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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아래의 가마솥 · 7화목차

제7화 공동 수면

새벽 4시의 연금술 실습실은 이슬처럼 서늘하고 정적에 싸여 있었습니다. 시약 병이 덜그럭거리는 소리도, 가마솥 밑에서 넘치던 불꽃의 기운도 모두 정돈된 시간이었습니다.

대학술제 1차 중간 제출을 단 하루 앞두고, 공동 실험대 위에는 수십 개의 정밀 수식 노트와 비커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습니다.

밤새 지속된 촉매 배합 반응은 드디어 안정기에 접어들었습니다. 리아나는 깃펜을 쥔 채 멍하니 시약의 색 변화를 관찰하다가, 결국 밀려드는 피로를 참지 못하고 실험대 위로 천천히 고개를 숙였습니다. 팔베개를 하고 엎드린 그녀의 긴 속눈썹이 아침 햇살이 비치기 전의 어둠 속에서 규칙적으로 떨렸습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카이엘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귀족의 체면과 수석 엘리트로서의 자존심으로 등받이에 바짝 허리를 세우고 있었지만, 감기는 눈꺼풀을 이겨낼 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몇 번이나 고개를 뚝뚝 떨구며 정신을 차리려 애썼으나, 결국 꼿꼿했던 상체가 서서히 앞으로 기울어졌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좁은 실험대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고개를 묻은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실습실 높은 창문 너머로 옅은 푸른빛의 새벽녘 공기가 밀려들어 왔습니다.

가장 먼저 눈을 뜬 것은 카이엘이었습니다. 연금술 명문가의 엄격한 일과 습관 덕분에 그는 작은 온도 변화에도 본능적으로 의식을 차렸습니다. 카이엘은 뻐근한 목을 짚으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흠.”

헛기침을 하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려던 카이엘은 그 순간, 바로 손끝이 닿을 듯한 거리에 놓인 리아나의 얼굴을 발견하고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평소에는 날카로운 팩트 폭격으로 자신의 정신을 쏙 빼놓던 그녀였습니다. "귀족 체면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그 미학으로 학술제 대상을 타 오나요?"라며 쏘아붙이던 눈매는 온데간데없었습니다. 무방비하게 닫힌 눈꺼풀과 고르게 숨을 내쉬는 입술이 낯설 만큼 부드러워 보였습니다.

카이엘의 시선이 그녀의 뺨에 닿자,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렸습니다.

'왜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입니까……?'

그는 황급히 고개를 돌리려 했으나 목에 석고를 바른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좁은 실험대 위에서 리아나의 숨결이 카이엘의 손등에 가볍게 와닿았습니다. 지극히 미세한 온기였지만, 그에게는 용암이 튄 것 같은 충격이었습니다.

쿵, 쿵, 쿵.

갑자기 심장이 갈비뼈를 부술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카이엘은 자신의 목덜미와 귀끝으로 피가 몰려드는 것을 똑똑히 느꼈습니다. 그는 손으로 자신의 귀를 움켜쥐며 속으로 비명을 질렀습니다.

'아닙니다. 이것은 밤샘 연구로 인한 심혈관계의 일시적인 과부하일 뿐입니다. 절대로 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스스로에게 변명을 던지면서도, 그의 시선은 다시 한번 리아나에게로 향했습니다.

새벽의 실습실은 점차 차가운 기운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평민 장학생용 단정한 제복 상의는 두께가 얇아, 리아나의 어깨가 미세하게 덜덜 떨리는 것이 카이엘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카이엘은 턱을 괴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대로 둔다면 체온 저하로 인해 다음 날 연구 효율이 떨어질 것이 분명했습니다. 오직 파트너의 컨디션 관리라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수십 번 설득했습니다.

그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어깨에 걸쳐져 있던 묵직한 귀족용 깃털 망토를 벗었습니다. 최고급 검은 벨벳에 가문의 문장이 금실로 새겨진 럭셔리한 망토였습니다.

카이엘은 까치발을 들다시피 해서 리아나의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숨소리조차 죽인 채, 그는 망토를 양손으로 정성스럽게 펼쳤습니다. 손가락 끝이 리아나의 옷깃에 닿지 않도록 극도로 신중하게 움직였습니다.

스르륵.

망토가 리아나의 어깨와 등 뒤를 부드럽게 감쌌습니다. 완벽했습니다. 동선도, 무게 배분도 연금술 실험의 투입 과정만큼이나 정교했습니다.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며 카이엘이 돌아서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음.”

