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신마교(Neo-Ma-kyo)의 정체
“……이게 전부 데이터로 기록되어 있었다고?”
화이트 섀도의 임시 아지트이자 지하 수력 발전소의 잔해 한구석.
푸른색 홀로그램 화면 위로 복잡한 코드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윤아영의 손가락이 가상 키보드를 두드릴 때마다, 차가운 금속성 방 안에는 기계음만이 윙윙거리며 울려 퍼졌다.
진혁은 그저 침묵한 채 서 있었다.
그의 상반신에 얽혀 있는 은빛 회로 선들이 희미하게 박동할 때마다, 단전 부근에서 묵직한 열감이 피어올랐다. 방금 전 천마회 행동대장의 흉부에서 강탈해 온 3세대 생체 코어의 에너지가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중이었다.
[SYSTEM INFO: 천마 프로토콜 (HEAVENLY DEMON PROTOCOL) v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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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자: 강진혁 (실험체 07호)
■ 경지: 2단계 [마기융합 (魔氣融合)]
■ 생체 코어 출력: 1,100 MW (Gen-3 튜닝형)
■ 나노머신 동기화율: 68.5% (+4.2% UP)
■ 보유 마력(내공): 25년가량 [마검기(魔劍氣) 정밀 제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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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ning] 흡수된 데이터 파편 정제 완료.
[Database Update]: '신마교(Neo-Ma-kyo)' 조직도 및 자금줄 연동 회로 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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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 구석에 떠오른 HUD를 눈동자로 가볍게 훑으며, 진혁이 낮게 입을 열었다.
“결과가 나왔나.”
“응. 방금 이 녀석의 뉴럴 칩에서 뽑아낸 백업 데이터야. 이걸 보면 진작에 눈치챘어야 했는데…….”
윤아영이 숏컷의 분홍빛 머리를 쓸어 넘기며 화면을 확대했다.
화면 위에는 신서울 하층가의 지도가 나타났고, 그 위에 거미줄처럼 얽힌 자금 흐름과 조직의 거점들이 붉은색 점으로 표시되었다.
“네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훨씬 더 골치 아프고, 또 역겨워.”
“말해 봐.”
“신마교. 겉으로는 슬럼가를 주름잡는 사이버 마피아 집단처럼 보이지? 뒷골목에서 코어나 밀수하고, 마약이나 유통하면서 티타늄 그룹의 눈을 피해 숨어 사는 하층민들의 왕처럼 군림하는 거 말이야.”
윤아영의 입꼬리가 비틀어졌다. 자조적인 웃음이었다.
“근데 실상은 그게 아니야. 신마교는 티타늄 그룹이 공식적으로 처리하지 못한 ‘쓰레기통’이야. 정확히는…… 고대 마교 유골 데이터와 마공 실험 과정에서 정신이 붕괴되거나 육체가 오버히트해서 버려진 ‘실패작 실험체’들이 모여서 만든 하부 통제 기구지.”
“…….”
“티타늄 그룹의 회장, 진무극 그 영감이 직접 만든 페이퍼 컴퍼니이자 실험장인 셈이야. 이 녀석들은 주기적으로 신서울 하층가에서 인간들을 납치해 생체 코어 실험을 벌이고, 그 부산물로 얻은 데이터를 다시 티타늄 그룹 제3연구소로 상납해 왔어. 한마디로 신마교 전체가 거대 기업의 거대한 ‘부속품’이었던 거지.”
진혁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1,000년 전의 마공.
티타늄 그룹이 왜 목숨을 걸고 고대 마교의 유적을 뒤졌는지, 그리고 왜 자신 같은 인간들을 붙잡아 기계와 마공을 억지로 융합하는 인체 실험을 자행했는지의 퍼즐이 점차 맞춰지고 있었다.
그들은 완벽한 ‘그릇’을 원했다.
기계의 차가운 금속성과 인간의 육체, 그리고 고대 마공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궁극의 병기.
자신은 그 수많은 실험체 중 운 좋게(혹은 저주받게) 살아남아 프로토콜을 각성시킨 07호에 불과했고, 신마교의 녀석들은 그 실험의 부산물로 버려진 채 하층민들을 착취하며 연명하고 있던 사냥개들에 지나지 않았다.
