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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아래의 가마솥 · 2화목차

제2화 첫 실험실

삐걱거리는 문을 열자마자 묘하게 쾌적한 약초 냄새가 코를 찔렀다.

별빛 아카데미 연금술 학부의 공동 연구실 제3구역.

대학술제 발표를 위해 배정된 이 공간은 방금 전까지 누군가 완벽하게 쓸고 닦아놓은 것처럼 반짝거렸다.

가운데 놓인 대리석 실험대 위에는 각종 시약 병이 크기별로, 색깔별로 오차 하나 없이 칼각을 맞춰 정렬되어 있었다.

누가 봐도 연금술 명문가 카이엘의 짓이었다.

"벌써 와 있었네요?"

리아나가 가방을 툭 내려놓으며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실험대 구석에서 최고급 은장 가스레인지의 불꽃 세기를 조절하던 카이엘이 깜짝 놀란 듯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그는 급하게 고개를 돌리며 헛기침을 내뱉었다.

크흠, 하는 소리가 다소 작위적이었다.

"오셨습니까. 시간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것은 연금술사의 기본 덕목입니다. 특히 공동 연구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카이엘은 은빛 자수가 박힌 소매를 정돈하며 차갑고 위엄 있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의 목덜미와 귓바퀴는 이미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리아나는 그 묘한 부조화를 놓치지 않고 빤히 응시했다.

평소에는 아카데미 전체를 얼어붙게 만드는 수석 엘리트가 자신만 보면 저렇게 고장 난 인형처럼 굴었다.

"여기 제 자리도 있나요? 너무 칼같이 줄을 맞춰두셔서 어디에 숨을 쉬어야 할지 모르겠네. 호흡 곤란으로 쓰러지면 그쪽 책임이에요."

리아나가 실험대 반대편을 툭툭 치며 물었다.

카이엘은 당황한 듯 시선을 급히 서류철로 내리꽂았다.

그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일단 앉으십시오. 자리는 이미 효율성과 동선의 최적화를 고려해 배정해 두었습니다. 당신의 불필요한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아, 네. 고마워라. 아주 자비로우시네요."

리아나는 의자에 툭 걸터앉으며 카이엘이 정리해 둔 서류 뭉치를 턱 끝으로 가리켰다.

자,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대학술제 대상을 거머쥐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인 연구 주제 선정.

이 평화로워 보이는 실험실이 곧 전쟁터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카이엘이 품격 있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는 서류를 한 장 넘기며 고결한 아카데미 수석의 면모를 되찾으려 애썼다.

"이번 대학술제 연구 주제 말입니다. 저는 이미 방향성을 확정해 두었습니다."

"어떤 방향인데요?"

"전통 연금술의 품격을 살린 안정성 강화 시약입니다.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고유의 정제 방식을 활용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고급스러운 향과 색감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둘 것입니다."

카이엘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것은 완벽주의와 전통을 신봉하는 귀족 자제다운 고결한 확신에 찬 눈빛이었다.

아카데미 전통 연금술 대전에서 수차례 입증된 정석 중의 정석이었다.

하지만 리아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작게 코웃음을 쳤다.

"안정성 강화요? 고급스러운 향이랑 색감이요?"

"그렇습니다. 연금술은 단순히 물질적 결과를 도출하는 학문이 아닙니다. 그 과정과 결과물 모두에 품위가 깃들어야 합니다. 학술제의 명예를 지키려면 당연한 선택입니다."

"아, 귀족은 시약 한 병을 만들 때도 우아하게 차려입고 마시나 봐요? 죄송하지만 이번 학술제 심사위원들은 그런 허례허식에 점수를 주지 않거든요. 향이 좋으면 뭐 해요, 현장에서 쓸모가 없는데."

리아나의 날카로운 팩트 폭격에 카이엘의 얼굴이 미세하게 굳어졌다.

그는 반박을 하려 입을 달싹였으나, 리아나의 서늘한 눈동자와 마주치자마자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제 생각은 달라요. 전통이고 품격이고 간에, 당장 현장에서 쓰이지 못하는 시약은 쓰레기랑 다름없어요. 제안하는 주제는 실용성 위주의 대량 생산 가능 시약입니다."

"대량… 생산이라니요? 그것은 연금술의 신성한 수제 공정을 모독하는 행위입니다!"

카이엘이 드디어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패였다.

