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1화 판도라의 온실
치이이익—!
티타늄 타워 120층, 마스터 돔으로 향하는 기밀 연구 구역의 최심부 격벽이 묵직한 마찰음을 내며 갈라졌다.
수십 센티미터 두께의 특수 강철 문이 열리자마자 뿜어져 나온 것은 지독할 정도로 차갑고 습한 안개였다. 그 안개 속에는 포르말린과 오존, 그리고 오랜 세월 밀폐되어 있던 고대의 썩은 피 냄새가 한데 얽혀 코끝을 찔렀다.
“…….”
강진혁은 멈춰 서지 않았다. 은빛 내력 회로가 은은하게 맥동하는 목덜미 위로 차가운 수증기가 맺혔지만, 그의 칠흑 같은 눈동자는 단 한 순간도 흔들리지 않았다.
푸른빛의 HUD 시스템 경고창 따위는 진작에 꺼버린 지 오래였다.
인공지능 설화의 보조 연산도, 시야를 어지럽히던 붉은색 타격 궤적 계산도 없었다. 하지만 진혁의 감각은 그 어떤 최첨단 전술 AI보다 정교하게 주변 공간의 결을 꿰뚫고 있었다.
마신경(魔神境) — 진천(眞天).
시스템이라는 굴레를 짓밟고 스스로 무도(武道)의 진리를 깨달은 절대자의 영역.
진혁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낡은 보도블록 아래에 침전되어 있던 잔여 전자기장과 기계적 진동이 그의 발끝을 거쳐 단전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그것은 현대 공학의 에너지와 고대 마공의 운기를 동기화시키는 [만법귀마(萬法歸魔)]의 자연스러운 일환이었다.
벅, 벅.
진혁의 발소리가 광활한 통로를 울렸다. 그리고 이내 안개가 걷히며 드러난 광경에, 그 뒤를 조심스럽게 따르던 진세린의 숨통이 턱 막히고 말았다.
“이, 이건…….”
진세린의 붉은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자신의 심장 옆에서 적출해 낸 생체 코어 칩의 빈자리를 손으로 움켜쥔 채, 눈앞에 펼쳐진 지옥을 직시했다.
그곳은 거대한 온실이었다.
단, 꽃과 나무가 자라는 온실이 아니었다.
높이 50미터가 넘는 돔형 천장까지 아득하게 솟아오른 은빛 빔 컬럼. 그 기둥들을 따라 빽빽하게 배치된 수천 개, 아니 수만 개의 유리 배양 수조(Bio-Vat)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형광 초록색과 핏빛 형광 물질이 섞인 약물 속에서, 수많은 인형(人形)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복제 육체?”
진세린의 목소리에 경악이 섞여 들었다.
배양 수조 안에 갇힌 존재들은 단순한 인간이 아니었다.
어떤 것은 전신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하여 거구의 살인병기 형상을 하고 있었고, 어떤 것은 피부 밑으로 은백색 나노 회로가 줄기세포처럼 들끓으며 기관을 재구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소름 끼치는 것은 그들의 얼굴이었다.
어떤 이는 1,000년 전 멸문한 구무림 문파의 고수와 닮아 있었고, 어떤 이는 지하 격투장에서 마공 폭주로 사망했던 광마(狂魔)의 이목구비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주인공 강진혁의 이목구비와 기묘하리만큼 닮아 있는 불완전한 0호대 실험체들의 얼굴도 수십 개나 존재했다.
‘천마 프로토콜.’
진혁은 잔잔한 눈빛으로 수조 속을 바라보았다.
배양액 속에 잠긴 사체와 복제 육체들마다 옅은 기혈의 잔향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고대 마교 고수들의 유골에서 추출해 낸 골수, 유전자 코드, 그리고 현대 군사 기술이 기괴하게 짬뽕된 영혼 없는 육신들.
이곳이야말로 티타늄 그룹이 숨겨온 세계의 이면이자, 수많은 무인들을 마루타로 갈아 넣어 만든 죄악의 집합체였다.
바로 그때였다.
허공을 가득 채우고 있던 보랏빛 홀로그램 스크린들이 일제히 켜지며 반짝였다.
치리리리릭—!
수백 개의 화면에 띄워진 것은, 정갈하게 넘긴 은발에 차가운 눈빛을 한 중년 신사의 모습이었다.
티타늄 그룹의 회장이자, 이 모든 비극의 연출가. 진무극이었다.
[환영한다. 강진혁. 그리고…… 내 어리석은 딸아.]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진무극의 목소리는 너무나 차분하고 젠틀했다. 마치 자신의 거실로 손님을 맞아들이는 주인의 태도였다.