“하부 통제 기구라.”
진혁이 피식 웃었다. 그 웃음에는 온도가 전혀 없었다.
손에 쥐고 있던 검은 자루에서 미세한 마기가 흘러나와 철제 바닥을 가늘게 긁었다.
“그럼 녀석들의 본거지와 자금줄은 전부 파악됐겠네.”
“물론이지. 이 녀석의 머릿속에 들어있던 네트워크 코드를 역추적했으니까. 신마교가 하층가에서 거둬들인 검은 돈이 흘러가는 곳, 그리고 변종 코어와 실패작 실험체들을 가둬두고 싸움판을 벌이는 진짜 핵심 거점의 위치도 알아냈어.”
윤아영이 탭을 두드리자, 지도 한가운데에 커다란 붉은색 원이 깜빡였다.
[Target Location Detected]
- 신서울 하층 7구역, 구(舊) 대형 지하 물류창고 개조 구역.
- 명칭: [지하 격투장 '콜로세움']
“여기가 신마교의 핵심 자금줄이자, 녀석들이 세력을 유지하는 심장부야. 이곳만 박살 내면 하층가에 퍼져 있는 신마교의 조직망은 하루아침에 마비될 거야. 티타늄 그룹으로 가는 자금줄도 완전히 끊어질 테고.”
윤아영의 눈빛이 진혁을 향했다.
여전히 위험천만한 괴물 같았지만,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소년이었다.
“근데 진혁아. 거기는 그냥 마피아 조무래기들이 있는 곳이 아니야. 신마교의 간부들뿐만 아니라, 티타늄 그룹의 연구소에서 탈출했거나 버려진 ‘괴물’들이 모여서 혈투를 벌이는 사지라고. 게다가 그곳의 책임자는…….”
“알고 있어.”
진혁이 윤아영의 말을 짧게 끊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방금 전 처치한 행동대장의 기억 파편 속에서 스쳐 지나간 이름 하나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광마(狂魔).
천마 프로토콜의 초기 실험 과정에서 뇌 회로가 완전히 붕괴되어 통제 불능 상태가 되었으나, 역설적으로 마공의 폭주를 육체로 버텨내며 지하 격투장의 절대자로 군림하고 있는 괴물.
티타늄 그룹이 숨겨둔 또 하나의 실패작이자, 진혁이 밟고 올라가야 할 다음 단계의 디딤돌이었다.
“가자.”
진혁이 몸을 돌렸다.
그의 등 뒤로 은빛 회로가 번뜩이며 뿜어져 나오는 마기가 주변의 공기를 차갑게 얼어붙게 만들었다.
“어디로?”
“신마교의 심장부. 그 쓰레기통을 완전히 비워버린다.”
신서울 하층 7구역.
햇빛조차 닿지 않는 영원한 밤의 도시 속에서도, 가장 깊고 어두운 지하에 위치한 ‘콜로세움’은 늘 열기로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쾅! 쿠구구구궁—!
“죽여라! 더 찢어버려! 저 새끼의 코어를 뽑아버리라고!”
“크아아아아악—!”
수백 명의 하층민과 범죄자, 그리고 전신을 기괴하게 개조한 사이보그들이 철망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원형 링을 향해 고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링 안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혈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3세대 이상의 전투용 생체 코어를 이식받은 두 명의 괴물이 서로의 살점을 물어뜯고, 고주파 진동 칼날로 장갑을 부수며 피를 튀기는 중이었다.
그 혈투의 열기 속, 지하 격투장의 가장 깊숙한 VIP 관람석.
거대한 철제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있는 거구의 사내가 있었다.
그의 머리통은 정중앙이 기계식 플러그와 노출된 시두(視頭) 회로로 흉측하게 뚫려 있었고, 숨을 쉴 때마다 목 부근의 은빛 냉각 파이프에서 치이익 하고 하얀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주인님.”
옆에서 덜덜 떨며 서 있던 신마교의 중간 간부가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하층 5구역의 거점과, 1부대장 녀석의 신호가 완전히 끊어졌습니다. 아마…… 외부의 침입자에게 당한 것 같습니다.”
