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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229화목차

제229화 아이언 윌의 총공격

지축이 울렸다.

신서울의 하층 슬럼가, 제4구역의 잿빛 콘크리트 바닥이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한 것은 사방의 감시 카메라가 일제히 스파크를 튀기며 사망한 직후였다.

카사바 나뭇가지처럼 엉킨 고압선과 불법 증축된 컨테이너 가옥들 사이로 거대한 그림자들이 밀려들었다.

콰아아앙-!

방어선 역할을 하던 3층짜리 철골 구조물이 무참히 짓밟혔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인간의 형상을 아득히 벗어난 괴물들이었다.

티타늄 그룹의 자회사이자, 세계 최대의 민간 군사 용병 기업인 ‘아이언 윌(Iron Will)’.

그들이 보유한 제4세대 중장갑 기갑 사단이 슬럼가의 좁은 골목을 비집고 들어오고 있었다.

“빌어먹을! 전방 방어벽이 뚫렸다! 중화기 소대, 당장 플라즈마 개틀링을 전개해!”

반(反)기업 저항군 ‘니르바나’의 전사들이 목이 터져라 고함쳤다.

그들의 손에 들린 것은 폐기된 공장에서 뜯어낸 구형 개조 총기와 화염병이 전부였다.

상대와의 기술적 격차는 절망적이었다.

아이언 윌의 용병들은 전신을 티타늄 합금으로 도배하고, 3세대 이상의 생체 코어를 단전에 이식한 살인병기들이었다.

그들의 보급형 파워드 수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청백색 플라즈마 광채는 슬럼가의 짙은 어둠을 대낮처럼 밝히고 있었다.

“하하하! 이 쓰레기통 구석탱이에서 기어 나오는 벌레 같은 새끼들! 다 태워버려라!”

용병 떼의 선두에 선 자가 있었다.

거대한 용 문신이 새겨진 흉부 장갑을 드러낸 채, 두 자루의 고주파 체인소우를 휘두르는 사나이.

아이언 윌의 에이스이자, 수많은 슬럼가를 피로 물들인 도살자.

제프로스였다.

그의 체구는 족히 3미터에 달했다.

전신에 이식된 4세대 생체 코어가 포효하듯 굉음을 내며 시뻘건 열기를 뿜어냈다.

그가 대지를 발로 구를 때마다 지반이 폭발하듯 주저앉았다.

“송수연! 그 계집년 어디 갔어? 네가 그토록 믿던 그 ‘천마’ 새끼는 지금 어디 처박혀 있지? 마천루 꼭대기에서 우리 회장님한테 대가리가 깨져서 뒈졌나?”

제프로스의 비열한 조롱이 골목의 텁텁한 공기를 타고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니르바나의 총수 송수연은 찢어진 가죽 재킷을 걸친 채, 피투성이가 된 대형 도검을 겨누며 그저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두려움 대신 지독한 살기가 서려 있었다.

“……개소리 하지 마. 그분은 너희 같은 기계 쪼가리들이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아니야.”

“입만 살아가지고! 죽여버려라!”

제프로스의 손짓 한 번에 아이언 윌의 중장갑 기갑 사단이 일제히 어깨에 장착된 4연장 미사일 포드와 유탄 발사기를 치켜들었다.

수십 발의 살인적인 화기가 일제히 니르바나의 본거지를 향해 조준되었다.

공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며 살기(殺氣)가 극에 달했다.

바로 그때였다.

슈우우우— 쾅!

하늘에서 떨어진 섬광 하나가 용병 사단의 한복판에 박혔다.

엄청난 충격파와 함께 10톤짜리 중장갑 기갑 차량 두 대가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뭐야?!”

제프로스가 급히 체인소우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먼지와 화약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그 중앙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칠흑 같은 검은 머리.

옷자락은 이미 너덜너덜해졌으나, 그 몸에서는 일점의 흐트러짐도 없는 서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강진혁.

더 이상 그의 눈에는 시스템의 HUD 화면도, 차가운 인공지능의 보조 음성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혈관 속을 흐르는 뜨거운 마기와, 세상의 모든 이치를 꿰뚫어 보는 자재한 의지마저 초월한 무위(無爲)의 경지만이 그의 단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진혁은 말없이 고개를 들어 제프로스를 응시했다.

그의 흑안(黑眼)이 빛나는 순간, 사방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니들이 그 시끄러운 벌레들이군.”

진혁의 입술이 낮게 움직였다.

