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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36화목차

제36화 공진 파쇄(共振 破碎)

지하 500층의 차가운 철제 바닥 위로 강진혁의 발소리가 묵직하게 울려 퍼졌다.

쾅-!

거대한 폭음과 함께 티타늄 타워의 메인 서버실 방화문이 비틀렸다.

타워 전체를 지탱하는 고주파 방어 필드가 요동치며 사방으로 스파크가 튀었다. 그 푸른 전기의 세례 속에서, 강진혁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그의 단전, 심장 부근에 이식된 3세대 튜닝형 생체 코어는 이미 한계를 아득히 넘어선 출력을 내뿜고 있었다.

[SYSTEM INFO: 현재 생체 코어 출력 10,050 MW 돌파.]

[WARNING: 단전 팽창률 위험 수치. 마기(魔氣)의 자율 운기 조식이 요구됩니다.]

머릿속에 울리는 시스템의 경고음 따위는 진혁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인공지능의 보조를 차단한 지 오래였다. 지금 그를 움직이는 것은 순수한 무인(武人)의 직관과, 척추를 타고 흐르는 칠흑 같은 마기(魔氣)뿐이었다.

"크윽……! 이 자식, 괴물 같은 놈!"

이빨을 갈며 비틀거리는 자가 있었다.

티타늄 그룹의 정예 수뇌부이자, 4세대 개조 수트를 장착한 특수작전대장 바론이었다.

그의 두 손에 쥔 고주파 진동 쌍도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단단한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쌍도 전체가 진혁이 뿜어내는 기압에 못 이겨 비명을 지르는 중이었다.

바론의 온몸에서는 과열된 나노머신이 뿜어내는 김이 쉭쉭 새어 나오고 있었다.

"내 공격을 맨손으로 받아내고도 멀쩡하다니…… 그게 인간의 몸이냐!"

바론이 악에 받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의 쌍도가 다시 한번 공기를 찢으며 마하의 속도로 진혁의 목을 향해 내리꽂혔다.

슈우우웅-!

시공간을 베어 가르는 듯한 고주파음이 귀를 찢었다.

일반적인 초인이라면 주파수 공진 현상 때문에 신경계가 먼저 마비되어 주저앉았을 터였다. 하지만 진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눈을 감은 채 적의 공격 궤적을 읽어내는 진혁의 머릿속으로 바론의 무기가 가진 파동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주파수 4,200 Hz. 진동폭 0.3 밀리미터.'

[만법귀마(萬法歸魔).]

적의 기술과 에너지를 분석해 그 상극을 찾아내는 무상(無上)의 연산 기법이 진혁의 의식 속에서 완벽하게 맞물렸다.

진혁은 손에 쥔 [천마검(프로토 타입)]을 들어 올렸다. 검신을 감싼 칠흑 같은 마기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뱀처럼 요동쳤다.

상대가 고주파로 진동하며 다가온다면, 그에 정확히 대응하는 역방향의 파동을 실어 부딪치면 그만이다.

콰아아앙-!

천마검이 바론의 쌍도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 순간, 타워 전체가 무너질 듯한 거대한 진동이 지하 500층을 뒤흔들었다. 두 기술의 충돌 지점에서 발생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서버실의 강화 유리벽들에 거미줄 같은 균열을 만들어냈다.

바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뭐지? 내 검의 진동이…… 상쇄된다고?"

단순히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었다.

진혁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마기 파동은 바론의 쌍도가 가진 고주파 진동의 주파수를 완벽하게 역(逆)으로 카운터 치고 있었다.

공진(共振).

물리학의 기본 원리와 고대 마공의 내력 운용이 완벽하게 융합된 결과였다.

파지직-! 파직!

"크아아악!"

바론이 비명을 질렀다.

그의 손에 쥐여 있던 고주파 진동 쌍도가 진혁의 검끝에서 전해진 공진 파쇄력에 못 이겨, 마치 유리창처럼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튀어 흩어졌다.

무기가 부서지는 충격은 고스란히 바론의 팔뚝을 타고 올라갔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바론의 양팔이 기괴하게 꺾였다.

하지만 진혁의 공세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끝났다."

낮게 가라앉은 진혁의 목소리가 바론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진혁의 왼손이 뻗어져 나와 바론의 가슴팍을 그대로 움켜쥐었다.

티타늄 합금으로 된 4세대 장갑 따위는 진혁의 손아귀 힘과 마기 앞에 무력하게 찌그러졌다.

[흡원천공(吸元天功) - 개(改).]

콰아아아구궁-!

바론의 심장 부근에 내장된 4세대 생체 코어와 전신을 순환하던 나노머신들이 격렬한 역류를 일으키며 붉은빛과 푸른빛의 에너지로 분해되기 시작했다.