[60층의 방어선을 뚫고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구나. 아니, 정확히는 네놈이 시스템의 보조를 끊어내고도 육체의 한계를 극복할 줄은 몰랐다고 해야겠지. 참으로 경탄스러운 발육 속도다. 실험체 07호.]
“진무극.”
진혁이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손끝에서 흘러나온 검은 마기가 허공을 쓸어내리자, 주변의 습기가 순식간에 증발하며 카랑카랑한 마검기(魔劍氣)의 입자로 변했다.
“쓸데없는 헛소리는 치워라. 이것들이 네가 말하던 불멸의 정체냐?”
진혁의 시선이 배양 수조들을 향했다.
진무극은 홀로그램 너머에서 나지막하게 소리 내어 웃었다. 오만함과 광기가 짙게 깔린 웃음이었다.
[불멸? 그렇다. 인간의 육체는 너무나 미약하고 유통기한이 짧지. 아무리 고도의 나노머신을 투입하고 5세대 생체 코어를 이식한다 한들, 영혼을 담는 그릇 자체가 부패하면 결국 멸망에 도달한다. 1,000년 전의 천마조차 내력의 폭주와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비운의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더냐?]
진무극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진혁의 머리 위에 뜬 대형 화면에 고대 마교 유적의 발굴 현장과, 천마의 유골에서 추출된 황금빛 진기 데이터 코드가 3차원 모델링으로 출력되었다.
[나는 깨달았다. 고대의 마공은 기혈의 운행이라는 명목하에 인간의 유전자를 강제로 초월시키는 ‘생물학적 진화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그러나 그 진화는 너무나 거칠고 위험하여 제어할 수가 없었지. 그래서 군사 나노머신으로 회로를 보완하고, 완벽한 기혈을 가진 육체를 인공적으로 배양해 낸 것이다.]
진무극의 눈빛이 그느스름한 탐욕으로 물들었다.
[이곳은 온실이다. 내 불멸을 완성하기 위한 최고의 '부품 공장'이자, 전무후무한 신천마의 육체를 갈아치우기 위한 스페어 타이어들의 정원이지.]
“부품 공장……?”
진세린이 이빨을 짓씹었다.
“아버지는…… 인간의 생명을, 무인들의 고결한 무도를 단지 아버지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교체용 부품으로 생각했던 건가요? 천우진 팀장님도, 슬럼가의 사람들도 전부?!”
[세린아. 네가 아직 오만함을 버리지 못했구나.]
진무극의 시선이 진세린을 향해 차갑게 식어 내렸다.
[자본과 기술을 가진 자가 지배하는 것이 현대의 이치다. 핏줄에 연연하고 무도니 의리니 하는 가치관에 사로잡혀 죽어간 구시대의 무인들은 내 기술의 밑거름이 된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여겨야 한다. 너 역시 그 코어를 바쳐 내 승천의 밑받침이 되었어야 했거늘, 감히 쥐새끼에게 붙어 반기를 들다니.]
“틀렸다.”
진혁이 진무극의 말을 단칼에 자르고 나섰다.
진혁의 걸음이 배양 수조 사이로 천천히 이어졌다. 그가 걸어갈 때마다 손끝에서 번지는 칠흑의 마기가 공기 중에 떠다니는 기계적 파장을 하나씩 잠재우고 있었다.
“너는 힘을 구걸하는 장사꾼에 불과하다, 진무극.”
[뭐라?]
진무극의 미간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진혁이 고개를 들어 모니터 너머의 진무극을 직시했다. 그 차가운 흑안에는 시스템이 연산해 낸 그 어떤 데이터로도 측정할 수 없는 웅혼한 의지가 서려 있었다.
“고대 무인들이 목숨을 바쳐 도달하려 했던 경지, 그리고 천마가 완성하고자 했던 마공은 단지 육체의 강함이나 생명의 연장에 있지 않다.”
진혁이 오른손을 천천히 쥐어틀었다.
쿠구구구구—!
그의 단전에서 도도하게 흐르는 마기가 뿜어져 나오자, 돔 전체를 지탱하던 티타늄 구조물들이 아우성을 치듯 비명을 질렀다.
나노머신과 생체 코어의 동력, 그리고 고대 운기조식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신천마신공]의 파동이었다.
“강함은 타인의 뼈를 깎아 만든 그릇에 담긴 것이 아니다. 역경 속에서 스스로 통찰하고, 한계를 부수어 만든 ‘자기 자신’의 진리에 있는 법. 너처럼 기계 장치와 타인의 유전자에 의존해 연명하려는 자는 천 번을 다시 태어나도 참된 무(武)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
[크크크…… 하하하하하!]
진무극이 폭소를 터뜨렸다. 광기와 오만이 뒤섞인 굉음이 스피커를 찢을 듯 울려 퍼졌다.
