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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47화목차

제47화 아수라 부대의 습격

거대한 타워의 최상층을 뒤흔들던 폭음이 가라앉기도 전이었다.

신서울의 밤하늘을 무자비하게 찢어발기며 쏟아지던 빗줄기 사이로, 형언할 수 없는 악취와 함께 섬뜩한 진동이 울려 퍼졌다.

쿠우우웅-!

지상 제3구역, 니르바나의 임시 구호 병동으로 쓰이던 거대한 격납고의 철문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안쪽으로 꺾여 나갔다.

안전장치가 해제되기도 전에 밀려든 것은 살기(殺氣)였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그 내부는 완전히 기계와 괴기한 생체 조직으로 재조립된 괴물들.

티타늄 그룹 수석 연구원 이현도의 손에서 탄생한 최악의 개조 병기, ‘아수라 부대’였다.

"끄아아악!"

"방어벽! 방어벽 올려!"

저항군 니르바나의 대원들이 급하게 중기관총을 난사했으나, 아수라 부대의 표면에 둘러진 고주파 배리어와 두꺼운 티타늄-카본 장갑은 그저 약간의 불꽃만 튀길 뿐이었다.

오히려 그 충격에 반응하여 괴물들의 등 뒤에 장착된 4세대 생체 코어가 붉은색 경고등을 깜빡이며 폭발적인 출력을 뿜어냈다.

슈우우우-!

살을 에는 듯한 고주파음과 함께, 최선두에 있던 아수라 병사의 팔이 거대한 플라즈마 블레이드로 변형되었다.

단 일격.

격납고의 철제 기둥이 두 토막 나며 무너져 내렸고, 그 파편에 깔린 무고한 하층민들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바닥에 짓눌렸다.

"큭……!"

송수연이 대형 도검을 치켜들며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얼굴에 서린 것은 분노를 넘어선 경악이었다.

"이 자식들…… 코어 출력이 일반 특수부대의 세 배를 넘어가잖아! 저런 걸 도대체 어디서 숨겨두고 있었던 거야!"

아수라 부대의 공세는 무자비하고 규격 외였다.

통제 장치나 자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이현도가 프로그래밍한 명령,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생명체의 섬멸'만을 수행하는 기계적 학살 기계들이었다.

구호 병동의 비명이 절정으로 치달을 무렵,

공기 중에서 미세하게 뒤틀리던 공간이 순식간에 반으로 갈라졌다.

콰아아앙!

지붕을 뚫고 내리꽂힌 것은 칠흑 같은 검광(劍光)이었다.

"……시끄럽군."

나지막이 짓씹는 목소리.

그 단 한 마디에 격납고를 가득 채우던 살벌한 기압이 일순간 뚝 끊겼다.

스락-.

먼지 자욱한 잔해 속에서 걸어 나오는 은빛 회로가 얽힌 흑발의 청년.

강진혁이었다.

그의 눈동자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고, 단전 부근에서 피어오르는 칠흑의 마기는 푸른빛의 뇌전과 뒤엉켜 마치 살아 숨 쉬는 짐승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SYSTEM INFO: 사용자 강진혁의 단전 코어 출력이 급상승합니다.]

[현재 출력: 13,200 MW 돌파.]

[경고: 뇌전마강(雷電魔剛)의 융합률이 50%를 상회합니다. 주변 전자기장이 과부하 상태에 빠집니다.]

"강진혁!"

송수연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외쳤지만, 진혁은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그의 흑안은 이미 정면에서 다가오는 아수라 부대의 선봉장들을 향하고 있었다.

키기기긱-!

인간의 척추가 두 개로 쪼개지며 그 사이에서 기괴한 촉수가 튀어나오는 아수라 병사 하나가 진혁을 향해 돌진했다.

음속을 돌파하는 폭음과 함께 사방의 공기가 압축되었다. 일반 초인이라면 시각조차 따라잡지 못할 속도였다.

하지만 진혁의 입가에 옅은 조소가 걸렸다.

"속도가 빠르면 뭐 하냐. 궤적이 다 보이는데."

