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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266화목차

제266화 만법귀마의 대군벌 제압

지하 300미터, 빛조차 닿지 않는 '마혈(魔穴)'의 공기는 무겁고 탁했다.

크르르릉―!

사이버 신마교의 잔당들이란 자들이 내지르는 짐승 같은 울음소리가 어둠 속에서 메아리쳤다.

인간의 형상을 벗어난 채, 티타늄 그룹의 불법 생체 코어와 고대 마교의 이단적 비법으로 엮인 개조 마인 수백 기가 강진혁을 에워싸고 있었다.

그들의 몸을 감싼 사이보그 의수와 혈관 사이로는 시뻘건 암흑물질의 잔재가 역겨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강진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크아아악!"

선두에 선 거구의 개조 마인이 플라즈마 블레이드를 치켜들며 사출되어 왔다.

그의 출력은 1만 MW를 상회했다. 현대의 기준이라면 전차 중대 하나를 혼자서 초토화하고도 남을 괴력이다.

시스템의 보조 HUD도, 인공지능의 연산창도 그의 시야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직관.

만물의 결을 꿰뚫는 마신경(魔神境)의 안목만이 있을 뿐이었다.

둥—, 둥—.

진혁의 심장 박동 소리가 대기의 진동과 완벽하게 공조했다.

그의 흑안(黑眼)이 거구의 개조 마인을 향했다.

마인의 신체 내부에 흐르는 인공 혈맥, 그리고 억지로 이식된 단전의 기혈 흐름이 진혁의 뇌리에 투명하게 비쳐 보였다.

‘엉성하군.’

기술로 도배한 역겨운 가짜 힘.

기혈의 순환은 거칠고, 인공 코어의 박동은 심장과 따로 놀고 있었다.

저런 허술한 구조라면, 굳이 검을 뽑을 필요조차 없었다.

진혁이 가볍게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 콰구구구궁!

진혁의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온 칠흑빛 마기(魔氣)가 허공을 거미줄처럼 뒤덮었다.

만법귀마(萬法歸魔).

적의 기술과 기혈의 공진 주파수를 파악하여, 그 내부의 회로와 맥을 동시에 교란하고 파괴하는 절대의 기술.

진혁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튕겨 나갔다.

[만법귀마(萬法歸魔) - 파동 공진(波動共振).]

슈우우우― 팟!

대기를 매개로 퍼져 나간 마기의 파동은 시속 음속의 수십 배에 달하는 속도로 개조 마인들의 진영을 휩쓸었다.

그것은 물리적인 충격파가 아니었다.

그들의 몸속에 박힌 코어의 주파수와 정확히 맞물려, 공명을 일으키는 주파수의 저주였다.

"끄아아아아……!"

선두에서 달려오던 거구의 개조 마인이 갑자기 허공에서 멈춰 섰다.

그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몸 안에서 윙윙거리며 돌아가던 5세대 생체 코어가 역회전하기 시작했다.

투두둑! 콰아아앙!

"크윽……? 내, 내 안의 코어가……!"

"몸이……! 혈맥이 찢어진다……!"

수백 명의 개조 마인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피를 뿜어냈다.

진혁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방사한 만법귀마의 파동이 그들의 인공 혈맥과 단전을 사정없이 난타한 것이다.

외부의 방어막이나 나노 장갑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적의 기술 그 자체를 역이용해 내부에서부터 붕괴시키는 원리였으니까.

콰광! 쿠구구구궁!

연쇄적인 폭발이 지하 300미터의 공간을 가득 메웠다.

단 한 합.

진혁이 마기를 흩뿌린 지 불과 3초도 지나지 않아, 수백 기의 정예 개조 마인들이 전원 바닥에 고꾸라졌다.

그들의 눈과 코, 귀에서는 시뻘건 피가 흘러내렸고, 가슴팍에 박힌 코어는 완전히 타버려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전투는 끝났다.

살육이라 부르기에도 민망한,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푸우우……."

진혁이 가벼운 숨을 내쉬었다.

그의 호흡 한 번에 주변에 떠돌던 잔류 마기와 적들이 흘린 미세한 에너지 입자들이 빨려 들어오듯 모여들었다.

[흡원천공(吸元天功).]