"시간을 줄이고, 원료는 구하기 쉬운 허브로 대체하고, 공정을 단순화해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현장에 나갔을 때 진짜 도움이 되죠. 자선 사업 하시는 것도 아니면서 왜 자꾸 비효율을 고집하세요?"

"비효율이라니요! 그것은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전통의 미학입니다! 당신처럼 무식하게 양으로 승부하려는 태도가 연금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그 미학으로 사람을 살릴 수 있나요? 아니면 학술제 대상 트로피를 가져다주나요?"

리아나가 턱을 괴고 카이엘을 똑바로 응시했다.

날카로운 이공계적 논리에 카이엘은 더 이상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는 속으로 수십 가지의 반박 멘트를 쏟아내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대량 생산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내가 언제 허례허식만 따졌다고 비난하는가! 원료의 순도를 무시하는 처사는 연금술사로서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증거다!'

속마음은 이미 세 페이지를 넘어 웅변 대회 수준으로 흘러넘치고 있었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나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카이엘은 눈앞에 놓인 유리 시약 병만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병 표면에 그의 뜨거운 체온이 고스란히 전해져 시약이 끓어오를 지경이었다.

"……."

"왜요? 더 할 말 없으신가 보네요?"

"……아닙니다."

"그럼 제 기획서 한 번 읽어보세요. 불필요한 장식이 너무 많아요. 이 부분은 빼고, 이 부분은 효율을 높여야 합니다."

리아나가 슥 밀어낸 종이에는 붉은 펜으로 빽빽하게 수정 사항이 적혀 있었다.

카이엘은 떨리는 손으로 그 기획서를 집어 들었다.

자신이 밤을 새워 작성한 완벽한 틀이 그녀의 손에 의해 가차 없이 난도질당해 있었다.

화가 나야 마땅한데, 이상하게도 그 붉은 글씨들이 너무나 논리 정연해서 반박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녀의 날카로운 손끝이 스쳐 지나간 자리마다 미묘한 열감이 남아 카이엘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이, 이건… 구조적으로 너무 과격하지 않습니까? 가마솥이 폭발할 위험이 있어요."

"과격한 게 아니라 현실적인 거예요. 자, 여기 보조 제련 장치 부피도 줄여야 해요. 안 그러면 가마솥에 다 안 들어가거든요."

리아나가 카이엘의 옆으로 의자를 슬쩍 당겨 앉았다.

확 끼쳐오는 은은한 비누 향에 카이엘은 숨을 멈췄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이 거리가 이렇게 가까웠던가.

귀끝을 넘어 목덜미까지 시뻘개진 카이엘은 서류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허둥지둥 자리를 피하듯 일어섰다.

"어, 어디 가요?"

"시, 시약을 정리해야 할 시간입니다. 재료가 부족합니다."

"아까 저기 서랍에 가득 채워뒀던데요?"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제 착각이었습니다!"

카이엘은 급하게 뒤돌아서다 실험대 모서리에 허벅지를 쿵 부딪쳤다.

아이쿠, 하는 신음조차 삼킨 채 그는 비틀거리며 시약장 쪽으로 도망쳤다.

리아나는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저렇게 겉은 위엄 있는 척 다 떨면서, 자신과 단둘이만 있으면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카이엘 선배."

"……왜, 왜 그러십니까!"

"우리 이번에 대상 꼭 타야 하거든요? 그러니 그쪽의 쓸데없는 자존심은 잠시 접어두는 게 좋을 거예요. 알았죠?"

카이엘은 시약 병을 닦는 척하며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가라앉혔다.

빨개진 귀를 들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등을 돌린 채였다.

"……잘 알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각자 자료를 검토하는 것으로 하죠. ……일단 내일 다시 논의합시다."

"네, 그러시죠."

리아나가 시계를 힐끗 보며 가방을 챙겼다.

첫 실험실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아슬아슬하고도 유치한 기싸움으로 저물어가고 있었다.

서로의 철학은 달랐지만, 어쩐지 이 고집쟁이 귀족과의 공동 연구가 생각보다 지루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다음 회차 예고: 마감이 촉박해 리아나가 먼저 숨겨진 지하 서재로 들어간다. 카이엘도 같은 자료를 찾으러 들어오며 둘 다 통행금지 위반 사실을 눈치챈다.

작품명: 《별빛 아래의 가마솥》

현재 회차: 제2화

다음 회차 예고: 제3화 야간 통행금지

연재 일정: 용용 시리즈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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