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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245화목차

제245화 백무현의 망령 - 카이저 코어

붉게 물든 신서울의 하늘 아래, 티타늄 타워 120층 마스터 돔은 처참한 폐허로 변해 있었다.

진무극이라는 거대한 악의 원형이 소멸하고 남은 자리에 분출된 플라즈마와 초고열 열풍. 천장을 덮고 있던 강화 유리 돔은 산산이 부서져 내렸고, 바깥에서 들이치는 미풍에는 차원의 균열 너머에서 풍겨 나오는 괴이한 오존 냄새와 피비린내가 섞여 있었다.

강진혁은 천천히 마검을 거두었다.

검끝에서 뿜어져 나오던 칠흑의 마기가 기혈 속으로 조용히 가라앉았다. 인공지능 설화의 시각 인터페이스도, 시야를 어지럽히던 푸른빛의 HUD 연산창도 없었다. 오직 자신의 신경망과 세포 하나하나가 만물의 맥(脈)과 직접 연결된 경지.

[마신경(魔神境) — 진천(眞天)].

시스템을 탈각하고 자신의 의지만으로 세상의 이치를 꿰뚫는 완벽한 무위의 상태였다.

"쿨럭……! 진, 진혁 씨……."

뒤편에서 나직한 신음 소리가 들렸다.

가슴 중앙의 생체 코어를 스스로 도려낸 진세린이었다. 진혁이 흘려 넣어 준 묵직한 마기가 그녀의 전신 혈류를 순환하며 경락을 강제로 유지시키고 있었으나, 육체가 받은 치명적인 타격까지 완벽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진혁은 뒤돌아보지 않은 채 왼손을 가볍게 내저었다. 손끝에서 뿜어져 나간 미세한 나노 마기 입자들이 진세린의 몸을 감싸며 보호막을 형성했다.

"움직이지 마라. 기혈이 다시 꼬이면 내력으로도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

"하지만…… 저 하늘은……."

진세린의 시선이 파괴된 천장 너머, 신서울 상공을 뒤덮은 붉은 차원의 균열을 향했다. 수만 개의 붉은 안구가 번뜩이며 당장이라도 신서울 전체를 뜯어먹을 듯 기괴한 울림을 내뿜고 있었다.

진무극은 죽었지만, 그가 프라임 코어로 불러들인 차원의 재앙은 여전히 현실의 경계를 갉아먹는 중이었다.

그러나 진혁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우선 눈앞의 망령부터 치운다."

"……네?"

진세린이 채 언어를 이해하기도 전이었다.

치직! 콰아아아앙—!

120층 프라임 챔버의 중앙 바닥, 방대한 양의 전력선과 생체 파이프가 얽혀 있던 초대형 엘리베이터 샤프트 통로가 거대한 폭음과 함께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수십 톤에 달하는 아다만티움 장갑판이 찌그러지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 밑바닥에서부터 묵직한 기계음과 함께 압도적인 중압감이 솟구쳐 올랐다.

위잉—! 쿵! 쿵! 쿵!

지하 20층 격리 구역에서부터 120층 직통 엘리베이터 통로를 수직으로 파괴하며 올라온 존재.

그것은 단순한 사이보그나 거대 로봇이 아니었다.

높이 15미터. 전신이 군용 최고 등급의 티타늄-카본 복합 장갑으로 덮여 있고, 어깨와 등 뒤에는 수십 개의 플라즈마 분사구와 전술 미사일 포탑이 빽빽하게 들어찬 육중한 강철의 요새.

[티타늄 그룹 최상위 거대 살육 병기 — KAISER-01].

그리고 그 거대한 기동 병기의 흉부(chest) 중앙, 투명한 붕소 유리 캡슐 속에는 익숙하고도 괴기스러운 형상이 들어차 있었다.

인간의 팔다리와 몸통은 온데간데없이 도려내어지고, 오직 뇌와 척수, 그리고 일부분의 심장 조직만이 수천 개에 달하는 광섬유 케이블과 나노 신경망에 엉켜 붉은 영양액 속에 떠 있는 모습.

