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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270화목차

제270화 3부 피날레 - 시스템을 넘어선 자

콰아아아구궁-!

신서울의 상공을 뒤덮었던 거대한 차원의 틈새가 폭발적인 진동과 함께 일그러졌다.

우주적 포식자들의 선봉대를 단신으로 짓밟아버린 강진혁의 검광은 그야말로 인간의 영역을 아득히 초월한 신(神)의 도끼질과도 같았다.

하지만 잔해 속에서도 악귀처럼 질긴 티타늄 그룹의 자동 방어 시스템은 여전히 작동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치지직- 징징징!

하늘을 가득 메운 수천 대의 티타늄 방어 위성 드론이 일제히 총구를 돌렸다.

그것들은 사령관인 진무극의 뇌파 명령을 마지막까지 수행하려는 잔존 회로들이었다.

― [타겟 락온. 고출력 플라즈마 레이저 포화 개시.]

― [지정 목표물 소멸 프로토콜 강행.]

기계음이 울려 퍼지기 무섭게, 수천 개의 붉은빛 레이저가 허공에 떠 있는 강진혁을 향해 쏟아졌다.

도시 전체를 녹여버릴 수 있는 고열의 에너지 포화.

만약 과거의 강진혁이었다면 단전의 생체 코어 출력을 계산하고, 나노머신의 방어막 수치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눈앞에 반투명한 시스템 HUD 창을 띄웠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강진혁은 달랐다.

“쓸데없는 짓.”

차가운 흑안이 깜빡였다.

시야에는 아무런 창도 떠 있지 않았다.

인공지능의 보조 연산도, 시스템의 경고음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진혁은 온몸으로 대기의 흐름을, 레이저 광선의 미세한 공기 진동을, 그리고 그것이 닿을 궤적을 완벽하게 읽어내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마신경(魔神境)의 정점.

만물의 결을 직관으로 꿰뚫는 ‘진천(眞天)’의 경지였다.

슈우우우-!

강진혁이 가볍게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것은 기계적인 전류가 아니었다.

순수한 내공과 암흑 같은 마기가 융합되어 태어난 묵직한 흑금빛 기운.

‘신천마신공(新天魔神功).’

그것은 누군가 만들어 준 프로토콜이 아니라, 강진혁 자신이 뼛속까지 부딪치며 완성해 낸 오롯한 자신의 무공이었다.

콰아아앙-!

강진혁의 손바닥이 천장을 향해 내리꽂히듯 펼쳐졌다.

순간, 하늘을 뒤덮었던 흑금빛 마강이 폭발적으로 확산하며 비처럼 쏟아졌다.

마강우(魔罡雨).

수천 발의 고열 레이저 포화가 흑금빛 마강의 비와 부딪치는 순간, 기괴한 소리와 함께 광자들이 그대로 산산조각 나며 흩어졌다.

티타늄 그룹의 최첨단 기술력이 응축된 방어 위성 드론들은 강진혁의 마기 앞에 종잇장처럼 무력했다.

파지직- 콰광! 콰구구궁!

연쇄적인 폭발이 신서울 상공을 환하게 밝혔다.

수천 대의 드론이 단 한 번의 마강 비에 격추되어 고철 덩어리로 변해 아래로 추락했다.

지하 잔해 구역에서 그 광경을 올려다보던 윤아영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와…….”

그녀는 눈을 비비적거렸다.

모니터나 데이터 패드 없이, 단지 인간의 육신과 기운만으로 수천 기의 공중 드론을 일격에 궤멸시키는 저 광경은 과학과 기술의 상식을 완전히 박살 내고 있었다.

지상 방어선에서 대검을 쥔 채 거친 숨을 몰아쉬던 송수연 역시 넋을 잃은 표정이었다.

“저게…… 저 남자가 가진 진짜 힘이야.”

“……시스템의 도우미 없이, 오직 스스로의 의지만으로 저 경지에 도달한 거다.”

진세린은 부서진 코어의 통증을 억누르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두려움이 아닌, 경외와 해방감이 동시에 서려 있었다.

