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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276화목차

제276화 오만의 맹점

콰아아아구궁-!

신서울의 밤하늘이 두 쪽으로 찢어져 있었다.

인간의 기술로는 결코 담아낼 수 없는 거대한 차원의 균열. 그 틈새에서 쏟아지는 붉은빛의 사념체들은 마치 지상의 모든 생명을 벌레처럼 짓밟으려는 듯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칠흑 같은 허공의 중심에서, 오직 한 명의 사내가 수만 톤의 중력마저 맨몸으로 짓누르며 솟구치고 있었다.

강진혁.

시스템의 족쇄도, 창조주라 칭하던 늙은 독재자의 음모도 모두 깨부순 참된 의미의 '신천마(新天魔)'였다.

그의 눈동자에 담긴 것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오직 만물의 결을 꿰뚫는 마신경(魔神境)의 절대적인 정적(靜寂)뿐이었다.

쿠루루루륭!

강진혁의 전신을 감싼 흑금빛 마기(魔氣)가 폭발하듯 뻗어나갔다.

진무극은 이미 분자 단위로 분해되어 사라졌으나, 그가 남긴 오리진 슈트와 지하 영맥의 잔여 에너지는 여전히 대기 중에 거대한 에너지 폭풍으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흡원천공(吸元天功)."

진혁의 입술이 낮게 울렸다.

슈우우욱-!

사방으로 흩어지던 암흑물질의 파동과 플라즈마 잔류 에너지가 마치 거대한 회오리에 빨려 들어가듯 진혁의 단전으로 역류했다.

단순한 흡수가 아니었다.

기계공학적 연산식으로 짜여 있던 에너지를, 진혁은 오직 자신의 무도적 직관과 혈관의 궤적으로 재정제했다.

[에너지 흡수율 100% 도달.]

[신천마신공 제11식 '천마무상체(天魔無相體)'의 밀도가 극대화됩니다.]

머릿속에서 들려오던 시스템의 잔영 보이스는 이제 완전히 침묵했다. 더 이상 HUD 창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었다. 내 심장이 뛰는 박자, 대기 중의 기압, 그리고 저 멀리 차원 균열 너머에서 꿈틀거리는 사념체의 주파수까지. 모든 것이 진혁의 오감(五感)과 직관 속에 완벽하게 동기화되어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차원 균열의 가장 깊은 곳에서, 인간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거대한 의식이 진혁을 향해 뻗어왔다.

지상과 우주를 잇는 거대한 압박감.

그것은 진무극이 부리려 했던 '하늘의 주인', 즉 상위 사념체의 직접적인 시선이었다.

쿠당탕탕-!

진혁이 서 있던 공중의 공간 자체가 일그러지며 비명을 질렀다.

만약 시스템의 연산과 기계적 제어에만 의존했다면, 그 압도적인 사념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뇌 신경계가 과부하로 타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진혁은 달랐다.

그는 단전에 뭉쳐진 방대한 마기를 온몸의 혈위(穴位)로 분산시키며 다부지게 입술을 깨물었다.

"내 육신은 내가 정한다."

우두둑, 우두두둑-!

천마무상체의 세포들이 미세하게 재조립되며 차원의 압박을 완벽하게 상쇄해 나갔다.

기계가 계산하지 못하는 영역. 인간의 의지가 육체의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어 물리 법칙을 재정의하는 경지.

그것이 바로 마신경(魔神境)의 진정한 힘이었다.

바로 그때.

-크르르르……!

차원의 균열 속에서 수만 개의 붉은 눈동자가 일제히 빛을 발했다.

우주적 포식자의 선봉대,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생체 기함들이 마계의 쇳소리를 내며 신서울의 상공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그들의 표면은 지구상의 어떤 티타늄 합금보다 단단한 외골격과 차원 에너지 실드로 무장되어 있었다.

일반적인 군사 무기로는 상처조차 낼 수 없는 괴물들이었다.