그것은 2부에서 진혁의 손에 사지가 갈기갈기 찢겨 소멸한 줄 알았던 자였다.

티타늄 그룹 블랙 가드의 총사령관, 백무현(白武賢)의 뇌였다.

"……백무현."

진혁의 입술 사이로 차가운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진무극은 자신에게 반기를 들거나 패배한 장기말조차 쉽게 버리지 않았다. 백무현의 무도적 프라이드와 자아를 완전히 삭제하고, 오직 그의 뇌가 가진 전투 경험과 반응 속도만을 적출하여 초대형 군사 병기 '카이저'의 중앙 통제 회로로 이식해 버린 것이다.

기계 캡슐 내부에서 백무현의 뇌가 기괴하게 맥동했다.

이어서 카이저의 외부 스피커를 통해, 인간의 음성이 아닌 기계음으로 합성된 붉은 경고음이 120층 전체에 울려 퍼졌다.

[Target Identity Confirmed: Subject 07 - Kang Jin-hyuk.]

[Erasing Ego... Executing Imperial Protocol 00.]

[Primary Objective: Eradicate the Anti-Corporation Threat.]

기계음에는 인간의 감정이 전혀 섞여 있지 않았다.

한때 신서울 음지에서 진혁과 합을 겨루며 무인으로서의 존엄을 주장했던 사나이는 없었다. 남아있는 것은 오직 티타늄 그룹의 코딩에 통제당하는 살육 알고리즘과, 깊은 무의식 바닥에 잔재된 강진혁에 대한 증오뿐이었다.

치이이이익—!

카이저의 양 어깨에 장착된 8중 연장 고주파 플라즈마 캐논이 붉은빛을 뿜어내며 충전을 시작했다. 동시에 등 뒤의 부스터가 폭발적인 추진력을 뿜어내며 120층 전체의 바닥을 진동시켰다.

"진혁 씨! 저건…… 저건 티타늄 그룹의 비공개 전략 병기예요! 일반적인 생체 코어와는 격이 다른 자율 핵융합 코어가 탑재되어 있어요!"

진세린이 핏기 없는 얼굴로 소리쳤다.

진혁은 잔잔한 눈빛으로 카이저의 중심부, 붉은 영양액 속에 갇힌 백무현의 뇌를 지켜보았다.

"무인으로서의 껍데기도 지키지 못하고 기계의 부속품으로 남았나. 불쌍한 망령이로군."

[Eradicate. Eradicate. Eradicate—!]

카이저의 중앙 연산 장치가 과부하를 일으키며 굉음을 뿜어냈다.

콰콰콰콰콰콰-!!

곧이어 카이저의 사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플라즈마 탄막이 일제히 발사되었다.

단 한 발만으로도 중장갑 전차 수십 대를 증발시킬 수 있는 고열의 에너지 덩어리 수백 개가, 파괴된 120층의 공간을 빽빽하게 메우며 쇄도했다. 공기 자체가 순식간에 열소(熱素)로 바뀌며 발밑의 아다만티움 바닥판이 하얗게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회피할 공간조차 주지 않는, 완벽한 사살 구역(Kill Zone)의 형성이었다.

"크읏……!"

뒤편에 있던 진세린이 엄청난 복사열과 충격파에 숨을 턱 막았다. 진혁이 미리 펼쳐 둔 나노 마기 보호막이 없었다면 그녀는 이미 기화되어 사라졌을 터였다.

그러나 탄막의 한가운데 서 있는 강진혁의 표정에는 터럭만큼의 동요도 없었다.

기계의 연산은 정확하다. 백무현의 전투 경험이 융합된 카이저의 사격 궤적은 피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을 완벽히 차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도(武道)의 극의는 기계의 연산 너머에 존재하는 법.

'기계는 결과만을 계산하지만, 무인은 징조를 본다.'

