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2화 가짜와 진짜의 문답
콰아아아아아아―!
신서울의 하층부를 어둡게 덮고 있던 잿빛 구름이 갈가리 찢겨 나갔다.
티타늄 타워 120층, 최고 보안 구역인 ‘프로토콜 제로’의 붕괴된 천장 너머로 드러난 밤하늘은 이미 정상적인 우주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였다.
핏빛으로 일렁이는 거대한 시공간의 균열.
그 기괴하게 찢어진 차원의 틈새 너머에서, 수만 개의 붉은 안구들이 번뜩이며 아래를 굽어보고 있었다.
기계 회로와 기괴한 유기물이 복잡하게 얽혀 만든 차원 침공군의 사념체. 그 존재가 내뿜는 강력한 파장의 영향으로 신서울 전역의 화면과 수신기들이 미친 듯이 전자기적 노이즈를 내뿜으며 발작적인 오작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하하……! 하하하하하!”
광기 어린 웃음소리가 상공의 폭풍우를 뚫고 묵직하게 울려 퍼졌다.
그 비틀린 소리의 주인은 티타늄 그룹의 회장, 진무극이었다.
5세대 암흑물질 코어와 고대 천마의 유골, 그리고 최첨단 나노 생체 수트 [오리진]이 기괴하게 결합한 그의 신체는 이미 삼 장(丈, 약 9m)에 달하는 이형의 마신(魔神)으로 거대화되어 있었다.
검붉은 빛을 띤 암흑물질의 기류가 혈관처럼 전신을 복잡하게 덮고 있었고, 1,000년 전 천마의 척추뼈가 그의 등 뒤에서 거대한 기계 지네의 형태처럼 돋아나 칠흑 같은 마기(魔氣)를 내뿜었다.
진무극은 하늘이 찢어지며 나타난 정체불명의 사념체들을 바라보면서도 두려워하기는커녕, 오만함이 가득 찬 눈빛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천천히 쥐었다 폈다.
“보이느냐, 강진혁! 이것이 바로 무한한 우주의 정수이자 차원의 경계를 부수는 절대적인 힘이다!”
진무극의 목소리는 타워 전역을 흔드는 전자기파와 묵직한 음파 충격으로 동시에 울려 퍼졌다.
그의 흉부에 박힌 5세대 프라임 코어가 미친 듯이 회전하며 상공의 기압을 통째로 찌그러뜨리고 있었다.
“1,000년 전, 천마라 불리던 그 미개한 야만인은 제 내공의 폭주조차 주체하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죽었다! 인간의 육체라는 그릇이 너무나도 작고 보잘것없었기 때문이지! 무공(武功)이란 것은 그 자체로 한계가 명확한 미완성의 학문이었단 말이다!”
진무극이 거대한 검은 개조 의수를 뻗어 강진혁을 향해 찌르듯 가리켰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현대 과학으로 그 치명적인 결함을 완벽히 수정했다! 티타늄의 골격, 암흑물질의 연소 반응, 나노머신의 무한한 재생력, 그리고 고대 마공의 운기 법칙을 데이터화하여 융합한 이 육체야말로 완벽한 천마(天魔)! 신(神)의 영역에 도달한 유일무이한 절대자다!”
진무극의 눈에 깃든 것은 극단적인 기술 전능주의와 탐욕이 만들어낸 거대한 광기였다.
그에게 있어 무도란 단지 효율적인 에너지 투사 연산식에 불과했고, 인간의 정신과 혈통은 데이터로 치환할 수 있는 재료에 불과했다.
그는 강진혁을 내려다보며 핏빛 칠흑의 눈동자를 번뜩였다.
“너는 그저 내가 만든 수많은 배양액 속에서 살아남은 불량 품종, 실험체 07호에 불과하다. 네가 겪은 고통, 네가 스스로 깨달았다고 착각하는 그 무공조차 결국 내가 설계한 ‘천마 프로토콜’이라는 연산 궤도 안에서 굴러간 톱니바퀴일 뿐이야!”
천장이 날아간 120층 바닥.
강진혁이 펼쳐 둔 마기 장벽(魔氣 障壁) 안에서 겨우 숨을 헐떡이던 진세린은 진무극이 내뿜는 기형적인 위압감에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회장님…… 아니, 진무극. 저것이 아버지가 그토록 도달하고자 했던 궁극의 형태란 말인가?’
진세린은 자신의 심장에서 적출당한 생체 코어의 빈자리를 손으로 짓눌렀다.
진무극이 내뿜는 파괴적인 에너지는 티타늄 그룹이 지난 수십 년간 끌어모은 모든 군사 기술과 자본, 그리고 수만 명의 생체 실험체를 희생시켜 얻어낸 결합체였다.