하지만 진혁의 입가에 서늘한 호선이 그려졌다.

"기계로 쌓아올린 오만인가."

진무극이 그러했듯, 저 거대한 침공군 역시 완벽한 연산과 확률에 의존하는 시스템의 소산에 불과했다.

상대의 공격 궤적, 에너지 충전 시간, 그리고 실드의 공진 주파수.

진혁의 눈에는 그것들이 전부 느려 터진 톱니바퀴의 움직임처럼 훤히 들여다보였다.

지이잉-!

진혁의 오른손에 장검의 형상을 한 칠흑빛 마강(魔罡)이 응축됐다.

단순한 검기가 아니었다. 흡원천공으로 정제한 진무극의 암흑물질 코어 에너지와, 자신의 피와 살을 깎아 만든 천마의 기도가 완벽하게 융합된 형태였다.

[제13식 파천검강 - 참단(斬斷).]

진혁의 발이 허공을 걷어찼다.

[마광신보(魔光神步).]

콰아아앙!

소리마저 앞지른 초음속의 폭음이 신서울의 밤하늘을 갈라놓았다.

진혁의 잔상이 허공에 길게 남은 그 순간, 그는 이미 수천 미터 상공에 떠 있는 최선두의 거대 생체 기함 코앞에 도달해 있었다.

-기기긱……?!

거대한 기함의 센서가 진혁의 접근을 뒤늦게 포착하고 방어 실드를 최대 출력으로 전개하려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느려."

진혁의 중저음이 공간을 울렸다.

휘두른 검강은 무식한 물리력으로 실드를 짓누르는 것이 아니었다.

만법귀마(萬法歸魔)의 원리로 기함의 실드가 지닌 고유의 공진 주파수를 정확히 간파해, 그 결합 부위를 꿰뚫고 들어간 것이다.

파지직- 콰아아앙!

실드가 유리잔처럼 산산조각이 났다.

이어지는 칠흑빛 뇌전과 마강의 폭풍.

[참천마멸(斬天魔滅).]

스으으으-.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선이 거대한 생체 기함의 정중앙을 스쳐 지나갔다.

단 0.1초의 멈춤도 없었다.

기함의 거대한 몸체 중앙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더니, 이내 눈부신 섬광과 함께 위아래로 완벽하게 양분되었다.

수만 톤에 달하는 금속과 생체 조직의 잔해가 신서울의 하층 슬럼가로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크아아아아-!

선봉대가 파괴되자마자, 차원 균열 너머에서 더 거대하고 흉악한 사념체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하늘 전체가 핏빛으로 물들며, 수십 척의 주력함들이 일제히 포구를 개방했다.

지상을 향해 쏟아질 채비를 마친 수만 도의 플라즈마 에너지 포격이 동시에 점멸하기 시작했다.

신서울 전체가 공포에 질려 숨을 죽였다.

티타늄 타워의 잔해 속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저항군과 시민들은 다리가 풀린 채 주저앉았다.

인간의 힘으로 저 우주적 재앙을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오직 한 사람, 강진혁만 빼고.

진혁은 양팔을 벌린 채, 허공에 가만히 떠서 자신을 향해 조준되는 수만 개의 포신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흑안 속에서 시퍼런 마기가 이글거렸다.

"오만(傲慢)에 빠진 건 저들만이 아니야."

진혁이 검을 거꾸로 잡으며 단전의 호흡을 깊게 끌어올렸다.

전신의 혈관 속에서 요동치는 나노머신과 천마의 피가 뜨거운 비명을 질렀다.

시스템의 계산도, 인공지능의 보조도 없다.

오직 스스로의 의지와 주먹, 그리고 검 하나만으로 이 거대한 우주적 침공을 정면으로 받아칠 차례였다.

콰르릉- 쿠구구구궁!

차원 균열의 포격이 일제히 발사되며 진혁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신서울의 밤하늘이 낮보다 환한 불바다로 뒤덮이는 그 순간, 진혁의 입가에 짙고도 잔인한 미소가 걸렸다.

