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화 <운동 에너지의 마공 연산>
쿠구구구구――!
신서울 상층부, 3,000미터 상공의 헤븐리 파운데이션 테라스.
그곳은 이미 인간의 영역이 아니었다.
강철과 유리, 그리고 고출력 생체 코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플라즈마 화염이 뒤섞여 거대한 폭풍을 이루고 있었다.
“커헉……!”
특수부대 ‘팬텀’의 잔당들이 차례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강진혁이 손가락 하나 까딱할 때마다 터져 나오는 칠흑의 마기는 중력장마저 왜곡하고 있었다.
단전 코어 출력 27,200 MW.
현대 군사 기술의 한계를 가볍게 아득히 초월한 신천마신공 제5단계, [초월천마경(超越天魔經)]의 경지.
그의 눈앞에서 거대한 지면을 찢으며 다가오는 자가 있었다.
용병 기업 ‘아이언 윌’의 에이스, 제프로스.
4세대 생체 코어를 이식한 그의 전신 장갑은 다크 티타늄 합금으로 도배되어 있었고, 손에 쥔 초대형 체인소드는 초고주파 진동을 일으키며 푸른 불꽃을 내뿜고 있었다.
“크하하하! 괴물 자식! 네놈이 그 천마인가!”
제프로스가 미친 듯이 포효하며 체인소드를 내리꽂았다.
지공을 가르는 굉음과 함께, 수만 볼트의 고압 전류가 뿜어져 나왔다.
단순한 물리적 참격이 아니었다. 4세대 코어의 출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도시 하나를 태울 수 있는 에너지의 폭발이었다.
콰아아앙!
강진혁은 피하지 않았다.
그는 칠흑 같은 흑안을 가늘게 뜨며 천마검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챙——!
검과 체인소드가 부딪치는 순간, 공간이 일그러졌다.
마기와 기계의 고주파 에너지가 충돌하며 사방으로 수백 개의 스파크가 튀었다.
제프로스의 팔뚝에 장착된 압축 실린더가 굉음을 내며 마구 회전했다. 초고속 운동 에너지가 강진혁의 검을 통해 전신으로 밀려들었다.
――경고. 물리적 충격 압력, 단전 수용 한계치 접근.
――신체 밀도 재조정 시작.
머릿속에서 시스템의 자동 보조 기능은 이미 꺼져 있었지만, 진혁의 뇌리에는 그동안 수없이 겪어온 전투의 데이터가 본능적인 감각으로 각인되어 있었다.
시스템이 없어도 상관없었다.
이제 그의 육체와 정신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연산 기지’였으니까.
‘이 녀석의 공격 방식은 단순하다.’
진혁은 차갑게 분석했다.
제프로스의 4세대 수트는 끊임없이 외부의 물리적 에너지를 흡수하고, 그것을 다시 폭발적인 회전력과 충격파로 변환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즉, 상대를 찍어누르는 ‘운동 에너지’가 곧 그의 무기인 셈이다.
‘하지만…… 힘은 방향이 있는 법이지.’
즈으으읏-.
제프로스의 체인소드가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
다크 티타늄 합금의 칼날이 진혁의 어깨를 스치며 미세한 나노 장갑을 긁어냈다. 은빛 회로가 드러나며 스파크가 튀었다.
“크윽, 버텨봐라! 그 껍데기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 보자고!”
제프로스가 핏발 선 눈으로 악을 썼다.
그의 단전 부근에 장착된 4세대 코어가 붉은색 경고등을 깜빡이며 출력을 9,000 MW까지 끌어올렸다.
사방의 공기가 압착되며 진혁의 발밑 테라스 바닥이 거미줄처럼 갈라져 무너져 내렸다.
그 순간이었다.
진혁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단순히 밀어붙이는 것만으로는 무공이 되지 못한다.”
낮게 읊조린 진혁의 목소리가 폭발음 속에서도 선명하게 울렸다.
그의 단전, 27,200 MW의 마기가 폭포수처럼 역류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고대 마공의 극의이자, 현대 물리 법칙을 무력화하는 비기.
[만법귀마(萬法歸魔)]
쿠구구궁!
제프로스가 가해오는 엄청난 운동 에너지가 진혁의 검을 타고 단전으로 유입되었다.
보통의 무인이었다면 그 충격에 내장이 박살 나고 혈관이 터져 즉사했을 터였다.