파직, 치익-!

진혁의 검신을 휘감고 있던 푸른 뇌전이 맹렬하게 튀었다.

새롭게 개방된 [뇌전마강(雷電魔剛)]의 첫 번째 궤적.

그것은 물리적인 참격이 아니었다.

마기와 고주파 플라즈마, 그리고 푸른 뇌전이 삼중으로 압축되어 허공을 가르는 순간, 주변의 산소가 순식간에 타오르며 진공 상태가 만들어졌다.

슈우우웅!

"……!"

아수라 병사의 상반신이 그대로 멈춰 섰다.

정확히는 멈춘 것이 아니었다.

진혁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서, 괴물의 신체를 이루던 티타늄 합금과 생체 세포가 원자 단위로 분해되며 허공으로 부서져 내렸다.

툭, 툭.

상체와 하체가 분리된 괴물의 잔해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단 한 번의 검휘.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러나 이현도가 설계한 아수라 부대의 진면목은 개체의 강함이 아니라 그 '물량'과 '전염성'에 있었다.

"죽여라! 모든 세포를 회수한다!"

부서진 아수라 병사의 잔해에서 흘러나온 검붉은 액체와 고농도의 생화학 독소가 격납고 바닥을 적시며 증발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티타늄 타워에서 흡수했던 [네크로-신스]의 변종 독소였다.

일반 인간이 그 증기 몇 모금만 마셔도 폐가 녹아내리고 전신이 괴사하는 치명적인 독기.

시익-! 시이익-!

공기 중에 퍼진 독무(毒霧)가 니르바나 대원들을 향해 밀려들었다.

대원들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목을 움켜쥐었다.

"큭, 독이다……! 숨이 안 쉬어져!"

그 순간, 진혁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독(毒)을 쓰겠다면 적절한 상대에게 돌려주지."

진혁이 손바닥을 펼치며 허공을 향해 가볍게 휘저었다.

그의 단전에서부터 역류해 온 거대한 흡입력이 격납고 전체를 뒤흔들었다.

[흡원천공(改)]의 응용.

아수라 부대가 뿜어낸 맹독성 증기와 주변에 흩어진 생체 에너지를 진혁이 강제로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콰아아앙-!

공기 중에 떠돌던 치명적인 독기들이 거대한 소용돌이를 이루며 진혁의 손바닥으로 빨려 들어갔다.

보통의 무인이라면 독기를 흡수하는 순간 내장이 썩어 문드러지겠지만, 진혁의 몸속에는 이미 나노머신과 결합된 [천마무상체]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진혁은 그 독소의 분자 구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자신의 마기와 융합했다.

[SYSTEM INFO: 외부 유입 생화학 독소 [네크로-신스 변종]의 정제를 시작합니다.]

[분석 완료. 신규 마공 [천마독기(天魔毒氣)]의 밀도가 30% 상승합니다.]

청년의 입가에서 시커먼 검기(劍氣)와 함께 짙은 자흑색의 독무가 피어올랐다.

그것은 적들이 뿜어낸 독을 몇 배로 농축해 되돌려주는 사신의 호흡이었다.

"크아아아악!"

진혁이 입을 열어 내뱉은 [천마독기]가 아수라 부대의 진영 한가운데로 직격했다.

맹독에 노출된 아수라 병사의 기계 장치가 순식간에 부식되었고, 생체 코어가 과부하를 일으키며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콰광, 쾅, 쿠구구궁!

사방이 불바다로 변했다.

폭발의 연기 속에서 남은 아수라 부대의 잔당 수십 기가 일제히 포효하며 진혁을 향해 도약했다.

기계의 냉혹함과 짐승의 광기가 결합된 최후의 돌격.

진혁은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검을 거두고 두 손을 가볍게 털어냈다.

"좋다. 네놈들의 그 발버둥 치는 코어 에너지까지…… 모조리 내 단전의 밑거름으로 삼아주마."

두두두두두-!