그의 목소리는 작았으나, 전장의 요란한 폭발음과 기계 굉음 속에서도 사방의 모든 이들의 고막에 벼락처럼 내리꽂혔다.

“죽여라! 저 새끼가 바로 그 실험체다! 회장님이 원하시던 완벽한 그릇이야! 생포든 도륙을 내든 상관없다, 당장 갈아마셔!”

제프로스가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거대한 체인소우를 가동했다.

고주파 진동음이 슬럼가의 공기를 찢어발겼다.

그와 동시에 아이언 윌의 용병 수백 명이 일제히 방아쇠를 당겼다.

부우우웅-! 콰콰콰콰콰!

수백 발의 플라즈마 탄환과 고출력 레이저 빔이 진혁을 향해 쏟아졌다.

하늘마저 붉게 물들일 정도의 압도적인 화력 세례였다.

니르바나의 전사들이 눈을 질끈 감았다. 저런 공격을 고스란히 맞고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강진혁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날아오는 탄막을 그저 덤덤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탁.

진혁의 오른발이 바닥을 가볍게 스쳤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SYSTEM INFO: 천마 프로토콜 (HEAVENLY DEMON PROTOCOL)]

……[Error: 사용자 권한에 의해 시스템이 영구 소각되었습니다.]

……[Self-Control Mode: 100%]

머릿속에서 울리던 기계음 따위는 이제 없었다.

오직 진혁의 심장 박동만이 우주의 시계추처럼 정확하게 세상을 울리고 있었다.

콰아아앙!

탄막이 진혁의 전방 1미터 지점에 도달한 그 순간.

보이지 않는 거대한 파동이 그의 몸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퍼져나갔다.

만법귀마(萬法歸魔).

세상의 모든 힘과 에너지를 자신의 기(氣) 아래로 종속시키는 절대의 권능.

수백 발의 플라즈마 탄환이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아니, 멈춰 선 것이 아니었다.

탄환을 이루고 있던 고출력 에너지 원자들이 진혁의 마기(魔氣)에 강제로 포획되어 역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뭐, 뭐야 이거?!”

제프로스의 얼굴에 역력한 경악이 떠올랐다.

자신이 쏜 무기의 탄도가 휘어지더니, 오히려 아이언 윌의 용병들을 향해 거꾸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챙-! 챙글글글-!

수백 발의 포화가 일제히 방향을 틀어 용병들을 집어삼켰다.

자신들이 쏜 화력에 스스로가 짓밟히며 골목 전체가 지옥으로 변했다.

비명과 고함, 기계 장치가 터져 나가는 파열음이 뒤섞였다.

“크아아악!”

“이게 무슨…… 자가당착이야! 회로가 전부 역류해!”

용병들이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고, 그들의 단전에 박힌 생체 코어들이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연쇄적으로 폭발했다.

제프로스만이 간신히 체인소우를 바닥에 내리꽂으며 지면을 버텨내고 있었다.

그의 전신에 이식된 4세대 장갑이 찢어지고 시뻘건 불꽃이 튀었다.

“이…… 미친 괴물 새끼……!”

제프로스가 이를 갈며 거대한 체인소우를 휘두르고 진혁을 향해 돌진했다.

3미터에 달하는 거구가 내뿜는 물리적 충격량은 웬만한 전차의 돌격과 맞먹었다.

지반이 움푹 파이며 그가 진혁의 코앞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0.5초도 되지 않았다.

슈우우욱!

“죽어라!”

체인소우의 날이 진혁의 목을 베어버릴 듯 맹렬하게 파고들었다.

그러나 진혁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오른손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손가락 두 개만으로 제프로스의 거대한 무기를 가볍게 튕겨냈다.

챙—!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제프로스의 체인소우가 산산조각이 나며 공중으로 흩어졌다.

진혁의 손가락 끝에서 흘러나온 미세한 검강(劍剛)이 무기의 분자 구조 자체를 절단해 버린 것이다.

“커헉……?!”

제프로스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자신의 전신 장갑을 뚫고 들어오는 차갑고도 거대한 압박감.

그것은 공포를 넘어선 경외였다.

진혁이 천천히 손을 뻗어 제프로스의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티타늄 합금으로 단단히 무장된 장갑이 진혁의 손가락 마디에 의해 맥없이 우그러졌다.

“네놈들의 주인이 누구든 상관없다.”

진혁의 흑안이 제프로스의 눈동자를 깊게 파고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죽음의 저승사자보다 더 낮고 차갑게 울렸다.