하지만 진혁의 몸은 마기와 나노머신이 완벽하게 융합된 [천마무상체(天魔無相體)]였다. 들어오는 에너지를 그대로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몸 안의 기혈 궤적을 거꾸로 회전시켜 완벽하게 ‘분해’하고 ‘치환’할 수 있었다.
――회전 궤적 동기화 완료.
――운동 에너지를 마기로 전환, 압축률 300%.
“크……?”
제프로스의 눈이 경악으로 크게 벌어졌다.
자신이 가한 공격의 반동이 밀려와야 정상인데, 반대로 자신의 체인소드를 통해 엄청난 양의 ‘흡인력’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치 거대한 블랙홀이 자신의 에너지를 통째로 빨아들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뭐야, 이거……? 내 코어가 왜 이래?!”
제프로스가 당황하며 출력을 끊으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진혁이 [흡원천공-개량(改)]의 운기 조식을 발동한 상태였다.
제프로스의 수트 회로를 타고 흐르던 4세대 코어의 에너지가 역류하여 진혁의 검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파아아앗!
진혁의 몸을 감싸고 있던 칠흑의 마기가 순간적으로 은백색의 눈부신 빛을 머금었다.
제프로스의 고출력 플라즈마 에너지와 4세대 코어의 물리적 운동 에너지가 진혁의 단전 안에서 완벽하게 해체된 후, 더욱 잔혹하고 파괴적인 ‘마기(魔氣)’로 재탄생했다.
“네가 준 힘이다.”
진혁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그는 제프로스의 체인소드를 밀어내지 않고, 오히려 그 칼날을 타고 자신의 손을 쭉 뻗었다.
손바닥이 제프로스의 가슴팍, 4세대 코어가 박혀 있는 중심부에 그대로 박혔다.
“돌려주지.”
轰——!
[만법귀마 - 반사 파쇄(反射 破碎)]
진혁의 손바닥에서 터져 나온 것은 단순한 충격파가 아니었다.
제프로스가 자신에게 쏟아부었던 모든 운동 에너지와 플라즈마, 그리고 진혁 자신의 27,200 MW 마기가 융합된 ‘역류의 폭풍’이었다.
콰아아아아아방!
“크아아아악――!”
세계 최정급 용병이라는 제프로스의 비명이 폭발음에 묻혔다.
4세대 다크 티타늄 합금 수트의 전면 장갑이 중심부터 거미줄처럼 갈라지며 바스라졌다.
내부에 장착되어 있던 고출력 코어가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파지지직! 쿠구구구궁!
제프로스의 거대한 체구가 포탄처럼 튕겨 나가 헤븐리 파운데이션의 거대한 강화 유리 벽을 박살 내며 추락했다.
중앙 통제실의 잔해 속으로 처박힌 그의 수트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전신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4세대 코어는 완전히 박살 나서 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였다.
“커…… 윽…… 어떻게…… 인간의 몸으로…….”
제프로스가 피를 토하며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공포와 경외가 뒤섞여 있었다.
현대 과학의 정수이자 수십억의 자본이 투입된 4세대 생체 코어 수트가, 단 한 번의 맞받아치기로 완전히 파괴된 것이다.
진혁은 쓰러진 제프로스를 향해 시조의 가치도 없는 쓰레기를 보듯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그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았다.
제프로스의 부서진 수트 틈새로 새어 나오는 잔류 에너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스으으읍-.
[흡원천공-개량(改)]이 다시 한번 발동하며 제프로스의 수트 회로에 남아 있던 4세대 코어의 핵심 데이터와 충격 제어 알고리즘이 진혁의 체내로 빨려 들어왔다.
――[4세대 생체 코어 회로 데이터] 흡수 완료.
――[충격 제어 및 압력 변환 알고리즘] 동기화 중.
――단전 코어 출력: 27,500 MW 돌파.
출력이 또 한 번 도약했다.
진혁의 피부 표면을 따라 흐르던 은빛 회로 선이 더욱 짙은 광채를 뿜어냈다.
그의 육체는 이제 단순히 인간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선, 살아있는 병기 그 자체였다.
“……하하.”
진혁이 낮게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테라스를 넘어, 그가 바라보는 시선의 끝에는 헤븐리 파운데이션 본부의 가장 깊은 곳.
모든 진실과 데이터의 원본이 잠들어 있는 ‘중앙 메인 서버 룸’의 거대한 철문이 버티고 서 있었다.
비록 이현도는 죽었고 제프로스는 쓰러졌지만, 그 문 너머에는 아직 끝내지 못한 일들이 남아 있었다.
