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화 출력 4,000 MW 달성
메인 서버실의 철문이 찢겨 나가며 발생한 충격파가 지하 500층의 공기를 맹렬하게 뒤흔들었다.
콰아아앙-!
사방으로 흩어지는 잔해 속에서 강진혁의 검은 도포 자락이 유령처럼 나부꼈다. 그의 오른손에 쥔 천마검은 여전히 푸르스름한 마기를 뿜어내며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서버실 내부 바닥에는 티타늄 그룹의 정예 보안 사령관이었던 바론의 거대한 사이보그 잔해가 나뒹굴고 있었다.
단전에서부터 밀려오는 열감은 단순한 통증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선 지 오래였다. 그것은 육체의 한계를 태우고 새로운 차원의 출력을 뿜어내는 거대한 용광로와 같았다.
[SYSTEM INFO: 천마 프로토콜 (HEAVENLY DEMON PROTOCOL) v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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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자: 강진혁 (전 실험체 07호)
■ 경지: 2단계 [마기융합 (魔氣融合)] -> 3단계 진입 가속화
■ 생체 코어 출력: 4,000 MW (Gen-4 튜닝형 흡수 완료)
■ 나노머신 동기화율: 92.5%
■ 보유 마력(내공): 50년가량 [마검기(魔劍氣) 출력 안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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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ALERT]
- 바론의 코어 잔류 데이터 및 4세대 전투 프로토콜 정밀 분석 완료.
- [흡원천공]의 정제 효율이 14.8% 상승했습니다.
- 단전 부근의 마기 압축률이 안정적인 수치에 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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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 구석에 떠오른 푸른빛의 HUD를 향해 진혁은 차가운 시선을 던졌다.
시스템의 도움을 거부하고 스스로의 직관으로 움직이고 있긴 하나, 프로토콜이 실시간으로 계산해 내는 신체 데이터와 흡수한 에너지의 총량은 거짓이 아니었다.
바론의 고출력 생체 코어와 압축된 전투 데이터를 완전히 흡수해 낸 순간이었다.
체내를 순환하는 마기의 점도가 눈에 띄게 굵어졌고, 혈관을 타고 흐르는 나노머신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금속 생명체처럼 진혁의 세포 구석구석을 재구성했다.
"출력 4,000 MW."
진혁의 입술 사이로 낮고 갈라진 음성이 흘러나왔다.
단순한 수치상의 성장이 아니었다. 지금의 진혁은 과거 티타늄 그룹의 연구원들이 몇 년에 걸쳐 실험실에서 개조해 내려던 '이상적인 초인'의 경지를 이미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었다. 자본과 기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직 살육과 흡수, 그리고 깨달음만으로 이뤄낸 순수한 무력의 증거였다.
"진혁 씨!"
서버실 입구 쪽에서 다급한 목소리와 함께 윤아영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녀의 숏컷 분홍빛 머리카락은 땀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고, 손에 든 휴대용 해킹 단말기에서는 경고음을 알리는 붉은빛이 쉴 새 없이 깜빡였다. 뒤이어 송수연과 몇몇 니르바나 저항군 대원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뒤를 따랐다.
윤아영은 바론의 처참한 잔해와 서버실의 광경을 한눈에 담고는 마른침을 삼켰다.
"방금… 메인 코어의 에너지를 통째로 흡수한 거야? 단전 출력이 미쳤어. 네 주변의 공기 밀도 자체가 달라졌다고."
"쓸데없는 잔해들을 조금 정리했을 뿐이다."
진혁은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폈다.
우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 미세한 기류의 파문이 일어났다. 4,000 MW의 출력이 몸에 완전히 안착하면서, 신체 반응 속도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져 있었다. 적의 공격 궤적이 눈에 쫓기 전에 이미 신경계가 먼저 반응하여 회피하고 반격할 수 있는 상태.
하지만 진혁의 얼굴에는 여유로운 기색이 없었다. 그의 흑안은 서버실 중앙에 여전히 붉게 빛돌고 있는 메인 콘솔을 향하고 있었다.
[헤븐리 파운데이션] 프로젝트의 카운트다운 타이머.
