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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62화목차

제62화 광기의 연구자 이현도

크로노스 바이오 제2연구소의 지하 500층.

사방은 지독한 약품 냄새와 타버린 생체 세포의 악취로 가득했다.

콰아아앙-!

폭음이 가시지 않은 잔해 속에서 강진혁의 발밑으로 핏물이 흘러내렸다. 그가 방금 전까지 무자비하게 도륙 낸 클론들의 잔해였다.

강진혁은 숨을 고르지 않았다. 그의 단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출력은 이미 인간의 영역을 아득히 초월해 있었다.

[SYSTEM WARNING: 단전 출력 21,800 MW 돌파.]

[경고: 초월천마경(超越天魔經)의 마기가 혈관의 한계치를 지속적으로 압박합니다.]

시스템 HUD는 이미 영구 차단되었으나, 신체가 스스로 기억하는 감각만으로도 출력이 어느 지점까지 치솟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그의 온몸을 두르고 있는 칠흑 같은 마기는 이제 단순한 내공의 형상을 넘어, 주변의 공간마저 미세하게 뒤틀어버리는 중력장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슈우우우-!

파스스스-!

강진혁의 전방, 무너진 연구소의 중앙 통제실 잔해 위로 강렬한 푸른빛의 홀로그램 기둥이 솟아올랐다.

빛이 뭉치며 형상을 이룬 것은, 평생을 비윤리적인 생체 실험과 데이터 조작에 미쳐 살았던 크로노스 바이오 제2연구소의 수석 연구원, 이현도(크로노스)의 모습이었다.

홀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일그러진 얼굴과 핏발 선 눈동자는 생생한 광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 이 미친 괴물 새끼……!"

이현도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지하 500층 전체에 찢어질 듯 울려 퍼졌다.

그의 손끝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30년 넘게 갈고닦아 온 자신의 역작이자, 수천 명의 실험체를 갈아 넣고 클론들을 양산해 완성하려던 '불멸의 그릇' 프로젝트가 단 한 명의 원시적 실험체에 의해 박살이 났으니 광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강진혁! 네놈이 뭘 부쉈는지 알고 그러느냐! 그 데이터는 단순한 살점의 기록이 아니야! 천마의 유골과 인간의 영혼을 잇는 유일무이한 신성(神聖)의 프로토콜이다!"

이현도는 이를 악물며 홀로그램의 데이터 창을 허공에 마구 펼쳐 보였다.

이미 상층부 본부 중앙 서버로 전송된 94.2%의 데이터 백업 화면이 시뻘겋게 점멸하고 있었다.

"흐음."

강진혁은 낮게 코웃음을 쳤다.

그의 손에 쥐여진 EX급 [천마검]의 칼날 위로 푸른 뇌전이 뱀처럼 스멀거리며 기어 다니고 있었다.

2만 MW가 넘는 출력이 검신을 타고 흐르며, 주변의 공기가 고주파로 잘게 찢어지는 파열음이 귓가를 때렸다.

"신성? 유골? 웃기는 소리."

"……뭐라고?"

"그건 고고한 무도(武道)도, 인간의 진화도 아니다. 남의 육신을 빼앗아 영생을 탐하는 늙은이들의 추잡한 발버둥일 뿐이지."

강진혁의 차가운 흑안이 홀로그램 너머에 있는 이현도의 본체를 관통하듯 직시했다.

그 서늘한 시선에 이현도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며 뒷걸음질을 쳤다. 홀로그램일지라도 진혁의 살기(殺氣)가 전신을 에는 듯한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크, 크크크……! 그래! 네 말이 맞다! 발버둥이다! 인간의 육신은 썩어 문드러지고, 뇌는 결국 한계에 부딪히지! 회장님도, 나도, 이 썩어빠진 세상에서 영원히 군림하기 위해 이 프로토콜을 만들었다!"

이현도의 광기 어린 미소가 얼굴 전체로 번져나갔다. 그의 눈동자에 비뚤어진 집착이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없어! 제2연구소의 클론들은 폐기되었지만, 이미 94.2%의 핵심 데이터는 상층 마천루, '헤븐리 파운데이션' 본부로 완벽하게 전송되었다! 네가 여기까지 올라오는 동안, 본부에서는 이미 완전한 '최종 그릇'의 양산 가동에 들어갔다!"

