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화 3세대 군용 코어의 정수
시속 삼백 킬로미터로 질주하는 수송 열차의 철판이 미세하게 비명을 질렀다.
쿠구구구구—!
차창 너머로 신서울 하층 슬럼가의 어두운 야경이 유령처럼 스쳐 지나갔다. 거대한 기계 장치의 마찰음과 차가운 밤바람이 뒤섞여 귀를 찢을 듯 울부짖는 보안실 안, 강진혁의 흑안이 서늘한 광채를 뿜으며 앞을 응시했다.
“이 미친 새끼……!”
입가에 선혈을 뚝뚝 흘리면서도, 티타늄 그룹 수송대장 바이칸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가슴팍에 박힌 3세대 군용 생체 코어가 푸르스름한 고압 전류를 사방으로 흩뿌리고 있었다.
지이잉— 콰아아앙!
바이칸의 전신을 감싼 기계 장갑에서 폭발적인 전자기 장막이 전개되었다. 주변의 공기가 순식간에 일그러지며 눈에 보이는 파동의 형태로 뻗어 나갔다. 티타늄 그룹이 군사 목적으로 개발한 최정예 방어 체계, [ 일렉트로닉 실드 (Electronic Shield) ]였다. 일반적인 무림의 내공이나 현대의 물리적 타격은 이 고주파 전자기 장막에 닿는 순간 코어가 쇼크를 일으키며 붕괴하게 되어 있었다.
“뒈져라, 괴물 새끼!”
바이칸이 포효하며 주먹을 내질렀다. 순간, 주위의 공간이 압축되듯 엄청난 충격파가 진혁을 향해 직격했다. 음속을 돌파하며 터져 나오는 압도적인 풍압이 진혁의 칠흑 같은 머리카락을 마구 헤집어 놓았다.
하지만 강진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슈우욱.
그의 시야 구석에 떠오른 무기질적인 시스템 로그 대신, 이제는 완전히 그의 뇌리에 각인된 순수한 무위의 연산식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 분석 시작: 3세대 군용 생체 코어 전자기 방출 주파수 ]
[ 타겟의 에너지 흐름: 단전(심장 부근) → 흉부 나노 회로 → 우측 주먹 ]
[ 공진 주파수 포착 완료. ]
‘단순한 출력의 과부하가 아니군.’
진혁의 입꼬리가 비틀리며 섬뜩한 미소를 그려냈다. 바이칸의 기술은 현대 군사 공학의 정점이었지만, 그 본질은 결국 기혈과 에너지를 일정한 궤도로 회전시켜 폭발시키는 원리와 하등 다를 바가 없었다.
고대 마공의 심법과 현대 과학의 충돌 지점. 진혁은 그것을 완벽하게 간파하고 있었다.
쾅—!
바이칸의 주먹이 진혁의 코앞까지 도달한 그 찰나의 순간, 진혁의 오른손이 허공을 향해 우아하면서도 잔인한 궤적을 그리며 뻗어 나갔다.
[ 만법귀마 (萬法歸魔) ]
휘이익!
진혁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칠흑 같은 마기가 채찍처럼 휘어지며 바이칸의 전자기 장막과 맞부딪쳤다. 보통이었다면 코어의 쇼크로 인해 전신이 마비되었어야 할 충격이었지만, 진혁의 마기는 장막의 공진 주파수를 정확히 타격하여 충격의 벡터를 미끄러뜨렸다.
파지지직-! 콰광!
“크윽……?!”
바이칸의 눈이 종이기록처럼 찢어졌다. 자신이 전개한 완벽한 전자기 방어막이, 마치 사방으로 갈라지는 유리판처럼 속수무책으로 붕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흡수되는 것이 아니었다. 흘러넘치고 있었다. 진혁의 마기가 장막의 느슨한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회로의 맥을 정확히 짚어낸 것이다.
“말도 안 돼…… 내 3세대 코어의 출력을…… 네가 어떻게 파훼해?!”
바이칸이 경악에 찬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진혁은 대답 대신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끝이다.”
우두둑- 우드득!