리아나가 작은 신음을 내뱉으며 어깨를 으쓱였습니다. 망토의 따뜻한 온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는 벨벳 깃을 턱밑까지 끌어당기며 고개를 묻었습니다. 그리고는 웅얼거리는 소리로 얕은 잠꼬대를 내뱉었습니다.

“……선배님…… 또 고집부리네…… 바보 같이……”

멈칫.

카이엘의 발걸음이 허공에서 굳어버렸습니다.

'바, 바보……?'

그를 가리키는 것이 틀림없는 잠꼬대에 카이엘은 머리끝까지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 직후였습니다. 리아나가 잠결에 손을 내밀어 카이엘의 옷소매 끝자락을 살짝 쥐어버린 것입니다.

잡힌 것은 아주 작은 옷감 조각에 불과했지만, 카이엘에게는 거대한 마법 쇄사슬에 묶인 것과 같았습니다. 일어나서 도망쳐야 하는데, 억지로 옷을 빼내려다 그녀가 깰까 봐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결국 카이엘은 아무 말도 못 한 채, 다시 엉거주춤한 자세로 리아나의 옆 의자에 스르륵 앉아버렸습니다. 귀는 이미 폭발하기 직전의 분홍색 시약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는 굳어버린 채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며 날이 완전히 밝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쪽 창문으로 눈부신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을 때, 리아나는 마침내 눈을 떴습니다.

오랜만의 깊은 잠이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몸이 아주 따뜻하고 포근했습니다. 리아나는 기지개를 켜려다가 자신의 어깨를 덮고 있는 묵직하고 부드러운 감촉을 느꼈습니다.

"어……?"

눈을 비벼 확인해 보니, 그것은 자신이 입을 일 없는 고급 벨벳 망토였습니다. 단단한 금실 자수와 고급스러운 깃털 장식. 아카데미 내에서 이런 망토를 두르고 다닐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리아나는 망토를 손에 쥐고 고개를 돌렸습니다. 바로 옆자리에는 카이엘이 여전히 꼿꼿한 자세로 앉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매우 기이했습니다. 그는 리아나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아무것도 없는 빈 벽면만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햇살을 받아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그의 두 귀는 멀리서도 보일 만큼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습니다.

리아나의 입꼬리가 살짝 호선을 그렸습니다. 그녀는 망토를 다정하게 두 손으로 접어 들고는 카이엘을 향해 몸을 기울였습니다.

“이게 귀족의 배려인가요?”

리아나의 날카로우면서도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실습실의 정적을 깨뜨렸습니다.

카이엘의 어깨가 흠칫 떨렸습니다. 그는 여전히 리아나와 제대로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고개를 반대편으로 홱 돌리며 짧게 응수했습니다.

“……그냥, 추워 보여서.”

“아, 그래요? 전 또 귀족 가문의 미학에 '동료에게 망토 덮어주기' 같은 격식이라도 있는 줄 알았네요.”

리아나가 작게 풋 소리를 내며 웃었습니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카이엘의 얼굴을 살폈습니다. 정면을 피하는 그의 눈동자가 방황하듯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선배님.”

“무, 무엇입니까?”

“실습실 히터가 고장 났나요? 왜 그렇게 귀가 빨개지셨어요? 시약 폭발했을 때보다 더 심한데요.”

“……!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새벽 공기가 차가워서 일시적으로 혈류가 집중된 것뿐입니다!”

카이엘은 급하게 말을 내뱉으며 리아나의 손에 들린 망토를 낚아채듯 빼앗아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황급히 망토를 어깨에 둘렀으나, 당황한 나머지 깃대 단추를 잘못 꿰어 망토가 삐뚤어지고 말았습니다.

리아나는 그 허술한 모습을 놓치지 않고 팩트를 찔러 넣었습니다.

“단추 잘못 채우셨어요, 수석님. 귀족의 품격이 울고 있네요.”

“……!”

카이엘은 말문이 막힌 듯 "……" 하고 입을 붕어처럼 벙끗거리다가, 이내 헛기침을 크게 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제, 제출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보고서 최종 점검을 시작하십시요!”

뒤돌아 서서 제출 서류를 정돈하는 카이엘의 등 뒤로, 삐뚤어진 망토와 여전히 타오르는 듯한 붉은 귀가 훤히 보였습니다. 리아나는 턱을 괴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늘 평등과 효율만을 외치던 이 차가운 연금술 실습실에,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이상한 온기가 깃들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회차 예고: 제8화 「학점 위기」에서 카이엘과 리아나의 가마솥 소동이 이어집니다.

작품명: 《별빛 아래의 가마솥》

현재 회차: 제7화

다음 회차 예고: 제8화 학점 위기

연재 일정: 용용 시리즈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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