철컥.
사내가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시뻘건 광채가 번뜩이는 기계 눈동자가 간부를 향했다. 뇌 개조의 부작용으로 인해 시냅스가 끊임없이 스파크를 일으키는 그의 입술이 비틀리며 기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침입자……?”
“네, 놈의 데이터 패턴이…… 과거 티타늄 그룹의 폐기장에서 도망쳤던…….”
챙그랑-!
사내가 들고 있던 고가의 합성주 유리잔이 손 안에서 박살 나며 가루가 되었다.
그가 자리에서 서서히 일어났다. 2미터가 넘는 거대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마기와 살기가 지하 격투장의 요란한 환호성마저 순식간에 집어삼킬 듯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리운 이름이군. 실험체 07호…….”
광마의 입가에 찢어질 듯한 미소가 걸렸다.
그의 등 뒤로 억누를 수 없는 폭주 직전의 마기가 검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내 그릇을 뺏으러 기어오겠다는 건가. 좋다. 기꺼이 그 썩어빠진 심장을 뽑아 내 단전에 박아주마.”
그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지하 격투장의 거대한 정문이 통째로 폭발하며 안쪽으로 날아들었다.
자욱한 연기와 먼지 속에서, 피투성이가 된 검을 땅에 끈 채 서 있는 한 명의 소년이 걸어 들어왔다.
시끌벅적하던 관중석의 소음이 거짓말처럼 뚝 끊겼다.
모든 이의 시선이 그늘진 얼굴과 은빛 회로가 번뜩이는 소년의 목덜미로 집중되었다.
강진혁.
그가 차가운 흑안을 번뜩이며 격투장 내부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SYSTEM INFO: 천마 프로토콜 (HEAVENLY DEMON PROTOCOL) v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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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대 개체 다수 감지.
■ 지하 격투장 '콜로세움' 내부 에너지 네트워크 스캔 완료.
■ [경고] 상위 마기 반응 개체(광마) 접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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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이 검을 치켜들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기다리게 했나?”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무장 경호원들과 변종 실험체들을 향해, 진혁의 발디딤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갔다.
[마광신보(魔光神步)].
빛의 잔상을 남기며 사라진 진혁의 검 끝에서, 첫 번째 살육의 핏물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광신보(魔光神步)]의 궤적이 지하 격투장의 어두운 공기를 갈랐다.
파직, 지지직—!
진혁의 잔상이 남은 자리에 공기가 찢어지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3세대 개조 사이보그들로 이뤄진 신마교의 경호원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진혁의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온 마검기가 그들의 티타늄 장갑을 두부처럼 가르며 흉부의 생체 코어를 정확히 타격했다.
“크윽……! 이, 이 자식이……!”
“막아! 방어막 최대 출력으로 올려!”
우당탕탕!
당황한 경호원들이 중화기를 난사했지만, 진혁의 신체 주변을 감싼 [마기 실드]와 나노머신 장갑이 탄환들을 가볍게 튕겨내거나 흡수했다.
그와 동시에 진혁의 손바닥이 최전방에 있던 사내의 가슴팍에 박혔다.
[SYSTEM INFO: 흡원천공(吸元天功) 연동 개시.]
[대상 생체 코어 출력(750 MW) 흡수 중…….]
[경고: 불순 마력 정제 완료. 코어 출력 1,350 MW 돌파.]
“아아아악—!”
사내의 비명은 채 밖으로 새어 나오지 못했다. 눈동자가 뒤집히며 온몸의 수분과 생체 에너지가 진혁의 손바닥을 타고 빨려 들어갔기 때문이다.
단숨에 에너지를 역류시켜 흡수한 진혁의 눈동자가 시뻘겋게 번뜩였다. 단전 부근에서 타오르던 열감이 더욱 거세어져 혈관을 타고 온몸을 채웠다.
투둑, 투두둑—!
근육의 섬유질이 미세하게 재조정되며 폭발적인 신체 능력이 다시 한번 한계를 돌파했다.
2단계 '마기융합'의 안정화가 가속화되는 순간이었다.
“뭐야 저 괴물은……! 에너지가 역류한다고?!”
