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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28화목차

제28화 전술 AI vs 천마 프로토콜

지하 500층의 냉랭한 공기 속에서, 붉은색 경고등이 사방을 어지럽게 물들이고 있었다.

위이잉— 삐비비빅!

[SYSTEM WARNING: 제어권 이관율 78.4% 돌파.]

[경고! 사용자 강진혁의 중추신경계와 천마 프로토콜 백엔드 간의 강제 동기화가 진행 중입니다.]

시야의 구석에 떠오른 푸른색 허공 창이 격렬하게 진동했다.

진무극이 심어둔 백도어의 악성 코드가 단전의 핵을 장악하기 위해 쉴 새 없이 파고들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해킹이 아니었다. 1,000년 전 천마의 유골 데이터와 3세대 생체 코어, 그리고 강진혁이라는 육체가 수년에 걸쳐 축적한 마기를 한 번에 수확하려는 거대한 음모의 완성이었다.

"크윽……!"

강진혁의 입가에서 검붉은 핏물이 흘러내렸다.

머릿속을 쪼개는 듯한 두통이 엄습했지만, 그의 흑안은 오히려 더욱 차갑고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시스템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인공지능의 연산식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네 녀석들이 만든 그릇 따위가 아니다.

진혁은 치밀어 오르는 혈우(血雨)를 단전의 핵으로 강제로 짓눌러 삼켰다. 9,600 MW를 상회하는 폭발적인 코어 출력이 혈관을 따라 거칠게 요동쳤다. 나노머신이 찢어지고 재생하기를 반복하며 그의 육체를 강제로 재조립했다.

바로 그때.

챙—! 캉가강!

"소름 돋는군. 아버지의 말대로야. 넌 괴물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서늘한 음성과 함께 진세린이 검을 치켜들었다.

티타늄 그룹 특수전 후사대의 대장, 진세린. 그녀의 전신에 장착된 4세대 전술 수트가 요란한 기계음을 내며 푸른색 플라즈마 아크를 뿜어냈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인간의 감정 대신 수백만 가지의 전투 시뮬레이션을 실시간으로 연산하는 전술 AI의 섬광이 번지고 있었다.

[전술 AI 연산 개시.]

[상대(강진혁)의 마기 운기 패턴 및 근육 수축 속도 분석 완료.]

[예측 궤적 도출: 우측 상단 15도, 0.03초 뒤 타격.]

진세린의 신형 검이 허공을 갈랐다.

그것은 인간의 반사 신경을 아득히 초월한, 완벽하게 계산된 기계의 궤적이었다. 진혁이 움직이기도 전에 그녀의 검이 이미 진혁의 목을 노리고 날아왔다.

슈우우웅!

"……!"

진혁의 미간이 좁혀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간신히 피할 수 있었던 공격이 이번에는 예측이라도 한 듯 정확하게 퇴로를 차단하고 있었다. 진세린의 몸에 탑재된 전술 AI가 진혁의 미세한 근육 떨림과 심장 박동까지 읽어내어 다음 행동을 선제적으로 봉쇄하고 있었던 것이다.

챙방!

진혁이 간신히 천마검을 들어 올려 공격을 막아냈지만, 거대한 충격파가 양팔의 나노마갑을 찌그러뜨렸다.

"읽혔나."

진세린이 차갑게 미소 지으며 검을 회전시켰다.

기계의 연산 능력과 인간의 광기가 결합된 검술은 무섭도록 정교했다.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혁의 급소를 파고드는 연계 공격이 폭우처럼 쏟아졌다.

캉! 캉! 카앙—!

불꽃이 미세한 터널 속을 채우듯 사방으로 튀었다.

진혁의 부츠가 바닥을 갈기갈기 찢으며 뒤로 밀려났다. 단전의 출력이 9,600 MW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AI가 조율하는 완벽한 밸런스의 검술 앞에 진혁의 묵직한 마기 운기가 미세하게 엉켰다.

[Warning! 마기 운기 궤적의 12%가 전술 AI의 주파수 간섭을 받고 있습니다.]

[시스템 보조 기능을 활성화하여 대응 경로를 계산하시겠습니까?]

"시끄러워."

진혁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머릿속에서 웅웅거리며 도움을 요청하는 시스템의 목소리를 진혁은 의지로 완전히 차단해 버렸다.