그 출력은 이미 현대 과학이 규정한 SSS급 초인의 범주를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가공할 만한 마신의 형상 앞에서도, 강진혁의 눈동자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차갑다 못해 냉정하게 침착한 칠흑의 눈동자.
시스템의 HUD 시야를 완벽히 꺼버린 강진혁의 영안(靈眼)에는, 진무극의 화려하고 거대한 외형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강진혁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하나였다.
진무극의 몸통 중앙에서 미친 듯이 불협화음을 내며 삐걱거리는 연산 회로와, 고대 천마의 유골에서 억지로 끄집어낸 마기가 암흑물질 동력과 충돌하며 발생하는 거대한 기혈의 균열.
“완전한 천마……?”
강진혁의 입술 사이로 차가운 조소 같은 음성이 새어 나왔다.
그것은 비웃음조차 아니었다. 그저 무가치한 쓰레기를 바라보는 무감각한 평가에 가까웠다.
강진혁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가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발밑의 구겨진 티타늄 바닥재가 마기의 중력장에 눌려 먼지로 바스러졌다.
“타인의 뼈를 파헤치고, 시스템이라는 도구에 지배당하며, 자본으로 사들인 고철 덩어리로 몸을 채운 놈이…… 스스로를 천마라 부르는가.”
강진혁의 목소리가 낮게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는 진무극처럼 물리적인 음파나 전자기파를 동원하지 않았음에도, 120층 공간 전체를 지배하는 묵직한 심법(心法)의 의지로 뿜어져 나왔다.
“너는 무도가가 아니다, 진무극.”
강진혁의 오른손이 검자루를 향해 내려갔다.
그의 단전 깊은 곳, 시스템의 보조가 완전히 끊긴 자리에서 오직 강진혁 스스로의 의지와 피와 땀으로 일궈낸 [마신경(魔神境) - 진천(眞天)]의 내력이 용트림치기 시작했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나노머신들은 더 이상 외부 프로그램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지 않았다.
강진혁의 의념(意念) 하나에 동기화된 미세기계들은 마기와 완벽히 한 덩어리가 되어, 세포 하나하나를 고대의 정수이자 현대의 어떤 금속보다 강인한 무도(武道)의 육체로 재구성하고 있었다.
“힘은 타고나는 핏줄에서 오는 것도 아니고, 네놈이 쳐바른 돈과 기술에서 오는 것도 아니다. 진정한 초월이란, 지옥 같은 역경 속에서 스스로를 깎아내며 자신만의 진리를 완성하는 것에 있다.”
강진혁이 진무극의 거대한 이형의 육체를 직시했다.
“너는 그저 남의 힘을 훔쳐 몸집만 부풀린 가짜다. 시스템의 껍데기에 기생하는 거대한 파리에 불과해.”
“……뭐라?”
진무극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완전한 신이 되었다고 믿었던 자신에게 던져진 단어. ‘가짜’, 그리고 ‘파리’.
“이놈이…… 감히 오만하게!”
콰르르르릉!
진무극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 암흑물질 플라즈마가 천장을 뚫고 하늘로 치솟았다.
그의 흉부 코어 출력이 폭발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WARNING: 흉부 프라임 코어 출력 오버클럭!]
[에너지 출력: 15,000 MW…… 22,000 MW…… 30,000 MW 돌파!]
진무극의 시야를 덮은 고유 시스템 UI에 붉은 경고창이 수십 개씩 떠올랐으나, 진무극은 그것을 억지로 짓눌렀다.
“내가 가짜라고? 내가 만들고, 내가 구축한 시스템 위에서 겨우 목숨을 연명했던 벌레 같은 놈이! 네놈이 익힌 무공의 근본이 어디서 왔는지 잊었느냐!”
진무극이 거대한 마수를 내지르자, 허공에서 십여 개가 넘는 암흑물질 붕괴 구체가 형성되었다.
공간을 왜곡시키며 빛마저 흡수하는 극도의 고밀도 에너지체.
그것은 현대 군사기술의 최첨단 입자 병기와 고대 마공의 [마광포(魔光砲)]가 결합된, 단 한 방으로 도시 한 구역을 지도에서 지워버릴 수 있는 멸절의 무력이었다.
“죽어라, 강진혁! 네놈의 그 오만한 눈알을 꺼내어 내 코어의 재료로 삼아주마!”
쿠아아아아아아―!
십여 개의 암흑물질 구체가 일제히 강진혁을 향해 쏘아져 들어갔다.
대기가 비명을 지르고, 공간 자체가 비틀리며 생긴 충격파가 타워의 남은 골조를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그 압도적인 파괴의 궤적을 바라보며, 강진혁은 천천히 숨을 마셨다.
‘분석(Analysis) 따위는 필요 없다.’
