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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34화목차

제34화 드론 편대 도살

쿠우우우우―!

구도심 상공을 가득 메운 것은 밤의 어둠이 아니었다.

그것은 티타늄 그룹의 군수 공장에서 사출된 수백 기의 군용 살인 드론, 통칭 '스웜(Swarm)' 편대였다. 적외선 스캐너와 고출력 개틀링 건을 탑재한 강철의 벌레 떼가 신서울 하층가의 찌든 공기를 가르며 강진혁을 향해 쇄도했다.

휘이익— 콰아아앙!

지붕이 무너지고 콘크리트 가루가 폭풍처럼 흩날렸다.

미사일이 폭발한 자리에 거대한 화염의 벽이 피어올랐으나, 그 속에서 튀어나온 것은 흑빛 잔상이었다.

[마광신보(魔光神步) - 극한.]

발밑의 공간이 짓이겨지듯 요동쳤다.

강진혁은 물리적 발판이 없는 허공을 그대로 밟고 솟구쳤다.

단전에서 요동치는 9,600 MW의 마기 코어가 전신을 비등하게 달구고 있었다. 시스템의 인공지능 지원이 차단된 상태임에도, 그의 신체는 이미 완벽한 본능의 영역에서 마기를 운기하고 있었다.

"방해꾼들이 귀찮게 굴군."

진혁의 검은 눈동자가 허공을 메운 드론 떼를 응시했다.

수십 대의 드론이 일제히 총구의 각도를 조절하며 붉은색 레이저 타겟팅 포인트를 진혁의 가슴팍에 찍어 박았다.

타타타타타타타―!

초당 수천 발의 탄환이 쏟아지는 탄막의 방위각.

일반적인 3계급 하층민은 물론이고 2계급의 정예 전투원조차 가루가 되어 사라질 기세였다. 하지만 진혁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챙랑!

손에 쥔 [천마검(프로토 타입)]의 검신이 미세하게 떨렸다.

고주파 공진형 다이아몬드 티타늄 합금으로 주조된 검날을 따라, 짙은 흑자색의 내공이 폭발적으로 압축되었다.

[마검기·개(開).]

지익—!

공기가 비명을 질렀다.

진혁이 허공에서 몸을 한 바퀴 회전하며 검을 횡으로 그었다.

콰아아앙!

검끝에서 뿜어져 나온 거대한 십자 형태의 마검기가 폭풍처럼 뻗어 나가며 전방을 가로막은 드론 편대의 정중앙을 강타했다.

기계의 장갑판이 나이프에 썰린 두부처럼 무력하게 찢겨 나갔고, 연쇄 폭발이 일어난 드론들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공중에서 쇳가루와 불꽃으로 분해되어 비처럼 쏟아졌다.

"크윽……! 저 괴물 자식……!"

지하 통로 입구 쪽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니르바나의 저항군 대원들이 경악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송수연은 거대한 대검을 움켜쥔 채 침을 꼴깍 삼켰다.

"시스템의 보조 없이 저런 출력을 제어한다고? 인간의 몸으로 가능한 영역이 아니야."

"보조 장치 따위에 의존하는 건 약자들이나 하는 짓이다."

진혁은 낙하하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온몸을 두르고 있는 [천마무상체]의 나노 회로가 적들의 잔해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세한 플라즈마 에너지와 고주파 진동 파동을 실시간으로 빨아들이고 있었다.

[흡수율 94.2%.]

[단전 내 마기 밀도 안정화. 출력 유지 9,600 MW.]

시스템의 인터페이스가 시야를 가리지 않았기에, 진혁은 오히려 온전한 자신의 오감으로 세계를 파악하고 있었다.

바람의 결, 대기의 압력, 그리고 멀리 마천루 상층부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을 진무극의 비열한 시선까지도 피부로 느껴지는 듯했다.

삐비비비―!

잔해가 흩날리는 상공에서 또다시 경고음이 울렸다.

방금 전의 스웜 편대는 선발대에 불과했다. 그 뒤편으로 훨씬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티타늄 그룹의 차세대 전투 메카닉, '골리앗-II' 기종 세 대가 중화기를 전개하며 마천루 사이의 골목을 가로막았다.

"대상 확인. 구형 프로토콜 07호의 폭주를 진압한다. 전원 사살 허가."

메카닉 내부의 스피커에서 기계적인 음성이 흘러나왔다.

골리앗-II의 어깨에 장착된 대구경 플라즈마포가 푸른빛의 고열 에너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주변의 공기가 고열에 달궈져 일그러졌다.

진혁은 멈춰 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 광채를 향해 더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

[마광신보(魔光神步).]

