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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275화목차

제275화 [천마무상체] vs [오리진 기갑]

콰아아앙-!

신서울의 밤하늘을 두 쪽으로 가르는 듯한 거대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수천 미터 상공, 찢어진 차원 균열 아래로 쏟아지는 붉은 오라와 칠흑 같은 뇌전의 충돌이었다.

티타늄 타워의 최정상 헬리패드는 이미 그 형상을 잃은 지 오래였다.

수십 킬로그램의 압축 합금과 강화 콘크리트로 지어진 최상층부 전체가 두 초인의 격돌이 만들어낸 여파만으로 모래바람처럼 바스러져 아래로 쏟아지고 있었다.

만 미터 아래의 지상에서 올려다보면 마치 하늘에서 거대한 운석 파편들이 비처럼 떨어지는 것과 다름없는 광경이었다.

"크으으……!"

공기의 진동이 시각화될 정도의 충격파 속에서, 강진혁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시스템의 보조 HUD가 완전히 꺼진 시야.

푸른빛의 인터페이스도, 차가운 기계음의 경고도 더 이상 그의 시야를 어지럽히지 않았다. 오직 눈앞에 펼쳐진 적의 미세한 근육 떨림, 공간의 기압 배치, 그리고 대기 중에 소용돌이치는 암흑물질의 흐름만이 순수한 직관으로 뇌리에 박혀들었다.

마신경(魔神境)의 정점.

자연과 합일된 채 스스로의 의지만으로 세계의 결을 읽어내는 경지에서, 진혁의 몸은 이미 인간의 육신이 아니었다.

슈우우우-!

진혁의 피부 표면을 따라 흐르던 은빛 회로 선이 칠흑빛 마기와 결합하며 기괴한 붉은 광채를 뿜어냈다.

고대 마교의 유골에서 추출된 천마의 혈족 데이터, 혈관 속을 유영하며 세포를 재구성하는 최첨단 나노머신, 그리고 단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순수한 내력이 삼위일체가 되어 육신을 재창조하고 있었다.

신천마신공(新天魔神功) 제11식.

[천마무상체(天魔無相體)].

타앗!

진혁의 발이 허공을 밟았다.

마광신보(魔光神步)의 극의. 대기를 짓밟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탄성을 발판 삼아 튀어나가는 그 움직임은 물리 법칙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챙─! 콰앙!

그의 주먹이 진무극의 [오리진] 슈트 표면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티타늄 그룹이 수십 년간 축적한 과학력의 정수이자,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기계 장갑이었다.

"하하하! 기어코 여기까지 기어올랐느냐, 진혁!"

진무극의 입에서 피를 머금은 광기 어린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의 온몸을 감싼 [오리진] 기갑은 단순한 방어구의 영역을 넘어섰다. 암흑물질 코어의 출력을 실시간으로 증폭시켜 주먹 하나를 휘두를 때마다 반경 수백 미터의 대기를 진공 상태로 만드는 괴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쿠구구구구-!

진무극의 거대한 철갑 주먹이 진혁의 안면을 향해 쇄도했다.

음속을 아득히 돌파한 권풍이 대기를 찢으며 푸른 플라즈마 화염을 일으켰다. 일반적인 초인이라면 그 바람 압만으로도 내장이 터져 즉사할 터였다.

하지만 진혁은 피하지 않았다.

피할 필요도 없었다.

콰아아아앙!

진무극의 주먹이 진혁의 가슴팍에 직격했다.

충돌 순간, 진혁의 흉부 주변의 공간이 미세하게 함몰되며 엄청난 고열의 플라즈마 에너지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타워의 남은 철골 구조물이 그 열기에 녹아내리며 붉은 쇳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크윽!"

진혁의 입가로 검붉은 혈흔이 흘렀다.

오리진 기갑의 출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뼛속까지 진동하는 충격이 단전을 흔들었지만, 진혁의 눈빛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오히려 그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흡수한다.'

[시스템 경고 및 보조 기능 부재. 사용자의 자가 판단에 의존합니다.]

시스템이 없어도 상관없었다.

진혁의 의지 자체가 곧 법이자 시스템이었다.

우우우우우-!

진혁의 단전 부근에서 거대한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진무극의 주먹을 통해 흘러들어 오는 막대한 암흑물질의 열기와 플라즈마 고열. 그것을 거부하는 대신, 진혁은 몸 전체의 모공을 열어 그 에너지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흡원천공(吸元天功).

황하의 물을 삼키듯, 적이 내뿜은 파괴적인 에너지를 강제로 역류시켜 자신의 단전으로 끌어들이는 괴랄한 마공.

"이, 미친 놈이……!"

진무극의 얼굴에 경악이 서렸다.

자신의 주먹에 실린 암흑물질 코어의 출력이 상대의 몸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상대의 몸이 블랙홀이라도 되는 양, 기갑의 출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고등이 시야 구석에서 점멸했다.

"네놈이 만든 기술이다, 진무극."