아버지 진무극이 수십 년간 쌓아 올린 자본과 기술의 타워는 결국 한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깨달은 위대한 무도 앞에 완전히 무너지고 있었다.

하늘을 가득 채운 불꽃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어둠이 다시 내려앉을 때, 강진혁의 시선은 티타늄 타워의 잔해 아래, 아직 완전히 침묵하지 않은 채 웅크리고 있는 거대한 지하 격실을 향했다.

거기가 진무극이 남긴 최후의 은신처이자, 모든 비극의 발원지였다.

쿵-!

강진혁이 마광신보(魔光神步)를 전개했다.

공간이 찢어지는 듯한 파열음과 함께, 그의 몸이 은빛 잔상을 남기며 단숨에 지면을 향해 내리꽂혔다.

콰아아아앙-!

지하 300미터의 두꺼운 티타늄 합금 격벽이 강진혁의 주먹 앞에 두부처럼 으깨졌다.

시멘트 가루와 불꽃이 튀는 그 중앙으로 강진혁이 사자처럼 걸어 들어갔다.

차가운 공기가 피부를 스쳤다.

그곳은 빛이 닿지 않는 영원한 어둠의 공간.

오직 푸른빛을 발하는 잔류 에너지만이 미세하게 깜빡이는 티타늄 그룹의 극비 연구 시설이었다.

철컥, 촤아악-

강진혁의 부츠가 바닥을 밟을 때마다 메아리가 울렸다.

그의 오른손에 쥐어진 장검에서는 여전히 칠흑빛의 검강이 뱀의 혓바닥처럼 스산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 [……흐흐흐…….]

어둠 속에서 낮고 기괴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이미 소멸했어야 할 진무극의 목소리 잔향인지, 아니면 그가 남겨둔 오토 세이브 프로그램의 사념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강진혁은 멈춰 서지 않았다.

그는 차가운 눈으로 어둠의 중심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끝낼 시간이다.”

목소리에는 일점의 흔들림도 없었다.

시스템이 없어도, 천마 프로토콜의 안내가 없어도 강진혁의 심장은 완벽한 박자로 뛰고 있었다.

단전에서 소용돌이치는 마기는 우주적 포식자들의 사념마저 집어삼킬 만큼 거대하게 팽창해 있었다.

콰구구궁-!

진무극의 최후 은신처로 향하는 마지막 철문이 강진혁의 마강 앞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3부의 피날레를 장식할 최후의 문이 부서지며 그 너머에서 거대한 에너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시스템의 시대가 저물고, 참된 천마(天魔)의 발걸음이 마침내 그 최심부를 향해 온전히 내딛어졌다.

[다음 화 예고]

제271화 4부 개막 - 신천마(新天魔)의 도래

콰아아아구궁-!

지하 최심부로 통하는 거대한 철문이 통째로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안쪽으로 함몰되었다.

시뻘건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어 오르고, 그 불꽃 속에서 걸어 나오는 강진혁의 실루엣은 마치 지옥의 심판관을 연상시킬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비릿한 오존 냄새와 함께 썩은 피 냄새가 진동했다.

강진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걸음을 멈췄다.

철문 너머에 펼쳐진 공간은 연구실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제단에 가까웠다.

사방의 벽에는 수백 개의 생체 파이프가 흉측하게 얽혀 있었고, 그 파이프들은 중앙을 향해 일제히 맥박치듯 붉은 액체를 뿜어내고 있었다.

중앙에 놓인 것은 거대한 흑요석 관.

그리고 그 관의 표면에는 1,000년 전 마교의 유물에서 채취했다는 고대 문자와 최첨단 나노 회로가 기괴하게 융합된 주술적 기하학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치지직…… 지지직……!

관의 뚜껑이 절그덕거리며 서서히 위로 밀려 올라갔다.

그 틈새로 뿜어져 나오는 것은 단순한 냉기가 아니었다.

