

진혁이 홀에 발을 들놓자마자, 사방의 벽면에 매립되어 있던 수십 개의 자동 레이저 포탑과 중형 개틀링 건이 일제히 회전하며 포신을 겨눴다.

타다다다다다다닷!

초당 수천 발의 고주파 탄환과 고출력 레이저빔이 진혁을 향해 쏟아졌다. 공간 자체가 찢어질 듯한 포화였다.

하지만 진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시끄럽군."

휘릭!

[마광신보 - 극(極)]!

그의 잔상이 허공에 흩어지며 공간이 왜곡됐다. 탄환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검은색 잔상뿐이었다.

레이저 빔이 벽면을 녹이며 치명적인 궤적을 그렸지만, 진혁의 몸은 그 사각지대를 귀신같이 파고들며 앞으로 나아갔다.

단순한 속도가 아니었다.

만법귀마(萬法歸魔)의 원리로 사방에서 날아오는 탄환의 탄도학과 주파수를 실시간으로 연산하여, 가장 저항이 적은 틈새를 뚫고 나가는 경지였다.

잠시 후, 진혁의 앞길을 완전히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 나타났다.

파지직, 파지직-!

수백만 볼트의 초고압 전류가 뿜어져 나오는 플라즈마 장막이었다.

공기 중의 산소가 이온화되면서 발생하는 푸른 자줏빛 섬광이 복도 전체를 가득 메웠다. 그 앞에서는 어떤 첨단 방어복을 입은 인간이라도 순식간에 재로 변해버릴 터였다.

일반적인 군사 기술이나 나노머신 방어막으로는 단 1초도 버티지 못하고 회로가 녹아내릴 고열과 전압.

하지만 진혁은 그 장벽 앞에서 멈추어 서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 짙은 냉소가 걸렸다.

"플라즈마라고?"

그는 흡원천공의 운기 경로를 전신으로 확장했다.

쿠구구궁!

단전에서 끓어오르는 27,500 MW의 마기가 혈관을 타고 역류했다.

과거라면 나노머신이 쇼크를 일으켰을 고전압의 에너지였지만, 지금의 [초월천마경]에 도달한 진혁에게는 그저 '흡수하여 정제할 수 있는 영양분'에 불과했다.

[천마무상체]와 흡원천공이 동시에 가동되었다.

파아아아압-!

진혁의 전신을 감싸 쥐듯 칠흑 같은 마기가 뿜어져 나왔고, 그 마기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며 푸른색의 초고압 플라즈마 장막을 향해 뻗어 나갔다.

지이이이익-! 콰아앙!

플라즈마 장막과 칠흑의 마기가 충돌하는 순간, 엄청난 폭음과 함께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섬광이 홀 전체를 뒤덮었다.

- 오빠?! 괜찮아?!

윤아영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진혁은 대답할 여유가 없었다.

그의 몸 주변에서 플라즈마의 초고압 전류가 마기에 엉겨 붙으며 엄청난 양의 열대류를 발생시켰다.

흡원천공-개량(改)!

외부의 에너지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자신의 마기와 동화시키는 기괴한 운기법이었다.

지익, 지지직......!

수백만 볼트의 전압이 진혁의 피부를 스치고 지나갔으나, 그의 세포와 나노머신 네트워크는 [천마무상체]의 견고한 밀도로 이를 완벽하게 튕겨내고 있었다.

오히려 장막의 에너지가 흡수되면서 진혁의 마기 주변으로 푸른 뇌전의 파편이 얽혀들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그를 태워 죽이려던 플라즈마 장막이, 이제는 진혁의 마기에 굴복하여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치이익-!

장막의 중앙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완벽한 무력의 관통.

진혁은 장막의 잔해 속에서 묵묵히 걸어 나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은빛 회로가 흐르는 목과 손목 주변으로 푸른 뇌전의 잔광이 은은하게 명멸하고 있었다.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위압감은 주변의 자동 포탑들마저 과부하로 폭발하게 만들었다.

콰앙! 콰시직!

남아있던 레이저 포탑들이 차례로 터져 나가며 고철 덩어리로 변해 바닥으로 떨어졌다.

중앙 플라즈마 타워의 1차 방어선이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진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타워의 더 깊은 곳, 즉 중앙 제어실을 향하는 거대한 엘리베이터 게이트를 응시했다.

그 안쪽에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살기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 진혁 오빠! 경고 게이지가 급상승하고 있어! 중앙 제어실 앞이야! 뭔가 엄청난 녀석들이 기다리고 있어!

"알고 있다."

진혁이 천마검을 가볍게 치켜들며 입을 열었다.

검신에 엉겨 붙은 푸른 뇌전과 칠흑의 마기가 어우러져 기괴한 파열음을 냈다.