자연스럽게 작동된 흡원천공이 쓰러진 마인들의 단전에서 새어 나오는 잔류 에너지를 남김없이 흡수해 진혁의 단전을 채웠다.

사라진 체력과 마기가 순식간에 회복되며, 온몸의 세포가 더욱 단단하게 뭉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괴물……."

뒤따라오던 송수연이 그 광경을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는 저항군 '니르바나'를 이끌며 수많은 전투를 겪어왔지만, 이토록 압도적인 광경은 본 적이 없었다.

검을 휘두르지도 않았다.

단지 손가락 하나 까딱했을 뿐인데, 티타늄 그룹이 숨겨둔 최정예 생체 병기들이 일순간에 먼지가 되어 쓰러졌다.

진세린 역시 멍한 눈으로 진혁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죽었다.

진무극이 남긴 거대한 제국은 무너졌고, 이제 남은 것은 지하에 숨겨진 비밀들과……

그리고 머리 위, 지구를 삼키려 드는 차원 침공군의 거대한 그림자뿐이었다.

"진혁 씨."

진세린이 비틀거리는 다리로 다가오며 입을 열았다.

그녀의 가슴께에서는 진혁의 마기 장향 덕분에 새롭게 개방된 단전이 뜨겁게 고동치고 있었다.

통증은 극심했지만,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힘이 몸속을 순환하는 것이 느껴졌다.

"앞에 반응이 있어. 중앙 제어탑이야."

진세린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마혈의 가장 깊은 곳, 거대한 흑요석 석탑이 부서진 잔해 사이에 박혀 있는 철제 콘솔이었다.

그곳은 사이버 신마교의 중앙 제어탑이자, 티타늄 그룹의 극비 데이터가 보관된 서버 룸이었다.

진혁은 말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의 군홧발이 피와 파편이 나뒹구는 바닥을 밟을 때마다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척, 척, 척.

진혁의 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이미 시스템의 그늘을 벗어난 그의 직관은 이 지하 최심부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지직…… 치익…….

중앙 제어탑의 대형 홀로그램 스크린이 진혁의 접근을 감지하고 저절로 켜졌다.

전력은 이미 상당 부분 차단되어 있었지만, 예비 전력으로 돌아가는 비상 시스템이 작동한 모양이었다.

[SYSTEM ALERT: 로컬 데이터베이스 접속 시도.]

[권한 인증: 마기(魔氣) 시그니처 확인.]

[대상: 실험체 07호 / 강진혁.]

스크린에 붉은색 글자가 떠올랐다.

윤아영이 뒤늦게 뛰어와 그 홀로그램을 확인하더니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잠깐만요, 진혁 씨! 이거 방화벽이 엄청납니다. 티타늄 그룹의 메인 서버와는 완전히 분리된…… 고대의 암호화 코드가 걸려 있어요. 일반적인 해킹으로는 접근 불가능해요."

하지만 진혁은 윤아영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손을 뻗어 콘솔의 메인 단자에 그대로 손바닥을 갖다 대었다.

"아영아. 해킹은 필요 없다."

진혁의 중저음 목소리가 울렸다.

그의 손끝에서 칠흑빛 마기가 스파크처럼 튀어 올랐다.

만법귀마의 원리를 응용해, 기계 장치의 전력 회로와 데이터 신호에 직접 마기를 주입하는 행위였다.

기계와 무공의 융합.

그것은 프로토콜이 가르쳐 준 것이 아니었다.

진혁 자신이 직접 깨달은 신천마신공의 응용법이었다.

지직- 파지지직!

"크윽……!"

단자에 닿은 진혁의 손끝에서 푸른색 스파크와 칠흑빛 마기가 충돌하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단 1초, 2초……

찰나의 침묵 끝에, 중앙 제어탑의 메인 스크린이 완전히 푸른색에서 핏빛 붉은색으로 변환되었다.

[인증 완료.]

[최상위 마스터 키(Master Key) 개방.]

[프로젝트 코드 네임: '천마(天魔) 리비전'의 모든 기록을 출력합니다.]

화면이 순식간에 바뀌며 수많은 데이터 파일과 영상, 그리고 유전자 서열 분석표가 쏟아져 나왔다.

