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4화 고대 마공과 현대 병기의 극한
우아아아아아-!
신서울의 밤하늘을 지탱하던 칠흑 같은 허공이 사정없이 찢어졌다.
차원 균열의 안쪽에서 토해져 나온 붉은 사념의 파동은 단숨에 대기를 진동시키며 지상의 마천루들을 비명 지르게 만들었다.
그 격렬한 폭풍의 중심.
분자 단위로 소멸한 줄 알았던 진무극의 파편들이 차원의 에너지를 강제로 흡수하며 다시금 거대한 형체로 얽혀들었다.
콰아아앙!
[오리진 풀 아머드(Origin Full-Armored)] 슈트.
그 전신을 암흑물질 코어의 5세대 중력장으로 휘감은 진무극의 눈동자는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보라색 섬광과 핏빛 마기.
그것은 현대 과학의 최정점과 천마의 유골에서 추출된 고대 마공 데이터가 뒤틀린 채 융합된, 신의 영역을 참칭하는 괴물의 형상이었다.
"네가 아무리 시스템의 족쇄를 끊어내고 마신경의 정점에 올랐다 한들……! 내게서 비롯된 기운으로 쌓아 올린 사상누각일 뿐이다, 진혁!"
우웅-! 웅웅웅-!
진무극의 입김 한 번에 수만 볼트의 플라즈마 아크가 주변의 공간을 구워버렸다.
그가 두 손을 크게 휘두르자, 천마의 비급 데이터에서 강제로 재현된 고대의 비기가 폭발했다.
[천마할천무(天魔割天舞)]!
하늘을 가르고 대지를 쪼개는 마공의 극치.
여기에 5세대 암흑물질 코어의 출력이 덧붙여지자, 단 한 번의 휘둘림만으로도 수백 미터에 달하는 진공의 검압이 티타늄 타워의 헬리패드를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파편이 사방으로 튀고, 공간 자체가 비명을 지르며 우그러졌다.
그 치명적인 파멸의 폭풍 속에서 강진혁의 눈빛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슈우우욱-.
시스템의 HUD.
적의 전투력을 분석하던 푸른빛의 시야 보조 장치는 이미 오래전에 꺼져 있었다.
하지만 아쉽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홀가분했다.
기계의 계산식에 의존하지 않게 된 순간, 세상의 모든 움직임은 너무나도 선명하게 늘어진 필름처럼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치이익-!
진무극이 날린 [천마할천무]의 검압이 진혁의 뺨을 스치며 지나갔다.
단 0.1밀리미터의 차이.
바람결에 머리카락 몇 올이 타들어 갔지만, 진혁의 신체는 그 미세한 공기의 밀도 변화와 기혈의 흐름을 본능적으로 읽어내며 종이 한 장 차이로 참격을 피해냈다.
'느려.'
진혁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보기에는 광오하고 무자비한 폭풍 같았으나, 그 안쪽의 궤적은 철저한 기계적 연산과 강제 주입된 데이터의 잔해에 불과했다.
스스로 깨닫지 못한 채 시스템의 부품으로 살아온 자가 뿜어내는 힘의 한계였다.
"내 궤적이 느리다고 했느냐……!"
진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그의 단전에서 요동치던 마기가 폭발적으로 끓어올랐다.
더 이상 보조 AI의 경고음은 울리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심장박동과 혈관을 타고 흐르는 순수한 무력만이 전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쿠구구구구궁!
진혁의 손에 쥐인 칠흑빛 검강이 허공을 갈랐다.
그것은 현대의 고주파 진동 파쇄 기술과 고대 마공의 운기조식이 완벽하게 융합된 참격이었다.
제13식 파천검강(破天劍罡) - 참단(斬斷)!
쾅-!
두 개의 거대한 힘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고대 마공의 기류와 현대 암흑물질 코어의 충돌은 단순한 육탄전을 넘어 공간의 물리 법칙을 뒤흔드는 파동을 만들어냈다.
타워의 최정상을 지탱하던 거대한 철골 구조물이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꺾여 나갔다.
"크윽……?!"
진무극의 얼굴에 경악이 어린 것은 당연했다.
자신의 [천마할천무]는 분명 저 인간의 모든 허를 찌를 수 있는 궤적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진혁은 예측을 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애초에 계산 따위는 하지 않은 채, 무도의 직관 그 자체로 공간의 허점을 꿰뚫고 파고들었다.
파지직, 파직!
"네놈의 기예는 가짜다, 진무극."
진혁의 목소리가 폭풍의 포효를 뚫고 진무극의 고막을 때렸다.
"남이 닦아놓은 데이터와 기계의 출력에 의존해 왕좌에 앉으려 했던 기생충일 뿐이지."