"숨어봤자 소용없어. 전부 찢어발겨 줄 테니."

그의 발걸음이 다시 한번 무겁고도 단호하게 타워의 심장부를 향해 내딛어졌다.

쿠구구궁……!

진혁의 군홧발이 강화 티타늄 바닥을 내리찍을 때마다 미세한 지진파가 타워 전체로 퍼져 나갔다.

1차 방어선이었던 플라즈마 장막과 자동 포탑 지대를 돌파한 그가 마주한 것은, 지하 깊은 곳으로 이어지는 광활한 수직 대공동(大空洞)이었다.

지하 수백 층의 높이를 자랑하는 이곳은 과거 티타늄 그룹이 인체 실험체들을 관리하고 생체 코어를 양산하던 거대한 메가 공장이었다.

사방의 벽면에는 수천 개에 달하는 원형의 보존 캡슐이 벌집처럼 박혀 있었으나, 지금은 대부분 유리가 깨진 채 텅 비어 있거나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삐비비비- 삐빅!

중앙 공동의 상공을 가로지르는 철제 갠트리 크레인 위로 붉은색 경고등이 미치도록 깜빡였다.

- 진혁 오빠! 생체 반응 포착! 중앙 제어실 앞 로비야! 보통 자율형 로봇들이랑 출력이 완전히 달라! 이 녀석들… 전신에 군용 4세대 생체 코어와 특수 마기 감쇄 합금이 둘러져 있어!

이어셋 너머로 들려오는 윤아영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진혁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흑안을 가늘게 떴다.

시야의 제한은 있었지만, 수만 MW의 출력을 온전히 담아낸 그의 감각 기관은 허공에 떠도는 미세한 공기의 진동과 적들의 살기까지 정확하게 읽어내고 있었다.

슈우우우-!

중앙 제어실의 거대한 이중 격문이 위아래로 갈라지며 열렸다.

그 어두운 문틈 사이로, 인간의 것인지 기계의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무겁고도 기괴한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쿵. 쿵. 쿵.

지면을 울리는 묵직한 중저음과 함께, 사방의 공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스락-

어둠 속에서 나타난 자들은 총 네 명이었다.

그들은 전신을 뒤덮는 완전 밀폐형 티타늄 전투복을 착용하고 있었으며, 투구의 바이저 너머로는 짐승 같은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티타늄 그룹의 최종 방어선이자, 회장 직속의 최정예 암살 집단.

백무현의 수하인 '블랙 가드' 정예 편대였다.

"목표 확인. 침입자 강진혁."

가장 선두에 선 체격이 거대한 사내가 기계적으로 변조된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의 가슴팍에 박힌 생체 코어에서 터져 나오는 출력은 각각 9,000 MW에 달했다. 넷이 합쳐지면 36,000 MW를 상회하는 괴물 같은 전력 덩어리였다.

"회장님의 명에 따라, 그리고 마지막 명령 코드의 집행을 위해 네 놈의 목을 회수한다."

촤아아악-!

네 명의 블랙 가드가 동시에 양팔을 펼쳤다.

그들의 팔뚝에 장착된 특수 장치에서 은빛 파장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파지지직-!

공간의 파장이 변모하며, 사방의 중력과 마기의 흐름을 강제로 억누르는 기괴한 압력이 진혁의 어깨를 내리눌렀다.

[SYSTEM ALERT: 경고. 주변의 공간 주파수가 조작되었습니다.]

[특수 마기 감쇄 필드(Anti-Ma-Gi Suppression Field)가 전개되었습니다. 사용자 내부의 마력 운용 효율이 40% 강제 저하됩니다.]

머릿속에 직접 울리는 HUD는 꺼져 있었지만, 진혁의 본능적인 감각이 그 제약을 완벽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주변의 마기가 무거워지며, 마치 진흙탕 속을 걷는 것처럼 신체 반응 속도가 둔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호오."

진혁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감쇄 필드라.

고대 마공의 운기를 방해하기 위해 티타늄 그룹이 연구 끝에 만들어낸 비장의 수단인 모양이었다.

과거의 그였다면 이 필드 안에서 마기의 폭주를 겪거나 움직임이 둔해져 고전을 면치 못했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내게 기술을 가르쳐 준 건 그대들이지만……."

진혁이 천마검을 가볍게 비틀어 잡았다.

검신에 엉겨 붙어 있던 칠흑의 마기와 푸른 뇌전이 감쇄 필드의 파장에 닿자마자 미세하게 떨렸으나, 곧바로 진혁의 압도적인 의지에 의해 재정렬되었다.

"그걸 무공으로 완성한 건 나다."

파아아압-!