이현도의 목소리가 정점에 달했다.

"강진혁! 네놈은 태생부터 우리 연구소의 실험실에서 태어난 소모품이야! 네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네 단전이 폭발적인 마기를 뿜어낼수록, 그 모든 데이터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최고의 자양분이 된다! 네놈은 우리의 사냥개일 뿐이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는 이현도의 얼굴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진혁은 그 비명을 가만히 들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본부로 94.2% 전송.'

머릿속으로 냉철한 연산이 돌아갔다.

시스템 HUD는 꺼져 있었지만, 진혁의 두뇌는 이미 수많은 전투를 거치며 생체 코어의 네트워크 흐름을 직관적으로 읽어내는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이현도가 홀로그램 통신을 송출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연구소의 잔해 속에는 상층부와 연결된 미세한 양자 통신 케이블의 잔여 신호가 흐르고 있었다.

'찾았다.'

강진혁의 입꼬리가 비틀어지며 묘한 미소가 걸렸다.

"네가 그렇게 떠벌리는 동안, 위치 추적은 끝났다."

"……뭐? 무슨 소리를……."

이현도의 표정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강진혁이 천천히 오른손에 쥔 천마검을 치켜들었다. 검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칠흑의 마기와 푸른 뇌전이 기묘하게 융합하며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데이터를 전송한 본부의 위치. 그리고 네가 숨어 있는 그 지하 벙커의 좌표 말이다."

"이, 이 미친 자가……! 통신 보안을 어떻게 역추적한 거지?!"

이현도의 얼굴에 당혹감과 공포가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그가 당황하며 홀로그램의 송출 코드를 차단하려 손을 휘저었지만, 이미 늦었다.

"늦었다."

쾅-!

강진혁의 발밑이 폭발하듯 무너져 내렸다.

[마광신보 - 극(極)]!

빛의 잔상조차 남지 않는 극한의 가속.

진혁의 몸이 한 줄기 검은 번개가 되어 허공을 가로질렀다. 목표는 통제실 잔해 중앙에 떠 있는 홀로그램 송출 장치, 그리고 그 이면의 데이터 네트워크 회선이었다.

"골리앗! 당장 저놈을 막아라! 저 새끼를 죽여!"

이현도가 비명을 지르듯 호통을 쳤다.

콰아아구궁-!

바로 그때, 통제실 구석의 거대한 철문이 종이장처럼 구겨지며 안쪽으로 박살 났다.

지하 500층의 바닥이 진동하며 엄청난 중량의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쿠구구궁!

지면을 뒤흔들며 나타난 것은 이현도가 마지막 수단으로 숨겨둔 최고등급 처형 병기, 5미터 높이의 전신 사이보그 괴수 [골리앗]이었다.

온몸이 특수 티타늄 장갑판으로 뒤덮인 채, 양팔에 장착된 10톤 급 유압 망치와 플라스마포가 번뜩였다.

"크아아아아-!"

골리앗이 괴성을 지르며 거대한 주먹을 강진혁의 낙하 지점을 향해 무자비하게 내리꽂았다.

바닥이 통째로 박살 나며 거대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하지만 강진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시끄럽다."

공중에서 몸을 비튼 진혁의 검이 골리앗의 거대한 철갑 주먹을 향해 그대로 내리꽂혔다.

초월천마경의 2만 MW 출력이 응축된 [뇌전마강]이 골리앗의 장갑판과 부딪치는 순간, 세상의 소음이 일시에 지워졌다.

지지직-! 콰아아앙-!

압도적인 마기와 뇌전이 골리앗의 3.5세대 중장갑 코어를 관통하며 사방으로 튀었다.

강진혁의 서늘한 눈동자가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이현도의 홀로그램을 향해 고정되었다.

"다음은 네 차례다, 이현도."

치이이익-!

강진혁의 검끝에서 뿜어져 나온 고주파 진동 파쇄 에너지가 골리앗의 전면 장갑판을 종이장처럼 갈라놓았다.

