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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아래의 가마솥 · 6화목차

제6화 질투의 시약

별빛 아카데미의 대리석 복도는 언제나 아카데미 특유의 활기와 학구적인 열기로 북적였다. 오후의 따스한 햇살이 높은 아치형 창문을 통해 쏟아져 내리던 그때, 리아나는 인체 연금술 기초 개론서를 품에 안은 채 가볍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복도를 지나고 있었다. 대학술제를 코앞에 둔 시점이라 학생들의 발걸음은 저마다 바빴지만, 리아나의 표정만큼은 여유로웠다. 이미 주력 시약의 배합식을 완벽하게 마스터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리아나, 지난번에 네가 알려준 추출법 덕분에 과제 최고점을 받았어. 정말 고맙다."

부드럽고 감미로운 음성으로 말을 건넨 이는 솔라리스였다. 상냥한 미소를 지닌 수석급 선배의 등장에 복도를 지나가던 여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쏠렸다. 솔라리스는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아카데미 내에서 모범적인 선배로 통하는 인물이었다.

"아, 솔라리스 선배님이시네요. 제가 뭘요, 워낙 선배님이 기초 공식을 잘 이해하고 계셨으니까요. 제 공이라기보다는 선배님의 응용력이 좋으신 덕분이죠."

리아나가 특유의 시원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장난을 섞어가며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은 주변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다정해 보였다. 복도의 소음 속에서도 두 사람의 대화는 유독 화기애애하게 흘러갔고, 솔라리스가 리아나의 어깨너머 책을 가볍게 툭 치며 친근함을 표할 때였다.

바로 그때, 연금술 공동 실험실 방향에서 걸어오던 카이엘의 발걸음이 거짓말처럼 뚝 멈췄다. 완벽하게 다려진 은색 자카르타 코트와 단정한 은발, 언제나 흐트러짐 없던 그의 이목구비가 미세하게 굳어졌다.

카이엘은 저도 모르게 제자리에 멈춰 서서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응시했다. 가슴 속에서 정체 모를 뜨겁고도 낯선 감정이 폭풍처럼 치솟아 올랐다.

'저 자는 또 왜 저렇게 해맑은 얼굴로 다가가는 겁니까. 아카데미 복도가 그렇게 사교 장소로 보이나요. 저런 쓸데없는 친목 질이라니, 학술제 준비는 눈곱만큼도 안 하겠다는 뜻입니까.'

속마음으로는 수십 가지의 날카로운 비판과 반박이 폭포처럼 쏟아졌지만, 카이엘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단 한 마디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다만 그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교과서 모서리를 꽉 쥐어 하얗게 질릴 뿐이었다. 질투라는 감정을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완벽주의 귀족의 세계가 그 순간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솔라리스가 가볍게 손을 흔들며 자리를 떠난 뒤에야 카이엘은 허겁지겁 시선을 돌려 실험실 안으로 밀려들듯 들어왔다. 그의 은발이 거칠게 흔들렸다.

실험실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리아나는 영문을 모른 채 그 뒤를 따라 들어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세요, 카이엘 선배? 뒤통수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왜 그렇게 뛰어 들어오셔요? 아까부터 얼굴이 왜 그 모양이신지. 누구한테 빚이라도 지셨어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카이엘은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곧장 연금술 실험대로 걸어갔다. 그의 걸음걸이가 평소보다 훨씬 딱딱하고 급했다.

그는 평소 냉철하고 철저하던 원칙주의자다운 면모를 온데간데없이 내다 버린 사람처럼 비커와 시약병을 거칠게 집어 들었다. 마법약 배합을 위한 저울 앞에 선 카이엘의 미간이 깊게 패였다. 평소라면 0.1그램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던 그였기에, 지금의 거친 손놀림은 극도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선배, 지금 뭘 하시는 거예요? 그 시약은 안정화 계수를 맞추려면 딱 세 방울만 넣어야 하잖아요. 그렇게 함부로 다루면 성분이 분리된다고요."

리아나가 실험대 너머로 몸을 기울이며 날카롭게 지적했다. 하지만 카이엘은 그녀의 말에 대답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은색 스포이트를 집어 들고는 붉은빛이 감도는 활성 시약을 비커에 사정없이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뚝, 뚝, 뚝……. 규정된 양을 한참 넘어선 시약이 투명한 액체 속으로 계속해서 스며들었다. 비커 속의 액체는 순식간에 불길한 탁한 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변수 통제가 필요합니다. 지금 제 계산에 따르면 이 정도 농도는 되어야 폭발 위험을 완벽히 잡을 수 있습니다."

