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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43화목차

제43화 하층가 군수창고 습격

시공간이 찢겨 나가는 듯한 굉음이 신서울 제3구역의 잿빛 하늘을 가로질렀다.

쾅—! 콰쾅-!

불꽃의 잔해 사이로 거대한 철제 컨테이너가 종이짝처럼 구겨져 나뒹굴었다.

티타늄 그룹의 자율 군수 물류 보급선이 가동을 멈추고 바닥에 처박힌 탓이다.

치이익—!

압축 가스가 새어 나오는 소리와 함께 달아오른 철판이 식어가는 백색 증기가 사방으로 피어올랐다. 그 자욱한 연무 속에서, 시꺼먼 흑염을 두른 한 채의 형체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강진혁.

그의 은빛 회로가 흐르는 목덜미 위로 가쁜 숨 대신 미세한 청백색의 뇌전이 튀고 있었다.

[시스템 경고: 현재 코어 출력 12,300 MW 안정화.]

[경지 유지: 초월천마경(제5단계) - 잔류 마기 밀도 극상.]

머릿속을 떠돌던 푸른빛의 HUD 창은 이미 오래전에 꺼져 있었다.

더 이상 기계의 연산력에 의존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심장이 뛰는 박동과 혈관 속을 역류하는 마기의 흐름만이 그가 세상을 인식하는 유일한 척도였다.

쿠구구구—!

진혁의 오른손에 쥔 [천마검] 프로토타입이 짙은 암홍색의 검강을 토해냈다. 검신을 따라 흐르는 진동은 주변의 공기마저 잘게 찢어놓고 있었다.

"거기서 멈춰라, 침입자!"

치카칵!

보급창의 거대한 철문이 양옆으로 열리며 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티타늄 그룹의 사설 군사 조직, 블랙 가드의 정예 경비대였다. 그들의 가슴팍에 박힌 3.5세대 생체 코어가 붉은빛을 번뜩이며 살기를 내뿜었다.

"이동식 포탑 전개! 전방 15미터, 집중 사격 개시!"

일사불란한 기계적 목소리와 함께 중장갑을 두른 보병들이 일제히 플라즈마 개틀링건을 치켜들었다.

위이잉-!

수천 발의 고열 탄환이 일시에 공기를 태우며 진혁을 향해 쏟아졌다. 사방이 불바다로 변하고, 바닥의 콘크리트가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그러나 진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시끄럽군."

스으윽.

진혁의 발이 바닥을 가볍게 굴렀다.

그 순간—!

콰앙!

잔상을 남긴 자리에 거대한 폭발음만이 메아리쳤다. 진혁의 몸이 광속으로 공간을 가로질러 이미 경비대의 최전방에 도달해 있었다.

마광신보(魔光身步) - 극(極).

빛의 속도에 수렴하는 극초음속의 보법.

경비대원들의 시각 신경이 그 궤적을 쫓기도 전에 진혁의 검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파지지직-!

"크윽……!"

선두에 서 있던 중장갑 병사의 플라즈마 개틀링건이 종잇장처럼 반으로 쪼개졌다. 그치지 않은 검강은 장갑복의 티타늄 합금을 두부 으깨듯 관통했다.

슈우우욱—!

진혁의 손바닥이 쪼개진 갑옷의 틈새로 파고들었다.

흡원천공(吸元天功) - 개(改)!

-우우웅!

병사의 단전에 박혀 있던 3.5세대 생체 코어가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강대한 압력과 함께 코어 내부의 에너지가 진혁의 손바닥을 타고 역류하기 시작했다. 푸른빛의 에너지가 진혁의 팔뚝을 따라 혈관을 찢을 듯이 치솟았다가, 곧장 칠흑 같은 마기로 정제되어 단전으로 흡수되었다.

[알림: 이물질 에너지 흡수 완료.]

[단전 코어 출력: 12,300 MW → 12,450 MW 상승.]

"커하학……!"

에너지를 전부 빨려 나간 병사가 껍데기만 남은 인형처럼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진혁은 눈썹 하나 깜짝하지 않고 시체를 발로 차며 다음 상대로 시선을 돌렸다.