진혁의 심장이 거대하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단전의 출력 게이지가 13,500 MW를 넘어 14,000 MW를 향해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그의 등 뒤로 거대한 천마의 형상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고, 그 형상의 손에 쥔 검은 뇌전을 품은 채 세상을 태울 듯 빛나고 있었다.

격납고의 천장이 압도적인 마기의 압력에 못 이겨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전원, 물러서 있어라."

진혁의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도살극의 서막이 올랐다.

쿠구구구궁-!

지상 제3구역의 대지를 통째로 들어 올릴 듯한 기세로 단전의 출력이 폭발했다.

14,000 MW를 돌파한 마기는 더 이상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 중의 진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실체화된 검붉은 파도에 가까웠다. 진혁의 발밑에서부터 사방으로 뻗어 나간 지면이 거미줄처럼 갈라지며 파편이 중력을 거스른 듯 공중으로 떠올랐다.

"크아아아……!"

진혁을 향해 돌진하던 아수라 부대의 선봉장들, 즉 생체 조직과 티타늄 합금이 기괴하게 뒤엉킨 괴물들이 그 압도적인 기압에 밀려 공중에서 멈칫거렸다.

인공지능의 통제를 받아 공포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아야 할 그들의 센서 부위에서 붉은 경고등이 미치광이처럼 깜빡였다.

머신러닝 프로세스가 경고하고 있었다.

[CRITICAL WARNING: 대상의 에너지 출력이 예측 범위를 초과했습니다. 교전 불가. 즉시 회피 기동을 권장합니다.]

그러나 후퇴란 이현도가 심어둔 뇌 속의 강제 명령에 존재하지 않았다.

괴물들은 더욱 기괴하게 척추를 꺾으며 포효했다.

"회피할 생각도 없었겠지만."

진혁의 입가에 짙은 냉소가 걸렸다.

그의 손끝이 허공을 향해 스치듯 궤적을 그리자, 단전에 모여 있던 고압의 뇌전이 [천마검]의 검신을 타고 격렬하게 요동쳤다.

파직-! 지지직, 쿠웅!

푸른 뇌전과 칠흑의 마기가 완벽한 비율로 융합하여 만들어낸 신기술, [뇌전마강(雷電魔剛)].

그것은 단순히 출력이 높기만 한 폭력이 아니었다. 현대 군사 과학이 다루는 플라즈마 공진 주파수와 고대 마교의 심법이 빚어낸, 원자 단위의 결합을 파괴하는 궁극의 예기(銳氣)였다.

슈우우우웅-!

진혁의 몸이 한 줄기의 잔상으로 사라졌다.

[마광신보 - 극(極)]의 경지.

빛의 궤적조차 그의 이동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허공에는 시커먼 검광의 선형 잔상만이 기괴하게 남았다.

퍽! 투두둑-!

가장 먼저 진혁의 사정거리에 들어온 아수라 병사의 상반신이 그대로 허공에서 증발했다.

피와 살점, 그리고 티타늄 장갑이 폭발하는 충격파 속에서 분해되어 흩어졌다.

진혁은 멈추지 않았다. 단 한 걸음의 보법으로 공간을 짓밟으며 아수라 부대의 진영 한가운데로 파고들었다.

"크르릉……!"

두 번째 괴물이 거대한 플라즈마 블레이드를 휘둘렀으나, 진혁은 그걸 피하기는커녕 어깨로 정면으로 받아쳤다.

콰아앙!

나노머신과 마기가 동기화된 [천마무상체]의 방어막이 그 엄청난 충격을 고스란히 흡수했다.

오히려 충격을 가한 아수라 병사의 팔모가지가 역으로 바스러지며 비명을 질렀다. 인간의 뼈가 아닌 특수 합금 골격이 으스러지는 굉음이었다.

"네놈들이 가진 그 코어의 출력, 나름대로 쓸만하더군요."

진혁의 낮고 차가운 음성이 전장의 폭음 속에서도 선명하게 박혔다.

그의 가슴 깊은 곳에서 거대한 블랙홀 같은 인력이 치솟았다.

[흡원천공(改)]

콰아아아구궁!