"이 건방진 놈……!"
진무극이 분노로 이그러진 얼굴로 암흑물질 코어의 출력을 120%까지 끌어올렸다.
슈트의 표면이 과열로 인해 붉게 달아오르며 주변의 대기를 태워버렸다.
슈우우웅-!
진무극의 전신이 음속의 장벽을 몇 번이나 찢어발기며 진혁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나노 칼날과 플라즈마 파격이 진혁의 전신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캉! 카캉-! 쾅!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사방으로 튀는 불꽃과 찢어진 대기의 잔해뿐이었다.
진무극의 연타는 현대 군사 기술이 낼 수 있는 물리적 파괴력의 극한이었다.
초당 수백 번의 타격이 진혁의 전신에 내리꽂혔다.
하지만 진혁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피부 표면을 흐르는 은빛 회로와 검붉은 마기가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거대한 방어막을 형성했다.
[천마무상체(天魔無相體)]!
진무극의 고열 플라즈마 파격이 진혁의 어깨를 강타하는 순간, 진혁의 신체는 그 에너지를 그대로 튕겨내는 대신 흡수하여 자신의 근육 섬유를 강화하는 연료로 치환했다.
찢어지고, 곧바로 재생되고, 다시 단단해진다.
인간의 육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초월적인 메커니즘이 진혁의 안에서 폭발하고 있었다.
"어떻게……! 내 공격을 맞고도 네 몸이 멀쩡할 리가 없다!"
진무극의 눈에 경악의 빛이 서렸다.
그의 [오리진] 슈트는 수많은 초인들의 생체 코어를 흡수하며 완성된 최강의 병기였다.
그런데도 강진혁이라는 단 한 명의 육체를 상대로 유효타를 입히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진혁의 반격이 거세질수록 진무극의 암흑물질 코어 출력은 눈에 띄게 불안정해지고 있었다.
그것은 진혁의 무공에 비밀이 있었다.
쿠구궁……!
진혁은 진무극이 쏟아내는 압도적인 에너지를 그대로 흘려보내지 않았다.
그의 손바닥과 검신을 통해 흘러드는 암흑물질의 파동은 고스란히 진혁의 단전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흡원천공(吸元天功)!
상대의 기운을 빼앗아 내 것으로 만든다.
과거에는 시스템의 연산 보조를 받아야만 간신히 제어할 수 있었던 폭력적인 흡수의 권능은, 이제 진혁의 의지 그 자체였다.
진무극이 강한 힘을 내뿜을수록, 그 에너지는 고스란히 진혁의 단전을 채우는 양분이 되었다.
"네가 만든 기술이다, 진무극."
진혁이 차갑게 조소하며 검을 치켜들었다.
그의 등 뒤로 거대한 칠흑빛 마기의 형상이 비쳐 났다.
하늘을 뒤덮은 차원 균열의 붉은 눈동자들조차 그 압도적인 마기에 압도당한 듯 잠시 주춤거릴 정도였다.
"네가 파헤친 고대의 유적과, 네가 가두어두었던 실험체들의 비명으로 이 검을 갈았다."
우우우우웅-!
진혁의 검신에서 뿜어져 나온 검강이 신서울의 밤하늘을 두 쪽으로 갈라놓았다.
지상의 모든 빌딩들의 유리창이 그 공진 주파수를 견디지 못하고 일제히 박살 나며 모래처럼 쏟아져 내렸다.
진무극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도망칠 곳도 없었다.
타워의 최정상은 이미 두 사람의 격돌 여파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붕괴해 있었다.
"죽어라, 진무극."
마신경(魔神境)의 정점에서 내리꽂히는 일검.
그것은 기계의 계산도, 시스템의 예측도 필요 없는 순수한 참멸(斬滅)의 의지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앙-!
[SYSTEM ALERT: 경고, 코어 출력 한계 초과.]
[경고: 목표 대상의 에너지 반응 소실 중…….]
화려한 섬광과 함께 신서울 상공의 밤하늘이 하얗게 타올랐다.
그리고 그 빛의 중심에서, 절대 무너질 것 같았던 [오리진] 슈트의 장갑이 균열을 일으키며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다.
콰콰콰쾅-!
세상의 모든 소음이 한순간에 지워졌다.
오직 빛과 파괴의 폭풍만이 신서울의 상공을 가득 채우며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오리진] 슈트의 핵심부인 5세대 암흑물질 코어가 진혁의 [파천검강]을 견디지 못하고 내부에서부터 붕괴하기 시작한 것이다.
"크아아아악……!"
진무극의 입에서 흑빛을 띤 선혈이 쏟아져 내렸다.