그의 잔상이 구도심의 아스팔트 바닥에 검은 균열을 남겼다.

지면을 박차고 오르는 순간, 진혁의 머릿속에는 계산된 궤적이 아니라 한 줄기의 직관만이 스쳐 지나갔다.

'약점은 좌측 관절부의 2번 회로다.'

쿠구구궁―!

골리앗의 플라즈마포가 발사되었다.

도시의 밤을 대낮처럼 밝히는 섬광이 진혁의 잔상을 집어삼켰다. 엄청난 고열이 주변의 철근과 콘크리트를 녹아내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폭염이 걷힌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진혁은 이미 플라즈마의 폭발 반경을 완벽한 타이밍에 회피하며 골리앗-II의 품 안으로 파고들어 있었다.

"크러셔 회로……!"

지익!

진혁의 손에 들린 천마검이 골리앗의 철갑을 그대로 꿰뚫었다.

단순한 물리적 타격이 아니었다. 검신에 실린 흑자색의 마기가 기계의 중앙 프로세서와 나노 회로를 역류하여 파고들었다.

[만법귀마(萬法歸魔).]

기계 공학의 원리와 마공의 상극을 융합한 파괴의 파동.

골리앗-II의 내부에 장착된 고출력 생체 코어가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불꽃을 뿜어냈다.

찌르르릉― 콰아아앙!

첫 번째 골리앗이 내부에서부터 터져 나가며 거대한 고철 덩어리로 변해 주저앉았다.

진혁은 그 폭발의 반동을 이용해 몸을 공중으로 띄우며, 남은 두 대의 골리앗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다음이다."

차갑게 가라앉은 진혁의 눈빛 속에서 살기가 번뜩였다.

신서울의 밤은 깊어 갔고, 티타늄 그룹이 심어놓은 사냥개들은 아직 끝없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진혁의 '신천마신공'을 단련하기 위한 훌륭한 양분에 불과했다.

그가 다음 검을 뽑아 들기 위해 기혈을 끌어올리려는 찰나, 어둠이 깔린 골목의 사각지대에서 은빛으로 빛나는 섬뜩한 쌍도의 진동음이 진혁의 고막을 때렸다.

챙기기기기기―!

지독하게 빠른 속도와 초고주파 진동을 동반한 살기가 진혁의 측면을 무자비하게 후벼 파기 시작했다.

"후훗, 대단하군. 과연 늙은이가 애지중지 키워낸 괴물답다."

어둠을 찢고 나타난 것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으되, 전신에 불법 군용 나노 시술을 과도하게 때려 박아 기괴할 정도로 늘어난 팔다리를 가진 사나이였다.

신마교의 하부 간부이자 티타늄 그룹의 특수 청부업자, '쌍도(雙刀) 바론'.

그의 양손에 쥐어진 초고주파 진동 도검은 초당 5,000회의 공진 주파수를 내뿜으며 주변의 공간마저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지익— 지지직!

공기가 잘려 나가는 비명이 울렸다.

바론의 몸이 [마광신보]를 모방한 듯한 고속 기동으로 잔상을 남기며 진혁의 측면을 파고들었다. 일반적인 초인이라면 눈으로 쫓는 것조차 불가능한 사각(死角)에서의 일격이었다.

하지만 진혁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느리다.'

시스템의 연산 보조가 차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실전과 생사의 갈림길에서 단련된 진혁의 직관은 이미 바론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꿰뚫고 있었다.

바론의 근육 수축 속도, 나노 회로의 과부하 주파수, 그리고 쌍도의 진동 간격까지. 모든 정보가 진혁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리듬'으로 재조립되었다.

챙—!

가볍게 들어 올린 천마검의 검신과 바론의 쌍도가 부딪쳤다.

단순한 물리적 충돌이 아니었다. 바론의 칼날이 내뿜는 초고주파 진동 에너지가 진혁의 검을 타고 밀려들어 오며 손목을 저리게 만들었다.

"크하하! 내 쌍도의 진동 주파수를 맞받아치겠다고? 손목뼈가 가루가 될 거다, 이 애송……!"

바론의 입에서 광기 어린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 웃음은 단 1초도 지나지 않아 경악으로 변했다.

진혁의 단전에서 뿜어져 나온 9,600 MW의 마기가 [천마검]의 회로를 타고 역류했기 때문이다.

바론의 쌍도가 내뿜던 진동 주파수와 정확히 일치하는 상쇄 주파수가 진혁의 검끝에서 공진(共振)을 일으켰다.

찌르르릉―! 쾅!

"크윽……?! 이게 뭐야!"

