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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256화목차

제256화 나노마강(魔剛)의 충돌

콰아아아앙——!

세상의 모든 소음이 단 하나의 폭음으로 수렴했다.

신서울 티타늄 타워 120층, 사방을 둘러싸고 있던 강화 방탄 돔의 잔해가 단숨에 비산했다. 억센 밤바람이 타워 내부로 들이치며 흩어진 철판과 파편들을 허공으로 밀어 올렸다.

그 파멸의 폭풍 속에서, 두 개의 태양이 충돌하고 있었다.

하나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타오르는 거무스름한 암흑 에너지. 티타늄 그룹 회장 진무극이 자신의 심장에 박아 넣은 5세대 암흑물질 코어와 고대 천마의 심장 세포가 뿜어내는 마기(魔氣)의 극치였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 어둠을 찢어발기듯 뿜어져 나오는 검붉은 광채. 시스템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도, 인공지능의 연산 보조도 없이 오직 육신의 직관과 뼛속까지 벼려낸 내력만으로 피어오른 강진혁의 [천뢰마강(天雷魔剛)]이었다.

"크하하하……! 진혁아, 네가 아무리 발버둥 친들 그건 내가 설계한 틀 안의 무용지물일 뿐이다!"

진무극의 입술 사이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그의 온몸을 감싼 [오리진] 수트의 표면은 이미 한계 출력을 넘어선 지 오래였다. 3만 2,000 MW에 달하는 암흑물질의 출력이 살갗을 찢고 터져 나와 사방으로 마기의 폭풍을 흩뿌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동자에는 광기 어린 환희가 서려 있었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육체, 마기와 기술의 완벽한 융합. 진무극은 그것이 자신이 손에 넣어야 할 진정한 '천마의 그릇'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파지지직! 콰지지직!

두 사람의 무기가 부딪치는 지점마다 공간이 뒤틀렸다. 검강과 마강이 부딪칠 때마다 생겨난 공진 파동이 타워의 철골 구조물을 두부처럼 썰어 나갔다.

진혁은 말없이 검을 틀어쥐었다.

그의 손바닥을 타고 흐르는 것은 단순한 내력이 아니었다. 뼛속 깊이 박힌 나노머신과 심장의 단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가 뒤섞여, 일찍이 그 어떤 무인도 도달하지 못한 [마신경(魔神境) - 진천(眞天)]의 경지를 이루고 있었다.

'느리다.'

진혁의 눈에 진무극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내려앉았다.

비록 3만 2,000 MW라는 엄청난 출력을 뿜어내고 있으나, 그 에너지는 어디까지나 외부에서 이식된 기계적 동력과 강탈한 유전자의 산물이었다. 진무극의 정신은 그 거대한 출력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고 미세하게 덜덜 떨리고 있었다.

퍼엉!

진혁이 발을 구르자 타워의 바닥이 종잇장처럼 무너져 내렸다.

[마광신보(魔光神步)]의 궤적이 공중을 가로질렀다. 빛보다 빠르게 적의 측면을 파고든 진혁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쿠구구구궁!

"건방진 놈!"

진무극이 핏발 선 눈을 번뜩이며 암흑물질로 응축된 거대한 주먹을 휘둘렀다. 공간 자체가 함몰되는 듯한 중력 붕괴의 압력이 진혁의 전신을 짓눌렀다.

이동하는 공기의 흐름마저 분자 단위로 분쇄하는 일격.

일반적인 초인이라면 그 압력만으로도 혈관이 터져 즉사할 터였다. 그러나 진혁의 눈빛은 흔들림조차 없었다.

"네가 준 것은 기술일 뿐이다."

진혁의 목소리가 폭풍 속에서도 진무극의 고막에 선명하게 박혔다.

"무공은 내가 만든다."

카아아아앙!

[신천마신공 제11식: 천마무상체(天魔無相體)]

진혁의 전신에 어린 검붉은 투기가 폭발적으로 부풀어 올랐다.

진무극의 주먹이 진혁의 어깨를 강타하는 순간, 진혁의 몸은 뒤로 밀려나는 대신 진무극의 에너지를 그대로 흡수하고 분산시키기 시작했다.

[흡원천공(吸元天功)]의 진의가 발동했다.

상대의 공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거부하지 않고, 자신의 기혈 속으로 끌어들여 정제한 뒤 곧바로 반격의 동력으로 치환하는 절대의 기공.

"크윽……?! 내 에너지를…… 흡수한다고?!"

진무극의 얼굴에 경악이 스쳤다.

자신이 쏟아낸 3만 메가와트의 암흑 에너지가 오히려 진혁의 검끝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진혁의 검붉은 마강이 순식간에 눈이 멀 정도로 찬란한 칠흑빛 뇌전으로 변모했다.

지상 수백 미터 상공.