진혁의 손바닥이 바이칸의 가슴팍, 정확히 3세대 생체 코어가 박혀 있는 심장 부근을 아득하게 짓눌렀다. 그와 동시에 진혁의 단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칠흑의 흡원천공(吸元天功)이 폭발적으로 개방되었다.
콰아아아아-!
“아아아아악——!”
바이칸의 입에서 비명조차 되지 못한 단말마가 터져 나왔다. 시속 삼백 킬로미터로 달리는 열차의 조명등이 파르르 떨리며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했다. 바이칸의 몸속에 있던 3세대 군용 생체 코어의 방대한 에너지가, 마치 거대한 회오리바람에 빨려 들어가는 낙엽처럼 진혁의 손바닥을 타고 역류하기 시작했다.
파란색의 고압 전기 에너지가 진혁의 은빛 회로가 흐르는 팔을 타고 핏줄을 따라 밀려들었다. 피부가 타들어 가는 듯한 극심한 고통, 살점이 찢기고 뼈가 재조립되는 듯한 엄청난 과부하가 진혁의 전신을 강타했다.
크르르릉……!
진혁의 목덜미와 손목을 따라 흐르던 은빛 회로가 시뻘건 투명 빛을 발하다가 이내 압도적인 흑마기(黑魔氣)와 뒤섞이며 거칠게 요동쳤다. 하지만 진혁은 그 고통을 기꺼이 짓밟으며 뇌리의 연산을 가속했다.
[ 경고: 단전 코어 출력 급상승. ]
[ 8,950 MW → 9,100 MW → 9,250 MW 돌파! ]
[ 3세대 군용 생체 코어의 전자기 전도 기술 데이터 흡수 완료. ]
[ 마기융합 2단계 심화: 신체 내구도 재구성 중…… ]
부우웅-!
진혁의 등 뒤로 일그러진 공기의 파문이 겹겹이 겹쳐졌다. 바이칸의 코어에 저장되어 있던 모든 전투 데이터, 순간적으로 출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과부하 제어 기술, 그리고 티타늄 그룹 특수부대만이 다룰 수 있는 전자기 전도 메커니즘이 진혁의 머릿속에 완벽하게 흡수되어 재조립되었다.
털썩.
에너지를 완전히 빨려 버린 바이칸의 육체는 더 이상 생명체의 형태를 유지하지 못한 채 껍데기처럼 바닥으로 무력하게 고꾸라졌다. 그의 가슴에 박혀 있던 코어는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져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후우……
진혁이 낮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입술 사이로 터져 나온 숨결은 차가운 밤바람 속에서도 시뻘건 열기를 품고 있었다.
단전에서 요동치는 에너지는 이제 9,250 MW를 가리키고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 티타늄 타워로 진입하기 전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성장이었다. 하지만 진혁의 표정에는 오만함이나 환희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시선은 오직 보안실 중앙에 놓인 거대한 메인 데이터 단말기를 향해 있었다.
삐빕- 삐비빅.
바이칸이 쓰러지자마자, 단말기의 홀로그램 화면이 자동으로 활성화되며 푸른빛의 파일 하나를 띄워 올렸다.
[ CRONUS BIO - SECURE FILE #098 ]
[ 프로젝트명: <천마 프로토콜> 최종 단계 및 그릇 회수 계획 ]
[ 위치 좌표: 제3구역 지하 500층, 마교 유골 보존실 및 메인 서버 ]
화면 위로 복잡하게 얽힌 지하 시설의 설계도가 펼쳐졌다. 그 설계도의 가장 깊은 곳, 인간의 생체 반응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절대 영도의 구역에 거대한 원형 캡슐 수십 개가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진무극 회장이 직접 기록한 듯한 섬뜩한 텍스트 로그가 깜빡이고 있었다.
『 실험체 07호(강진혁)의 단전 출력 및 마기 융합률이 예상치를 상회함. 3세대 코어 흡수 공정을 거쳐 마신경의 경지에 도달하는 즉시, 메인 서버의 마스터 락을 해제하고 육체 제어권을 강탈한다. 천마의 완벽한 그릇이 완성되는 날이 곧 나의 영생이 시작되는 날이다. 』
화면을 응시하는 진혁의 흑안이 깊고 깊은 어둠으로 물들었다.