하늘의 주인이여.

그 오만한 시선을, 내 검으로 끝장내주마.

콰아아아아아아아아—!

신서울의 전역이 백색의 섬광과 진동으로 격렬하게 흔들렸다.

우주적 포식자의 주력함들이 일제히 쏘아 올린 수만 도의 플라즈마 포격은 그야말로 소형 태양들이 지상을 향해 폭풍처럼 떨어지는 것과 같았다. 대기는 순간적으로 고열에 팽창하며 비명을 질렀고, 공기 중의 산소는 전부 타올라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진공의 사역마가 만들어졌다.

인간의 이성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파멸의 탄막.

그 정중앙에 강진혁이 홀로 서 있었다.

"하……!"

진혁의 입가에서 새어 나간 기마저 뜨거운 열기에 증발해 버렸다.

도망칠 곳은 없었다. 상공 수천 미터를 뒤덮은 포격의 그물망은 신서울의 전 구역을 지워버릴 기세로 수렴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진혁은 눈을 감지 않았다.

마신경(魔神境)의 경지에 오른 그의 흑안은 시시각각 팽창하는 플라즈마 구체의 밀도와 에너지가 흐르는 결을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꿰뚫고 있었다.

[제11식 '천마무상체(天魔無相體)'.]

우두두두둑-!

진혁의 전신에서 섬뜩한 골격의 변형음이 울려 퍼졌다.

티타늄-탄소 분자 결합체와 나노머신, 그리고 천마의 혈통에서 비롯된 순수한 마기가 육체의 세포 하나하나와 유기적으로 동기화되었다. 단순한 방어가 아니었다. 적의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내어 자신의 양분으로 치환하는 괴물 같은 신체의 재구성.

쿠궁-!

첫 번째 플라즈마 탄막이 진혁의 직상공을 강타했다.

광휘의 폭발이 진혁의 형상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그 충격파는 수만 톤의 중력을 지닌 철갑마저 종잇장처럼 구겨버릴 만큼 파괴적이었다.

그러나 그 폭풍의 중심에서, 진혁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와라."

슈우우욱-!

진혁의 몸을 감싼 흑금빛 마기가 거대한 소용돌이로 변모했다.

[흡원천공(吸元天功)].

지구의 물리 법칙을 거스르는 마공의 극의가 우주적 포식자의 에너지를 무자비하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키기긱……!

방금 전까지 신서울을 태워버릴 기세였던 플라즈마의 열기가 역류했다.

진혁의 단전으로 빨려 들어간 엄청난 에너지 양이 혈관을 타고 온몸을 휘감았다. 피부가 찢어지고 핏줄이 터져 나가는 고통이 수천 번의 자극으로 밀려왔지만, 진혁은 그 고통을 비릿한 웃음으로 짓눌렀다.

[경고: 단전의 에너지 수용 한계 98% 돌파!]

[육체적 부하 극대화. 세포 자가 재생 프로세스 강제 가동.]

시스템의 HUD 창은 이미 꺼진 지 오래였으나, 진혁의 뇌 속에는 스스로 연산한 완벽한 궤적이 새겨져 있었다.

체내로 유입된 우주적 고에너지를 단 한 방울도 허투루 흘리지 않고, 그는 전부 검끝으로 집중시켰다.

두두두두두-!

진혁의 오른손에 쥐여진 칠흑빛 검강이 태양보다 더 눈부신 검붉은 광채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적들이 쏘아 올린 탄막의 에너지를 역으로 흡수하여, 그들 자신의 목을 겨누는 절대의 참격으로 되돌려주는 것.

"오만의 대가는 치러야지."

지이이잉-!

진혁의 몸이 허공을 박차며 일그러졌다.

[마광신보(魔光神步)].

음속의 수십 배에 달하는 초고속 기동이 공간을 이기며 폭발했다. 진혁이 지나간 자리마다 허공에 검은색 균열의 잔상이 길게 남았다.

