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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55화목차

제55화 제2계급 공업지대의 좌표

과열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보급 열차의 내부.

치직, 지지직―!

스파크가 튀는 철제 바닥 위에 널브러진 것은 티타늄 그룹의 정예 보안 로봇들과 엘리트 경비병들의 잔해였다.

단 한 번의 휘두름, 혹은 손짓에 불과했다.

수만 메가와트에 달하는 단전 출력을 지닌 신천마신공의 경지 앞에서는 그 어떤 강화 장갑도, 최첨단 합금 방벽도 두부 콩처럼 무력하게 으스러질 뿐이었다.

강진혁은 서늘한 눈동자로 바닥에 뒹구는 데이터 드라이브를 내려다보았다.

방금 전, 열차의 중앙 제어 시스템에서 강제로 추출해 낸 한 이사의 최후 기억 회로였다.

“……흐음.”

진혁의 검은 눈동자에 푸른빛의 정보 잔상이 덧씌워졌다.

별도의 시스템 HUD 없이도, 이제 진혁의 뇌는 고대 마공의 통찰력과 직관만으로 방대한 양의 디지털 데이터를 직관적으로 해석해 내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제5단계 [초월천마경]의 진정한 권능이었다.

지직.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좌표와 텍스트들.

[티타늄 그룹 상층부 연결 통로: 제3 보안 구역]

[크로노스 바이오 제2연구소: 위도 37.5, 경도 126.9, 지하 300층 공업 플랜트 하부]

정보의 바다 속에서 진혁이 원하는 진짜 핵심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크로노스 바이오 제2연구소.”

이현도, 즉 크로노스가 자취를 감춘 뒤 숨겨둔 진짜 본거지이자, 하층민과 실패한 실험체들을 소모품으로 쓰며 마교 유골 데이터를 가공하던 악의 소굴이었다.

그동안 티타늄 그룹의 회장 진무극의 뒤편에서 온갖 인체 실험을 주도했던 진짜 쥐새끼들의 은신처가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휘익―.

진혁이 손을 가볍게 털어내자, 손끝에 맺혀 있던 미세한 흑염 마기가 공기 중에서 소리 없이 소멸했다.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칠흑의 천마검이 자연스럽게 허리춤의 검집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쿵― 쾅!

열차가 거대한 진동을 일으키며 철길을 질주했다.

하층 슬럼가의 어둡고 시린 네온사인은 이미 뒤로 아득하게 멀어진 지 오래였다.

열차는 지금 수직으로 솟구친 거대한 철제 구조물, 즉 하층과 중층을 가르는 물리적 경계선인 거대 승강로를 향해 미끄러지고 있었다.

신서울은 철저한 계급의 도시였다.

태생부터 자본을 쥔 자들은 상층 마천루의 인공 햇빛 아래서 호화로운 영생을 꿈꿨고, 버려진 이들은 하층의 폐기장과 슬럼가에서 신음했다.

그리고 그 둘 사이를 가로막는 완충지대이자, 신서울의 거대한 심장부를 돌리는 거대한 톱니바퀴가 바로 제2계급 중층 공업지대였다.

‘하층의 해방은 끝났다. 하지만 뿌리는 아직 뽑히지 않았어.’

송수연이 이끄는 니르바나 저항군이 슬럼가의 잔당을 소탕하고 하층민들의 생체 코어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는 지금, 진혁이 해야 할 일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이 왜곡된 세계의 정점에 도달해, 썩어 문드러진 근원을 도려내는 것.

지이잉―!

열차의 전방 디스플레이가 붉게 점멸했다.

중층 공업지대로 진입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최우선 방어 관문, [철의 장벽]이었다.

[경고. 무단 진입 열차 감지.]

[제2계급 중층 공업지대 외곽 보안 프로토콜 가동.]

[즉시 정차하지 않을 경우, 궤도 폭파 미사일이 발사됩니다.]

기계음이 열차 내부의 스피커를 찢을 듯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진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정지할 생각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

오히려 진혁의 입가에 옅고도 잔인한 미소가 떠올랐다.

“폭파 미사일이라.”

키득, 하고 웃을 새도 없이 진혁의 오른손이 검병을 움켜쥐었다.

콰아아아앙!

열차의 전면 유리창을 뚫고 날아든 것은 초고속 유도 미사일이었다.

중층 공업지대의 자율 방어 시스템이 발사한 요격 수단이자, 침입자를 분쇄하기 위한 철의 철퇴.

미사일이 품은 플라즈마 탄두가 열차를 향해 맹렬한 기세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진혁의 검광이 더 빨랐다.

슈우우우욱―!

공기가 일그러지는 소리와 함께, 열차 내부가 일순간 암흑으로 물들었다.

진혁이 자리에서 가볍게 발을 구르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마광신보 - 극(極)]!