진혁이 천천히 오른발을 내디뎠다.

[신천마신공 제10식 — 압도(壓倒).]

스오오오오-!

진혁의 몸을 중심으로 칠흑 같은 마기의 장벽이 반원형 형태로 폭발하듯 팽창했다.

그것은 단순한 에너지의 방어가 아니었다. 단전에서 뿜어져 나온 고밀도의 마기가 주변 대기의 중력과 전자기력을 완전히 왜곡시키는 절대적인 마도(魔道)의 영역.

콰앙! 콰쾅! 콰콰콰콰쾅-!

쇄도하던 수백 발의 플라즈마 탄환들이 진혁의 십 수 척 앞 공간에 도달하는 순간, 거짓말처럼 일정한 궤적을 잃고 찌그러졌다. 중력이 수천 배로 증폭된 공간 속에서 고열의 에너지 입자들이 서로 엉켜 제풀에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하얀 플라즈마의 화염이 진혁의 마기 장벽 표면에서 무력하게 허물어졌다.

[Warning. Enemy Shield Density Exceeds Maximum Theoretical Energy Index.]

[Re-calculating Combat Pattern...]

[Switching to Close-Range Eradication Mode.]

카이저의 붉은 시두 회로가 번뜩였다.

원거리 포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즉각 판단한 살육 알고리즘이 다음 패턴을 실행했다.

콰앙-!

15미터에 달하는 거구라고는 믿기지 않는 속도였다. 카이저의 하체 부스터가 초고압 플라즈마를 분출하며 쇄도했다.

그 두터운 오른팔에서 뿜어져 나온 것은 고주파로 진동하는 아다만티움 대형 체인소드. 1초에 삼만 번을 진동하며 분자 구조 자체를 갈아버리는 현대 공학 기술의 정점이었다.

쿠웅-!

백무현의 전투 기억이 반영된 사선 궤적.

과거 그가 검을 휘두르던 절묘한 각도가, 기계의 초고속 인공 근육과 결합되어 한층 더 잔혹하고 압도적인 궤적으로 쇄도해 왔다.

공기가 비명을 지르며 잘려 나갔다.

"옛 무공의 궤적에 기계의 쇳덩이를 얹었을 뿐인가."

진혁이 나직하게 읊조리며 마검을 비스듬히 들어 올렸다.

[만법귀마(萬法歸魔).]

투콰아아앙-!

체인소드의 초진동 날과 진혁의 마검이 충돌했다.

공간이 흔들리는 거대한 파쇄음이 울려 퍼졌다.

보통의 무기라면 접촉하는 순간 가루로 쇄전되었겠지만, 진혁의 검을 감싸고 있는 것은 단순한 마기가 아니었다. 고주파 진동의 파장을 단전의 마기로 동기화하여, 적이 뿜어내는 운동에너지를 역으로 집어먹고 정제하는 무위의 흡공(吸功).

기계 장치가 뿜어내는 초진동의 에너지류가 진혁의 검신을 타고 역류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진혁의 시야 속에서 카이저의 기계 회로 전체가 투명하게 들여다보였다.

[흡원천공(吸元天功).]

진혁은 카이저의 외부 장갑을 뚫고 내부로 마기의 실타래를 침투시켰다.

자율 핵융합 코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동력선, 백무현의 뇌와 연결된 신경 케이블, 그리고 카이저 전체를 제어하는 메인 프레임.

"크으으윽……!"

갑자기 카이저의 캡슐 내부, 백무현의 뇌가 격렬하게 비틀렸다.

스피커를 통해 기계음이 아닌, 억눌려 있던 인간 백무현의 처절한 신음이 튀어나왔다.

[강…… 진…… 혁…….]

기계의 살육 프로그램 밑바닥에 눌려 있던 백무현의 잔류 의식이, 진혁의 흡원천공이 유입시킨 마기와 접촉하면서 일시적으로 깨어난 것이었다.