[개소리! 철학 놀음 따위는 패배자들의 변명일 뿐이다! 네놈이 아무리 마신경에 도달했든, 시스템을 벗어났든 상관없다. 07호, 네 육체는 이미 천마 프로토콜에 의해 가장 완벽하게 벼려진 최고의 그릇! 내가 가져갈 최종 완성품이다!]
진무극의 손가락이 모니터 화면 속에서 붉은색 마스터 오버라이드 버튼을 내리눌렀다.
[내가 직접 내려가서 네놈의 사지를 찢어발기기 전에…… 제1세대 실패작들의 굶주림을 먼저 느껴보도록 해라.]
삐이이이이—!
타원형 돔 전체에 붉은 비상 경보등이 미친 듯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Warning: Master Override Protocols Activated.]
[Emergency Purge for Sector 120-B.]
[Releasing Origin Prototype Bio-Vats.]
경고음과 함께, 진혁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수백 개의 배양 수조 내부에서 녹색 액체가 급격하게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쿠르르르르—!
“진혁 씨!”
진세린이 쇄도하는 중력 파동에 비틀거리며 무기를 겨누었다.
배양액이 빠져나간 유리 수조 표면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파아아앙! 파근!
유리가 산산조각 나며, 내부에서 갇혀 있던 기괴한 아우라가 사방으로 터져 나왔다.
그것은 고대 마공의 오염된 잔향과 4세대 군사용 생체 코어의 과부하된 출력이 결합된, 끔찍한 살기(殺氣)였다.
수조 속에서 걸어 나오는 자들.
피부 위로 붉은 나노 회로가 핏줄처럼 솟아오르고, 눈동자가 칠흑으로 물든 초기의 복제 무인들이 찢어진 목소리로 포효했다.
“키아아아악—!”
“쿠오오오!”
그들의 손가락 끝은 고주파 진동 파쇄 단검처럼 변형되어 있었고, 단전 부위에서는 10,000 MW에 달하는 미친 수치의 고출력 코어가 미친 듯이 진동하고 있었다.
비록 영혼은 없으나, 오직 본능적인 살상 기술과 고대의 마공 운기 법칙만을 입력받은 정밀한 살인병기들.
그 수가 무려 수백에 달했다.
[죽여라! 07호의 사지를 잘라내고 단전만을 온존시켜라!]
진무극의 광기 어린 명령이 통로에 울려 퍼졌다.
수백 명의 복제 무인들이 바닥을 차고 뛰어올랐다. 그들의 이동 궤적은 현대 전술 수트의 마광신보(魔光神步)와 고대 무공의 궤적이 융합된, 상식을 벗어난 초광속의 움직임이었다.
사방에서 쇄도하는 플라즈마 검강과 고주파 쇄신 파동.
그 압도적인 무력의 폭풍 속에서도 강진혁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진혁이 오른발을 가볍게 내디뎠다.
쿵—!
지면이 꺼져 내리며, 그의 전신에서 차갑고도 거룩한 검은 마기가 폭발하듯 피어올랐다.
[신천마신공(新天魔神功) 제10식.]
진혁의 차가운 음성이 붉은 비상 경보등을 뚫고 묵직하게 깔렸다.
[압도(壓倒).]
쿠우우우웅—!
진혁을 중심으로 반경 50미터 이내의 공간 전체가 마치 거대한 망치에 맞은 것처럼 아래로 짓눌렸다.
중력을 왜곡시키는 강력한 마기의 장벽이 사방으로 방사상으로 터져 나가며, 허공을 날아오르던 수십 명의 복제 무인들을 그 자리에서 바닥으로 쳐박아버렸다.
퍼퍼퍼펑!
고주파 단검과 플라즈마 제너레이터가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터져 나갔다.
단 한 번의 운기만으로 사방의 고에너지 필드를 분쇄해 버린 것이다.
“진무극.”
진혁은 자신을 향해 기어오는 복제 인간의 머리를 무심하게 밟아 부수며, 홀로그램 스크린을 향해 마검을 겨누었다.
“이깟 찌꺼기들로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나?”
그의 눈빛 속에서 붉은 마기가 번쩍였다.
“기다려라. 네놈이 불멸이라 부르는 그 헛된 껍데기를, 내가 직접 갈아마셔 줄 테니.”
진혁의 몸이 허공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다음 순간, 쇄도하는 살인병기들의 한가운데에서 검은 뇌전의 검강이 은하수처럼 터져 나왔다.
같은 시각.
티타늄 타워 80층, 붕괴된 방어선 중앙.
콰아아앙!
두꺼운 격벽 조각이 날아가며 자욱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연기 속에서 한 사내가 거칠게 숨을 내쉬며 낡은 사이보그 의수를 땅에 짚었다.