과거의 강진혁이라면 인공지능 설화의 연산 결과를 기다렸을 것이다. 적의 에너지 출력과 궤적, 방어막의 주파수를 데이터로 받아보아야만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의 눈은 이미 공간의 결을 꿰뚫고 있었고, 그의 피부는 대기의 진동을 통해 적의 기혈 흐름과 에너지 파동을 완벽히 읽어내고 있었다.
강진혁의 단전이 역회전했다.
고대 마교 최고의 기공이자, 적의 힘을 강탈하여 자신의 것으로 정제하는 절대의 마공.
[흡원천공(吸元天功)]
강진혁의 전신에서 검은 마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와, 그를 둘러싼 공기 전체를 칠흑의 소용돌이로 바꾸었다.
쇄도해 오던 암흑물질 붕괴 포격들이 강진혁의 마기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었다.
스스스스스쉑!
본래라면 부딪히는 순간 폭발하여 모든 것을 분자 단위로 파괴했어야 할 고에너지 입자들이, 강진혁이 전개한 [흡원천공]의 강렬한 운기 경로에 사로잡혀 갈가리 찢겨 나갔다.
강진혁은 그 괴멸적인 에너지를 튕겨내는 대신, 마기의 톱니바퀴로 그 결을 붕괴시킨 뒤 자신의 단전으로 강제로 끌어당겼다.
“어…… 어떻게 적의 고밀도 에너지 포격을 그대로 정제해 흡수하는 것이냐?!”
진무극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흡원천공]은 적의 내력을 빼앗는 마공이다. 하지만 진무극이 쏜 것은 현대 과학의 정점인 암흑물질 동력 포격이었다! 생체 에너지와는 무관한 물리학적 파괴력을 어떻게 마공으로 받아들인단 말인가!
그러나 강진혁에게 현대 공학의 에너지나 고대 내력이나 본질은 같았다.
만물은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고, 그 에너지를 통제하는 원리를 간파한다면 그것이 플라즈마든, 전기든, 암흑물질이든 간에 마기의 그릇에 담지 못할 까닭이 없었다.
그것이 바로 강진혁이 도달한 [만법귀마(萬法歸魔)]의 진의(眞意).
콰앙! 콰아아앙!
강진혁의 몸을 감싼 흑색 마강(魔剛)이 암흑물질의 파괴력을 순식간에 중화하고, 나노머신의 무기질 재료로 분해하여 자신의 인공근육 섬유에 강제로 주입했다.
[경고! 외계 고농도 동력원 유입!]
[시스템 통제 불능…… 사용자의 자율 의지에 의한 생체 재구성 진행 중!]
강진혁의 시야 구석에서 덧없이 스러져가는 시스템의 경고 문구들이 검게 타버려 사라졌다.
강진혁은 자신 내부로 흘러들어온 암흑물질 에너지를 단 한 방울도 낭비하지 않고, 자신의 검 끝으로 모았다.
팟-!
강진혁의 형상이 허공에서 잔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뭐……?!”
진무극이 반응하기도 전.
[마광신보(魔光神步)]
신경 전달 속도를 아득히 초과한 감각의 보법.
강진혁은 빛을 비껴가는 궤적으로 진무극의 거대한 체구 바로 턱 밑까지 육박해 있었다.
진무극의 눈동자가 강진혁의 차가운 흑안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거리는 불과 1미터.
삼 장이 넘는 거대 마신의 형상을 한 진무극의 시야 아래에서, 강진혁은 작지만 그 무엇보다 단단한 철옹성처럼 서 있었다.
“네놈이 만든 시스템은 훌륭했다, 진무극.”
강진혁의 검에서 내뿜어진 흑색 검강이 진무극의 흉부, 5세대 프라임 코어의 장갑판을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차아아아악!
티타늄 합금과 암흑물질 방어막이 종잇장처럼 베여 나가며 붉은 불꽃을 튀겼다.
“하지만 그것은 나를 강하게 만들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네놈의 얕은 지식으로 쌓아 올린 감옥에 불과했지.”
강진혁의 검 끝이 진무극의 흉부 중앙, 암흑물질 코어의 핵심 핵에 정확히 도달했다.
“나는 그 감옥을 부수고 나왔다. 그런데 너는 아직도 그 감옥의 왕이라고 착각하고 있군.”
“이…… 미친 벌레 놈이!”
진무극이 비명을 지르며 등 뒤의 기계 척추 다리들을 모아 강진혁의 등 뒤를 향해 찔러 넣었다.
천 톤에 달하는 중량과 초고주파 진동이 결합된, 강진혁의 육체를 갈가리 찢어발기기 위한 발악적인 일격이었다.
하지만 강진혁은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신천마신공 제11식: 천마무상체(天魔無相體)]
강진혁의 피부 표면에 도포된 나노머신들과 마기가 유기적으로 반응하며, 쇄도하는 기계 척추 다리들의 충격파를 온몸으로 흡수하고 분산시켰다.
쿠웅-!