[나를…… 나를…… 죽여…… 라…….]

[티타늄의…… 개로…… 살지…… 않게…….]

백무현의 뇌를 둘러싼 영양액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그 인간적인 애원은 단 0.5초도 지속되지 못했다. 카이저의 메인 코어에 박혀 있던 티타늄 그룹의 안전장치가 즉각 가동되었기 때문이다.

[Override Protocol Initiated.]

[Forced Neural Reset.]

[Warning: System Core Overheating to 5,000°C.]

지직, 지지지직—!

백무현의 의식이 다시 기계 알고리즘에 짓눌려 소멸했다.

동시에 카이저의 전신에서 거대한 증기와 함께 하얀 냉각수가 분출되더니, 그 몸체 내부의 핵융합 코어가 한계를 넘어선 과부하 상태에 돌입했다.

백무현이라는 장기말이 제어를 벗어나려 하자, 티타늄의 지배 시스템이 카이저 전체를 거대한 자폭용 핵폭탄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놈들은 끝까지 사람을……!"

뒤에서 지켜보던 진세린이 분노로 이를 악물었다.

15미터 크기의 자율 핵융합 코어가 5,000도의 초고열을 뿜어내며 자폭한다면, 120층 타워 상층부는 물론이고 신서울 상공 전체가 파멸적인 플라즈마 화염에 휩싸일 터였다.

카이저의 두 눈이 미친 듯한 붉은빛으로 번뜩였다.

[Self-Destruction Sequence: 90% Complete.]

[Time Remaining: 3 Seconds.]

"진혁 씨! 피해야 해요! 그 코어의 전도열은 현대 나노 장갑으로도 버틸 수 없어요!"

진세린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강진혁은 피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마검을 거두고 카이저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섰다.

5,000도에 달하는 초고열의 전도열이 진혁의 피부를 태울 듯 짓눌러 왔다. 진혁의 목과 손목을 따라 흐르는 은빛 개조 회로가 붉게 달아오르고, 전신을 감싸고 있던 겉옷이 순식간에 재가 되어 날아갔다.

하지만 진혁의 흑안은 그 어떤 순간보다 침착하게 빛나고 있었다.

"백무현."

진혁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티타늄의 개로 죽는 것이 네 마지막 소원이라면."

진혁의 단전이 폭발하듯 춤추기 시작했다.

내공의 운기력.

생체 코어의 극대 출력.

인공 근육과 골격의 초고속 운동에너지.

그리고 시스템의 보조 연산 없이, 오직 자신의 의지로만 조율해 낸 절대의 무공.

[신천마신공 제11식 — 천마무상체(天魔無相體).]

스스스스스-!

진혁의 피부 위로 흐르던 은빛 나노머신들이 세포 하나하나와 완벽하게 동기화되며 칠흑의 마기와 융합했다.

외피에만 의존하던 나노 장갑의 한계를 뚫고, 내장의 혈관과 뼈마디, 신경망 깊은 곳까지 나노 입자와 마기가 유기적으로 재구성되는 극의의 신체.

5,000도의 열기가 진혁의 피부에 닿는 순간, 그 무시무시한 열에너지는 천마무상체의 결을 따라 진혁의 단전으로 유입되어 새로운 마기로 환원되기 시작했다.

열조차 무도(武道)의 재료로 삼는 경지.

"내 손으로 직접 그 사슬을 끊어주마."

진혁의 신형이 허공을 밟았다.

[마광신보(魔光神步).]

지연 시간 0초.

공간의 맥을 밟아 쇄도하는 초광속의 보법.

카이저의 살육 연산 알고리즘조차 강진혁의 잔상을 포착하지 못했다.

폭발하기 직전인 카이저의 정면, 붕소 유리 캡슐 바로 앞에 강진혁의 모습이 들어섰다.

진혁의 오른손 손가락 끝에 칠흑과 은빛이 얽힌 한 점의 절대적인 검강(劍剛)이 맺혀 있었다.