“괴물 같은 새끼! 죽여버려!”
관중석을 가득 채운 하층민들과 도박꾼들이 혼란에 빠져 아우성쳤다.
하지만 진혁은 그들의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그의 차가운 흑안은 오직 격투장 중앙, 거대한 철제 의자에서 일어선 거구의 사내—‘광마’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흐흐흐…… 크하하하하!”
광마가 흉측하게 뚫린 머리통의 시두 회로를 긁적이며 기괴한 웃음을 터뜨렸다.
시냅스가 합선되는 듯 사방으로 스파크가 튀었지만, 그의 거대한 육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는 지금까지 진혁이 상대했던 녀석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수십 년간 마공의 폭주를 온몸으로 버텨내며 변이된, 흉악하고 불안정한 파괴의 기운이었다.
“그래. 그 눈빛이다. 폐기장에서 도망치던 그 쥐새끼 같은 눈동자 말이야.”
광마가 바닥을 쿵 구르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바닥의 콘크리트가 그의 거대한 체구와 압도적인 마기에 눌려 거미줄처럼 갈라졌다.
“네놈이 가진 그 프로토콜의 데이터…… 그리고 그 단전에 박힌 코어는 원래 내 자리였어야 했다! 껍데기뿐인 07호 새끼야!”
“네 자리?”
진혁이 낮게 읊조리며 피식 웃었다.
손에 쥔 검에 나노머신이 엉겨 붙으며 스르륵 변형되었다. 고주파 진동음이 귓가를 파고들며 검신 전체가 붉은빛으로 달아올랐다.
“주인도 없는 쓰레기통에서 뒹굴던 개가 허황된 소리를 하는군.”
“입만 살아서는……!”
광마의 형체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광마 역시 마기를 이용한 신체 가속을 사용하고 있었다. 엄청난 풍압이 격투장 안을 휩쓸며 관중석의 철망을 찌그러뜨렸다.
콰아아앙—!
광마의 거대한 주먹이 진혁이 있던 자리를 후려쳤다.
바닥이 완전히 함몰되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지만, 진혁은 이미 [마광신보]로 잔상을 남긴 채 광마의 측면으로 파고든 뒤였다.
‘속도와 출력 모두 이전 녀석들과는 다르다.’
머릿속에 떠오른 HUD의 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혁은 즉시 검을 휘둘렀다.
달궈진 고주파 검강이 광마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챙강-!
마치 티타늄 합금 장갑을 베어낸 듯한 금속성의 파열음과 함께 불꽃이 튀었다.
하지만 광마의 가죽은 진혁의 예상보다 훨씬 단단했다. 마기와 나노머신이 융합된 육체는 일반적인 절기로는 깊은 상처를 내기 어려웠다.
“크큭! 간질거리는구나!”
광마가 씩 웃으며 반격의 주먹을 날렸다.
바람을 가르는 마기의 폭풍이 진혁의 뺨을 스쳤다. 진혁은 상체를 뒤로 젖히며 겨우 주먹을 피했지만, 폭풍의 여파에 휩쓸려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SYSTEM INFO: 경고.]
[적대 개체 '광마'의 육체 밀도 분석: 마기 동기화율 91% 초과.]
[현재 출력(1,350 MW)으로는 단번에 제압하기 어렵습니다. 기혈의 운행을 재조정하십시오.]
시야 구석에 붉은색 경고 문구가 깜빡였다.
하지만 진혁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움 대신 서늘한 흥분이 어린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티타늄 그룹이 만든 실패작.
그 괴물이 지닌 마공의 찌꺼기와 폭주하는 에너지는, 지금 자신의 2단계 마기융합을 완전히 소화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최고의 양분이었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씹어 삼킬 맛이 나지.”
진혁이 낮게 뇌까리며 자세를 낮췄다.
단전 부근에서 요동치던 에너지가 심장을 거쳐 전신의 혈관으로 뻗어나갔다. 은빛 회로 선들이 붉은색 마기와 뒤섞이며 기괴하고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빛났다.
광마가 이를 갈며 다시 한번 도약했다.
격투장 전체가 두 괴물이 뿜어내는 마기에 휩싸이며 붕괴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