주변의 빛을 집어삼킬 듯한 칠흑빛 암흑물질의 잔류 기운. 그것은 우주적 포식자의 사념과 고대 마교의 원시 마기가 뒤섞인,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될 탁한 마기(魔氣)의 폭풍이었다.

“……크큭…… 큭큭큭…….”

관 안에서 비틀거리며 상체를 일으키는 자가 있었다.

옷가지가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있고 온몸의 피부는 반투명한 나노 회로와 융합되어 기괴한 은빛 격자무늬를 드러내고 있는 사내.

진무극이었다.

그의 본체는 이미 앞선 격전에서 소멸했으나, 이 지하 제단에 심어둔 백업 디스크와 5세대 프라임 코어의 잔여 에너지가 강제적으로 그의 육신을 꿰매어 놓은 상태였다.

그의 두 눈은 은빛으로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 [강…… 진혁…….]

진무극의 입술이 달싹였다.

목소리는 기계음과 그의 원래 목소리가 겹쳐져 귀를 찢듯 불쾌한 파열음을 냈다.

― [네가…… 어떻게 내 위성 드론을 격파했는지…… 어떻게 그 완벽한 계산을 무시했는지 궁금하겠지…….]

“궁금하지 않다.”

강진혁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그는 진무극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바닥에 흩어진 파편들이 강진혁의 발걸음 소리에 맞춰 미세하게 진동했다.

“네가 무슨 유언을 남기든, 네가 만든 판은 이미 끝났으니까.”

― [오만방자한 놈……!]

진무극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의 등 뒤로 연결되어 있던 수백 개의 생체 파이프가 일제히 터져 나갔다.

파이프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액체와 암흑물질이 진무극의 육신을 중심기로 삼아 엄청난 속도로 응축되기 시작했다.

우두두두둑-!

뼈가 부러지고 재조합되는 기괴한 소리와 함께 진무극의 몸집이 순식간에 두 배로 불어났다.

그의 전신을 감싸는 것은 더 이상 일반적인 수트가 아니었다.

티타늄 그룹이 보유한 전 자본, 전 지구적 기술력, 그리고 고대 천마의 심장 세포를 강제로 융합하여 만든 궁극의 외골격.

[오리진 풀 아머드 (Origin Full-Armored)] 형태였다.

슈우우웅-!

진무극의 가슴팍에 박힌 5세대 프라임 코어가 32,000 MW의 출력을 돌파하며 푸른빛에서 핏빛으로 변해갔다.

공간이 찢어질 듯한 고주파음이 제단 전체를 뒤흔들었다.

방어벽이 저절로 찌그러지고, 바닥의 흑요석이 압력에 못 이겨 가루로 부서졌다.

― [보아라, 진혁아! 이것이 인류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힘의 정점이다! 자본이 만들고, 과학이 증명하고, 마공이 완성한 불멸의 육체! 너는 단지 그 위대한 그릇에 불과했어!]

진무극이 포효하듯 외치며 거대한 철갑 주먹을 치켜들었다.

그의 주먹 주위로 중력이 왜곡되며 시공간이 일그러지는 암흑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3만 2천 메가와트의 출력이 실린 일격.

만약 신서울 상공에 이 정도의 에너지가 폭발했다면 도시의 절반이 지도에서 지워졌을 터였다.

하지만 강진혁은 도망치지 않았다.

그는 눈을 감지 않았다.

시야 구석에 떠오르던 시스템 HUD 창도, 인공지능의 경고음도 없었지만 강진혁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진무극의 움직임을 꿰뚫고 있었다.

‘그릇?’

강진혁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말려 올라갔다.

그것은 비웃음이 아니었다.

만물의 진리를 깨달은 자만이 지을 수 있는, 완벽한 초월의 미소였다.

“착각하지 마라, 진무극.”

푸스스-

강진혁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흑금빛 마강이 역류하듯 그의 단전으로 빨려 들어갔다.

요란하던 기운의 소용돌이가 거짓말처럼 뚝 끊어졌다.

그것은 힘의 소실이 아니었다.

모든 에너지를 단 한 점, 칼끝에 담기 위한 극도의 압축이었다.