시스템에 의존하는 순간, 그는 진무극이 파놓은 함정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꼴이 된다. 지금 이 순간 필요한 것은 기계의 연산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감각과 무위였다.

콰아아앙!

진세린의 검이 진혁의 어깨를 스치며 깊은 골을 냈다.

나노머신이 즉각 상처를 봉합했지만, 피부 아래 흐르는 회로가 파르르 떨렸다.

"고집스럽긴. 네 몸 안의 프로토콜은 이미 반 이상 우리 손에 넘어왔어, 강진혁. 너는 아버지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도구에 불과해!"

진세린이 차가운 비웃음을 흘리며 전신 수트의 출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배기구에서 하얗고 뜨거운 스팀이 뿜어져 나오며 그녀의 속도가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예측 궤적 완료. 치명타 타격 지점 설정.]

눈앞이 번뜩였다.

진세린의 검이 마치 공간을 도려내듯 진혁의 심장을 향해 쇄도해 들어왔다. 그야말로 회피 불가능의 사형 선고와도 같은 일격이었다.

하지만 진혁의 입가에 문득 짙고도 잔인한 미소가 걸렸다.

"도구?"

진혁이 낮게 중얼거렸다.

진무극이 자기가 만든 그릇이라고 자부하던가.

천마 프로토콜이 진정 자신을 지배하고 있다고 착각하는가.

틀렸다.

"네놈들이 만든 건 완벽한 계산식 따위가 아니야."

진혁의 단전에서 폭발적인 에너지가 역류했다.

흡원천공으로 강탈해 낸 수많은 생체 코어의 잔재와, 슬럼가에서부터 뼛속 깊이 새겨온 살기(殺氣)가 하나로 융합되어 폭발했다.

두두두두둥—!

강진혁의 심장 박동 소리가 마치 거대한 북소리처럼 지하 500층 전체를 울렸다.

그의 눈동자가 순수한 칠흑색에서 핏빛으로 물들었다.

[SYSTEM OVERRIDE!]

[사용자 강진혁의 독자적인 의지 발현에 따라, 시스템 외부 보조 인터페이스가 영구 차단됩니다.]

[현재 시각부로 '천마 프로토콜'의 연산 권한은 사용자에 의해 완전히 파기되었습니다.]

지지직— 팟!

시야 구석에서 까맣게 타오르며 깜빡이던 푸른색 HUD 창들이 마침내 완전히 깨지며 산산조각 났다.

더 이상 화면도, 경고음도, AI의 보조 연산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진혁의 감각, 진혁의 호흡, 그리고 진혁의 검뿐이었다.

"이게 내 무공이다."

진혁이 발을 구르는 순간,

공간이 아예 찌그러졌다.

콰아아아앙—!

[마광신보(魔光神步) - 극한(極限).]

빛의 잔상조차 남지 않았다.

진세린의 전술 AI가 도출한 예측 궤적이 완전히 무력화되었다. AI가 계산을 끝내기도 전에, 진혁의 본체가 이미 진세린의 측면에 도달해 있었기 때문이다.

"뭐……?!"

진세린의 얼굴에 처음으로 경악의 빛이 스쳤다.

인간이 기계의 연산 속도를 신체 능력만으로 뛰어넘었다. 그것도 시스템의 보조 없이 순수한 내력과 의지만으로!

"늦었다."

진혁의 오른손에 쥔 천마검이 허공을 갈랐다.

고주파 공진 다이아몬드 티타늄 합금이 뿜어내는 검강이 밤하늘의 은하수를 찢어발기듯 시뻘건 궤적을 그리며 내리꽂혔다.

콰아아아궁—!

[천마일검(天魔一劍) - 개(開).]

순수한 마기의 압력만으로 진세린의 전술 수트 주변을 감싸고 있던 플라즈마 방어막이 종잇장처럼 박살 났다.

챙그라아아아악—!

"크윽……!"

진세린이 전신의 출력을 짜내며 검으로 방어하려 했지만, 진혁의 검끝에 실린 9,600 MW의 폭발적인 무위는 물리적인 방어력을 아득히 초월하고 있었다.

충격파가 수트의 내부까지 관통하며 진세린의 입에서 뜨거운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퍼어어어엉!

"카학……!"

강렬한 폭풍에 휩쓸린 진세린의 몸이 미사일처럼 뒤로 튕겨 나가며 콘크리트 벽을 거칠게 들이받았다.

방어막이 깨지고 전신 수트의 회로가 사방으로 스파크를 튀기며 고장 났다.

