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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239화목차

제239화 승강기 위의 혈투

수직으로 치솟는 거대한 철골 구조물.

그 칠흑 같은 수직의 공동(空洞)은 오직 티타늄 타워의 중심축을 관통하는 초고속 외부 승강기가 만들어내는 육중한 굉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샤아아아아—!

초속 수십 미터의 가공할 속도로 상승하는 승강기 캐빈.

대기를 가르는 거친 바람 폭풍이 내뿜는 서슬 퍼런 음향 속에서, 강진혁은 한 자루 단정한 검처럼 지붕 한가운데에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사위는 온통 차가운 진공과도 같은 압박감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신서울의 마천루들이 아래로 아득하게 멀어지고, 햇빛 한 뼘 들지 않던 하층 슬럼가의 유황빛 불빛들이 마치 먼지처럼 흩어지는 것이 그의 차가운 시야 끝에 걸렸다.

휘가아아악—!

바람이 찢어지는 소리가 귓가를 사정없이 때렸다.

고고도 대기권의 극심한 기압 차와 초고속 상승이 야기하는 강렬한 마찰열이 뒤섞여 비명을 지르는 상공.

보통의 무인이나 어설픈 생체 코어 개조체라면 그 폭풍 같은 풍압과 가속도를 견디지 못하고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아득한 시공 아래로 추락했으리라.

하지만 강진혁은 달랐다.

툭. 툭.

그의 두 발바닥은 마치 철판에 용접이라도 해놓은 것처럼 승강기 지붕의 티타늄 합금 바닥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아니, 단순한 고정이라는 말로는 부족했다.

그것은 완벽한 물성(物性)의 흡착이자 공명이었다.

발바닥의 용천혈(湧泉穴)을 통해 정교하게 흘러나온 미세한 마기(魔氣)가 철판의 고주파 진동 주파수를 실시간으로 읽어 내고, 승강기가 요동칠 때마다 발생하는 모든 운동 충격을 상쇄하여 완벽한 정적을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이다.

[SYSTEM INFO: 시스템 자율 제어 모드. 강제 종료됨.]

[경고: HUD 시각화 인터페이스 작동 불가.]

[오직 본래의 생체 감각과 단전의 연산력에 의존합니다.]

시야 구석을 맴돌던 푸른빛의 HUD 창은 기척도 없이 완전히 꺼져 있었다.

과거 크로노스 이현도가 설계하고 회장 진무극이 그의 뇌와 단전에 심어놓았던 ‘천마 프로토콜’의 기계적 잔재는, 딥코어 내부에서 완전히 소멸하거나 혹은 진혁이 제어하는 순수한 내력과 마기에 의해 완벽히 굴복당한 지 오래였다.

이제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가상의 기계 데이터 따위가 아니었다.

눈앞의 공기가 어떤 기류를 타며 흐르고 있는지, 이 거대한 승강기를 떠받치는 초강도 와이어의 장력이 어떤 궤적으로 비틀리고 있는지.

만물의 ‘맥(脈)’ 그 자체가 오롯이 그의 단전과 오감(五感)을 통해 뇌리에 직관적으로 박혀 들어왔다.

‘……편해졌군.’

진혁은 속으로 낮게 읊조렸다.

지독하게 번거롭던 시스템의 연산 지연, ‘이 무공의 성공 확률은 74%입니다’ 따위로 속삭이던 기계 쪼가리의 잔소리가 사라진 자리에는, 오직 자신의 불굴의 의지와 단련된 육체만이 온전히 남았다.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무위(無爲)이자 자율이었다.

기계의 계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무인으로서의 본능과 생체 코어의 동기화가 스스로 깨닫고 먼저 반응하는 경지.

티타늄 그룹의 통제를 뚫고 도달한 4단계, 마신경(魔神境)의 자태였다.

파아아앗—!

바로 그때였다.

머리 위, 수백 미터 상공의 어둡고 습한 정적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 넷이 사정없이 내리꽂혔다.

쉬익- 릭, 릭, 릭!

음속을 가뿐히 돌파하며 터져 나오는 가공할 파공음.

티타늄 그룹의 특수전 부대가 숨겨둔 최후의 살인 병기, 통칭 ‘스펙터(Specter) 암살 조교’ 넷이었다.

그들은 일반적인 사이보그나 단순 생체 코어 이식자와는 차원이 달랐다.