“네가 준 것은 규격화된 기술의 조각에 불과하다.”

슈아아아아-!

강진혁이 오른손에 쥐어진 장검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칠흑빛 검강이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길게 뻗어나가며 지하 제단의 천장을 뚫고 지상으로까지 치솟았다.

“그걸 무공으로 빚어낸 건…… 오직 나다.”

콰아아앙-!

강진혁이 발을 구르는 순간, 지하 300미터의 마혈 전체가 반 토막으로 갈라졌다.

마광신보의 극의.

빛보다 빠르게 공간을 도약한 강진혁의 검이 진무극의 거대한 오리진 수트를 향해 내리꽂혔다.

― [큭……?!]

진무극의 눈에 경악이 서렸다.

그의 3만 MW급 암흑물질 포격이 강진혁의 검끝에 닿는 순간, 거짓말처럼 썰물처럼 밀려 나갔다.

강진혁의 손에서 발동된 [흡원천공(吸元天功)]이 진무극의 코어 출력을 통째로 빨아들이며 그 회로를 내부에서부터 역류시킨 까닭이었다.

꾸드득, 쿠구구구궁-!

“만상귀일(萬象歸一).”

강진혁의 나지막한 음성이 제단의 공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우주적 포식자의 사념도, 티타늄 그룹의 자본도, 1,000년 전 마교의 마기도 모두 강진혁의 검끝으로 수렴했다.

천지와 만물의 기운이 단 하나의 점으로 압축되는 절대의 영역.

이어지는 강진혁의 손짓은 군더더기 하나 없이 간결했다.

“신천마신공(新天魔神功) 제13식.”

파천검강(破天劍罡)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아아아아-!

칠흑빛 뇌전과 마강이 결합된 검광은 진무극의 오리진 풀 아머드 수트를 정중앙에서부터 두 쪽으로 갈라놓았다.

방어막이 깨지는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분자 단위로 결합되었던 티타늄-탄소 분자 구조가 통째로 증발해 버렸기 때문이다.

― [크…… 아아아아악……!]

진무극의 비명이 허공에 흩어졌다.

그의 가슴팍에 박혀 있던 5세대 프라임 코어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코어 내부의 암흑물질이 제어 불능 상태로 폭주하며 진무극의 육신을 안팎으로 찢어발겼다.

빛과 어둠이 뒤섞인 대폭발이 지하 제단을 집어삼켰다.

콰광- 콰구구구구궁-!

지하 300미터의 공간이 완전히 붕괴하며 거대한 지진파가 신서울 전체를 뒤흔들었다.

티타늄 그룹의 본사가 있던 자리에서부터 지면이 거대하게 침하하며 먼지구름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멀리 떨어진 잔해 위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윤아영이 숨을 멈추었다.

진세린은 무너져 내리는 타워를 바라보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송수연은 입술을 깨물며 검을 땅에 짚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

먼지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무너진 제단의 잔해 속에서 한 줄기의 빛이 내리쬐었다.

그 중심에 강진혁이 서 있었다.

그의 옷자락은 조금 흐트러졌을망정 숨소리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오직 자력으로 모든 것을 짓밟고 일어선 인간.

시스템의 그늘도, 거대 자본의 굴레도, 핏줄의 족쇄도 완전히 벗어던진 채 스스로의 힘으로 진정한 천마(天魔)의 경지에 도달한 자.

강진혁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비가 갠 뒤의 맑고 푸른 새벽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신서울 상공의 찢어진 차원 틈새 너머로 여전히 기괴한 붉은 눈동자들을 번뜩이며 그를 주시하고 있는 우주적 포식자들의 본대가 아득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진무극은 쓰러졌으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지상의 왕을 벤 천마는 이제 더 높은 곳, 하늘의 주인을 베기 위해 다시 한번 검을 고쳐 쥐었다.

치이익-

장검의 끝에서 흩어지는 칠흑빛 마기가 새벽의 서늘한 공기 속으로 스며들며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조용히 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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