진무극은 죽었지만, 그가 미리 세팅해 둔 자동 프로토콜과 하부 시스템은 여전히 살아남아 신서울 320만 하층민의 생체 코어를 노리고 있었다.
"시간이 없다."
진혁이 낮게 읊조리며 걸음을 옮기려던 그 순간이었다.
지하 500층의 콘크리트 바닥 전체가 기괴한 저주파와 함께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웅장한 진동은 단순한 기계적 작동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대지가 울부짖는 듯한 불길한 예감이었다.
지지직-!
서버실 벽면에 장착되어 있던 비상 통신망과 홀로그램 스크린들이 일제히 지직거리며 붉은 노이즈를 뿜어냈다.
"이게 뭐야? 시스템에 뭔가 들어오는데……!"
윤아영이 황급히 자신의 단말기를 두드리며 얼굴을 하얗게 질렸다. 그녀의 손가락이 현란하게 움직였지만, 스크린에 떠오르는 데이터는 종잡을 수 없는 속도로 깨져 나가고 있었다.
"진혁 씨, 이거 방화벽이 아니야. 티타늄 본사 외곽에서부터 날아오는 초고출력 신호탄이야! 아니, 신호가 아니라… 데이터 폭탄이야!"
"무슨 소리냐."
"티타늄 타워의 남은 방어 시스템이 자폭 프로토콜로 전환됐어! 아니, 그뿐만 아냐. 구도심 전체를 향해서… 무언가가 대량으로 발사됐어!"
윤아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콰아아아궁-!
지하 깊은 곳까지 지축을 뒤흔드는 폭음이 메아리쳤다. 지상 수백 미터 위, 불야성을 이루던 신서울의 마천루와 구도심의 경계선에서 거대한 섬광이 밤하늘을 찢어 발겼다.
[SYSTEM WARNING]
- 외부 감지 센서 작동.
- 대기 중 미지의 화학 물질 및 전자기 펄스(EMP) 농도 급증.
- 경고: 고독성 생화학 가스 및 고주파 EMP 탄환 다량 살포 확인.
HUD의 글자가 푸른색에서 시뻘건 경고색으로 일제히 전환되었다.
"생화학 가스?"
송수연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치를 떨었다. 그녀는 저항군을 이끌며 티타늄 그룹의 온갖 더러운 수법을 보아왔지만, 이토록 대규모의 화학 병기를 하층민 거주구 한복판에 직접 투사하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미쳤어……! 진무극이 죽으니까 그 밑의 잔당들이 눈이 뒤집힌 거야! 하층민들이 거주하는 구도심 전체를 통째로 지우겠다는 수작이야!"
지하 500층에 있는 그들에게까지 지상의 공기가 닿을 리 없었지만, 통신망을 통해 전해져 오는 구도심의 상황은 실시간으로 지옥도를 그리며 전개되고 있었다.
니르바나의 본부가 위치한 제3구역 공단 지역을 포함해, 햇빛이 들지 않는 수많은 슬럼가 가로등과 가옥들의 창문 너머로 정체불명의 회색빛 가스가 맹렬한 기세로 밀려들고 있었다.
시민들이 대피할 겨를조차 없었다.
가스에 노출된 하층민들의 생체 코어와 신경 회로는 즉시 과부하를 일으키며 붕괴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최루탄이나 마비 가스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세포와 나노머신을 동시에 녹아내리게 만드는 티타늄 그룹 최악의 비밀 생화학 무기, [네크로-신스(Necro-Synth)] 독소였다.
"크윽……!"
니르바나 저항군 대원 중 한 명이 목을 감싸쥐며 주저앉았다. 완벽한 기밀 차단 시설인 지하 500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환기구를 통해 미세하게 유입된 독소의 잔여물이 그들의 호흡기를 자극했던 것이다.
윤아영도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단말기를 붙잡았다.
"가스 밀도가 너무 높아……! 이대로 가면 구도심 전체에 있는 십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몇 분 안에 피를 토하고 죽어! 심지어 EMP 파동 때문에 우리의 통신망과 방어 배리어도 전부 마비됐어!"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티타늄 그룹은 자신들이 패배하고 회장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대신, 그들이 거느린 모든 하층민을 인질이자 희생양으로 삼아 도시 전체를 불태우려 들고 있었다.