“내 육체와 내 무공이 네 영생을 위한 그릇이라고?”
진혁의 입가에 짙고도 잔인한 미소가 걸렸다. 그는 손에 쥐고 있던 천마검의 검신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검신에 새겨진 미세한 나노 회로가 뿜어내는 칠흑의 검강이 공간을 베어낼 듯 날카롭게 울부짖었다.
진무극이 무엇을 꾸미든, 그가 자신을 어떤 사육장 속의 가축으로 여겼든 상관없었다. 지금 이 순간, 진혁의 단전에서 소용돌이치는 힘은 그 어떤 기계의 설계도나 회장실의 권력으로도 통제할 수 없는 순수한 무인의 폭력이었기에.
콰아아앙-!
그때, 수송 열차 전체가 엄청난 진동과 함께 급감속을 시작했다. 열차의 전방에서 자율 주행 시스템의 비상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 경고: 전방 선로 차단 확인. ]
[ 티타늄 그룹 본사 직속 블랙 가드 특수부대 3개 소대가 진로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
지하 500층으로 향하는 분기점, 티타늄 그룹의 심장부로 이어지는 마지막 관문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다.
진혁은 망설임 없이 보안실의 철문을 부수며 바깥쪽 통로로 걸어 나갔다. 차가운 밤바람이 그의 온몸을 감쌌지만, 그의 전신을 휘감은 9,250 MW의 폭발적인 마기는 조금의 식음도 허락하지 않았다.
머리 위로 펼쳐진 디스토피아의 밤하늘은 여전히 인공 불빛으로 가득했지만, 그 아래서 걸어 나오는 강진혁의 발걸음만큼은 그 어떤 별빛보다도 무겁고 압도적이었다.
후두두둑-
열차의 지붕 위로 내리는 비가 진혁의 어깨에 닿는 순간, 엄청난 고열에 증발하며 하얀 수증기로 변해 흩어졌다.
그가 검을 곧추세우며 차가운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기다려라, 진무극.”
이동하는 수송 열차의 불빛이 먼발치에서 반짝이는 티타늄 타워의 거대한 마천루를 향해 쏜살같이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쿠구구구구—!
시속 삼백 킬로미터로 질주하던 수송 열차가 마침내 거대한 철제 제방 앞에 급정거했다. 마찰음이 기도의 벽을 긁는 듯 굉음을 울렸고, 차체 외부의 유압 장치가 터져 나가며 사방으로 시뻘건 불꽃이 튀었다.
슈우우우—!
열차의 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하얀 증기 사이로 거대한 장갑을 두른 이들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티타늄 그룹 본사 직속, 엘리트 살인병기 집단인 '블랙 가드' 제3특수소대였다. 그들의 전신을 감싼 4세대 전술 장갑은 은빛으로 번뜩이고 있었고, 손에 쥔 플라즈마 라이플의 총구에서는 언제든 인간의 육체를 재로 만들 수 있는 고열의 에너지 응축음이 징징 울려 퍼지고 있었다.
“목표 포착. 실험체 07호, 강진혁이다.”
“회장님의 명이다. 생포는 없다. 그 즉시 해체하여 메인 서버로 이송한다!”
소대장의 냉혹한 명령과 함께, 세 개 소대에서 뿜어져 나온 수십 정의 플라즈마 라이플이 일제히 진혁을 조준했다. 공간 전체가 차가운 살기로 꽁꽁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강진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의 흑안은 이미 인간의 감정을 벗어난, 차가운 심연의 색을 띠고 있었다.
“해체라고.”
진혁의 입술이 미세하게 비틀렸다.
콰아아앙-!
발을 구른 순간, 진혁이 서 있던 열차의 철제 지붕이 종이장처럼 푹 꺼지며 사방으로 박살 났다. 그와 동시에 그의 형체가 허공에서 사라졌다.
[ 마광신보 (魔光神步) - 2단계 심화 ]
빛의 궤적조차 남지 않았다. 시속 삼백 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리는 열차 위에서, 진혁은 물리 법칙을 완전히 무시한 채 공기를 짓밟으며 블랙 가드의 정예들을 향해 사출되었다.