빛의 잔상조차 남지 않는 초고속의 이동.

진혁의 몸이 열차의 상단 해치를 박차고 지붕 위로 솟구쳤다.

사방으로 몰아치는 거센 풍압 속에서, 진혁은 날아오는 미사일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건방진 쇳덩이 따위가.”

휘익! 챙—!

단 한 번의 검섬.

칠흑의 마기와 푸른 뇌전이 융합된 [뇌전마강(雷電魔剛)]이 허공을 갈랐다.

파지지직! 쾅―――!

미사일은 타격 지점에 닿기도 전에 내부의 회로와 에너지가 완전히 공진하여 공중에서 가루가 되어 폭발했다.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는 화염과 파편 속에서도 진혁의 옷자락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신천마신공 제5단계의 경지에 오른 육체는 그 어떤 외부의 충격도 온전히 흡수하거나 튕겨내고 있었다.

콰구구구궁!

진혁의 참격 여파는 미사일을 격파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중층 공업지대의 외곽을 가로막고 있던 거대한 철제 바리케이드와 자동 포탑 수십 기가 일시에 반토막이 나며 나뒹굴었다.

삐- 삐- 삐-!

사방에서 적색 경보등이 미친 듯이 깜빡였다.

[중요 보안 시설 파손!]

[방어 시스템의 74%가 무력화되었습니다!]

[침입자 경보! 등급 불명, 식별 불가! 괴물이다……!]

중층 공업지대의 관제탑에서 흘러나오는 경비병들의 비명 섞인 목소리가 통신망을 타고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들은 몰랐을 것이다.

자신들이 철벽이라 믿었던 이 거대한 공업지대가, 한 명의 무인 앞에 얼마나 허술한 모래성인지를.

착지.

진혁의 두 발이 거대한 보급 열차의 지붕 위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열차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중층 공업지대의 심장부를 향해 폭주하고 있었다.

진혁은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며 멀리 보이는 거대한 마천루들의 숲을 바라보았다.

신서울의 상층부,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거대한 기계의 장막.

제2계급 중층 공업지대의 불빛들이 진혁의 흑안 속에 어둡고 깊게 담겼다.

“시작해 볼까.”

진혁의 나지막한 혼잣말과 함께, 그의 단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20,000 MW의 마기가 거대한 파도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지하 300층의 크로노스 바이오 제2연구소를 향한 진격의 서막이, 칠흑의 검광과 함께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었다.

쿠구구구궁―!

열차의 거대한 철바퀴가 중층 공업지대의 메인터넌스 베이에 진입하며 요란한 마찰음을 토해냈다.

수천 톤에 달하는 보급 열차가 단숨에 제동을 걸자, 플랫폼 전체가 종이장처럼 휘청거렸다.

슈우우우―!

압축 공기가 빠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열차의 정문이 거칠게 열렸다.

하지만 그 안에서 걸어나오는 것은 티타늄 그룹의 보급품이나 경비병이 아니었다.

오직 한 명, 칠흑의 도포를 걸치고 서늘한 검을 쥔 청년, 강진혁뿐이었다.

쿵. 쿵.

진혁의 군화 발자국이 플랫폼의 철제 바닥을 울릴 때마다,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수백 명의 중층 공업지대 보안 요원들의 얼굴에 짙은 공포가 서렸다.

그들의 손에 들린 S급 플라즈마 소총과 고주파 진동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저, 저기서 나오는 자를 쏴라! 방어막 최대 출력!"

"안 된다! 스캐너가 아예 먹통이야! 저 남자의 출력은…… 측정 불능이다!"

관제탑의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지휘관의 목소리는 이미 이성적인 판단력을 상실한 지 오래였다.

그럴 만도 했다.

지하 500층의 마교 유골 보존실부터 타이탄-01 요새에 이르기까지, 진혁이 지나온 길목마다 남은 것은 완벽한 파괴와 죽음뿐이었으니까.

진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걸음을 옮겼다.

그의 시선은 정면의 대형 승강장, 즉 상층 마천루와 중층 공업지대를 곧바로 연결하는 초고속 수직 엘리베이터의 입구를 향해 있었다.

‘크로노스 바이오 제2연구소로 통하는 가장 빠른 길이지.’

데이터 드라이브에서 빼낸 좌표에 따르면, 이 승강장 아래에 숨겨진 비밀 지반을 뚫어야만 진짜 실험 시설로 진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길을 가로막듯, 승강장 앞을 가득 메운 철제 바리케이드 뒤로 새로운 형태의 병기들이 스멀스멀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치지지직―!

블랙 가드의 정예들이 탑승하는 4세대형 중장갑 전투 로봇, [아수라-IX] 기종이었다.

무려 열 대에 달하는 거대한 철혈의 괴물들이 전신에 장착된 미사일 포드와 고주파 캐논을 진혁을 향해 일제히 겨눴다.