5톤에 달하는 거구의 사이보그 괴수가 단마의 충격에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고꾸라졌다. 철갑이 찌그러지며 내지르는 비명이 지하 500층의 잔해 속에 메아리쳤다.

하지만 진혁은 골리앗의 잔해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의 칠흑 같은 흑안은 여전히 허공에 어른거리는 이현도의 홀로그램 송출 장치를 매섭게 겨누고 있었다.

[SYSTEM INFO: 목표물과의 통신 링크 역추적 완료.]

[대상 위치: 신서울 상층부, 헤븐리 파운데이션 지하 100층 통제 벙커.]

[만법귀마-파동(波動) 전개. 역공격을 위한 데이터 회선 침투율 100%.]

HUD가 강제 차단되어 있었음에도, 2만 MW의 압도적인 단전 출력을 이룬 진혁의 뇌내는 이미 하나의 거대한 연산 장치나 다름없었다.

그가 흡수해 온 무수한 시스템 코드와 현대 군사 네트워크의 구조가 그의 의지 아래 완벽하게 동기화되어 있었다.

"어, 어떻게……?!"

이현도의 홀로그램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에는 방금 전까지의 광기 대신, 차가운 공포가 급격하게 물들어 있었다.

지하 500층의 미세한 양자 신호를 역추적해 상층부 본부의 방화벽을 뚫고 들어오는 것은 인간의 두뇌로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그것도 시스템의 보조 HUD 없이, 순수한 마기의 파동만으로!

"불가능해! 거긴 헤븐리 파운데이션의 최고 보안 구역이야! 네놈이 아무리 강해도 그 거대한 방화벽을 단 몇 초 만에——."

"시끄럽다."

진혁이 낮게 뇌까리며 왼손을 허공으로 뻗었다.

우웅-!

그의 손바닥에서 검은 회오리 같은 마기가 피어올랐다.

[흡원천공-개량(改)]의 응용.

물리적인 에너지만 흡수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송출하는 홀로그램의 데이터 파장, 그 자체를 강제로 빨아들여 역류시키는 마공의 극의였다.

슈우우욱-!

"크아아악……!"

이현도의 홀로그램 형상이 순식간에 일그러지며 비명을 질렀다.

상층부 벙커에서 통신을 송출하던 이현도의 본체가 마기의 역류를 직격으로 얻어맞은 듯, 화면 너머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모습이 어렴풋이 겹쳐 보였다.

"내, 내 통신 회선이……! 이 괴물 자식……!"

"데이터를 백업했겠다."

진혁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올라갔다.

그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뇌전마강의 잔류 파장이 홀로그램의 회선을 타고 역으로 상층부를 향해 뻗어 나갔다.

"그럼 그 백업된 데이터와 함께, 네 늙어빠진 머릿통도 태워주마."

콰아아앙-!

진혁이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펴는 순간, 이현도의 홀로그램이 눈부신 백색 폭발음과 함께 산산이 부서졌다.

파스스스-.

허공을 떠돌던 푸른빛의 입자들이 이내 새까만 재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시스템 통신 링크 강제 차단.]

[이현도(크로노스)와의 연결이 영구 소실되었습니다.]

지하 500층은 다시 적막에 휩싸였다.

사방에 널브러진 클론들의 잔해와 반쯤 녹아내린 골리앗의 거대한 철갑만이 이곳이 지옥의 연구소였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하아아…….

강진혁은 가볍게 숨을 몰아쉬며 단전을 진정시켰다.

2만 1,800 MW라는 미친 듯한 출력은 여전히 그의 혈관을 타고 온몸을 휘감고 있었지만, 폭주하는 기류는 완벽하게 그의 의지 아래 통제되고 있었다.

마기가 몸의 세포 하나하나와 결합하여 더욱 단단하고 완전한 [천마무상체]를 구축해 나가는 느낌이었다.

'이현도는 늙은이에 불과하다. 진짜 본게임은…….'

진혁의 시선이 지하 500층의 천장을 뚫고, 신서울의 밤하늘을 가르는 거대한 마천루들을 향했다.

상층 마천루, 헤븐리 파운데이션.

진무극이 죽은 지금, 티타늄 그룹의 실질적인 심장부이자 320만 하층민의 생체 코어 데이터를 쥐고 흔드는 최종 거점.