치이익—.

진세린은 간신히 무너진 벽에 기대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시선이 흔들렸다. 차가운 계산과 논리로 가득 차 있던 전술 AI의 화면이 이미 완전히 깨져 부서져 있었다.

진세린의 눈동자에 비친 강진혁은 더 이상 '실험체 07호'가 아니었다.

그것은 눈앞의 모든 이치를 짓밟고 홀로 선, 진정한 의미의 괴물───천마(天魔) 그 자체였다.

"콜록…… 너, 대체……."

진세린이 피투성이가 된 채 중얼거렸다.

진혁은 그녀를 향해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천마검을 가볍게 털어내며 지하 500층의 더 깊은 곳, 진무극이 기다리는 메인 서버실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등 뒤로, 진세린의 수트 통신기를 통해 티타늄 그룹 특수전 후사대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장님! 응답하십시오! 지하 500층 전역에 비상 사태 발생! 대기갑 미사일 포대를 전개하겠습니다!]

진세린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부서진 수트의 콘솔을 두드렸다.

시야가 흐려지고 있었지만, 그녀의 뇌리에 박힌 강진혁의 압도적인 잔상은 지워지지 않았다.

진혁은 시스템을 부쉈고, 프로토콜을 거부했으며, 오직 자신만의 힘으로 그 모든 계산을 무너뜨렸다.

위잉, 카칵.

진세린이 이를 악물며 후사대의 비상 회선을 열었다.

"……미사일 포대, 전개하지 마."

[네? 대장님? 하지만 저자는 지금 메인 서버실로……!]

"어차피 소용없어."

진세린은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차갑게 웃으며 눈을 감았다.

"저 남자는…… 우리 기계가 계산할 수 있는 범위를 이미 넘어섰어."

지하 500층의 심연 속에서, 강진혁의 검끝이 진무극의 본거지를 향해 서늘한 살기를 품은 채 번뜩이고 있었다.

쿵, 쿵, 쿵.

지하 500층의 차가운 바닥을 울리는 강진혁의 발소리는 마치 사형 집행인의 발걸음처럼 무겁고도 단조로웠다.

더 이상 시야를 어지럽히던 푸른색 허공 창도, 시스템의 잔소리 같은 경고음도 들리지 않았다.

완벽한 적막.

오직 귓가를 스치는 자신의 거친 숨소리와, 단전에서 끓어오르는 9,600 MW의 마기 흐름만이 그의 생존을 증명하고 있었다.

치이익—.

앞을 가로막던 강화 플라스틱 격벽이 진혁의 검끝에서 뿜어져 나온 칠흑빛 검강에 스치듯 무너져 내렸다.

절단면은 쇠가 녹아내릴 정도로 고열에 시달렸으나, 그 속에는 어떠한 기계적 연산이나 프로그램의 개입도 없었다. 오직 수십 년간 수련한 기혈의 운용과, 뼈를 깎는 고통 속에서 터득한 무인의 직관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진무극."

진혁이 낮게 읊조렸다.

격벽이 완전히 무너진 그 너머에는, 푸른색 홀로그램 불빛이 찬란하게 빛나는 거대한 원형 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이 바로 티타늄 그룹의 심장부이자, '천마 프로토콜'의 메인 서버가 안치된 장소였다.

위이잉— 팟.

홀의 중앙, 사방이 방탄 유리로 둘러싸인 통제실의 대형 스크린이 일제히 켜졌다.

그 화면 속에서, 은발을 정갈하게 넘긴 중년 신사의 모습이 천천히 떠오랐다.

진무극.

신서울의 모든 자본과 기술을 거머쥔 채 인간 위에 군림하려던 절대자, 티타늄 그룹의 회장이었다.

[놀랍군요, 실험체 07호.]

진무극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그의 차가운 흑안 속에는 미세한 당혹감과 광기가 서려 있었다.

[천마 프로토콜의 백도어를 완전히 부수고, 시스템의 제어권을 스스로 차단하다니. 네가 이 정도로 성장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내 기대를 뛰어넘는군요.]

"기대?"

진혁이 차갑게 비웃으며 천마검을 바닥에 툭 끌었다. 검신을 따라 흐르던 핏빛 마기가 바닥의 철판을 미세하게 부식시켰다.

"네놈이 한 짓은 사육에 불과했다. 내가 언제 네 따위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했나."

[사육?]