[신천마신공 제17식 — 참단(斬斷).]

쾋-!

소리 없는 일격이었다.

수천 미터의 산야도 가를 수 있는 압축된 결전의 마기가 카이저의 복합 장갑과 붕소 유리 캡슐, 그리고 내부의 백무현의 뇌를 정확히 꿰뚫었다.

지직…… 치이익…….

5,000도로 치솟던 카이저의 자폭 반응이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핵융합 코어로 향하던 수천 개의 동력 회로가 분자 단위로 깔끔하게 절단되었고, 폭발하려던 고에너지 입자들은 진혁의 [흡원천공]에 흡수되어 허공 속으로 무력하게 산화했다.

투콰아앙—!

거대한 카이저의 15미터 강철 체구가 중심을 잃고 120층 바닥에 쿵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붕소 유리 캡슐이 깨어지고, 그 안에서 피빛 영양액이 흘러나왔다.

백무현의 뇌를 지탱하던 광섬유 케이블들이 하나둘씩 빛을 잃어갔다.

스스스…….

기계의 소음이 정지한 폐허 속, 완전히 꺼져가던 백무현의 시두 회로에서 마지막 잔향 같은 옅은 붉은빛이 번뜩였다.

약해진 기계음 너머로, 백무현의 진짜 육성이 진혁의 뇌리 속에 전음처럼 아득하게 울려 퍼졌다.

[……고맙다, 천마(天魔).]

[하지만…… 기뻐하지 마라…….]

[진무극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하늘의 틈새를 봐라…… 그들이…… 오고 있다…….]

투화학!

백무현의 뇌 조직이 완전히 재가 되어 스러졌다.

한때 티타늄 그룹의 통곡의 벽이라 불렸던 전신 사이보그 사령관의 완벽한 종말이었다.

"……."

진혁은 묵묵히 서서 재가 되어 날아가는 백무현의 잔해를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쿠구구구구구—!

신서울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진동이 타워 바닥으로부터가 아닌, 하늘 위로부터 쏟아져 내렸다.

진세린이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들었다.

"진혁 씨! 하늘이……!"

진혁도 고개를 돌려 파괴된 천장 너머를 바라보았다.

신서울 상공에 열려 있던 붉은 차원의 균열.

그 균열이 수천 킬로미터 크기로 벌어지며, 마침내 균열 너머에 도사리고 있던 심연의 존재들이 현실로 그 웅장하고 기괴한 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수만 개의 붉은 눈동자.

강철과 생체 조직이 기괴하게 얽힌 우주적 포식자들의 군함선.

그리고 그 중앙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무극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압도적인 '외계의 마기(魔氣)'.

[프로토콜 통제권 완전 해제.]

[차원 포식자 (Dimension Eater) — 1차 침공군 강림.]

진혁의 귓가에, 오래전에 꺼졌던 천마 프로토콜의 원형 메인 프레임이 남긴 마지막 시스템 알림이 유령처럼 스쳐 지나갔다.

진무극이 부르려 했던 불멸.

그것은 단순한 지구의 자본가가 탐낼 만한 권력이 아니었다.

우주 너머에서 수많은 세계의 무도와 기술을 먹어 치워 온 '재앙'의 군단.

신서울의 모든 건물이 흔들리고, 하층 슬럼가의 시민들이 절규하는 소리가 거대한 울림이 되어 타워 상공까지 닿았다.

그러나 강진혁은 도망치지 않았다.

그는 피칠갑이 된 검자루를 다시 꽉 쥐었다.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칠흑의 마기가 타워 최상층의 폐허를 가득 채우며 솟구쳤다.

"기업의 시대가 끝나니, 이제는 외계의 짐승들인가."

진혁의 차가운 미소가 붉은 하늘을 향했다.

"상관없다. 이 땅의 주인이 누구인지, 똑똑히 각인시켜 주마."

신천마(新天魔)의 검끝이, 차원의 틈새를 향해 거침없이 높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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