진혁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쇳소리가 섞인 저음이었지만, 그 안에는 거역할 수 없는 절대적인 무게감이 실려 있었다.

"내가 그 기술을 어떻게 씹어 삼키는지 똑똑히 봐라."

쿠구구구궁-!

흡수된 에너지가 진혁의 경맥을 따라 미친 듯이 회전했다.

팔십 년 가량으로 불어난 마기가 혈관을 타고 흐르며 나노머신과 결합했다. 천마무상체의 피부 밀도가 순간적으로 수십 배로 압축되며 진혁의 팔뚝이 검붉은 강철빛으로 물들었다.

받아들인 에너지를 그대로 뱉어내는 것이 아니었다.

[흡원천공]으로 정제된 적의 에너지는 진혁의 순수한 내력과 융합되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파괴력으로 재탄생하고 있었다.

만상귀일(萬象歸一).

대기에 흩어져 있던 마기와 뇌전, 그리고 진무극의 암흑물질 파동까지 한 점으로 수렴하는 절대의 압축.

"크아아아아!"

진무극이 위기감을 느끼고 전신 기갑의 출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오리진 수트의 등 뒤에서 수십 개의 플라즈마 분사구가 일제히 불을 뿜으며 그를 뒤로 물러나게 하려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쾅-!

진혁의 왼손이 진무극의 어깨 장갑을 철컥 소리와 함께 붙잡았다.

마치 만년설 속에 박힌 쇠사슬처럼, 한 번 붙잡힌 이상 그 어떤 기계적 출력으로도 뿌리칠 수 없는 절대의 구속력이었다.

"어디로 가려고."

즈으으으응-!

진혁의 오른손에 칠흑빛 뇌전과 마강이 응축되어 거대한 검의 형상을 이뤘다.

제13식 파천검강(破天劍罡) - 참단(斬斷).

공간마저 반으로 쪼개버릴 듯한 예기(銳氣)가 타워 최정상의 공기를 비틀어놓았다.

"이 자식……!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나는 이 세계의 정점, 진무극이다! 네놈 따위의 실험체가 넘볼 수 있는 경지가 아니야!"

진무극이 발악하듯 소리치며 전신에서 암흑물질의 폭풍을 뿜어냈다.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검은 파문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오리진 기갑의 전면부에 장착된 주포가 영거리에서 진혁의 가슴을 향해 기어충전을 시작했다.

영거리 포격.

이 거리에선 회복할 겨를도 없이 상반신이 통째로 증발할 터였다.

그러나 진혁의 눈은 진무극의 포구보다 빨랐다.

아니,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었다. 진혁은 이미 진무극의 코어 회로가 작동하기 0.001초 전에 그 맥을 짚고 있었다.

만법귀마(萬法歸魔).

적의 기술에 내재된 공진 주파수와 기계적 결함을 직관으로 간파하는 마공의 극의.

"네가 만든 시스템의 한계다."

푹-!

진혁의 오른손에 쥔 파천검강이 진무극의 가슴 중앙, [오리진] 슈트의 프라임 코어가 내장된 외벽을 정확히 관통했다.

기계의 연산으로는 도저히 계산할 수 없는 각도였다.

수십억 개의 연산 회로를 거쳐야 도출될 약점을, 진혁은 오직 수십 년간 수련한 무도의 감각만으로 꿰뚫어 버린 것이다.

지직, 지지직-!

"크윽……? 이, 이게…… 어떻게……."

진무극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울컥 쏟아져 내렸다.

가슴 부근의 프라임 코어에서 터져 나온 스파크가 기갑 전체로 퍼져 나갔다. 암흑물질의 흐름이 순식간에 역류하며 오리진 슈트의 모든 제어 회로가 다운되기 시작했다.

슈우우우- 쾅!

슈트의 기계음이 비명을 지르며 꺼졌다.

최고의 기술과 자본으로 만들어진 불멸의 갑옷이, 한 명의 무인이 내지른 순수한 검강 앞에 허망하게 멈춰 선 순간이었다.

진혁은 그저 손에 쥔 검강에 힘을 주었다.

"끝이다, 진무극."

콰아아앙-!

가슴을 관통한 칠흑빛 검강이 진무극의 몸 안에서 폭발하듯 뻗어 나왔다.

하늘을 뒤덮은 차원 균열의 붉은 빛 아래서, 신서울의 절대권력자라 불리던 남자의 육신이 수많은 빛의 조각으로 쪼개지며 분자 단위로 붕괴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악……!"

마지막 비명과 함께 진무극의 존재가 허공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하지만 승리의 여운을 느낄 새도 없었다.

우르릉 쾅쾅-!

진무극이 소멸함과 동시에, 그가 붙잡고 있던 차원 균열의 결계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균열 너머, 어둠 속에서 수천, 수만 개의 붉은 눈동자가 일제히 신서울의 상공을 내려다보았다.

지구의 운명을 결정지을 진정한 재앙이, 비로소 그 본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쿠구구구구궁-!