전신에 특수 광학 카멜레온 슈트를 두르고, 대기와의 마찰광마저 능숙하게 지워낸 채 오직 목표의 단전을 파괴하기 위해 개조된 인간 흉기들이었다.

스르릉!

그들의 손목에서 분출된 모노필라멘트 와이어가 공기를 갈라붙이며 진혁의 목과 심장을 향해 직선으로 뻗어왔다.

강철과 장갑차의 장갑판마저 단숨에 두 동강 낼 수 있는, 초당 수십만 회 진동하는 초고주파 암살 무기였다.

그 공격은 인간의 반사 신경으로 인지할 수 있는 한계를 아득히 넘어선 속도였다.

만약 과거 시스템의 보조에 의존하던 시절의 진혁이었다면, 프로토콜이 제시하는 회피 예측 경로와 기계적 보조 시각에 전적으로 의지해야만 겨우 피할 수 있었을 난해한 궤적.

하지만 지금의 진혁은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피할 이유조차 찾지 못했다.

기이익-!

와이어가 진혁의 헐렁한 도포 자락에 닿기 직전의 찰나.

그의 전신 혈도에서 뿜어져 나온 짙은 핏빛의 마기가 공기의 밀도를 순간적으로 수십 배나 팽창시켰다.

신천마신공 — 만법귀마(萬法歸魔).

적의 무공이나 기계 장치의 에너지 흐름을 역으로 강탈하고 교란하는 절대의 권능이 고요하게 발동했다.

스펙터들이 뿜어내던 전자기적 스텔스 필드와 모노필라멘트 와이어에 흐르던 초고주파 진동 에너지가 진혁의 마기 영역에 포섭되는 순간, 거짓말처럼 공중에서 굳어버렸다.

분석(Analysis)과 이해(Understanding)가 0.001초 만에 완료되고, 융합된 내력이 적의 전자기 장벽을 상극으로 뚫어버린 결과였다.

챙-! 챙강-, 카아악!

"……지독하군."

"타겟의 전자기 파장이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이건…… 기계 시스템의 에너지가 아니야! 마기(魔氣)냐?!"

상공에서 내리꽂히며 습격을 감행하던 암살자들의 얼굴이 광학 슈트의 투명화 해제와 함께 흉측한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들은 뇌 개조를 통해 인간의 감정조차 거의 제거당한 특수 개조체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앞에서 일어난 현상 앞에서 생명체로서의 본능적인 공포를 느꼈다.

자신들이 발사한 초고주파 에너지와 물리적 공격의 궤적이, 도리어 상대의 단전 속으로 흡수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혁의 차가운 입꼬리가 싸늘하게 말려 올라갔다.

"지독한 건 너희들의 그 볼품없는 기계 덩어리다."

우우우웅-!

진혁의 오른손 검지가 허공을 향해 가볍게 꺾였다.

그 손짓 하나에, 승강기 상공의 기압이 순식간에 중첩되며 거대한 압축 중력 장벽이 형성되었다.

신천마신공(新天魔神功) 제10식 — 압도(壓倒).

과거 복잡한 기술명을 외치며 시스템의 연산 보조를 받아야만 겨우 형태를 갖추던 무공이 아니었다.

지금의 진혁에게는 단 한 조각의 군더더기나 시각적 인터페이스도 필요 없었다.

그저 그의 의지가 곧 마기였고, 마기가 가리키는 방향이 곧 천지 자연의 무자비한 법칙이었다.

쿠구구구궁-!

"크윽……!"

"몸이…… 제어가…… 안 된다……!"

네 명의 스펙터 암살자들은 공중에서 그대로 거대한 보이지 않는 손아귀에 움켜쥔 것처럼 짓눌렸다.

그들의 전신에 내장되어 있던 5세대 군용 생체 코어가 진혁의 마기에 대항하려 출력을 올렸으나, 역으로 내력의 역류 현상을 일으키며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파지직, 파지지직-!

"끄아아아악!"

기계 회로의 오작동음과 인간의 처절한 비명이 허공에서 어지럽게 뒤얽혔다.

슈트의 특수 장갑이 견디지 못하고 비틀려 찢어지고, 그 안에서 보랏빛으로 튜닝된 인공 혈액과 생체 조직이 사방으로 무자비하게 흩뿌려졌다.