천마 프로토콜의 진짜 기원, 그리고 자신을 ‘그릇’으로 만들려 했던 자들의 마지막 흔적.
쿠르릉……!
진혁의 손에 쥔 천마검이 푸른 뇌전과 칠흑의 마기를 휘감으며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냈다.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쾅!
바닥을 박차고 나간 진혁의 잔상이 허공에 칠흑의 궤적을 그리며, 중앙 메인 서버 룸을 향해 폭풍처럼 쏘아 올라갔다.
쿠구구구구-!
진혁이 쏘아 올린 검강이 메인 서버 룸의 거대한 방폭문을 강타했다.
티타늄 합금과 특수 강화 세라믹으로 이중 삼중으로 봉인되어 있던 철문은, 단전 출력 27,500 MW를 머금은 [뇌전마강] 앞에서 그저 모래성처럼 무력하게 붕괴했다.
콰아아앙!
사방으로 튀는 철갑 파편을 등진 채, 진혁이 매캐한 연기를 뚫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곳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거대한 공간이었다.
수천 개의 홀로그램 모니터가 사방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그 중앙에는 푸른색 냉각수가 끓어오르는 대형 원통형 배양조들이 끝없이 늘어선 광경이 펼쳐졌다.
――경고. 미지의 생체 에너지 파장 감지.
――중앙 서버로부터 대규모 데이터 전송 진행 중. (현재 98.7%)
시스템의 잔재인지, 아니면 서버 자체의 비상 프로토콜인지 진혁의 시야 구석에 붉은색 문구가 깜빡였다.
하지만 진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는 천마검을 바닥에 가볍게 끌며, 서서히 서버 룸의 가장 깊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왔나.”
낮게 가라앉은 진혁의 목소리가 통제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 순간, 사방에 켜져 있던 수천 개의 홀로그램 모니터가 일제히 푸른빛에서 핏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중앙의 가장 큰 메인 스크린 위로, 일그러진 형상의 3차원 데이터 아바타가 떠올랐다.
-……강진혁. 네 놈이 여기까지 기어올 줄은 몰랐다.
기계음이 섞인 찢어지는 목소리.
이미 육신은 사라지고, 오직 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신경망으로만 살아남은 잔존 의식이었다.
크로노스 바이오 제2연구소의 설계자이자, 티타늄 그룹의 숨겨진 두뇌 중 하나인 이현도의 백업 프로토콜이었다.
“목숨 질긴 놈이군요. 육신이 타버렸는데도 아직 데이터 쪼가리로 살아남아 있을 줄이야.”
진혁이 냉소 어린 미소를 지으며 천마검을 들어 올렸다.
검신을 타고 흐르는 칠흑의 마기와 푸른 뇌전이 기이한 공명을 일으켰다.
-어리석은 실험체 07호…… 네가 부순 것은 단지 껍데기뿐이다. 천마 프로토콜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아나? 네 단전이 팽창할수록, 네가 마기를 흡수할수록…… 네 육체는 완벽한 ‘그릇’으로 성숙해진다. 그리고 그 그릇에 담길 진짜 주인의 데이터는 이미 완성되었지!
홀로그램 화면이 급격하게 확대되며, 거대한 유전자 지도가 허공에 펼쳐졌다.
그것은 강진혁 자신의 DNA 정보와 1,000년 전 마교 유골에서 추출한 고대 천마의 파동 에너지가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충격적인 시뮬레이션 결과였다.
――[천마 프로토콜 최종 페이즈: 강림(降臨)]
――동기화율 99.9%. 육체 점유율 전환 대기 중.
화면 한구석에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진무극이 죽고, 이현도의 본신이 박살 났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스스로가 주인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티타늄 그룹의 진짜 목적은 단순한 생체 실험이 아니었다.
현대의 기술과 고대 마공의 극점을 융합하여, 죽은 천마의 의식을 강림시킬 수 있는 ‘불멸의 육신’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최적의 피조물이 바로 강진혁 자신이었다.
“그래, 내 몸이 그 주인의 그릇이라고 치자.”
진혁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걸음마다 바닥의 강철 타일이 미세하게 진동하며 금이 갔다.
단전에서 소용돌이치는 27,500 MW의 마기가 폭발 직전의 화산처럼 끓어올랐다.
“하지만 착각하나 본데.”
진혁의 흑안이 살기를 띠며 번뜩였다.