"괴물……! 저 자식은 괴물이다!"

"쏘라! 망설이지 말고 전부 쏟아부어!"

경비대원들의 얼굴에 공포가 서렸다.

그들은 수많은 생체 실험과 전쟁을 겪으며 단련된 엘리트들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육체를 가지고서 전투기 수준의 출력을 내뿜는 진혁의 존재는 그들의 상식을 완전히 아득히 초월해 있었다.

위이잉-! 콰광!

사방에서 날아오는 유탄과 레이저 포화가 진혁을 감쌌다.

진혁은 검을 가로로 뉘이며 천천히 숨을 골랐다.

호흡의 장단(長短)이 혈관 속의 나노머신과 마기를 완벽하게 동기화시킨다.

천마무상체(天魔無相體).

치이익-!

진혁의 피부 표면을 덮고 있던 나노머신이 순간적으로 고밀도로 압축되며 투명한 흑빛 장갑을 형성했다. 쏟아지는 레이저와 탄환이 진혁의 몸에 닿는 순간, 거대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튕겨 나갔을 뿐 피부에는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내 차례인가."

진혁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말려 올라갔다.

투두둑!

그의 등 뒤에서 뿜어져 나온 마기가 거대한 검은 날개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만법귀마(萬法歸魔)의 경지.

눈앞의 적들이 지닌 무기의 공진 주파수와 에너지 방출 패턴이 진혁의 머릿속에 투명하게 투사되었다.

저놈의 코어는 출력 분산이 느리다.

저놈의 장갑은 오른쪽 어깨 부위의 실드가 비어 있다.

그리고 저 지휘관 놈은…… 3초 뒤에 좌측으로 회피할 것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계산되었다. 아니, 계산이라기보다는 본능적인 직관에 가까웠다.

슈우우웅-!

진혁이 다시 한번 지면을 박찼다.

이번에는 단순한 보법이 아니었다.

푸스스스-!

진혁이 지나간 자리마다 공기가 압축되었다가 터지며 진공 상태가 만들어졌다.

"어…… 어디 갔지?"

"위다! 상공이다!"

대원들이 고개를 치켜들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 있었다.

"천마일검(天魔一劍)."

화악-!

시공간을 태우는 듯한 한 줄기 참격이 칠흑의 뇌전과 함께 터져 나왔다.

보급창의 거대한 철골 구조물이 그 한 번의 검광에 중앙부터 사정없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콰아아앙-!

지축이 울리고, 수십 명의 경비대원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검풍에 쓸려 나갔다.

사방이 순식간에 피비린내 나는 아수라장으로 변모했다.

단 몇 분 만에 제3군수 보급창의 방어선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휘이익…… 바람 소리만이 휑한 보급창 내부에 울려 퍼졌다.

진혁은 피투성이가 된 검을 바닥에 툭 떨구며 숨을 몰아쉬었다.

방금 전의 난동으로 단전의 출력이 한계치까지 치솟았다가 가라앉고 있었다.

[현재 코어 출력: 12,600 MW.]

"생각보다 잡스러운 벌레들이 많군."

진혁이 낮게 중얼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파괴된 컨테이너와 널브러진 시체들뿐이었다.

그때였다.

스으윽…….

공기의 흐름이 아주 미세하게 뒤틀렸다.

시각적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진혁의 미간이 날카롭게 좁혀졌다.

기척이 없다.

아니, 기척을 지운 게 아니라 물리적인 존재 자체를 주변의 광학 환경과 완벽하게 동기화시킨 형태.

[경고: 전방 5미터 지점, 공간 왜곡 감지.]

[주의: 고주파 스텔스 회로 작동 중.]

시스템의 HUD가 강제로 꺼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진혁의 신체 세포와 나노머신이 본능적으로 위험 신호를 보냈다.

"거기 있었나."

진혁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찰나의 순간, 진혁의 등 뒤에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고주파 섬광이 터져 나왔다.

샤아아악-!

공기를 가르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극초음속의 암살 검.

