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화 뇌전마강(雷電魔剛)의 완성
파직, 지지직―!
공간을 찢어발기는 듯한 고주파의 전류음이 폐허의 잔해 사이로 사방에 흩뿌려졌다.
신서울 제3구역의 메인 가도.
티타늄 그룹의 정예 블랙 가드이자, 4세대 전투 코어와 중장갑 하이브리드 수트를 장비한 거구의 전사 오거(Ogre)가 거대한 단검을 겨눈 채 멈춰 서 있었다.
그의 거대한 덩치 중앙, 정확히 심장 부근에 매립되어 있던 B급 대형 생체 코어가 강진혁의 손바닥 안에서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쿠우우우―!
"크윽……! 이, 말도 안 되는……."
오거의 입술 사이로 검붉은 피가 역류해 흘렀다.
생체 코어의 출력이 강제 흡수당하는 고통은 단순히 에너지를 빼앗기는 것 이상이었다. 혈관을 타고 흐르던 나노머신 회로가 붕괴하고, 신경망 전체가 타들어 가는 듯한 극심한 작열감이 그의 뇌수를 강타했다.
강진혁의 흑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은빛 회로 선이 목덜미를 타고 뺨까지 뻗어 나가며 섬뜩한 기세를 뿜어냈다.
- [SYSTEM WARNING]
- 대상의 B급 대형 생체 코어 에너지를 강제 추출합니다.
- 흡원천공(吸元天功) 연산 기동.
- 에너지 정제율 94.2%…….
손바닥 안에서 요동치던 푸른빛의 플라즈마 에너지가 진혁의 단전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콰아아앙!
기존의 9,600 MW 부근을 맴돌던 단전의 출력이 순식간에 요동치며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9,800 MW…….
10,500 MW…….
그리고 마침내 임계점을 돌파하며 거대한 파공성과 함께 수치가 정점을 찍었다.
[단전 코어 출력: 12,400 MW 돌파.]
[경지 동기화: 초월천마경(超越天魔境) 유지율 안정화.]
"후우……."
진혁이 낮게 숨을 내쉬자, 그의 입김이 차가운 대기 중에서 검은 마기(魔氣)와 엉겨 붙어 스러졌다.
시스템의 보조 HUD는 이미 영구 차단되어 있었지만, 진혁의 육신은 이제 그 어떤 기계의 연산보다도 완벽하게 자신의 기혈과 단전을 통제하고 있었다.
툭.
오거의 거대한 육신이 무력하게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더 이상 살아갈 에너지를 잃어버린 빈껍데기였다. 그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한 남은 블랙 가드 잔당들과 티타늄 그룹의 사병들은 완전히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괴…… 괴물이다!"
"코어 출력이 1만 2천을 넘겼다고? 인간의 몸으로 그게 가능해?!"
"물러서! 당장 방어선을 구축해!"
사병들이 혼비백산하여 플라즈마 라이플을 겨누었지만, 그들의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방금 전까지 그들이 믿고 있던 최정예 병기인 오거가 단 몇 합 만에 심장부의 코어를 채굴당한 채 고철덩어리로 전락했으니.
진혁은 그들을 향해 시조차 주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오직 손바닥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새로운 에너지의 흐름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오거의 B급 코어에 내장되어 있던 플라즈마 제어 회로…… 그리고 방금 흡수한 고주파 진동 에너지.'
진혁의 눈동자가 깊어졌다.
현대의 군사 기술인 고주파 플라즈마와, 1,000년 전 마교의 유골 데이터에서 기원한 천마의 마기.
이 둘은 결코 융합될 수 없는 이질적인 성분이었다. 하지만 진혁은 그동안 수많은 실전과 사경을 헤치며 터득한 직관, 그리고 스스로 개척한 기혈의 궤적을 통해 그 간극을 억지로 메우고 있었다.
스스스습―.
진혁의 오른팔을 따라 칠흑 같은 마기가 소용돌이쳤다.
그 암흑 같은 마기 속에서, 불규칙하게 튀어 오르던 푸른빛의 플라즈마 전류가 거짓말처럼 엉겨 붙기 시작했다.
파아아앗!
"저게…… 뭐지?"