천우진이었다.
“하아…… 하아…….”
그의 전신에 이식된 군용 사이보그 장갑은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되어 있었다.
오른쪽 안대는 날아가 버렸고, 파란색 인공 안구에서는 붉은 스파크가 튀어 오르고 있었다.
그의 발치에는 수십 대의 ‘센티넬-X’ 무인 기갑병기들이 차갑게 식어 가고 있었다.
강진혁과 진세린을 120층으로 보내기 위해, 생체 코어 출력을 300%까지 과부하하며 혼자서 후방을 방어한 결과였다.
피이이이—!
천우진의 심장 부근에 위치한 생체 코어가 위험 신호를 울리며 기괴한 고열을 뿜어냈다.
이미 내부 장기는 코어의 과열로 인해 소실되어 가고 있었고, 신경망은 마비 직전이었다.
“크큭…… 늙은이 몸뚱이가…… 이제야 비명을 지르는군.”
천우진이 피가 섞인 침을 뱉어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품속에서 낡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사이보그 손가락 끝에서 튕겨 나온 작은 불꽃이 담배 끝에 붙었다.
깊게 연기를 마신 그가 상층부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비록 눈은 보이지 않지만, 느껴졌다.
타워 최상층에서 분출되고 있는 저 압도적이고 고결한 마기의 파동을.
“진혁이 놈…… 아주 난리를 치고 있구만.”
천우진의 입꼬리가 슥 올라갔다.
티타늄 그룹의 개로 살아가며 무수한 죄를 지었던 자신의 삶. 그러나 마지막 순간, 세상을 바꿀 참된 무인을 위해 방패가 되어주었다는 사실이 그를 웃게 만들었다.
철컥.
통로 저편에서 또다시 수십 대의 센티넬 부대가 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걸어오고 있었다.
천우진은 입에 문 담배를 훅 불어 연기를 날렸다.
그리고 자신의 심장 코어를 향해 오른손 의수를 깊숙이 찔러 넣었다.
[Warning: Core Self-Destruction Sequence Initiated.]
[Limit Overload: 500%]
“오냐, 들어와라. 미친 개새끼들아.”
천우진의 헐떡이는 음성과 함께, 그의 전신이 태양처럼 붉은 빛으로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진혁아…… 꼭 그 자식 목을 꺾어라.”
쿠가가가가가—!
80층 전체를 통째로 날려버릴 듯한 거대한 폭발음이 티타늄 타워의 허리를 뒤흔들었다.
스콰아아아앙—!
120층 온실 구역.
단 3분 만에 수백 개의 배양 수조와 복제 병기들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고철과 핏더미로 변해 있었다.
검은 마기의 잔향이 서린 마검을 거두며, 진혁이 천장을 향해 시선을 올렸다.
방금 전, 80층에서 전해져 온 거대한 충격파와 함께 천우진의 기혈 파동이 완전히 소멸하는 것을 감각했기 때문이다.
“…….”
진혁의 눈매가 깊게 침몰했다.
슬럼가에서 자신에게 현대 군사 기술의 원리를 가르쳐 주고, 든든한 스승이자 동료로서 길을 열어주었던 노병. 그의 희생이 진혁의 단전 속 마기를 더욱 뜨겁게 타오르게 만들었다.
“세린.”
“네, 진혁 씨…….”
뒤에서 덜덜 떨며 서 있던 진세린이 진혁의 부름에 응했다.
그녀의 눈가에도 천우진의 소멸을 느낀 듯 굵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여기서 기다려라. 마스터 돔의 게이트는 내가 연다.”
“하지만 아버지는…… 진무극 회장은 120층 통제실에 프라임 코어를 완전히 장착한 상태예요! 지금 가시면……!”
“상관없다.”
진혁이 걸음을 옮겼다.
그가 밟는 바닥마다 티타늄 장갑판이 분자 단위로 갈라지며 검은 마기의 궤적을 남겼다.
“그자가 불멸의 신이 되었든, 우주의 괴물이 되었든 상관없어.”
진혁의 손끝에서 고주파 진동과 마기가 융합된 절대의 검강—[파천검강(破天劍罡)]이 서서히 형체를 갖추어나갔다.
“천우진의 몫까지 포함해서, 그 오만한 목을 꺾어주마.”
쿠구구구구!
온실 구역 최상단, 마스터 돔으로 향하는 마지막 마스터 게이트가 진혁의 검강에 직면하여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신서울의 상공을 뒤덮고 있던 먹구름이 기괴한 보랏빛으로 갈라지며, 차원 너머의 붉은 눈동자 수만 개가 타워 최상층을 향해 시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최종 결전을 향한 판도라의 상자가, 마침내 완벽하게 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