주파수의 간섭으로 인해 바론의 쌍도가 견디지 못하고 미세하게 균열을 일으켰다.

진동이 역으로 바론의 팔뚝을 타고 올라가며 그의 인공 근육과 신경 회로를 박살 냈다. 팔이 터져 나가며 검붉은 피가 튀었다.

진혁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흡원천공(吸元天功).]

"크아아아악―! 내, 내 코어가……!"

바론의 비명이 구도심의 밤하늘을 찢었다.

진혁의 손바닥과 맞닿은 검의 접점에서 거대한 흡입력이 발생했다. 바론의 단전에 박혀 있던 4세대 생체 코어의 출력과 그가 몸에 두르고 있던 군용 나노머신이 진혁의 혈관을 타고 맹렬한 기세로 빨려 들어왔다.

바론의 거구는 순식간에 수분이 빠져나간 미라처럼 쪼그라들었다.

비명을 지르던 그의 눈동자가 뒤로 넘어가며, 전신을 지탱하던 나노 회로가 기능을 상실하고 툭툭 끊어졌다.

털썩.

시체가 아스팔트 바닥에 나뒹굴었다.

진혁은 바론의 몸에서 흡수한 에너지를 단전으로 가라앉히며 숨을 골랐다.

[단전 내 마기 밀도 상승.]

[생체 코어 출력: 9,850 MW 돌파.]

비록 시스템의 정식 안내 창은 떠오르지 않았으나, 진혁의 의식 속에는 직관적으로 자신의 출력이 한계치를 향해 치닫고 있음이 느껴졌다.

시스템의 도움 없이 온전히 자신의 의지만으로 에너지를 정제하고 운기하는 감각. 그것은 과거 프로토콜의 노예였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진정한 '자유'이자 '힘'이었다.

"진혁 형님!"

그때, 폐공장의 잔해를 뚫고 윤아영이 날렵하게 달려왔다.

그녀의 손에 들린 단말기 화면에서는 신서울 상층부의 복잡한 네트워크 망이 붉은색 경고등과 함께 점멸하고 있었다.

진혁의 시선이 아영에게로 향했다.

"상황은 어때."

"안 좋아요. 티타늄 그룹 본사에서 [헤븐리 파운데이션] 프로젝트의 가동 카운트다운을 당겼습니다. 예정보다 3일이나 빨라요. 이대로 가면 하층민 320만 명의 코어가 강제로 공진당해 전부 폭발하거나, 회장 진무극의 영생을 위한 '그릇'으로 흡수될 거예요!"

아영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떨렸다.

그녀의 뒤를 이어 니르바나의 총수 송수연도 거대한 대검을 어깨에 메고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녀의 얼굴에는 결연한 살기가 서려 있었다.

"시간이 없다는 뜻이군."

진혁이 낮게 읊조렸다.

송수연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맞아. 티타늄 그룹은 지금 하층가의 저항을 완전히 짓밟기 위해 전면적인 학살을 준비하고 있어. 우리 니르바나의 남은 병력과 잔당들이 중앙 엘리베이터 타워의 방어막을 뚫어볼 테지만…… 그 안쪽의 진짜 괴물들은 네가 상대해야 해."

"괴물이라면 질리도록 잡았다."

진혁은 피투성이가 된 천마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검신에 묻어 있던 적들의 피와 불순물이 고주파 진동에 의해 사방으로 흩어지며 순수한 흑자색의 광채만을 남겼다.

그의 눈앞에는 신서울의 밤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 티타늄 그룹의 거대한 마천루가 보였다.

상층부의 펜트하우스, 그 꼭대기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며 영생의 망상을 키워가고 있을 진무극의 얼굴이 그려지는 듯했다.

'내 몸을 빌려 신이 되겠다고 했나.'

진혁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올라갔다.

진무극이 짜놓은 판 위에서 시작된 복수였으나, 이제 그 판을 갈아엎는 것은 온전히 강진혁 자신의 손에 달렸다.

"가자."

진혁이 발을 구르며 단숨에 허공으로 솟구쳤다.

[마광신보(魔光神步) - 극(極).]

밤하늘을 가르는 한 줄기 검은 유성처럼, 진혁은 티타늄 타워의 메인 서버실과 [헤븐리 파운데이션]의 심장이 있는 지하 1,000층을 향해 추락하듯 돌진했다.

그 뒤를 이어 송수연이 이끄는 니르바나의 저항군과 윤아영의 해킹 부대가 화염과 폭음 속으로 뛰어들었다.

신서울의 디스토피아를 뒤흔들 최종 결전의 막이, 마침내 완전히 열리고 있었다.

콰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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