멀리서 진혁의 등 뒤를 엄호하던 저항군 '니르바나'의 대원들이 숨을 죽였다.
총수 송수연이 대형 도검을 겨눈 채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진혁 씨가 또 뭔가를 만들어내고 있어……!"
그녀의 말대로였다.
진혁의 오른손에 쥔 [천마검(프로토 타입)]의 검신 위로, 검붉은 마기와 시퍼런 뇌전이 겹쳐지며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삼중의 파동을 만들어냈다.
- [분석 완료: 고주파 플라즈마와 흑염 마기의 공진 주파수 일치.]
- [신규 무공 파생기 궤적 등록.]
- [명칭: 뇌전마강(雷電魔剛) - 맹아 단계.]
머릿속에서 울리던 시스템의 음성은 이제 진혁에게 명령을 내리는 주인이 아니라, 그저 그의 방대한 의지 속에서 기록을 돕는 보조 장치에 불과했다.
진혁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이것이 너희가 만든 기술의 끝인가."
우웅-!
진혁이 가볍게 검을 휘두르자, 공간 자체가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울렸다.
시퍼런 뇌전이 깃든 칠흑의 검강(劍剛)이 단 한 번 허공을 스쳤을 뿐인데, 사방을 가로막고 있던 티타늄 그룹의 강화 방벽과 장갑차 수십 대가 단숨에 반토막 나며 폭발하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앙―!
"크아아악!"
"방패가, 방패가 그냥 녹아내렸다……!"
말 그대로 압도적인 파괴력.
마기의 부식성과 플라즈마의 고열 고주파가 결합한 [뇌전마강]은 그 어떤 물리적 방어막도 무력화시키는 사신의 낫과도 같았다.
진혁의 시선이 타워의 상층부를 향했다.
여전히 헤븐리 파운데이션 프로젝트의 자폭 프로토콜 카운트다운은 묵직하게 틱틱 소리를 내며 줄어들고 있었다.
[잔여 시간: 2시간 14분.]
"시간이 없다."
진혁의 발이 땅을 박찼다.
푸슏!
[마광신보 - 극(極)]
빛의 잔상조차 남지 않았다.
진혁이 지나간 자리마다 허공에 검은 궤적과 푸른 뇌전의 파편만이 흩어졌고, 블랙 가드의 잔당들은 그가 지나간 줄도 모른 채 차례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니르바나의 임시 지휘 통신망.
화면 너머에서 이 광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던 해커 윤아영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의 두 눈이 화면 속 진혁의 출력 수치에 고정되어 있었다.
"미쳤어…… 정말로 미쳤다고 저 인간은!"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가락이 멈출 줄을 몰랐다. 아영은 차가운 땀을 훔치며 송수연에게 급히 보고했다.
"수연 언니! 진혁 씨의 코어 출력이 1만 2천을 넘긴 걸로 모자라서, 아예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를 다루기 시작했어! 티타늄 타워의 메인 방어망이 순식간에 무력화되고 있어!"
송수연은 거대한 대형 도검을 어깨에 메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입가에 씁쓸하면서도 시원한 미소가 걸렸다.
"처음부터 저 남자는 우리가 알던 인간의 범주를 아예 벗어나 있었어. 자, 대원들 진격 준비해라! 진혁 씨가 상층부의 문을 열어젖히는 동안, 우리는 하층민들의 생체 코어 해제 코드와 탈출로를 확보한다!"
"오케이! 하층가 보안망은 내가 완전히 뚫어놓을게. 티타늄 녀석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만들어 주자고!"
아영의 손끝에서 화려한 해킹 코드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신서울 하층 슬럼가의 구석구석에 숨어 있던 저항군과 해방된 시민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티타늄 그룹의 잔당들을 향해 반격의 물결을 일으켰다.
티타늄 타워 100층, 중앙 통제실.
"회장님…… 아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수석 연구원 크로노스(이현도)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모니터 화면 속에서 강진혁이 [뇌전마강] 한 방으로 최정예 사단인 골리앗 메카닉 부대를 고철더미로 만드는 광경이 실시간으로 송출되고 있었다.