"커헉……! 커헉, 컥……!"

바론의 눈이 뒤로 넘어갔다.

체내의 모든 에너지가 강탈당하는 고통은 영혼이 찢어지는 것과 같았다. 바론의 피부 아래로 흐르던 나노머신 회로가 실밥처럼 끊어지며 진혁의 손바닥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적의 강력한 에너지와 정제된 기술 데이터가 진혁의 경락을 타고 단전으로 쏟아져 내렸다.

[SYSTEM INFO: 외부 에너지 흡수 감지.]

[Gen-4 나노머신 및 고출력 코어 데이터 동기화 중…….]

[단전 출력 상승: 10,050 MW → 10,250 MW → 10,500 MW!]

온몸의 혈관이 터질 듯한 팽창감이 밀려왔다.

진혁의 이목구비에서 미세한 핏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의 의식은 그 어느 때보다 서늘하고 명징했다.

이 정도의 부하쯤은 이미 계산 내였다.

진혁은 흡수된 에너지를 마기와 융합해 단단하게 압축하며 자신의 살과 뼈를 한 차례 더 재구성했다.

툭-.

에너지를 완전히 빨려 껍데기만 남은 바론의 육신이 바닥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그는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

슈우욱-.

바론을 쓰러뜨린 진혁의 몸 주변으로 짙은 흑색의 아라베스크 무늬가 일렁였다.

[천마무상체(天魔無相體)]가 한층 더 단단해지며, 그의 피부는 금강석처럼 단단한 광채를 띠었다.

"진혁 씨!"

뒤쪽에서 숨을 몰아쉬며 달려온 윤아영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외쳤다.

그녀의 손에 들린 태블릿PC 화면에는 타워 메인 서버실의 방화문 제어 코드가 복잡하게 깜박이고 있었다.

"방금 바론의 마스터 암호코드를 흡수했지? 메인 서버실의 방화벽 3차 보안까지 전부 풀렸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

윤아영의 목소리에는 긴장과 경외가 뒤섞여 있었다.

그녀가 본 강진혁은 인간의 범주를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단 몇 초 만에 티타늄 그룹의 정예 간부를 고철더미로 만들어버리는 저 무력은 이미 신화의 영역이었다.

송수연 역시 대형 도검을 겨눈 채 진혁의 등 뒤를 경계하며 입을 열었다.

"진혁, 저 안쪽에서 거대한 에너지 반응이 느껴진다. 진무극 이 노인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겠지."

진혁은 대답 대신 천마검의 검신을 스윽 쓸어내렸다.

검은빛의 검신 위로 방금 흡수한 4세대 나노머신의 데이터가 스며들며 더욱 예리하고 날카로운 검강(劍剛)이 피어올랐다.

달각, 철컥-.

마침내 바론이 지키고 있던 메인 서버실의 거대한 철문이 양옆으로 무겁게 열렸다.

치이익-!

서늘한 냉기와 함께 드러난 서버실의 내부는 밖의 어두운 풍경과는 달랐다.

수천 개의 푸른색 데이터 서버 기둥이 사방으로 늘어서 있었고, 그 중앙에는 거대한 원형 유리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유리관 앞에, 정갈한 은발을 한 중년 신사가 등을 돌린 채 서 있었다.

티타늄 그룹의 회장, 진무극.

그의 손에는 투명한 액체가 담긴 작은 생체 앰플이 들려 있었다.

진무극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진혁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차갑고 완벽한 이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 실험체 07호."

진무극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그의 목소리는 지하 500층 전체에 기괴하게 메아리쳤다.

"네가 여기까지 도래할 것이라는 건 내 시뮬레이션 안의 오차 범위 내였다. 훌륭하다, 진혁아. 네가 강해질수록, 이 그릇은 더욱 완벽해지지."

진혁의 걸음걸이가 멈췄다.

그는 차가운 흑안으로 진무극을 응시하며 검을 겨누었다.

"그릇 운운하는 소리는 그만 해두지."

"하하하, 여전히 오만하군. 네가 익힌 흡원천공도, 네가 깨달은 마공도, 전부 이 고대 마교 유골 데이터와 내가 설계한 프로토콜 안에서 자라난 가축의 사료에 불과하다."

진무극이 손에 든 앰플을 바닥으로 던져 깨뜨렸다.

챙그랑-!

"내 영생을 위한 가장 완벽한 육체. 그 마지막 조율을 지금 이 자리에서 끝내주마."

콰아아앙-!