진무극이라는 거대한 뱀의 머리가 잘려 나갔음에도, 그 몸통이 마지막 발악으로 온 세상을 독으로 채우려 하는 형국이었다.
대원들이 공포에 질린 눈으로 진혁을 바라보았다.
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 이 엄청난 양의 독가스와 EMP를 막아낼 방법은 없어 보였다. 지하 500층의 서버실을 장악했음에도, 지상 전체가 죽음의 구덩이로 변한다면 그 승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강진혁의 표정은 놀라울 정도로 차분했다.
그의 흑안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번뜩이는 살기로 빛나고 있었다.
체내에서 팽창하던 4,000 MW의 마기 코어가 심장의 고동에 맞춰 묵직하게 울렸다.
"독가스라."
진혁의 입꼬리가 비틀리며 기괴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수많은 실험체 시절, 몸속에 주입되던 온갖 독극물과 바이러스에 맞서며 살아남았던 기억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당시의 그에게 독은 죽음의 공포였으나, 지금의 '초월천마경' 초입에 다다른 그에게 그것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졌다.
"독도 기운에 불과하다."
진혁이 천마검을 바닥에 가볍게 짚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지상의 하늘을 뒤덮은 독기와 생화학 나노 입자들이 환기구를 타고 이 지하까지 밀려오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무인이라면 가스 마스크를 쓰거나 회피해야 마땅한 극독. 하지만 진혁의 생각은 달랐다.
[SYSTEM ALERT]
- 외부 생화학 독소 및 나노 독소 유입 감지.
- 경고: 체내 유입 시 나노머신 회로 붕괴 확률 98.4%
- 권장 행동: 즉시 해당 구역 이탈 및 방어 전개.
"꺼져라."
진혁의 의지가 시스템의 경고를 단칼에 짓눌렀다.
그는 후퇴하는 대신, 오히려 온몸의 기혈을 역방향으로 크게 열어젖혔다.
단전에서 회전하던 4,000 MW의 마기 코어가 역류하며 온몸의 모공을 강제로 확장시켰다.
우우우웅-!
진혁의 몸을 중심으로 거대한 공기 흡입구와 같은 소용돌이가 발생했다.
그것은 흡원천공(吸元天功)의 변형이자, 천마의 비전 중에서도 가장 악랄하고 기괴한 운기 조법이었다. 적의 내력과 에너지를 빨아들이던 그 힘이, 이제는 공간 전체를 가득 채운 죽음의 독기를 통째로 집어삼키기 위해 포창을 벌이고 있었다.
"진혁 씨?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윤아영이 경악에 찬 비명을 질렀다.
진혁의 주변으로 눈에 보일 정도로 짙은 회색빛의 독무(毒霧)가 실내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공기 중에 흩날리던 네크로-신스 독소와 EMP 입자들이 진혁의 피부 위로 스며들며 그의 은빛 회로 선을 검붉은 색으로 물들였다.
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맹독이 한 인간의 육체 속으로 폭풍처럼 밀려들고 있었다.
진혁은 눈을 감은 채, 밀려드는 극독의 통증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단전의 용광로 속으로 그것을 거칠게 밀어 넣었다.
구도심의 밤하늘을 물들인 생화학 지옥의 폭풍 속에서, 진정한 마왕의 강림을 알리는 검은 기운이 대지를 집어삼킬 듯이 맹렬하게 솟구치기 시작했다.
치이익-!
진혁의 피부 위로 스며든 네크로-신스 독소와 나노 독소들이 미세한 기포를 터뜨리며 그의 은빛 회로를 검붉게 물들였다. 인간의 세포와 기계의 회로를 동시에 녹여버리는 맹독이었다. 만약 일반적인 초인이었다면 단 1초 만에 혈관이 터지고 내장이 용해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을 터였다.
하지만 강진혁은 달랐다.
오히려 그의 입술 새에서 찢어지는 듯한 광소(狂笑)가 흘러나왔다.