진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공중에 드리워진 손바닥을 아래로 가볍게 휘저었다.

슈우우욱-!

진혁의 손끝에서 뻗어 나간 마기의 파랑(波浪)이 공간을 횡으로 날카롭게 썰어버렸다.

마치 거대한 신의 낫이 허공을 쓸고 지나간 것처럼, 네 명의 암살자의 몸이 정확히 상하 두 동강으로 나뉘며 흩어졌다.

툭, 투두둑……!

파괴된 살점과 부서진 기계 부품들이 100층 높이의 아득한 상공 아래로 추락해 갔다.

승강기의 철제 지붕 위에는 그 흔한 핏자국조차 제대로 남지 않았다.

진혁이 내뿜은 핏빛 마검기가 그 잔여물과 불쾌한 흔적까지 전부 소각해 버렸기 때문이다.

치익-

승강기는 단 한 번의 흔들림도 없이 수직 상승을 계속했다.

목적지인 티타늄 타워 최상층, 진무극이 도사리고 있는 ‘마스터 돔’까지 남은 거리는 이제 불과 수백 미터.

진혁은 차가운 상공의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다.

시야의 끝, 먹구름마저 칼날처럼 찢어놓은 그 거대한 철의 요새 안에서, 거대한 진동이 대기를 잘게 흔들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오는 것을 환영이라도 하듯.

아니, 그토록 원했던 ‘완벽한 그릇’의 도달을 진무극 회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기다려라, 진무극."

진혁의 깊은 흑안 속에서 짙은 핏빛의 마광이 불꽃처럼 번뜩였다.

그것은 더 이상 인간의 무력도, 기계의 계산도 아니었다.

모든 시스템과 자본의 통제를 발밑에 둔, 참된 마신(魔神)의 오만함이었다.

쾅-!

승강기가 마침내 최상층의 완충 구역에 도달하며 거대한 충격음과 함께 멈춰 섰다.

두꺼운 티타늄 합금으로 밀폐된 마스터 돔의 거대한 격벽이 서서히 소름 끼치는 기계음을 내며 좌우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틈새 너머로, 모든 비극의 원흉이자 자신을 단지 실험체 07호로 취급했던 최종 창조주의 기운이 진혁의 피부를 타고 소름 돋게 밀려들었다.

휘이익-

차가운 공기와 함께, 마침내 진혁의 발걸음이 티타늄 타워의 가장 높은 곳, 최후의 전장에 내딛어졌다.

[SYSTEM INFO: 경고. 해당 구역은 관리자 외 접근 금지입니다.]

[……시스템 오류. 프로토콜 강제 종료. 신마(神魔)의 영역에 진입합니다.]

머릿속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던 마지막 기계음마저 완전히 꺼졌다.

이제 남은 것은 오직 힘과 힘, 의지와 의지만이 사정없이 부딪히는 순수한 살육의 무대뿐이었다.

마스터 돔(Master Dome).

티타늄 타워의 최상층이자, 신서울 전체를 통제하는 생체 코어 네트워크와 고대 마교의 유적에서 추출한 연성진이 집결된 금단(禁斷)의 성역.

콰아아앙—!

거대 격벽이 완전히 열리며 뿜어져 나온 것은 단순한 수직풍이 아니었다.

그것은 수천 명의 피와 차가운 전자기적 오존, 그리고 1,000년 전 잊혀서 사멸했던 고대 마교의 유골에서 추출된 썩은 내력이 기괴하게 얽혀 만든 정체불명의 압력 장막이었다.

공기 자체가 붉게 들끓고 있었다.

입자 하나하나가 미세하게 진동하며 방사능 이상의 고통으로 피부를 할퀴어 대는 압도적인 공간.

일반적인 1계급 특수부대원이나 A급 군사형 생체 코어 이식자라 할지라도 이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신경 회로가 구워지고 단전이 폭발해 피를 토하며 사경을 헤매었을 터였다.

스벅, 스벅.

하지만 강진혁은 단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그 지옥의 성역 안으로 걸음을 내디밨다.

그의 두 눈은 칠흑처럼 어두웠으나, 그 안에서는 은은한 핏빛 마광(魔光)이 고요하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단전 안쪽에 자리 잡은 제3세대 튜닝형 생체 코어가 마기와 완벽히 동기화되어, 사방에서 밀려드는 유독한 압력을 순식간에 자신의 기혈 안으로 흡수해 정제해 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네놈이 만든 세계의 참상이냐, 진무극."