진무극의 등 뒤로 있던 메인 서버실의 천장이 산산조각 나며 거대한 플라즈마 포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타워 전체의 전력이 한곳으로 집중되며, 진무극의 몸 주변으로 황금빛의 4세대 군사형 생체 코어 출력이 폭등했다.

[SYSTEM WARNING: 주의! 대상의 단전 출력 15,000 MW 초과 임박!]

[천마 프로토콜 백도어 활성화 시도 감지…….]

머릿속에서 시스템이 발작하듯 경고음을 울렸다.

진무극이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든 순간이었다.

진혁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차갑게 웃었다.

그의 검끝이 진무극을 향해 똑바로 곧추세워졌다.

"착각하지 마라, 진무극."

진혁의 목소리가 서버실의 공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네가 준 것은 차가운 코드 쪼가리에 불과하다."

슈우우우욱-!

진혁의 단전에서 뿜어져 나온 10,500 MW의 마기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며 주변의 공간을 일그러뜨렸다.

시스템의 보조 없이, 오직 자신의 의지만으로 끌어올린 순수한 마기였다.

"그걸 무공으로 완성한 건…… 나다."

쾅-!

바닥을 박차고 나간 진혁의 몸이 빛의 잔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마광신보 - 극한(極限)].

신서울의 운명을 건 최후의 격돌이, 마침내 그 막을 올렸다.

슈우우우-!

공기를 찢는 음속의 파열음과 함께 강진혁의 형체가 진무극의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보법의 궤적은 이미 물리적 한계를 아득히 초월해 있었다. 잔상은 사방으로 흩어졌고, 진혁이 지나간 자리마다 허공이 미세하게 뒤틀렸다.

"방랑하는 짐승이 피워낸 발버둥에 불과하다!"

진무극의 눈에 서린 광기가 번뜩였다.

그는 당황하기는커녕, 오히려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양팔을 펼쳤다.

쿠구구구궁-!

진무극의 등 뒤로 늘어선 수천 개의 데이터 서버 기둥에서 일제히 푸른색 고압 전류가 뿜어져 나왔다.

타워 메인프레임의 예비 전력이 강제 해제되면서, 진무극의 몸에 이식된 4세대 황금빛 생체 코어의 출력이 15,000 MW를 단숨에 돌파했다.

파아아아앗-!

진무극의 주변으로 형성된 플라즈마 에너지 방어막이 거대한 구면(球面)을 그리며 팽창했다.

일반적인 군사 무기나 초인의 일격으로는 스치기만 해도 원자 단위로 분해될 양자 방벽이었다.

하지만 진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보이는군요.'

시스템의 보조 HUD가 차단된 상태였지만, 진혁의 직관은 그 어떤 최첨단 인공지능보다 명징하게 적의 에너지 순환 회로를 꿰뚫고 있었다.

진무극이 방어막을 전개하는 순간 발생하는 미세한 주파수의 틈새, 그리고 마기가 집중되는 단전의 맥점(脈點)이 고스란히 진혁의 망막에 박혔다.

[만법귀마(萬法歸魔)]의 경지가 머리가 아닌 육체와 뼈마디에 새겨져 있었다.

콰아아앙-!

진혁이 휘두른 [천마검]의 검신이 진무극의 플라즈마 방어막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 순간, 두 사람의 충돌 지점을 중심으로 거대한 진동파가 폭발했다.

파직, 파지지직-!

"크윽……!"

진무극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혹스러운 빛이 스쳤다.

자신이 전개한 15,000 MW의 양자 방어막이 진혁의 검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칠흑 같은 마기 파동과 부딪치며 공진(共振)을 일으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고대 마공의 내력 운용과 현대 공학의 주파수 상극을 완벽하게 융합한 공진 파쇄력.

진혁의 검이 방어막의 결점을 정확히 타격하자, 철옹성 같던 플라즈마 구면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내 코어의 공진 주파수를 단번에 읽어낸 거지……?!"

진무극이 이빨을 갈며 출력을 더욱 끌어올리려 했다.

그러나 진혁은 그에게 반격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네가 만든 시스템의 틀 안에서 놀아난 게 아니다."

진혁의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진무극의 귓가를 때렸다.

"나는 네가 버려둔 쓰레기장에서, 네가 이해조차 하지 못한 마공의 본질을 스스로 깨달았다."

콰아아아구궁-!

진혁의 단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 출력이 10,500 MW에서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수직 상승했다.

바론의 흡수된 에너지가 경락을 타고 완벽하게 정제되어 진혁의 전신을 채웠다.

[SYSTEM INFO: 경고! 사용자 강진혁의 신체 밀도가 한계치를 경신합니다.]

[천마무상체(天魔無相體) 융합률 95% 돌파!]