[타깃 확인. 침입자 강진혁.]

[티타늄 그룹의 이름으로, 즉각 사형을 집행한다.]

로봇들의 안면 센서에서 붉은빛 레이저가 번뜩였다.

동시에 수십 발의 철갑 유탄과 플라즈마 광탄이 진혁을 향해 빗발치듯 쏟아졌다.

광공해를 일으킬 만큼 눈이 먼 섬광과 함께, 진혁이 서 있던 자리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콰아아아앙―――!

중층 공업지대의 거대한 천장이 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폭발음이 메아리쳤다.

사방으로 흩날리는 철갑 파편과 매캐한 연기.

보안 요원들은 그 광경을 숨죽이며 지켜보았다.

설마 그 지근거리에서 직격탄을 맞고 살아남을 자가 있을 리 없었다.

적어도 그들은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하."

연기 속에서 흘러나온 것은 나지막한 실소였다.

화염의 중심부.

거기에 진혁이 있었다.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은 채, 진혁은 오른손에 쥔 천마검을 가볍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의 전신을 감싸고 있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마기의 결계, [천마무상체]였다.

플라즈마의 고열도, 철갑탄의 물리적 충격도, 진혁의 피부에 닿기 전에 그 거대한 마기 파동에 부딪혀 먼지처럼 산화해 버렸다.

나노머신 동기화율 99.8%.

단전 출력 20,000 MW의 경지에 이른 진혁에게 이 정도의 공격은 어린아이의 장난감 투정에 불과했다.

[경고! 방어막 에너지 소모율 0%! 대미지 산출 불가!]

[대상은…… 인간이 아닙니다!]

아수라-IX 기종들의 인공지능이 패닉 상태에 빠져 경고음을 미친 듯이 울렸다.

그 순간, 진혁의 검은 눈동자에 서늘한 살기가 스쳤다.

"시끄럽군."

슈우우우욱―!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오직 칠흑의 잔상만이 공간을 가를 뿐이었다.

[마광신보 - 극(極)]!

진혁의 몸이 한 줄기 번개처럼 쏘아져 나갔다.

그가 스쳐 지나간 자리마다, 거대한 [아수라-IX] 로봇들의 몸통이 일시에 두 쪽으로 갈라졌다.

쾅, 콰아앙!

내부에 장착되어 있던 고출력 핵융합 코어가 연쇄적으로 폭발하며, 공업지대의 사방이 불바다로 변모했다.

단 세 걸음.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최첨단 전투 로봇 부대가 진혁의 손길 몇 번에 완전히 고철 덩어리로 전락하는 데는 3초도 걸리지 않았다.

주변에 서 있던 보안 요원들은 무기를 떨어뜨린 채 주저앉았다.

도망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들의 시야에 비친 진혁은 악마 그 자체였다.

피 한 방울 묻히지 않은 단정한 차림새로, 사방을 진동시키는 살기를 뿜어내는 절대자.

진혁은 바닥에 나뒹구는 로봇의 잔해를 무심하게 밟고 지나쳐, 승강장 중앙의 거대한 제어 콘솔 앞에 섰다.

"여기가 제2연구소로 내려가는 길인가."

진혁이 왼손을 들어 콘솔의 메인 슬롯에 가볍게 내리꽂았다.

지직, 지지직―!

진혁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미세한 마기가 콘솔의 암호화 회로를 강제로 해킹해 나갔다.

외부의 그 어떤 해커도 뚫지 못할 티타늄 그룹의 최상위 방화벽이, 진혁의 압도적인 에너지 앞에서 수 초 만에 박살 나며 해제되었다.

[메인 보안 해제.]

[크로노스 바이오 제2연구소, 지하 300층 승강기 가동을 시작합니다.]

기계음과 함께 승강장 바닥의 거대한 철제 실드가 양옆으로 갈라지며, 시커먼 어둠을 품은 수직 터널이 그 입구를 드러냈다.

바닥 깊은 곳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묘하게 비릿하고 썩어 문드러진 생체 실험의 냄새가 진혁의 코를 스쳤다.

그곳은 하층 슬럼가보다 더 깊고 어두운, 티타늄 그룹의 가장 추악한 비밀이 봉인된 장소였다.

진혁은 깊은 터널의 아래를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당겨 올렸다.

"기다려라, 이현도."

말을 마친 진혁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깊고 어두운 지하 수직 터널을 향해 거침없이 몸을 던졌다.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그의 등 뒤로, 중층 공업지대의 거대한 비상 경보등이 붉은빛을 토해내며 미친 듯이 울부짖고 있었다.

시공을 초월한 마공과 현대 기술의 충돌, 그리고 그 끝에 도달할 모든 진실의 서막이 비로소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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