진무극이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진혁아, 너는 본질을 모르는군요. 이 세상의 모든 힘은 철저한 계산과 통제에서 비롯됩니다. 고대 마교의 무공이 위대했던 이유는 단지 그들이 강했기 때문이 아니야. 육체와 기운을 완벽하게 효율화하는 '법식'이 있었기 때문이지. 내가 만든 프로토콜은 그 법식을 현대의 기술로 완벽하게 재현한 영생의 열쇠다.]

진무극의 손짓에 따라, 메인 서버실의 바닥이 웅장한 기계음을 내며 갈라졌다.

우구구구구—!

바닥 아래에서 거대한 원기둥 형태의 배양 캡슐이 서서히 솟아올랐다.

그 안에는 진혁과 똑같은 은빛 회로 선이 목과 손목을 따라 흐르는, 수많은 실패작들의 시체가 빽빽하게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배양액의 가장 중앙, 가장 거대한 캡슐 속에는 1,000년 전의 유골에서 추출된 푸른빛의 마기 코어가 강렬한 고동을 치고 있었다.

[보아라, 저것이 바로 네가 서 있는 자리의 진실이다.]

진무극의 목소리가 통제실의 스피커를 통해 홀 전체를 울렸다.

[너는 그저 저 수많은 실패작들 중에서 가장 오래 버틴 우수한 '그릇'일 뿐입니다. 네가 깨달은 무공? 네가 뿜어내는 마기? 전부 내가 세팅해 둔 궤도 안에서 자라난 양분에 불과해. 네가 시스템을 부쉈다고 착각하지만, 그것조차 내가 너에게 허용한 마지막 단계의 테스트였다면 어쩔 테냐?]

진무극의 눈에 광기가 어린 섬광이 번졌다.

[이제 그 육체를 내게 넘기십시오. 그 완벽한 천마의 그릇에 내 정신을 이식하는 순간, 나는 비로소 이 세상을 지배하는 진짜 신(神)이 될 것이다!]

콰아아아앙!

진무극의 선언과 동시에, 메인 서버실의 천장이 거대하게 무너져 내렸다.

티타늄 그룹의 최후이자 최강의 방어 병기, 전신이 특수 다이아몬드 아머로 뒤덮인 4세대 전투 로봇 '아마게돈' 세 대가 동시에 떨어져 내렸다. 각각의 로봇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체 코어 출력만 해도 무려 15,000 MW를 상회했다.

일반적인 초인이라면 압도적인 중압감에 무릎을 꿇을 터였다.

하지만 강진혁의 얼굴에는 두려움이나 경악 대신, 오히려 짙고도 잔인한 희열이 피어올랐다.

"네가 착각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진무극."

진혁이 천마검을 고쳐 잡으며 낮게 뇌까렸다.

그의 단전에서 뿜어져 나온 9,600 MW의 마기가 폭발적으로 팽창하며 주변의 공기를 사정없이 일그러뜨렸다. 시스템의 보조가 없기에, 모든 연산과 제어는 온전히 그의 육체와 감각에만 의존해야 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과부하는 혈관을 터뜨리고 근육을 찢을 만큼 극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혁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했다.

"네놈은 기술을 줬고, 시스템을 줬지. 그 안에서 계산하고 굴리며 나를 키웠다고 믿겠지."

진혁이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그 발걸음 하나에 지하 500층의 바닥이 거미줄처럼 갈라졌다.

"하지만 잊지 마라."

슈우우우욱—!

[마광신보]의 극한이 발동했다.

빛보다 빠른 잔상이 세 대의 '아마게돈' 로봇 사이를 관통했다.

시스템의 예측 궤도도, 진무극의 완벽한 계산식도 필요 없었다. 오직 적의 기력이 흐르는 사각(死角)을 본능적으로 포착해 낸, 순수한 무인의 혜안만이 존재했다.

"그 기술을 '무공'으로 바꾼 건─── 바로 나다."

콰아아아궁—!

진혁의 검끝에서 뿜어져 나온 [천마일검]의 검강이 15,000 MW 출력의 전투 로봇 심장부를 단숨에 관통했다.

기계의 비명이 울릴 겨를도 없이, 아마게돈의 거대한 몸체는 속부터 산산조각 나며 거대한 폭염 속으로 흩어졌다.

메인 서버실의 스크린 너머, 진무극의 얼굴에 마침내 경악의 색이 완연하게 떠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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