신서울의 화려한 네온사인 야경이 찢겨 나간 타워의 벽면 너머로 아득하게 펼쳐졌다. 그 아래 슬럼가의 폐허와 저항군들의 함성이 들리는 듯했다.

진혁은 검을 들어 올렸다.

그의 머리 위로, 찢겨 나간 차원의 균열 너머에서 쏟아지는 붉은 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신천마신공 제12식: 만상귀일(萬象歸一)]

하늘과 땅, 대기의 나노입자와 흩어진 마기, 그리고 진무극이 쏟아낸 암흑물질의 잔해까지.

세상의 모든 에너지가 진혁의 검끝 한 점으로 빨려 들어갔다.

휘이익——!

세상이 침묵에 빠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완벽한 고요가 찾아왔다.

그 고요를 깨는 것은 오직 진혁의 차가운 흑안뿐이었다.

"끝내라, 진무극."

슈우우우욱—!

눈이 부시도록 검고 붉은 검강이 일직선으로 뻗어 나갔다.

진무극은 다급히 두 팔을 교차하며 오리진 수트의 최대 방어 필드를 전개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빛이 신서울의 밤하늘을 대낮처럼 하얗게 물들였다.

충격파가 타워의 남은 상층부를 완전히 가루로 만들며 사방으로 뻗어 나갔고, 거대한 폭음이 대기를 진동시켰다.

허공에 멈춰 선 진혁의 손끝에서, 검강의 여운이 잔잔한 파문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쿠구구궁——!

대기를 찢어발기던 거대한 폭음이 비로소 사그라졌다.

신서울 티타늄 타워의 120층은 이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거대한 모래성처럼 허물어져 있었다. 사방으로 뻗어 나간 충격파의 여파는 타워 주변의 마천루 유리창을 수만 조각으로 박살 내며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그 파멸의 진원지 한가운데.

진무극의 전신을 감싸고 있던 [오리진] 수트의 표면이 거미줄처럼 갈라져 있었다.

3만 2,000 MW의 출력을 뿜어내며 신서울의 군주를 참칭하던 압도적인 기계 장갑은 이제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수트의 핵심 동력원이던 5세대 암흑물질 코어는 균열을 견디지 못하고 사방으로 불꽃을 튀기며 굉음을 토해냈다.

"크헉…… 크윽……!"

진무극의 입술 사이로 검붉은 핏덩이가 쏟아져 내렸다.

그의 눈동자에 서려 있던 광기 어린 오만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경악과 찢어질 듯한 허탈감만이 가득했다.

자신이 완벽하게 설계한 프로토콜.

고대 천마의 심장 세포와 최첨단 암흑물질 코어의 결합.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절대의 무력으로 신서울을 지배하려 했던 그랜드 플랜이, 단 한 명의 인간 앞에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어째서……."

진무극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두 손을 허공으로 뻗으며 강진혁을 노려보았다.

"어째서 내 완벽한 계산이…… 뼛속까지 내 피조물인 네 놈의 무공 앞에 꺾이는 것인가! 그 힘은 내 코어에서 나온 것이다! 네 단전 역시 내가 만든 프로토콜의 그릇에 불과해!"

진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숨을 몰아쉬는 일조차 없는 고요한 호흡. [마신경(魔神境) - 진천(眞天)]의 경지에 도달한 그의 내력은 이미 외부의 동력 따위에 의존하는 차원을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착각하지 마라."

진혁의 입술이 낮게 울렸다.

그의 손에 쥐인 검끝에서 미세한 흑색 뇌전이 팟, 하고 튀었다.

"네가 쥐어준 것은 규격화된 데이터와 쇠붙이에 불과했다. 나는 그 쓰레기 같은 산물 속에서 오직 내 힘으로 살아남는 법을 깨달았을 뿐이다."

"크하하……! 뻔뻔한 놈!"

진무극이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가슴팍에 박힌 5세대 암흑물질 코어가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 붉은 빛을 강하게 번뜩였다.

코어의 출력이 비정상적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치 주인이 죽으면 이 세상 전체를 함께 동반 자폭시키겠다는 듯, 암흑물질의 불안정한 에너지가 타워의 잔해를 빨아들이며 거대한 블랙홀 같은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나와 함께 죽어라, 진혁아! 이 신서울의 모든 전력과 함께 소멸해라!"

콰구구구궁——!

진무극의 몸이 부풀어 올랐다.

기계와 유전자가 억지로 융합된 육체가 한계 출력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를 일으킨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타워 전체를 날려버릴 자폭의 서곡이었다.

그러나 진혁의 표정은 변함없이 고요했다.

그의 눈동자 속에는 진무극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의 '핵'이 고스란히 비치고 있었다.

'보인다.'

시스템의 HUD가 없어도 상관없었다.

[마신경]의 절대 직관은 만물의 결을 꿰뚫고 있었다.

진무극의 흉부 정중앙.