진혁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 보이지 않는 흡입력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아수라 부대원들의 등 뒤에 장착된 4세대 생체 코어들이 굉음을 내며 강제로 연동되기 시작했다.

괴물들의 내부에 저장되어 있던 막대한 고압 에너지가 붉은빛의 광선 형태로 빨려 나와 진혁의 단전으로 빨려 들어갔다.

"끄아아악……!"

인간의 성대를 모사하도록 설계된 스피커에서 비인간적인 비명이 터져 나왔다.

생체 코어의 에너지를 강제로 강탈당한 아수라 병사들은 순식간에 활력을 잃고 껍데기뿐인 고철 덩어리로 변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하나, 둘, 셋.

진혁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사방에서 괴물들이 힘을 잃고 붕괴했다.

[SYSTEM INFO: 외부 생체 코어 에너지의 강제 흡수를 확인합니다.]

[단전 마력 누적량이 60년에 도달했습니다.]

[생체 코어 출력: 14,200 MW… 14,500 MW로 급상승합니다!]

[경고: 체내 나노머신과 마기의 운행이 심장 구역에서 완벽한 동기화 단계에 진입합니다. 폭주 위험도 0.5% 미만.]

윤아영이 타워의 잔해 뒤에서 모니터를 두드리며 경악 어린 눈으로 진혁을 바라보았다.

"미쳤어…… 저 괴물들의 출력을 그냥 자양분으로 삼아버린다고? 저러다간 정말 인간의 육체를 초월해 버릴 거야!"

송수연 역시 대형 도검을 꽉 쥔 채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가 보아온 신서울의 그 어떤 초인이나 기업의 사병들도 이런 경지에 이른 자는 없었다.

강진혁은 단순히 강한 무인이 아니었다. 그는 적의 힘을 양분 삼아 스스로 진화하는, 살아있는 재앙 그 자체였다.

콰아아앙!

마지막 남은 아수라 부대의 대장격 개체가 거대한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치며 발악했다.

주변 수십 미터의 아스팔트가 가루가 되어 날아갔다.

그러나 진혁은 그 폭풍의 중심에 선 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끝이다."

진혁이 천마검을 정면으로 들어 올렸다.

검신을 감싸던 칠흑의 마기와 푸른 뇌전이 하나로 압축되며, 눈이 멀 정도로 찬란한 섬광을 뿜어냈다.

주변의 모든 공기가 단 한 점으로 수렴하는 듯한 극도의 정적이 전장을 지배했다.

[천마일검(天魔一劍) - 뇌전(雷電)]

콰아아아아아아아-!

하늘을 찢는 듯한 벼락 같은 참격이 내리꽂혔다.

아수라 부대의 대장급 개체는 물론, 그 뒤로 버티고 서 있던 거대한 군용 컨테이너 박스까지 단칼에 두 동강이 나며 대지가 갈라졌다.

폭풍이 걷힌 자리에는 더 이상 움직이는 괴물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오직 자욱한 먼지와, 그 중앙에서 서늘하게 빛나는 흑발의 청년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진혁은 가쁘게 숨을 몰아쉬는 대신, 여유롭게 단전의 출력을 정리하며 천마검을 거두었다.

그의 체내에서 요동치던 15,000 MW에 임박하는 출력이 완벽하게 단전 안으로 응축되어 심장과 혈관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이제 완벽한 동기화였다.

시스템의 보조 없이도, 그의 육체와 마공은 하나의 완벽한 유기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다.

진혁은 고개를 들어 멀리 티타늄 타워의 최상층, 아직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을 잔당들의 시선을 향해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현도, 그리고 숨어 있는 쥐새끼들."

바람에 날리는 그의 흑발 사이로 은빛 회로가 희미하게 빛났다.

"본진으로 가주마."

지상의 학살을 끝낸 진혁이 다시 한번 마광신보를 밟으며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신서울의 밤하늘을 가르는 칠흑의 유성이, 티타늄 그룹의 마지막 뿌리를 뽑기 위해 상층부를 향해 맹렬하게 쏘아 올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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