"헤ぇ, 그래요? 그게 변수 통제라고요? 그렇게 많이 부어 넣으면 비커가 터지거나 색이 완전히 망가지거든요? 왜 이렇게 많이 넣어요, 갑자기 평소의 철저한 카이엘 선배답지 않게?"

리아나가 팔짱을 끼며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그녀의 예리한 시선이 카이엘의 손끝을 낱낱이 훑고 지나갔다.

"실험입니다. 귀족 가문의 전통적인 고난도 배합 기법에 대해 지금 리아나 양에게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카이엘은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 목소리를 한 톤 높이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귀끝은 이미 투명한 피부를 뚫고 나올 것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겉으로는 위엄을 차리려 애쓰고 있었지만, 귀가 빨개진 순간 그의 모든 방어막은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실험은 무슨……."

리아나가 황당하다는 듯 피식 웃으며 카이엘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의 눈동자가 카이엘의 흔들리는 눈빛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자 카이엘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선배, 혹시 복도에서 저랑 솔라리스 선배가 이야기하는 거 보셨어요? 그래서 지금 이러시는 거 아니고요?"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목소리 떨리시네요. 그리고 귀는 왜 그렇게 달아올랐대요? 혹시…… 선배님, 설마 지금 질투하세요?"

리아나의 팩트 폭격은 언제나처럼 무자비하고 정확했다. 카이엘은 가슴을 쿵 내려앉게 만드는 그 직격탄에 잠시 숨을 멈췄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리면서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해 입술만 달싹였다.

"저, 그런 감정 없습니다! 감히 제가 왜 그런 유치하고 쓸데없는 감정을 느낀다는 말씀입니까! 그런 일 단언컨대 없습니다!"

카이엘이 당황하며 손을 크게 내저었다. 바로 그 순간, 흥분한 채 들고 있던 시약 병이 그의 손가락 사이에서 미끄러졌다.

챙그랑-!

유리 병이 바닥에 부딪히며 깨지는 소리가 실험실 안에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직후, 비커 안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시약들이 격렬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푸른빛을 돌던 액체가 순식간에 진한 분홍색으로 변하더니, 이내 펑 하는 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사방으로 튀어 오르기 완벽한 형태의 분홍색 거품이 폭발했다.

치익- 소리를 내며 솟아오른 분홍색 거품은 카이엘의 완벽하게 다려진 은색 망토 자락과 실험대 위를 순식간에 뒤덮어버렸다.

실험실 안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

카이엘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제 옷자락을 내려다보았다. 완벽주의 연금술사 인생 최대의 수치스러운 순간이었다. 대대로 연금술 명문가로 이름을 떨친 가문의 자제로서, 배합 실수로 시약을 폭발시키다 못해 온몸에 분홍색 거품을 뒤집어쓰다니. 카이엘은 눈을 질끈 감고 싶었다.

리아나는 이마를 짚으며 깊한 한숨을 내쉬었다.

"아 정말…… 조용히 넘어가나 했다니까요. 매번 이 모양이라니까요. 귀족님은 실험할 때 손재주까지 귀족식이신가 봐요?"

리아나는 주머니에서 마법 걸레를 꺼내 들며 카이엘의 쪽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목소리는 타박하는 듯했지만, 그 속에는 숨길 수 없는 웃음기가 묻어 있었다.

"가만히 계세요, 선배. 움직이면 분홍색 거품이 더 번지니까요. 아 진짜, 귀족님 모시려니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네요."

리아나가 투덜거리면서도 꼼꼼하게 바닥과 카이엘의 망토에 묻은 시약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길이 옷자락을 스칠 때마다 카이엘은 코끝을 스치는 옅은 비누 향기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해 숨을 제대로 쉴 수조차 없었다.

카이엘은 얼굴이 터질 것처럼 달아오른 채 입술을 달싹였다. 하지만 끝내 아무런 변명도 하지 못한 채, 리아나의 눈치를 보며 뻣뻣하게 굳어 있을 뿐이었다.

다음 회차 예고: 마감 전날 지쳐서 실험대에 기대 잠든 두 사람. 카이엘은 먼저 깨어나 리아나의 얼굴을 보고 경직된다.

작품명: 《별빛 아래의 가마솥》

현재 회차: 제6화

다음 회차 예고: 제7화 공동 수면

연재 일정: 용용 시리즈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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