진혁의 피부 위로 흐르던 은빛 회로 선과 칠흑 같은 아라베스크 무늬가 하나로 융합되며 찬란한 금강석 빛을 뿜어냈다.

그의 육체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무기이자, 꺾이지 않는 강철의 검이 된 것이다.

파아아앙-!

마침내 진무극의 플라즈마 방어막이 완전히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방어막이 깨어지는 충격에 진무극의 입술 사이로 검붉은 피가 왈칵 쏟아졌다.

"이럴 리가……! 내 영생의 그릇이…… 어째서 내 통제를 벗어나는 거냐!"

진무극이 광기 어린 눈으로 소리쳤다.

그는 손을 뻗어 메인프레임의 마스터 코드를 강제로 입력하려 했다. 진혁의 내부에 심어둔 '천마 프로토콜'의 백도어를 열어 강제로 제어권을 강탈하려는 수산이었다.

하지만 진혁은 그보다 한 박자 빨랐다.

"끝이다."

진혁의 오른손에 쥔 천마검이 허공을 가르며 단 하나의 점으로 압축되었다.

고대 마교의 궁극적 검기(劍氣)와 현대 플라즈마 공학의 고주파 진동 에너지를 단 하나의 접점에 집중시킨 최후의 절기.

[천마일검(天魔一劍)] - 개(開).

슈우우우우우욱-!

세상의 모든 소음이 멎었다.

빛조차 빨아들이는 듯한 절대적인 암흑의 참격이 진무극의 심장부를 향해 투사되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지하 500층의 메인 서버실이 완전히 반으로 쪼개지는 거대한 폭음이 울려 퍼졌다.

진무극이 장착했던 4세대 군사 수트의 코어가 진혁의 검강에 직격당하며 사방으로 찢겨 나갔다.

"크아아아아아악……!"

진무극의 비명이 서버실의 폭발음 속에 파묻혔다.

그의 가슴팍에 박혀 있던 황금빛 생체 코어가 눈부신 섬광을 내뿜다 이내 완전히 꺼져버렸다.

스으으으-.

폭발의 연기가 걷히고, 거대한 서버실 중앙에는 깊은 대형 크레이터가 파여 있었다.

그 중심에서, 진무극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채 바닥에 처박혀 있었다. 신서울을 지배하던 메가 코퍼레이션의 총수이자, 영생을 탐했던 만악의 근원이 맞이한 비참한 최후였다.

틱, 틱, 틱-.

파괴된 서버 기둥에서 터져 나온 스파크가 진무극의 축 늘어진 손가락 위로 떨어졌다.

진혁은 그 내려앉은 시체를 내려다보며 천천히 숨을 골랐다.

단전에서 요동치던 마기가 서서히 가라앉으며, 전신을 감싸던 칠흑 같은 아라베스크 무늬가 은은하게 스며들었다.

[SYSTEM INFO: 티타늄 그룹 회장 '진무극'의 생체 신호 소실.]

[메인프레임 관리자 권한이 사용자 '강진혁'에게 강제 이전됩니다.]

머릿속에서 울리던 시스템의 목소리는 이제 그 어떤 간섭도 하지 못했다.

그것은 명령자가 아니라, 오직 진혁의 의지에 종속된 도구에 불과했다.

"진혁 씨!"

무너진 서버실 입구 쪽에서 윤아영과 송수연이 숨을 몰아쉬며 달려왔다.

그들은 참혹하게 부서진 서버실과 바닥에 쓰러진 진무극의 시체를 번갈아 보며 경악 어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진짜로 끝낸 거야?"

송수연이 거대한 도검을 내리우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진혁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천마검을 거꾸로 쥐고 돌아섰다. 그의 차가운 흑안에는 묵직한 결기가 서려 있었다.

"아직 끝이 아니다."

진혁의 시선이 메인 서버실의 대형 홀로그램 모니터를 향했다.

거기에는 신서울 전체를 감싸고 있는 320만 하층민의 생체 코어와 연동된 [헤븐리 파운데이션] 프로젝트의 카운트다운 타이머가 붉은색으로 깜박이고 있었다.

진무극은 죽었지만, 그가 남긴 시스템과 음모의 잔재는 여전히 신서울의 밤을 조여오고 있었다.

진혁은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검을 곧게 펴며 입을 열었다.

"타워의 메인 제어권을 확보했다. 남은 잔당들을 쓸어버리고, 하층민들을 구속하는 족쇄를 완전히 부수러 간다."

그의 목소리에는 일점의 흔들림도 없었다.

시스템의 그늘을 완전히 벗어나, 스스로 참된 '천마(天魔)'로 거듭난 강진혁의 발걸음이 디스토피아의 밤을 향해 다시 한번 거침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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