“네놈들이 만든 건 기술이라는 껍데기뿐이다. 그 안에 담긴 마공의 운기, 혈관을 찢고 단전을 재구성한 통증, 그리고 이 힘을 쥐고 살아남은 의지…… 그 모든 건 오직 내 손으로 완성한 내 것이다.”
-크크크…… 오만하기는! 네가 아무리 발버둥 친들, 시스템의 마스터 코드가 작동하는 한 너는 결국 우리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마스터 코드?”
진혁이 코웃음을 쳤다.
“그 쓰레기 같은 코드는 진무극이 죽을 때 함께 지옥으로 처박혔다. 네가 믿는 그 시스템, 내가 직접 부숴주마.”
파앗-!
진혁의 몸이 순간적으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마광신보 - 극(極)]!
빛의 잔상조차 남지 않는 극한의 속도로 허공을 가른 진혁의 몸집이 단숨에 메인 서버의 중앙 코어를 향해 쇄도했다.
-제어권 상실?! 안 돼, 막아라!
이현도의 백업 데이터가 비명을 지르며 서버 룸 전역의 방어 회로를 가동했다.
수십 개의 레이저 포탑과 고주파 방벽이 일제히 진혁을 향해 불을 뿜었다.
찌릿찌릿찌릿-!
공기를 태우는 고열의 플라즈마 레이저가 진혁의 전신을 덮쳤다.
하지만 [천마무상체]와 27,500 MW의 마기로 단련된 그의 육체는 레이저 세례 속에서도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에너지를 [흡원천공-개량(改)]으로 빨아들이며 진혁의 기세는 더욱 흉포하게 치솟았다.
“만법귀마(萬法歸魔).”
진혁이 낮게 읊조리며 천마검을 강하게 휘둘렀다.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온 칠흑의 파동이 메인 서버 룸 전체의 주파수를 뒤흔들었다.
방어 회로를 제어하던 중앙 서버의 메인 보드가 공진 주파수를 견디지 못하고 사방으로 튀어 오르며 연기를 뿜어냈다.
지지직, 지지직――!
-끄아아아악! 내 회선이……! 데이터가 소멸한다……!
“네놈의 잔해 따위, 이 세상에 남길 필요 없다.”
진혁은 검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단전의 모든 마기와 뇌전이 검신 하나로 집중되며, 공간 자체가 찢어질 듯한 거대한 압력이 서버 룸을 지배했다.
그것은 현대 기술의 산물인 메인 서버는 물론, 1,000년 전의 저주스러운 유골 데이터까지 완전히 궤멸시킬 수 있는 절대의 참격이었다.
[천마일검(天魔一劍) - 개량(改)]
쿠구구구구궁――!
은백색의 뇌전과 칠흑의 마기가 융합된 거대한 검강이 메인 서버의 중심을 그대로 관통했다.
쾅——!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폭음과 함께, 헤븐리 파운데이션 본부의 가장 깊은 심장이었던 메인 서버 룸이 완전히 두 쪽으로 갈라져 무너져 내렸다.
화면을 가득 채우던 핏빛 홀로그램들이 비명을 지르며 산산조각 났고, 이현도의 잔존 의식은 눈부신 섬광 속에서 영원히 소멸했다.
――[메인 서버 영구 파괴 완료.]
――[천마 프로토콜 중앙 네트워크 강제 셧다운.]
――[모든 백업 데이터 소멸.]
머릿속에서 들려오던 시스템의 잔존 알림음조차 완전히 침묵했다.
더 이상 외부의 간섭도, 통제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강진혁 스스로의 호흡과, 단전에서 요동치는 27,500 MW의 마기만이 그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었다.
후우우우-.
진혁이 거친 숨을 내쉬며 천마검을 거뒀다.
무너져 내리는 서버 룸의 잔해 위로, 신서울의 밤하늘이 뻥 뚫린 천장 너머로 드넓게 펼쳐졌다.
상층 마천루의 가장 높은 곳. 그 꼭대기에서 불타오르는 잔해를 내려다보며 진혁은 차갑고도 홀홀한 미소를 지었다.
티타늄 그룹의 뿌리는 뽑혔고, 그들을 지탱하던 시스템은 완전히 박살 났다.
이제 남은 것은 이 거대한 디스토피아의 잔해 위에서, 스스로 새로운 질서를 개척하는 것뿐이었다.
푸른 뇌전이 감도는 천마검을 쥔 채, 진혁은 무너진 테라스 끝으로 걸어 나가 신서울의 야경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등 뒤로, 진정한 ‘천마(天魔)’의 전설이 새롭게 써 내려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