고대 천마의 심장 세포와 5세대 암흑물질 코어가 결합된 그 지점은 완벽하지 않았다. 인간의 정신력으로 억지로 짓누르고 있던 그 결합 부위는, 진무극이 오만함에 빠져 있던 순간부터 미세한 균열을 품고 있었다.

진혁의 몸이 한 줄기 검붉은 잔상으로 사라졌다.

[마광신보(魔光神步)]

슈우우우욱——!

공간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것 같은 환각이 일어났다.

진무극이 반사적으로 암흑물질의 포격을 흩뿌렸으나, 진혁은 그 폭풍의 결을 읽고 틈새 사이로 미끄러지듯 파고들었다.

"크윽……! 어디를!"

진무극이 거대한 주먹을 휘둘렀지만, 이미 늦었다.

진혁의 검은 이미 진무극의 가슴 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만법귀마(萬法歸魔)."

진혁의 입에서 나지막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와 동시에, 진혁의 검신을 휘감고 있던 흑색 마강이 진무극의 오리진 수트 표면에 닿는 순간 묘한 진동을 일으켰다.

공진 주파수(Resonance Frequency).

상대의 방어 필드와 코어가 뿜어내는 에너지의 파장을 완벽하게 분석하여, 그와 정확히 일치하는 파동을 역이용해 철벽같은 방어를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리는 기예.

파지직— 팟!

"아……."

진무극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자신이 입고 있던 최첨단 오리진 수트의 에너지 방벽이 유리 조각처럼 산산조각 났다. 방어막이 깨어짐과 동시에, 진혁의 검강이 흉부의 살갗을 뚫고 5세대 암흑물질 코어의 정중앙을 관통했다.

터지지 않는 폭발.

대신, 세상의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뚝 끊겼다.

진무극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의 가슴을 뚫고 나온 검끝에서 검붉은 마기가 은은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럴…… 수가…… 내가…… 천마가……."

"천마는 네놈 같은 가짜의 그릇에 담길 수 없다."

진혁이 차갑게 내뱉으며 검을 비틀었다.

쿠구구궁——!

진무극의 흉부 안에서 요동치던 암흑물질 코어가 완벽한 침묵 속에서 사분오오 쪼개졌다. 기계적 동력이 완전히 차단되면서, 진무극의 온몸에 흐르던 붉은 빛이 빠르게 꺼져 갔다.

"크흑…… 흣……."

진무극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눈을 부릅뜬 채 무너져 내리며, 상공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신서울의 상공에는 찢겨 나간 차원의 균열 너머로, 우주적 포식자들의 붉은 눈동자 군단이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너도…… 끝이다…… 저 괴물들을 상대로…… 네가……."

마지막 유언을 끝으로, 진무극의 눈동자에서 빛이 완전히 사라졌다.

세계의 지배자를 자처하며 수많은 인간을 실험체로 소모하던 티타늄 그룹의 회장, 진무극의 최후였다.

쿵.

그의 시신이 타워의 시멘트 바닥 위로 무력하게 쓰러졌다.

진혁은 쓰러진 시신을 내려다보지도 않은 채, 천천히 고개를 들어 상공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이 온통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신서울의 밤하늘을 장식하던 인공 별빛과 마천루의 네온사인은 이미 차원 균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암흑 에너지에 밀려 빛을 잃은 지 오래였다.

슈우우웅——! 콰아아앙!

멀리서 차원 침공군의 선발대인 거대 함선 한 척이 대기권을 뚫고 강하하며 지상의 빌딩을 짓뭉갰다.

비명과 폭음이 신서울 전역에서 메아리쳤다.

타워 잔해 아래서 간신히 몸을 일으킨 윤아영과 송수연, 그리고 진세린이 숨을 몰아쉬며 상공을 올려다보았다. 그들의 얼굴에는 절망과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인간의 기술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외계의 군단.

그 압도적인 폭력 앞에 신서울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바로 그때.

-콰지지직!

폐허가 된 티타늄 타워 120층 최정상, 그 찢겨 나간 철골 구조물 위로 한 채의 인영이 솟구쳤다.

강진혁이었다.

그의 전신을 감싸고 있던 검붉은 마강은 더욱 짙어져 이제는 거대한 검은 깃발처럼 상공의 바람을 가르며 휘날리고 있었다.

그는 두려움 대신, 입꼬리를 미소처럼 비틀었다.

시스템의 그늘에서 벗어나 오직 자신의 힘으로 선 이 절대의 영역.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괴물이라."

진혁의 흑안이 상공을 가득 채운 붉은 눈동자들을 향해 번뜩였다.

"기꺼이 상대해 주마."

진혁이 검자루를 더욱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의 발밑에서 타워의 잔해가 폭발적으로 부서져 내리며, 신천마신공의 새로운 전설을 쓸 최후의 전쟁터로 뛰어오를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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