이미 진무극 회장은 사망한 상태였지만, 타워의 메인 시스템과 자율 방어 AI는 여전히 회장의 마스터 코드를 기반으로 가동되고 있었다.
크로노스는 패닉에 빠진 채 메인프레임의 키보드를 미친 듯이 두드렸다.
"실험체 07호…… 강진혁 그 녀석, 분명 천마 프로토콜의 통제 아래에 있어야 할 노리개였을 터인데…… 어째서 시스템의 제어를 완전히 벗어난 거지? 이건 과학적으로 불가능해!"
- [WARNING: 타워 외곽 제1방어선 붕괴.]
- [WARNING: 제2방어선 돌파율 89% 초과.]
- [최종 방어 병기 '아마게돈 MK-II'의 기동을 준비합니다.]
메인프레임의 차가운 기계음이 통제실 전체를 울렸다.
크로노스의 눈에 광기 어린 빛이 서렸다.
"흐흐…… 크크크…… 좋아. 네가 아무리 발광을 해봐야 결국 그 육체는 우리 티타늄이 수십 년간 공들여 완성한 완벽한 그릇이다! 아마게돈 MK-II의 2만 MW 출력을 직격으로 맞고도 버틸 수 있는지 보자고!"
그 순간, 통제실의 무거운 철문이 사정없이 찌그러졌다.
쿠구구구궁―!
단단한 티타늄 합금으로 제작된 두께 1미터의 방화문이 마치 종잇장처럼 안쪽으로 푹 파여 들어왔다.
스으으읍…….
문틈 사이로 칠흑 같은 마기와 시퍼런 뇌전의 불꽃이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흘러들어왔다.
그것은 공포 그 자체였다.
"누, 누구인가……!"
크로노스가 뒷걸음질 치며 주머니 속의 비상 기폭 장치로 손을 뻗었다.
쾅―!
철문이 완전히 박살 나며 안쪽으로 무너져 내렸다.
연기와 뇌전의 불꽃 속에서 걸어 나오는 한 명의 남자.
칠흑 같은 머리카락, 은빛 회로가 흐르는 차가운 흑안, 그리고 오른손에 쥐어진 [천마검]에서는 방금 전보다 더 거대하고 압도적인 마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강진혁.
그가 차가운 시선으로 통제실 안을 쓸어담으며 입을 열었다.
"네가 그 잔당들의 수장이냐."
진혁의 목소리는 지옥에서 올라온 사신처럼 낮고 무거웠다.
크로노스는 침을 꼴깍 삼키며 후들거리는 다리로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이미 퇴로는 없었다.
타워의 최상층, 모든 복수의 끝이자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강, 강진혁……!"
크로노스의 입술이 잘게 떨렸다.
그가 백색 가운의 품 안에서 급히 비상 기폭 장치를 꺼내 들며 악에 받친 소리를 질렀다.
"오지 마라! 네가 한 걸음만 더 내딛는 순간, 이 타워 전체에 매립된 고순도 네크로 폭탄이 연쇄 기폭한다! 이 건물 안에 있는 모든 하층민들의 생체 코어와 저항군들의 목숨이 한순간에 재로 변할 거야! 나와 같이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당장 무릎을 꿇어!"
협박은 제법 날카로웠다.
티타늄 그룹이 지난 수십 년간 슬럼가를 통제하며 심어둔 생화학 폭탄과 코어 연동 시스템은 진혁 혼자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인질이었다.
하지만 진혁은 멈추지 않았다.
그의 걸음걸이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오직 곧게 크로노스를 향하고 있었다.
"인질?"
진혁의 입가에 옅고도 잔인한 미소가 걸렸다.
그는 손에 쥔 천마검을 가볍게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검신을 감싸고 있던 시퍼런 뇌전과 검붉은 마기가 얽히며 기괴한 파공음을 토해냈다.
"너희들이 착각하는 게 하나 있다."
슥, 진혁의 시선이 통제실 구석의 거대한 메인프레임과 연결된 데이터 단자를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진혁의 뇌리에 박혀 있던 시스템의 잔류 로그가 희미하게 명멸했다.