“어, 어디지? 적의 위치가 안 잡힌다—!”
“상층부 감지기 전부 오류! 큭!”
가장 선두에 서 있던 블랙 가드 대원의 헬멧 위로 서늘한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은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이었다. 진혁의 손끝에 엉겨 붙은 칠흑의 마기가 칼날처럼 응축되어 있었다.
쉬익- 퍽!
“크아아악!”
4세대 전술 장갑의 티타늄 합금 방어막조차 진혁의 손길 한 번에 두부처럼 속수무책으로 찢겨 나갔다. 진혁은 방어막의 결합 주파수를 [만법귀마]로 순식간에 분석해 낸 뒤, 그 빈틈을 마기로 후벼 파 장갑의 분자 결합을 강제로 와해시켜 버린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물리적 타격이 아니었다. 기술의 근원을 꿰뚫어 보고 그 허점을 파괴하는, 마공과 과학의 완벽한 융합이었다.
파지지직-! 콰광!
“막아! 전방에 화력을 집중해!”
당황한 블랙 가드 대원들이 일제히 플라즈마 라이플의 방아쇠를 당겼다. 수십 줄기의 푸른 플라즈마 광선이 진혁을 향해 폭우처럼 쏟아졌다. 사방의 공기가 순식간에 섭씨 수천 도로 달아오르며 살인적인 열풍을 뿜어냈다.
진혁은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몸을 감싼 은빛 회로가 거칠게 요동치며, 방금 전 흡수한 바이칸의 전자기 전도 기술과 3세대 나노머신 회로를 전신으로 확장시켰다.
[ 나노마갑 (Nano-Armor) 전개 ]
쿠구구구궁—!
플라즈마 광선이 진혁의 피부에 닿는 순간, 그 충격은 육체를 태우지 못하고 진혁의 전신을 감싼 칠흑의 마강과 나노 회로를 타고 사방으로 미끄러져 흘러나갔다. 일부 흡수된 고열 에너지는 곧바로 단전의 코어로 유입되어 9,250 MW였던 출력을 더욱 가속했다.
[ 단전 코어 출력: 9,300 MW 돌파. ]
[ 나노머신 동기화율: 91.5% ]
“말도 안 돼…… 플라즈마 직격을 맞고도 멀쩡하다고? 저 괴물 같은 출력은 대체 뭐야……!”
대원의 절규는 거기까지였다. 진혁의 오른손에 쥐여진 천마검이 허공을 가르며 단 한 번 횡으로 스쳐 지나갔을 뿐인데, 그 자리에 있던 세 명의 블랙 가드 대원의 전신이 정확히 반으로 갈라지며 시뻘건 혈주를 뿜어냈다.
후두두둑-
사방이 피로 물들었다. 진혁의 발걸음은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마치 사신의 강림을 연상케 하는 압도적인 살육의 무대 속에서, 진혁의 머릿속은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명징했다.
‘진무극. 네가 준비한 방어선은 여기까지다.’
수십 명의 정예 살인병기로 이루어진 특수부대가 단 몇 분 만에 진혁의 손에 짓밟혀 고철덩어리로 전락했다. 열차의 잔해와 불길 속에서, 진혁은 피투성이가 된 검을 비쳐 들며 제3구역 지하 500층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엘리베이터 해치(Hatch)를 향해 걸어갔다.
쿵- 쿵- 쿵-
그의 걸음걸이 하나하나가 거대한 지진처럼 대지를 울렸다. 시스템의 보조 없이, 오직 자신의 의지와 9,300 MW의 폭발적인 단전으로 다져진 무위. 그것은 이제 인간의 영역을 완전히 아득하게 초월해 있었다.
위이이잉— 쾅!
진혁이 거대한 철제 해치를 맨손으로 붙잡아 그대로 위로 뜯어내 버렸다. 지하 500층의 깊고 어두운 심연,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서늘하고도 기괴한 푸른빛이 진혁의 흑안을 적셨다.
보존실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심연의 끝에서, 마침내 진무극이 파놓은 최후의 음모가 그 진상을 드러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