카아아아앙-!

선두에 있던 거대한 생체 주력함의 전방 방어 실드가 진혁의 검강과 부딪치며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다.

흡원천공으로 흡수했던 억겁의 에너지가 일시에 방출되는 순간이었다.

[제13식 파천검강 - 참단(斬斷).]

[참천마멸(斬天魔滅).]

스으으윽-.

소리도 없었다.

아니, 너무나도 순식간에 베여나간 나머지 공기가 진동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수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우주 주력함의 선수(船首)가 완벽한 평면으로 절단되었다. 그 절단면은 너무나 매끄러워서 마치 애초에 두 조각으로 나뉘어 태어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콰아아아구궁-!

뒤늦게 연쇄 폭발이 일어나며 주력함 한 척이 불타는 유성처럼 지상을 향해 추락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크아아아악!

차원 균열의 심처에서 인간의 것이 아닌, 기괴하고도 거대한 사념의 분노가 메아리쳤다.

지구의 하등 생물에게 군단이 유린당했다는 사실에 격분한 '상위 사념체'의 의식이 직접 현세의 물리 법칙을 왜곡하기 시작했다.

슈우우우욱-!

하늘을 뒤덮고 있던 차원의 틈새가 더욱 넓어졌다.

그 틈새 너머로, 행성만 한 크기를 자랑하는 거대한 눈동자 하나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핏빛으로 이글거리는 그 눈동자 속에는 수십억 년 동안 수많은 문명을 멸망시켜 온 공포와 광기가 서려 있었다.

그 눈동자가 진혁을 똑바로 응시했다.

쿵-! 쿵-!

진혁의 심장이 비정상적인 박자로 뛰었다.

상위 사념체의 직접적인 의지 압박.

일반적인 무인이었다면 눈빛만 마주쳐도 정신이 붕괴되어 피를 토하고 즉사했을 정도의 초월적인 사념파였다.

그러나 진혁은 오히려 피식 웃음을 흘리며 검을 더 강하게 움켜쥠과 동시에, 허공에 선 채로 허리를 깊게 숙였다.

"그래. 이제야 진짜 고기 덩어리가 나오는군."

진무극이라는 썩어 빠진 창조주를 베어넘긴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번에는 우주를 떠돌며 세상을 탐하는 괴물이 친히 발걸음을 했다.

진혁에게 있어 그것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자신의 '신천마신공'을 온전히 완성하기 위해 베어야 할 마지막 마물(魔物)에 불과했다.

-퀴기기긱……!

상위 사념체의 눈동자에서 세상의 모든 빛을 흡수하는 듯한 칠흑빛 파동이 응축되었다.

차원 균열 전체가 사르르 떨리며, 공간 그 자체를 소멸시키는 궁극의 파멸광선이 발사될 준비를 마쳤다.

진혁은 그 압도적인 광기의 홍수 속에서도 한 치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흑안은 더욱 깊고 차가운 빛을 발하며 만물의 결을 응시했다.

시스템이 가르쳐 준 적도 없고, 세상의 그 어떤 무공서에도 기록되지 않은 궤적.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부수고, 쌓아 올린 유일무이한 무도의 정점.

진혁이 단전의 모든 내공과 마기, 그리고 온몸의 혈관에 남은 나노머신의 출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며 검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내 핏줄도, 내 시스템도, 이 하늘마저도."

우두두둑-!

팔의 근육이 터져나가며 검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지만, 진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검에 마기를 압축했다.

"전부 내 힘으로 지배한다."

콰아아앙-!

상위 사념체의 파멸광선이 강진혁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그와 동시에, 진혁의 몸이 거대한 유성처럼 그 광선을 정면으로 뚫고 허공을 향해 쏘아 올려졌다.

빛과 어둠이 충돌하는 그 순간, 신서울의 밤하늘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거대한 검흔(劍痕)으로 새겨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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