그것은 티타늄 그룹이 지난 수십 년간 숨겨왔던 가장 추악하고 거대한 진실의 서막이었다.

"이게…… 뭐지?"

뒤에서 다가와 화면을 보던 송수연이 숨을 들이켰다.

스크린에 나타난 것은 낯익은 유전자 염기 서열과, 1,000년 전 마교의 유골에서 채취했다는 고대 천마의 혈통 데이터였다.

그리고 그 두 개의 데이터가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그래프가 화면 중앙에 큼지막하게 떠올랐다.

진혁의 눈동자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스크린 상단에 적힌 파일 명칭이 그의 흑안에 선명하게 박혔다.

[대상: 강진혁 (실험체 07호)]

[분류: 천마(天魔) 직계 방계 혈족의 최종 후손]

[특이사항: 납치 및 생체 실험 경위서]

진혁의 입술이 가볍게 일그러졌다.

단순한 무연고 슬럼가 고아가 아니었다.

자신이 이 지옥 같은 티타늄 그룹의 실험체로 끌려들어 온 이유, 그리고 진무극이 유독 자신에게 '천마 프로토콜'을 강제로 이식하려 했던 진짜 이유가 그 데이터 속에 낱낱이 기록되어 있었다.

"흐음."

진혁의 입에서 나지막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분노나 슬픔 따위는 없었다.

오직 모든 조각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한 차가운 깨달음만이 그의 내면을 채웠다.

그 순간, 중앙 제어탑의 가장 안쪽 서버실에서 낡은 음성 기록 하나가 자동으로 재생되기 시작했다.

과거 진무극이 직접 녹음했던 것으로 보이는 늙고도 오만한 목소리가 마혈의 어둠 속으로 울려 퍼졌다.

『……찾았다. 마침내 찾아냈어. 1,000년 전 그 괴물이 남긴 피의 잔재를. 그릇은 이미 준비되었다. 남은 것은…… 그 녀석의 손으로 이 지옥을 완성하는 것뿐이다.』

치직, 지직—!

음성 기록이 끝나고, 화면은 지하 최심부의 또 다른 문을 가리켰다.

그곳은 티타늄 타워의 잔해도, 마교의 유적도 아닌…… 지구의 핵에 가까운 가장 깊은 지층으로 이어지는 낡은 철문이었다.

철문 너머에서, 인간의 것이 아닌 거대하고 불길한 사념이 웅웅거리며 진혁을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진혁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 철문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 쥐인 칠흑빛 검강이 더욱 진하게 타오르며 허공을 베어냈다.

시스템도, 진무극도 사라진 지금.

이제 남은 것은 과거의 진실을 매듭짓고, 하늘을 뒤덮은 우주적 포식자들의 본대를 향해 검을 겨누는 것뿐이었다.

진혁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철문 뒤편에서 흘러나오는 사념은 단순한 기운의 잔재가 아니었다. 그것은 생명체를 향한 노골적이고도 끈질긴 악의였다. 지구의 지각 깊은 곳, 태고의 마기가 응축되어 있던 마혈의 바닥에는 티타늄 그룹이 숨겨둔 또 하나의 거대한 비밀이 아니라, 1,000년 전 천마가 마주했던 '어떤 존재'의 파편이 뼛속까지 박혀 있었다.

치이익-!

진혁의 군홧발이 콘크리트 바닥을 짓밟을 때마다 미세한 마기가 지면으로 스며들며 낡은 철문을 압박했다.

철문 표면에 새겨진 고대 마교의 봉인 문양이 진혁의 마기에 반응하여 붉은빛으로 번뜩였다.

"진혁 씨, 저 문 너머는……!"

윤아영이 급하게 단말기를 두드리며 경고음을 울렸다.

"에너지 파장이 비정상적이에요! 지하 300미터가 아니라, 이건 지하 수 킬로미터 아래의 지맥과 연결되어 있어요. 만약 저 문을 강제로 열면……!"

"열리지 않으면 부수면 된다."

진혁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아영의 말을 잘라먹었다.

더 이상 시스템의 연산이나 확률 계산 따위는 필요 없었다. 마신경의 경지에 오른 진혁에게는 저 문 너머에서 꿈틀거리는 사념의 본질이 이미 훤히 들여다보이고 있었으니까.