진혁의 묵직한 음성이 마스터 돔의 드높은 천장을 서늘하게 울렸다.

시야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수백 개에 달하는 거대한 투명 생체 배양관이었다.

그 기다란 유리관들 안에는 형체를 알아보려 할수록 기괴하게 일그러진 생체 실험체들이 유황빛 액체 속에 잠겨 있었다.

‘천마 프로토콜’의 실패작들.

아니, 자신보다 앞서 '최고의 그릇'이 되기 위해 사육되고, 개조당하고, 끝내 단전과 코어가 터져 버려진 수많은 00호대 실험체들의 유해였다.

그들의 가슴에 박혀 있는 폐급 생체 코어에서는 여전히 기괴한 핏빛 마기가 뿜어져 나와, 타워의 메인 프레임으로 연결된 굵은 케이블을 통해 어디론가 흡수되고 있었다.

신서울 전체를 거대한 단전으로 삼아 불멸의 천마가 되겠다는 진무극의 광기 어린 음모.

그 거대한 연성진의 중심부가 바로 이곳이었다.

위잉—! 위이잉—!

진혁이 배양관이 줄지어 늘어선 중앙 통로로 들어서자, 붉은색 비상경고등이 사방에서 피처럼 쏟아져 내렸다.

[경고: 침입자 감지.]

[최상층 자동 방어 시스템 '아포칼립스 Matrix'를 가동합니다.]

[목표: 피험체 07호. 즉시 소멸 처분을 개시합니다.]

천장과 벽면의 두꺼운 티타늄 장갑이 갈라지며 수천 개의 고주파 플라즈마 터렛과 미세 나노 드론 군단이 징그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국가재난급 대공 미사일 기지 하나를 통째로 옮겨놓은 것보다 강력한, 티타늄 그룹 최강의 자동 화력망이었다.

타타타타타타—!

콰콰콰콰쾡—!

치명적인 초고열 플라즈마 탄환과 분자 단위로 장갑을 찢어발기는 나노 커터들이 비처럼 사방에서 쏟아졌다.

단 한 도막의 사각지대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 전체를 원자 단위로 소각해 버리는 무자비한 일제 사격.

그러나 진혁은 가슴에 품은 검조차 뽑지 않았다.

"비켜라."

툭.

진혁이 왼발을 앞으로 가볍게 내디밨다.

그 단 한 번의 디딤.

그것이 바로 현대 기계공학의 에너지 전달 법칙과 고대 마공의 운기조식을 완벽히 융합해 낸 경지, [신천마신공 제11식 — 천마무상체(天魔無相體)]의 발현이었다.

콰아아앙—!

진혁의 몸을 중심으로 사방 10미터의 공간이 이상 굴절을 일으키며 왜곡되었다.

폭풍처럼 쏟아지던 수천 발의 플라즈마 탄환과 나노 드론들이 진혁의 피부에 닿기도 전에, 허공에 드리워진 핏빛 소용돌이 속으로 맥없이 빨려 들어갔다.

아니, 단순히 빨려 들어가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 맹렬한 물리적 운동에너지와 고열 플라즈마의 전자기력이 진혁의 발바닥과 나노 회로를 통해 단전으로 유입된 순간, 만법귀마(萬法歸魔)의 권능에 의해 완벽하게 정제되어 진혁 자신의 내력으로 치환되어 버렸다.

적의 공격이 강하면 강할수록, 진혁의 단전과 생체 코어는 더욱 강렬하게 차올랐다.

파지지지직—!

"연산 불능……! 타겟의 에너지 흡수율 및 동기화 속도 100% 초과……!"

"방어 필드 제어 불능! 시스템 과부하!"

자동 방어 시스템의 메인 인공지능이 과부하를 일으키며 비명을 질렀다.

진혁은 짓쳐 들어오는 기계들의 굉음을 뒤로한 채, 오른손 손가락을 허공에 가볍게 튕겼다.

핑—!

검 끝에서 튀어나간 한 줄기 핏빛 마검기(魔劍氣)가 공기를 가르고 뻗어 나갔다.

그것은 수천 개의 플라즈마 터렛과 벽면의 메인 제어 프레임을 일직선으로 단숨에 꿰뚫었다.

콰쾅, 콰콰콰콰쾅—!