티타늄 그룹 블랙 가드의 2대장, 통칭 '팬텀'의 은밀한 기습이었다.

시야의 사각지대, 그것도 망막이 인식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다가오는 고주파 단검이 진혁의 목덜미를 겨누었다.

챙—!

아슬아슬한 순간, 진혁이 몸을 비틀어 [천마검]의 등짝으로 일격을 받아쳤다.

스파크가 파직거리며 사방으로 튀었다.

"호오?"

허공 중에서 낮고 기괴한 변조음이 흘러나왔다.

분명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빈 공간이었지만, 그곳에 누군가 존재한다는 사실만큼은 명백했다.

"급소가 아니라 목덜미를 노렸군. 반응 속도가 과연 소문대로다, 강진혁."

소리만 울릴 뿐, 형체는 여전히 투명한 광학 스텔스 장막 속에 숨어 있었다.

진혁은 검을 비틀어 상대의 단검을 밀어내며 낮게 웃었다.

"빛을 왜곡해 봤자, 네놈이 흘리는 피비린내는 감출 수 없다."

진혁의 검끝이 허공의 한 점을 정확히 겨누었다.

방금 전의 격돌로 인해 팬텀의 광학 회로에 미세한 과부하가 걸렸는지, 녀석의 어깨 부근에서 붉은빛의 잔상 스파크가 파직하고 튀어 올랐다.

"흥, 입만 살았군."

샤아아악—!

다시 한번 공간이 뒤틀렸다.

시각을 완전히 상실케 만드는 전형적인 팬텀의 특기, '광학 스텔스-절대 은폐'였다.

일반적인 무인이라면 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적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채 방어벽을 허물고 목이 잘렸을 터였다.

하지만 진혁은 눈을 감았다.

시각에 의존하는 순간, 적의 기만술에 휘말린다.

푸스스스…….

진혁의 혈관 속에서 춤추던 칠흑의 마기가 미세한 파동을 그리며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피부를 스치는 대기의 흐름, 바닥에 떨어진 철제 파편의 미세한 진동, 그리고 적의 허파가 수축하며 내뿜는 뜨거운 이산화탄소의 확산까지.

모든 것이 진혁의 오감(五感)과 나노머신의 공간 감지 센서를 통해 머릿속에 3차원 입체 지도로 그려졌다.

'거기다.'

피학적인 미소가 진혁의 입가에 걸렸다.

챙—!

진혁의 몸이 뒤로 반 뼘 물러서는 동시에, 그가 서 있던 자리의 공기가 날카롭게 찢겼다. 고주파 단검이 진혁의 뺨을 스치며 지나치며 미세한 핏방울을 튀겼다.

샤르륵.

뺨을 타고 흐르는 붉은 피를 느낄 새도 없이, 진혁의 오른팔이 채찍처럼 휘어졌다.

마검기·개(開)!

쿠구구구-!

압축된 마기가 검신을 타고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며 부채꼴 모양의 거대한 참격 장막을 형성했다.

빛이 보이지 않는 허공, 그 한가운데를 정확히 강타하는 충격파.

쿠쾅-!

"크윽……?!"

비명과 함께 허공에서 은빛의 일렁임이 깨졌다.

광학 스텔스 장막이 완전히 해제되며, 티타늄 그룹의 특수 암살 부대 2대장 '팬텀'의 본모습이 강제적으로 드러났다.

온몸에 유선형의 최첨단 타이탄 스텔스 슈트를 두른 채, 양손에 고주파 단검을 쥔 사내. 그의 입가에서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슈트의 가슴 부위가 진혁의 마검기에 짓눌려 처참하게 함몰되어 있었다.

"어떻게…… 내 은폐를 완벽히 파악했지? 시각 센서가 아니라면……."

팬텀의 눈동자에 경악과 공포가 서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수많은 S급 초인과 무림 고수들을 암살해 오면서 자신의 스텔스 회로를 이토록 완벽하게 간파당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진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나부랭이와, 온몸의 세포로 기를 읽는 자의 차이다."

스으으윽.