그토록 오만하게 불멸과 절대의 지배자를 참칭하던 그의 얼굴이 경악과 공포로 일그러졌다.
수많은 초인의 희생과 거대 자본, 그리고 천년 전 천마의 유골 데이터까지 끌어모아 완성한 완벽한 육신과 기갑이 단 한 명의 무인 앞에 무너지고 있었다.
"이럴 리가……! 내가, 내가 바로 새로운 시대의 천마가 될 몸이다……!"
"착각하지 마라."
진혁의 목소리는 지옥의 저승사자처럼 차갑고 무감했다.
"천마란 왕좌에 앉아 남의 힘을 탐하는 자가 아니다. 오직 자신의 힘과 의지로 모든 한계를 짓밟고 일어선 자만이 그 이름을 가질 수 있는 법."
우두둑, 우두둑-!
진혁의 손아귀에 쥐인 칠흑빛 검강이 진무극의 가슴팍을 짓누르던 [오리진] 슈트의 초고밀도 티타늄 합금 장갑을 종이장처럼 찢어발겼다.
그 틈새로 진무극의 심장 부근에 이식되어 있던 프라임 코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파직, 파직직-!
"흡원천공(吸元天功)."
진혁이 낮게 읊조리며 왼손을 뻗어 진무극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순간, 진무극의 코어에 남아 있던 막대한 양의 잔류 암흑물질과 고대 마기 에너지가 격렬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진혁의 손바닥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크아아악! 내, 내 코어가……! 내 힘이……!"
진무극의 몸이 순식간에 말라비틀어지기 시작했다.
수십 년간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기 위해 쌓아 올린 모든 생체 에너지가 역류하여 강진혁의 단전으로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과거였다면 그 폭력적인 에너지의 유입을 버티지 못하고 혈관이 터져 나갔겠지만, 지금의 진혁은 달랐다.
[마신경(魔神境)]의 경지.
만물의 결을 꿰뚫고 체내의 기혈을 자신의 의지만으로 완벽하게 통제하는 절대의 영역에서, 진무극의 에너지는 그저 마침내 완성될 '신천마신공'의 마지막 조각을 채우는 양분에 불과했다.
쿠구구구구궁!
진혁의 단전 안에서 거대한 태풍처럼 요동치던 마기가 한계점을 돌파하며 폭발적으로 팽창했다.
쇄골을 타고 흐르는 은빛 회로와 전신을 감싼 검붉은 마기가 융합하며,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차원의 기운이 진혁의 전신을 휘감았다.
고대 마공과 현대 군사 기술, 그리고 시스템의 족쇄까지 완전히 부수고 태어난 순수한 초월의 무력.
"이게…… 네가 만든 최후의 결말이다."
진혁의 눈동자에 담긴 차가운 살의가 정점에 달했다.
콰앙-!
마지막 남은 에너지가 완전히 흡수된 진무극의 육신은 더 이상 형태를 유지하지 못했다.
팽창을 견디지 못한 [오리진] 슈트가 내부에서부터 연쇄 폭발을 일으켰고, 진무극의 존재는 분자 단위로 잘게 쪼개져 신서울의 밤하늘 속으로 허무하게 흩어졌다.
티타늄 그룹의 절대자.
인류를 통제하고 천마를 참칭하던 거대한 악의 괴물이 완전히 소멸하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진무극의 소멸과 함께, 그가 타워의 최정상과 지하 영맥을 억지로 묶어두었던 제어 장치들이 일제히 기능을 상실했다.
신서울의 상공을 뒤덮고 있던 거대한 타워의 잔해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지상을 향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도할 새는 없었다.
우르릉쾅쾅-!
진무극이 죽음 직전까지 찢어놓았던 하늘의 차원 균열은 오히려 더 거대하게 벌어져 있었다.
그 찢어진 틈새 너머로, 기분 나쁠 정도로 끈적한 붉은빛의 사념체들이 눈을 번뜩이며 이쪽 세계를 향해 전면적인 강하를 시작하고 있었다.
스윽-.
진혁은 무너지는 타워의 잔해 위에서 가볍게 몸을 날렸다.
그의 발끝이 허공을 밟을 때마다 미세한 마기의 파문이 일렁이며 초음속의 추진력을 만들어냈다.
마광신보(魔光神步).
시스템의 계산이나 보조 엔진의 가동 따위는 필요 없었다.
오직 자신의 의지와 육감만으로 허공을 지배하며, 진혁은 차원의 균열을 향해 단신으로 도약했다.
우주적 포식자들.
그 최심부에 도사린 거대한 '상위 사념체(하늘의 주인)'가 진혁을 향해 차가운 시선을 내리꽂았다.
지상의 운명을 가를 최후의 전쟁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