티타늄 그룹이 1,000년 전 천마의 유골과 마교의 비급을 발굴했을 때, 그들은 단순히 무공의 비법을 얻은 것이 아니었다. 천마가 목숨을 바쳐 봉인하려 했던 차원의 경계, 그 틈새로 흘러들어 온 우주적 포식자의 의식을 현대의 기술과 융합하려 했다.

진무극이 꿈꿨던 불멸의 천마란, 결국 외계의 사념에 육체를 내어준 괴물 인형에 불과했던 것이다.

‘어리석은 늙은이.’

진혁은 속으로 진무극을 조소했다.

자신의 피와 육체가 천마의 직계 방계 혈족이라는 사실도 그 퍼즐의 마지막 조각에 불과했다. 자본과 기술, 그리고 혈통 따위로 도달할 수 있는 힘의 한계는 정해져 있다. 진정한 초월은 그 모든 조건을 부수고 스스로의 의지로 진리를 개척하는 데에만 존재한다.

쾅!

진혁이 가볍게 검을 치켜들자마자 칠흑빛 검강이 철문을 강타했다.

소리 없는 충격파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수십 톤짜리 티타늄 합금 철문이 종잇장처럼 구겨져 안쪽으로 박살 났다.

콰구구구궁―!

철문이 무너진 그곳은 거대한 지하 공동(空洞)이었다.

그 중앙에는 푸른색 전자기술과 붉은색 고대 마기가 기괴하게 얽혀 있는 거대한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것은 지구 전체의 에너지를 빨아들여 상공의 차원 틈새를 유지하는 '초대형 안테나'이자, 우주적 포식자들의 본대를 강림시키기 위한 전초기지였다.

그리고 그 장치의 중심부에는 수만 개의 붉은 눈동자를 깜빡이는 거대한 사념체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크아아아…… 인간…….]

기괴한 목소리가 공간의 진동을 타고 진혁의 뇌리에 직접 박혀들었다.

언어가 아니었다. 그것은 영혼을 갉아먹는 순수한 공포의 주파수였다.

뒤따라 들어온 송수연과 진세린은 그 사념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아 피를 토했다.

"크윽…… 머리가……!"

"이런 미친…… 기운만으로 사람을 질식시킬 셈인가!"

윤아영 역시 코피를 흘리며 단말기를 붙잡고 버텨보려 했지만, 사념의 파동 앞에 시스템은 완전히 먹통이 되었다.

오직 강진혁만이 그 압도적인 사념의 폭풍 속에서 당당히 허리를 펴고 서 있었다.

그의 흑안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은 채, 저 멀리 거대한 사념체를 응시했다.

"시끄럽군."

진혁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검을 들어 올렸다.

사마귀가 대를 잡으려 하듯, 하찮은 벌레 무리가 우주를 향해 기어오른다고 생각했는가.

착각도 자유였다.

그들이 어떤 차원에서 날아왔든, 지금 이 땅의 주인이 누구인지 똑똑히 가르쳐 줄 차례였다.

[신천마신공(新天魔神功) - 제12식 만상귀일(萬象歸一).]

진혁의 단전에서 폭발적인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단순히 내공의 출력이 아니었다. 대기 중에 떠돌던 모든 마기와 지하 300미터의 지맥,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바람의 결까지 진혁의 검 끝으로 일제히 빨려 들어갔다.

우주의 사념체가 놀란 듯 수만 개의 붉은 눈동자를 일제히 번뜩였다.

[이 힘은…… 설마, 그 녀석의……!]

"알아본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진혁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말려 올라갔다.

[제13식 파천검강(破天劍罡).]

콰르릉― 쾅!

칠흑빛 뇌전과 마강이 결합한 절대의 검강이 공간을 두 쪽으로 갈라놓으며 지하 공동을 백색의 섬광으로 물들였다.

그것은 단순히 지하의 기계를 부수는 것이 아니었다. 차원 틈새 너머에서 지구를 노려보던 우주적 포식자의 본질을 직접 겨누는 참극의 일격이었다.

지하 공동이 무너지고, 신서울의 밤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검광이 지면을 뚫고 솟구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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