강진혁의 등 뒤에서 뼈가 부러지고 인공근육 섬유 수백 가닥이 끊어져 나가는 둔탁한 마찰음이 터져 나왔다.
입가로 검붉은 피 한 줄기가 흘러내렸지만, 강진혁의 검 끝은 단 0.1밀리미터도 흔들리지 않았다.
통증은 그저 신경 회로가 전송하는 전기 신호일 뿐.
자신의 의지를 꺾을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가짜는…… 여기서 꺼져라.”
강진혁의 단전에 모인 암흑물질과 고대 마기, 그리고 신천마신공의 정수가 하나로 융합하여 폭발했다.
[신천마신공 제12식: 만상귀일(萬象歸一)]
스윽.
그것은 소리조차 없는 베기였다.
빛도, 소리도, 대기의 진동조차도 강진혁의 검 끝으로 끌려들어가 소멸했다.
진무극의 흉부를 덮고 있던 [오리진] 수트의 프라임 장갑이 분자 단위로 해체되며, 내부에서 미친 듯이 박동하던 5세대 암흑물질 코어가 노출되었다.
“아…… 안 돼! 내 코어가! 내 불멸이―!”
진무극이 거대한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덮으려 했으나, 강진혁의 흑색 검강은 이미 그 손가락들을 싹둑 잘라내고 코어의 극심(極心)을 깊숙이 꿰뚫은 뒤였다.
쿠콰콰콰콰콰―!
프라임 코어가 비명을 질렀다.
강진혁의 마기가 코어 내부의 암흑물질 연소 제어 칩을 완벽히 파괴하면서, 억눌려 있던 30,000 MW 이상의 초고밀도 에너지가 통제를 잃고 폭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크아아아악! 네놈이…… 네놈이 감히 내 탑을, 내 불멸을!”
진무극의 거대한 몸체 곳곳에서 붉은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그의 흉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암흑물질의 폭주 에너지파가 티타늄 타워 120층 전체를 파괴하며 상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콰르르르르르-!
진무극의 코어가 폭주하며 내뿜은 막대한 파괴 에너지가, 상공에 찢겨 있던 시공간의 균열을 촉매 삼아 신서울 전체의 차원의 벽을 완전히 깨뜨려버렸다.
핏빛으로 일렁이던 차원의 틈새가 수십 배, 수백 배로 거대하게 벌어졌다.
그 균열 너머, 검은 외계의 허공을 채우고 있던 수만 개의 붉은 눈동자들이 마침내 실체를 드러내며 지구의 대기권 안으로 강하하기 시작했다.
도시 크기만한 거대한 이형의 기계 함선 군단.
그들이 내뿜는 차원 진동파가 신서울 전체를 흔들었다.
“하하…… 하하하! 보았느냐, 강진혁!”
흉부가 뚫린 채 파멸해 가던 진무극이, 상공에서 내려오는 멸망의 군단을 바라보며 마지막 광기의 비명을 질렀다.
“네가 나를 부순다 해도…… 이 세계는 끝이다! 차원의 문이 열렸다! 포식자들이 이 땅을 잿더미로 만들 것이다! 너 역시 이 멸망 속에서……!”
“시끄럽다.”
강진혁이 검을 털어내며 진무극의 머리를 향해 검기를 날렸다.
콰창-!
진무극의 거대한 기계 머리통이 반으로 갈라지며, 그 안에 들어있던 마지막 뇌 회로와 생체 코어 잔해가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
신서울의 지배자이자, 강진혁을 수십 번도 넘게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거대 악, 진무극의 영구 소멸이었다.
그러나 쉼은 없었다.
쿠구구구구구―!
진무극이 죽어 넘어진 자리 위로, 하늘을 뒤덮은 차원 침공군의 거대 함선이 붉은색 멸절 레이저의 조준점을 티타늄 타워 120층을 향해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수만 개의 붉은 눈동자가 오직 강진혁 한 사람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지구라는 행성의 고작 작은 도시 하나를 통제하려 했던 인간의 음모가 끝나자, 우주 너머의 진짜 재앙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강진혁은 피 칠갑이 된 전신을 일으켜 세웠다.
등 뒤에서 진세린이 가쁜 숨을 내쉬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타워 하층부에서는 윤아영과 니르바나 저항군이 멸망의 광경에 절망하고 있을 터였다.
강진혁이 피로 물든 검을 고쳐 쥐었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천마의 의지가 칠흑 같은 마강이 되어 다시금 번뜩였다.
“가짜를 치웠으니……”
강진혁이 상공에서 내려오는 거대한 차원 함선을 향해 검 끝을 겨누었다.
“이제 이 땅의 주인이 누구인지, 너희 놈들에게 가르쳐 줄 차례인가.”
새로운 전장이, 신천마(新天魔)의 검 끝에서 다시금 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