진혁이 한 걸음씩 팬텀을 향해 다가갔다.

지면을 짓밟을 때마다 단전의 12,600 MW 출력이 뿜어내는 중압감이 주변의 공기마저 짓눌렀다.

팬텀은 다급히 부서진 슈트의 출력을 끌어올리려 했으나, 이미 체내로 침투한 마기가 그의 생체 코어와 나노 회로를 마비시키고 있었다.

"기다려라."

진혁이 천천히 천마검을 치켜들었다.

"네놈의 그 잘난 스텔스 기술과 코어 데이터 역시, 내 마공의 좋은 양분이 될 테니까."

"미친……!"

팬텀이 황급히 단검을 내지르며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승부는 끝난 뒤였다.

화악-!

칠흑 같은 뇌전이 깃든 검강이 팬텀의 상체를 유유히 관통했다.

슈우우욱—!

흡원천공(개)이 발동하며 팬텀의 남은 생체 에너지와 스텔스 회로의 데이터가 진혁의 손바닥을 통해 격렬하게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방이 고요해지고, 적의 단말마적인 비명만이 보급창의 차가운 철골 사이로 쓸쓸히 흩어졌다.

[알림: 특수 암살 회로 데이터 흡수 완료.]

[단전 코어 출력: 12,650 MW 달성.]

진혁은 눈을 감고 온몸을 타고 흐르는 에너지를 조용히 잘게 쪼개어 정제했다.

단전의 심장 구역에서 치솟던 과부하가 가라앉고, 대신 한층 더 깊고 묵직한 마기가 온몸의 혈관을 타고 순환했다.

초월천마경(제5단계)의 경지가 한 치 더 단단해졌다.

툭.

시체가 된 팬텀을 바닥에 내던진 진혁이 고개를 들어 보급창 안쪽의 거대한 철문, 즉 상층부로 이어지는 메인 엘리베이터를 바라보았다.

거기서부터는 티타늄 타워의 진정한 심장부였다.

하층민들의 생체 코어 320만 개가 연동된 자폭 프로토콜의 진원지이자, 2만 MW 출력의 최종 방어 병기 [아마게돈 MK-II]가 기다리고 있는 곳.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진혁은 피 묻은 천마검을 툭툭 털어내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등 뒤로, 니르바나의 저항군 대장 송수연과 해커 윤아영이 숨을 몰아쉬며 다가왔다.

"진혁 씨! 제3군수 보급창의 물류망과 서버 제어권은 완전히 확보했습니다. 저항군 애들도 하층민 구출 루트를 열기 시작했고요!"

윤아영이 땀을 뻘뻘 흘리며 홀로그램 패드를 내밀었다.

패드의 상단에는 붉은색 글씨로 잔여 시간이 맹렬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자폭 프로토콜 카운트다운: 1시간 48분 남음.]

송수연이 단단히 무장한 도검을 치켜들며 진혁의 옆에 섰다.

"이제 남은 건 타워 최상층의 메인 서버실뿐이군요. 그 위에는…… 회장의 유산인지 뭔지 하는 미친 메카닉이 버티고 있겠지만."

진혁은 대답 대신 차갑게 미소 지었다.

"부수면 된다."

간결하지만 절대적인 확신이 담긴 목소리였다.

쿠구구구구—!

진혁이 앞장서서 메인 엘리베이터의 비상 레버를 손으로 움켜쥐었다.

순간, 그의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온 마기와 고주파 진동 에너지가 굳게 닫혀 있던 수십 톤짜리 철문을 비틀어 종잇장처럼 구겨버렸다.

치이익-!

철문이 떨어져 나가며 그 너머로 어둡고 장엄한 티타늄 타워의 내부 나선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백 층에 달하는 마천루의 꼭대기를 향해, 진혁은 망설임 없이 발을 디뎠다.

스으으웅—!

신서울의 밤하늘을 삼킬 듯이 짙어지는 흑염의 마기와 함께, 진혁의 행보는 이제 티타늄 그룹의 심장을 겨누는 최후의 도살(屠殺)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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