더 이상 인공지능의 보조나 HUD의 계산은 없었다. 하지만 진혁의 감각은 이미 그보다 훨씬 높은 차원에서 이 공간의 모든 기계적 신호와 에너지의 흐름을 읽어내고 있었다.
"내게 남은 시간은 네가 정한 카운트다운 따위가 아니야."
파직, 지지직―!
"내가 움직이는 그 순간이 곧 너희들의 마감 시간이다."
콰아아앙!
진혁이 발을 구르는 것과 동시에 통제실의 바닥이 거대한 소리와 함께 두 쪽으로 갈라졌다.
[마광신보 - 극(極)].
빛보다 빠른 잔상이 크로노스의 시야를 순식간에 메웠다.
"커, 컥……!"
크로노스가 기폭 장치를 누르려던 손가락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진혁의 손이 이미 그의 목덜미를 쇠사슬처럼 움켜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턱!
"크하윽…… 숨이……!"
"폭탄? 연쇄 기폭?"
진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크로노스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낮게 읊조렸다.
"아영이가 네놈들의 메인 보안망을 뜯어고치는 동안, 니르바나의 대원들은 이미 모든 하층민들의 코어 회로를 수동 백업으로 전환했다. 너희가 믿던 인질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어."
"거짓말…… 그, 그럴 리가……!"
"확인해 봐라."
진혁이 크로노스의 머리통을 번쩍 들어 올려 메인프레임 화면 쪽으로 처박았다.
콰앙!
화면의 유리창이 박살 나며 그 너머로 신서울 하층가의 실시간 통신망 데이터가 선명하게 송출되었다.
[SYSTEM INFO: 제3구역 하층민 생체 코어 해제 완료.]
[헤븐리 파운데이션 자폭 프로토콜 무력화율: 99.4%.]
[모든 보안망이 반(反)기업 저항군 '니르바나'의 통제 하에 들어갑니다.]
화면을 본 크로노스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뒤집어졌다.
그가 그렇게 믿고 의지하던 티타늄 그룹의 절대적인 기술력과 통제 시스템이, 단 몇 분 만에 한낱 고철 덩어리처럼 무력화되어 버린 것이다.
"아…… 아아……."
크로노스의 입에서 허탈한 신음만이 새어 나왔다.
진혁은 그런 그를 더 이상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차갑게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우두둑―!
"크아악……!"
목뼈가 부러지는 탁한 소리와 함께 크로노스의 거구는 힘없이 바닥으로 처박혔다.
천마 프로토콜의 수석 설계자이자, 강진혁을 실험체로 전락시켰던 만악의 원흉 중 한 명이 마침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순간이었다.
슈우우우―.
크로노스의 시신에서 흘러나오는 미량의 잔류 에너지마저 진혁의 단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단전 코어 출력: 12,800 MW.]
출력은 안정적으로 유지되었고, 몸 안을 휘감는 마기는 이제 완벽하게 진혁의 의지 그 자체가 되어 있었다.
파직, 지지직―!
바로 그때, 통제실의 천장이 거대하게 갈라지며 메인프레임의 최상단 해치가 열렸다.
쿠구구구궁!
지붕 위로 펼쳐진 신서울의 밤하늘, 그 한가운데에서 티타늄 타워의 진정한 최종 방어 병기이자 20,000 MW의 출력을 자랑하는 거대 메카닉― [아마게돈 MK-II]가 거대한 적외선 안구를 번뜩이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 [최종 방어 시스템 가동.]
- [침입자 제거 모드 전개. 대상의 에너지 출력을 강제로 소거합니다.]
차갑고 기계적인 경고음이 신서울 전역에 울려 퍼졌다.
하층 슬럼가에서 환호를 지르던 시민들과 저항군 대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상층부를 바라보았다.
밤하늘을 가르는 거대한 메카닉의 실루엣.
그 압도적인 위압감 속에서, 강진혁은 천마검을 치들며 타워의 최정상으로 한 걸음 더 발을 디뎠다.
"마지막 남은 장난감인가."
진혁의 입가에 짙고도 서늘한 살기가 어린 미소가 번졌다.
시스템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난 채, 순수한 무인의 검으로 세상을 뒤엎을 마지막 사투가 그르렁거리며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