하늘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것인지, 아니면 세계의 지각이 통째로 뒤틀리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거대한 진동이 신서울 전역을 강타했다.

티타늄 타워의 잔해가 마침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수만 톤의 쇳덩이와 콘크리트 조각이 되어 아래로 낙하했다. 그 파괴의 소용돌이 속에서, 강진혁은 공중에 홀로 떠 있었다.

마광신보(魔光神步)의 여파로 허공의 대기를 밟고 선 그의 몸은 불타는 듯 붉은 마기와 칠흑빛 뇌전으로 뒤덮여 있었다.

사방을 짓누르는 중압감.

그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무게가 아니었다. 찢어진 차원 균열 너머, 우주적 포식자들의 본대가 뿜어내는 '사념(思念)' 그 자체였다. 수십억 생명체의 죽음과 파멸을 원소 단위로 갈구하는 악의가 대기를 점령하고 있었다.

[SYSTEM INFO: 경고. 외부 차원 고에너지 반응 포착.]

[현재 시야 내 마력 농도가 물리적 임계점을 초과했습니다.]

시스템의 보조 HUD는 꺼져 있었지만, 마신경(魔神境)의 경지에 오른 진혁의 뇌리는 그 어떤 슈퍼컴퓨터보다 선명하게 적들의 상태를 계산하고 있었다.

아니, 계산이 아니었다. 그것은 직관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 파동의 주파수, 그리고 하늘 위에서 쏟아지는 사념의 무게까지 모두 진혁의 오감 속으로 직관적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흐음."

진혁이 낮게 신음하며 시선을 위로 던졌다.

차원의 찢어진 틈새. 그 심연의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 하나가 꿈틀거렸다.

진무극이 죽기 직전까지 강제로 동기화하려 했던 '상위 사념체(하늘의 주인)'. 수만 개의 붉은 눈동자가 일제히 수천 미터 아래에 떠 있는 한 명의 인간, 강진혁을 향해 고정되었다.

그 시선만으로도 대기가 찢어지고, 공간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

슈우우우-!

진혁의 흉부 부근에서 미세한 열기가 피어올랐다.

진무극의 [오리진] 슈트와 암흑물질 코어에서 강제로 흡수했던 막대한 에너지가 [흡원천공(吸元天功)]의 정제 과정을 거쳐 단전 깊숙한 곳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몸 안의 경맥이 팽창하고, 세포 하나하나에 고대 마교의 마기와 현대 기술의 정수가 완벽하게 융합되는 감각.

이것이 바로 신천마신공(新天魔神功)의 진정한 완성도였다.

시작은 실험체의 육신을 탐하던 기업의 프로토콜이었으나, 그 모든 족쇄와 계산을 스스로의 의지로 부수고 나온 지금, 이 힘은 온전히 강진혁 자신의 것이었다.

"내게서 기술을 빼앗고, 육신을 빼앗아 불멸을 꾀하겠다고?"

진혁의 입가에 척박하고도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바람에 휘날리는 칠흑 같은 머리카락 사이로 은빛 회로의 잔해가 붉은 마기와 뒤섞여 찬란하게 빛났다.

"네놈들이 아무리 거대한 사념을 가졌든, 혹은 이 세계의 창조주 행세를 하든 상관없다."

진혁이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끝에 칠흑빛 뇌전과 마강이 응축되며 거대한 검의 형상이 다시금 빚어졌다.

제13식 파천검강(破天劍罡).

그리고 그 위에 자신의 모든 의지를 갈아 넣어 스스로 창조해 낸 독자 절기.

[참천마멸(斬天魔滅)].

우우우우우-!

검신이 떨릴 때마다 주변의 공간이 찌그러지며 기괴한 파문이 일어났다.

하늘 위에서 강하하던 우주적 포식자들의 본대가 진혁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예기를 감지한 듯 일제히 울부짖었다. 크아아아아-! 귀를 찢는 듯한 정신적 비명이 신서울의 상공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진혁의 표정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는 바닥이 무너져 내리는 신서울의 야경을 등지고, 오직 하늘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세상의 주인은 핏줄도, 자본도, 그리고 너희 같은 괴물들도 아니다."

진혁의 발밑에서 공간이 폭발했다.

콰아아앙-!

마광신보(魔光神步)의 극의.

초음속을 아득히 초월한 속도로, 진혁의 몸이 중력을 거슬러 하늘 위 찢어진 차원 균열을 향해 수직으로 쏘아올려졌다.

마치 은하수를 가르는 한 줄기 칠흑빛 유성처럼.

적의 거대한 기함들과 수만 개의 붉은 눈동자가 가득한 심연 속으로, 진혁은 망설임 없이 검을 겨누며 돌진했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모든 것을 베어넘기고, 이 땅의 끝에서 진정한 '천마(天魔)'로서의 위용을 증명하는 것.

쿠구구구구궁-!

신서울의 밤하늘이 진혁의 검광과 함께 완전히 반으로 쪼개지며, 최후의 결전이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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