"크하하하……!"
4,000 MW의 마기 코어가 폭발적으로 회전했다.
진혁은 흡원천공의 역운기 경로를 극한까지 개방하여, 폐부를 찌르는 독기와 EMP 입자들을 단전의 용광로 속으로 쑤셔 박았다. 독소라는 것은 결국 고도로 압축된 화학적 변형 에너지에 불과했다. 세포를 파괴하는 독성이든, 회로를 교란하는 전자기파든 간에, 마기와 나노머신의 거대한 그릇을 가진 진혁에게는 더 큰 힘을 섭취하기 위한 또 다른 자양분에 지나지 않았다.
지직, 지지직-!
진혁의 몸을 감싸고 있던 검은 마기가 순간적으로 짙은 회색빛의 독연(毒煙)과 뒤섞였다.
살을 에는 듯한 고통이 전신경계를 타고 뇌리에 박혔지만, 그의 정신은 오히려 더욱 날카롭게 각성했다. 마기의 압축률이 수직으로 상승하며, 단전의 출력은 4,000 MW의 벽을 깨고 치솟기 시작했다.
[SYSTEM ALERT]
- 외부 유입 독소 성분 분석 및 해체 완료.
- [흡원천공]의 변형 응용 프로그램 가동.
- 신규 독문 마공 [천마독기(天魔毒氣)]의 데이터베이스 생성 중.
- 단전 출력 재상승: 4,200 MW… 4,300 MW 돌파!
HUD의 경고등이 붉은색에서 섬뜩한 남색으로 변했다.
시스템조차 예상하지 못한 변수였다. 독을 마시고 그것을 자신의 무공으로 승화시키는 행위. 그것은 천 년 전 마교의 역사 속에서도 극히 일부의 대마두만이 이뤄냈던 기행(奇行)이자 마공의 극치였다.
"진혁 씨의 몸이……!"
윤아영은 경악으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진혁의 주변으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더 이상 평범한 마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만물을 부식시키고 대기를 얼어붙게 만드는 치명적인 독기(毒氣)의 형상이었다. 지상에서 구도심 전체를 집어삼키려던 생화학 가스의 흐름이, 아이러니하게도 진혁의 흡원천공에 이끌려 마치 거대한 회오리바람처럼 지하 500층의 서버실로 빨려 들어오고 있었다.
송수연이 숨을 들이쉬며 검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은 인간의 영역을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독을 해독하는 것이 아니라, 독 그 자체를 삼켜 자신의 무기로 소화해 내는 괴물.
"저 남자는…… 대체 어디까지 강해지려는 거야."
진혁은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그의 흑안은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시커럽고 깊은 마기 속에서 뱀의 눈동자처럼 섬뜩한 남색 광채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지상에서 투사된 독가스의 흐름이 완전히 끊겼다.
구도심 전역을 지옥으로 만들려던 티타늄 그룹의 비장의 생화학 무기는, 역설적으로 강진혁의 단전을 채우는 가장 강력한 보약이 되어 사라졌다.
진혁이 천천히 고개를 들며 상층부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지하 500층의 천장을 뚫을 듯한 기세로 그의 입에서 검붉은 독기가 서린 음성이 울려 퍼졌다.
"이 정도 가스로 세상을 지우려 했나."
진혁이 천마검을 가볍게 휘두르자, 검신을 따라 흐르던 남색 독기가 허공을 날카롭게 베어 갈랐다.
가공할 만한 위압감이 서버실 전체를 압도했다.
[천마독기]를 품은 진혁의 발걸음이 다시 움직였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하층민들을 인질로 잡고 도시 전체를 불태우려 하는 티타늄 그룹의 마지막 잔당들을 완전히 짓밟고, [헤븐리 파운데이션] 프로젝트를 완전히 박살 내는 것.
진혁은 마광신보를 전개하며 검은 잔상을 남겼다.
그의 뒤를 이어 송수연과 니르바나 저항군 대원들도 결연한 표정으로 검을 뽑아 들고 그를 뒤따랐다. 지옥으로 변한 신서울의 밤, 진짜 사냥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