마스터 돔을 메우고 있던 모든 자동 방어 무장들이 일시에 내부에서부터 폭발하며 잿더미로 변해 내렸다.

불꽃과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지만, 진혁의 검은 도포 자락에는 먼지 한 털조차 앉지 않았다.

시스템의 계산 따위는 이제 완전히 무의미했다.

연산 지연 시간 0.00초.

그의 의지와 마기는 이미 기계 공학의 연산 영역을 아득히 초월하여, 만물의 '결'과 '기혈'을 지배하는 영역에 도달해 있었으니까.

마신경(魔神境) — 진천(眞天).

그 절대적인 무위의 자태에, 마스터 돔 가장 깊은 곳을 지키던 거대한 통제실 문이 스르르 열렸다.

쿠구구구……!

문 너머에는 수천 개의 바이오 케이블과 최첨단 군사 슈퍼컴퓨터들이 복잡한 핏줄처럼 얽혀 있는 거대한 중심 제어실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 중앙, 공중에 떠 있는 순백의 생체 유지 장치 위에 한 남자가 유유히 앉아 있었다.

은발을 정갈하게 넘긴 중년의 신사.

티타늄 그룹의 회장이자, 이 모든 비극과 디스토피아를 지배해 온 거대 악의 정점.

진무극(眞無極)이었다.

그는 붉게 빛나는 전자기 눈동자로 아래에 선 진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가슴 중앙에는 일반적인 생체 코어와는 격이 다른, 고대 천마의 유골에서 추출한 정수와 현대 최고의 군사 나노기술이 집약된 '프라임 천마 코어'가 거대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웅- 웅- 웅-!

진무극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마스터 돔 전체의 중력을 비틀어버릴 만큼 압도적이었다.

"훌륭하구나, 피험체 07호. 강진혁."

진무극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발을 내딛자, 공기 중에 흩어져 있던 전자기 파동이 핏빛 벼락이 되어 사방으로 타올랐다.

"이현도가 만든 시스템을 부수고, 내가 준비한 최정예 병력들을 도륙하고 이곳까지 오다니. 참으로 완벽한 성장이다. 네가 보여준 그 무공과 기술의 융합이야말로 내가 1,000년 전의 전설을 넘어서기 위해 갈구하던 최종의 완성형이다."

진무극의 눈에 징그러울 정도의 탐욕과 오만이 서렸다.

그는 진혁을 대등한 적으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곧 손에 쥐게 될 최고의 '상품', 자신의 영혼을 이식하여 불멸을 이룰 '완벽한 육체'를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네 수고는 여기까지다, 강진혁."

진무극이 손을 앞으로 천천히 내밀었다.

그의 손가락 마디마디에서 은빛의 마스터 제어 회로가 솟아오르며, 마스터 돔 전체의 전력망과 진혁의 단전을 향해 전자기장을 투사했다.

"네가 이루어낸 그 무도(武道), 네가 쌓아 올린 그 내력과 단전. 이제 전부 내가 거두어 가겠다. 너는 그저 나를 위해 준비된 잔에 불과했음을…… 이제 깨달아라!"

콰아아아앙—!

진무극의 가슴에서 뿜어져 나온 거대한 핏빛 플라즈마 기둥이 마스터 돔의 천장을 완전히 뚫어버리며 폭발했다.

그곳에는 현대의 기술과 고대 마공을 기괴하게 결합한 최악의 괴물이 서 있었다.

하지만 강진혁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차가운 입술 사이로 낮고 서늘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진혁은 천천히 가슴 안쪽에서부터 끌어올린 마검을 들어 올렸다.

그 검 끝에 모여드는 것은 시스템의 기계적 계산이 아닌, 그가 지나온 지옥 같은 사투의 흔적이자 스스로 개척해 낸 참된 '신천마'의 의념이었다.

"잘못짚었다, 진무극."

진혁의 흑안이 번쩍이며, 마스터 돔 전체의 들끓던 공기가 단숨에 동결되었다.

"너는 그저 기계의 힘으로 신(神)을 흉내 내는 가짜에 불과하다. 그리고 가짜는…… 진짜의 검에 베여 사라지는 법이지."

쿠구구구구—!

두 거대한 마신의 기운이 상공에서 사정없이 충돌하며, 마침내 신서울의 운명을 결정지을 최후의 혈투가 그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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