거기서 이미 94.2%의 데이터가 가동되어 새로운 '그릇'을 만들어내고 있다.

자신을 모티브로 양산된 클론 군단과, 천마의 유골을 결합해 완성하려는 불멸의 육체.

'내 육신은 내가 만든다. 그 누구도 내 몸을 도구로 쓸 수 없어.'

진혁의 눈빛이 차가운 살기로 물들었다.

그는 손에 쥔 EX급 [천마검]을 천천히 들어 올려 자신의 어깨에 걸쳤다.

검신을 따라 흐르는 푸른 뇌전이 그의 칠흑 같은 머리카락을 사방으로 날려버렸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크로노스 바이오 제2연구소의 잔해 속에서, 진혁은 다시 한번 무릎을 굽혔다.

콰아아아앙-!

발밑의 콘크리트 바닥이 기압을 견디지 못하고 수백 조각으로 박살 났다.

[마광신보 - 극(極)].

한 줄기 칠흑의 유성이 지하 500층의 천장을 완전히 뚫고 수직으로 솟구쳤다.

지하의 암반을 지나, 하층 슬럼가의 더러운 안개를 뚫고, 중층 공업지대의 철제 마천루들을 연달아 부수며, 오직 상층 마천루를 향해 거침없이 치솟는 폭음이 신서울 전체를 뒤흔들었다.

신서울 상층부, 헤븐리 파운데이션 본부 중앙 통제실.

파지직-! 파직!

"커헉……!"

통제실의 거대 대형 모니터 앞에서 홀로그램을 조작하던 수석 연구원 이현도가 피를 토하며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그의 코와 귀, 그리고 안구의 신경 회로가 연결되던 단자에서 검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이, 이럴 수가…… 헤븐리 파운데이션의 최고 방화벽이…… 단 한 순간에 역추적당했다고……?"

이현도는 바닥에 엎드린 채 온몸을 경련하며 신음했다.

그의 눈앞에는 이미 94.2% 전송되었던 데이터 백업창이 에러 코드를 연달아 띄우며 박살 나고 있었다.

통신 회선을 타고 역류해 들어온 강진혁의 마기가 중앙 서버의 코어 라인을 완전히 태워버린 것이다.

삑- 삑- 삑-!

통제실 전체에 붉은색 비상 경고등이 요란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SYSTEM ALERT: 중앙 서버 제3구역 코어 손상율 84%!]

[경고: 외부로부터 미확인 초고출력 에너지 파동이 상층부 진입 구역을 향해 접근 중입니다.]

[추정 속도: 마하 4 이상. 요격 불가.]

"크, 크크크…… 미친 괴물 새끼……."

이현도는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흉측하게 웃으며 바닥을 손톱으로 긁었다.

그의 눈에는 공포와 함께 뒤틀린 환희가 가득했다.

"데이터가 덜 전송되었어도 상관없어……! 이미 완성된 최종 그릇의 초기 코드는 작동을 시작했다! 네놈이 여기로 오는 순간, 그 육체는 완전히 우리의 통제 아래……!"

쿠구구궁-!

바로 그때, 헤븐리 파운데이션 본부 건물의 최상층 외벽이 통째로 박살 나는 엄청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유리창이 사방으로 비산하고, 천장과 바닥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불청객이 도착했다.

슈우우우-!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통제실의 깨진 창가로, 칠흑 같은 마기와 푸른 뇌전을 두른 한 사내가 가볍게 착지했다.

그의 손에는 피투성이가 된 천마검이 들려 있었다.

강진혁.

그가 서늘한 흑안으로 통제실 바닥에 엎드려 벌벌 떨고 있는 이현도를 내려다보았다.

2만 MW의 압도적인 단전 출력이 통제실 전체의 중력장을 왜곡하며 이현도의 숨통을 짓눌렀다.

"네가 그토록 만들고 싶어 하던 최종 그릇이다."

진혁이 차갑게 입꼬리를 올리며 걸음을 옮겼다.

그의 군홧발이 바닥을 구를 때마다 통제실의 철제 바닥이 움푹 파였다.

"와서 직접 가져가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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