진혁의 몸이 광채를 지우며 사라졌다.

[마광신보 - 극(極)]!

마기 감쇄 필드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속도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공간의 저항을 마기로 찢어발기며 더욱 폭발적인 가속을 얻었다.

"뭐지?!"

블랙 가드 정예의 투구 바이저가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들의 눈앞에는 이미 잔상조차 남지 않은 채, 단 한순간에 거리가 좁혀지는 공포스러운 형상만이 비치고 있었다.

쾅-!

가장 선두에 있던 블랙 가드의 거대한 방어막 위로 진혁의 천마검이 내리꽂혔다.

단순한 참격이 아니었다.

27,500 MW의 단전 출력과 초고주파 진동 파쇄, 그리고 뇌전마강의 원리가 완벽하게 융합된 일격이었다.

파지직- 콰아아앙!

"크윽……?!"

4세대 생체 코어의 출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전개한 특수 합금 방어막이 종잇장처럼 박살 났다.

방어막 중앙에 균열이 가기 무섭게, 칠흑의 마기가 사방으로 튀며 블랙 가드의 전신 갑주를 꿰뚫었다.

지익, 찌릿-!

"커아아아악!"

단 한 번의 검격으로 9,000 MW 출력을 자랑하는 최정예 요원의 신체 중앙이 두쪽으로 갈라지며 피와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었다.

진혁은 멈추지 않았다.

이미 쓰러지는 시체는 안중에도 없었다. 남은 세 명의 블랙 가드가 당황하며 고주파 블레이드를 뽑아 들었지만, 진혁의 검로는 이미 그들의 목을 향하고 있었다.

"막아라! 감쇄 필드의 출력을 한계까지 올려!"

두 번째 블랙 가드가 고함치며 마기 감쇄 장치의 출력을 폭등시켰다.

주변의 공기가 압축되며 진혁의 움직임을 옭아매려 했다.

하지만 진혁의 흑안이 번뜩였다.

"만법귀마(萬法歸魔)."

적들의 필드가 만들어내는 파장의 주파수를 진혁의 뇌가, 아니 무인의 의지가 완벽하게 파악했다.

주파수의 공진점을 찾아내어 그 허점을 역이용하는 것.

쿠구구궁!

진혁의 단전에서 역류한 마기가 오히려 감쇄 필드의 파장과 동화되어, 적들이 만들어낸 억제력을 사방으로 튕겨내는 충격파로 변환되었다.

"크헉!"

역류한 파장에 스스로 당한 블랙 가드 요원들이 피를 토하며 주춤거렸다.

그 허를 놓칠 진혁이 아니었다.

휘릭- 팟!

칠흑의 섬광이 가로지르는 순간, 두 자루의 검강이 십자로 교차했다.

[뇌전마강 - 십자참(十字斬)]!

푸른 뇌전과 마기가 어우러진 십자 모양의 참격이 남은 세 명의 블랙 가드를 정면으로 강타했다.

콰아아아앙-!

폭발적인 화염과 함께 최정예 블랙 가드 편대의 전신 갑주가 완전히 형체를 잃고 공중으로 산화했다.

타워의 로비 바닥이 거대한 참흔으로 파여 나가며 뜨거운 열기와 매캐한 화약 냄새가 진동했다.

사방이 고요해졌다.

단 몇 초 만에 티타늄 그룹의 최정예 살인병기 넷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진혁은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천마검의 피를 툭툭 털어냈다.

그의 은빛 회로가 흐르는 목덜미에서 미세한 열기가 뿜어져 나왔으나, [천마무상체]의 견고한 회복력이 그 과부하를 즉시 상쇄하고 있었다.

끼익…… 쾅.

그때, 사방을 가로막고 있던 중앙 제어실의 대형 철문이 완전히 밀려 올라가며 그 안쪽의 풍경이 드러났다.

거대한 홀의 정중앙.

수천 개의 케이블과 냉각수 관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거대한 원형 유리 캡슐 안에서, 눈을 감은 채 푸른빛의 액체에 잠겨 있는 또 하나의 거대한 형체가 서서히 눈을 뜨고 있었다.

이현도가 남긴 마지막 명령 코드가 불러일으킨, 신서울 전체의 전력을 흡수해 부화하는 '제2의 최종 그릇'.

그 형체의 이마에 새겨진 낯익은 붉은색 바코드가 진혁의 흑안에 선명하게 박혔다.

- 진혁 오빠……! 저기 저거, 설마……!

윤아영의 다급한 목소리가 이어셋을 두드렸지만, 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캡슐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쿠구구궁-!

캡슐의 유리가 깨지며, 마침내 '그것'이 거대한 검은 기운을 뿜어내며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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