“이 신서울의 바닥에서 똥을 싸지르는 건 그만해라.

어차피 내가 전부 쓸어버릴 테니까.”

쿠구구구구—!

진혁의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온 순수한 마기가 제프로스의 단전으로 파고들었다.

4세대 생체 코어가 버텨내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제프로스의 입에서 시뻘건 피가 쏟아져 내렸다.

“기다려라…… 그분들께서…… 네놈을 가만두지 않으실 것이다…… 차원 너머에서…….”

제프로스가 마지막 단말마를 내뱉으며 눈을 희게 뒤집었다.

진혁은 그가 뭐라고 지껄이든 흥미 없다는 듯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파지직-!

거구의 용병대장은 그 자리에서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이 나며 바닥에 고깃덩이로 나뒹굴었다.

아이언 윌의 총공격은 시작된 지 단 3분 만에 완전히 박살 났다.

남은 용병들은 진혁의 살기 어린 눈빛을 마주하자마자 무기를 내던지고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혁은 그들을 쫓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슬럼가의 짙은 밤하늘을 가르는 거대한 차원의 균열을 바라보았다.

티타늄 그룹의 잔당 따위는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진짜 적들은 이미 그 거대한 눈을 번뜩이며 신서울의 상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진혁의 입가에 옅고도 잔인한 미소가 떠올랐다.

“오라고 해라.”

그가 검은 마기 날개를 등 뒤로 펼치며 허공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스스로가 우주의 법칙이 된 신천마(新天魔)의 검이, 이제 차원 너머의 진짜 심연을 향해 겨누어지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

진혁이 발을 구른 지점으로부터 반경 수백 미터의 지반이 그야말로 가루가 되어 폭발했다.

단 한 번의 도약.

그것만으로도 마천루의 중간 지점에 맞먹는 고공으로 몸이 솟구쳤다.

시속 수 마하에 달하는 속도로 대기층을 찢고 올라가는 진혁의 등 뒤로는 칠흑 같은 마기가 거대한 날개의 형상으로 너울거리고 있었다.

지상에 남겨진 송수연과 니르바나의 전사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허공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인간의 육신으로 대기권을 뚫고 우주로 향하는 초월적 존재.

그것은 이미 무림의 고수를 넘어선, 신화 속의 마신(魔神) 그 자체였다.

“……저게…… 우리가 보던 세상의 끝이었어.”

송수연이 멍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손에 들린 검은 이미 무의미해진 지 오래였다.

강진혁이라는 존재는 이제 신서울이라는 좁은 우리를 벗어나, 우주 그 자체와 대적하러 가고 있었으니까.

슈우우우우-!

고도가 높아질수록 대기는 희박해지고, 기온은 영하 수십 도 밑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진혁의 피부에 닿는 모든 물리적 법칙은 이미 그의 마기에 의해 굴복당한 지 오래였다.

나노머신의 자동 온도 조절 장치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의 세포 하나하나, 혈관을 흐르는 마기 한 올 한 올이 스스로 우주의 환경을 재구축하고 있었다.

[SYSTEM INFO: 천마 프로토콜 (HEAVENLY DEMON PROTOCOL)]

……[Error: 삭제된 권한입니다.]

……[User: KANG JIN-HYUK]

……[Status: Absolute Sovereign (절대지존)]

진혁의 시야 구석에 뜬 것은 더 이상 티타늄 그룹의 관리자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직 진혁 자신의 의지가 투영된, 우주의 진리에 가까운 데이터의 파편들이었다.

“흐음.”

진혁의 흑안이 대기권 밖, 저 너머의 심연을 응시했다.

티타늄 타워의 지하 5,000층 ‘아카이브 0’와 신서울 상공을 잇던 차원의 균열은 단순히 지구 내부의 기술로 열린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차원 너머의 존재들, 즉 인간을 '피험체 07호'로 사육하며 이 우주의 문명을 시뮬레이션해 온 진짜 창조주들이 파놓은 웜홀이었다.

진무극과 이현도 같은 자들은 그들의 대리인에 불과했다.

인류의 역사를 진화라는 명목 아래 통제하고, 강한 무인들이 나타날 때마다 수확해 가던 거대한 농장주의 손길.

그 썩어 빠진 농장을 완전히 불태우기 위해, 진혁은 지금 그들의 안방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콰아아앙!

마침내 대기권을 완전히 벗어난 진혁의 앞에, 광활한 우주의 진풍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 진풍경의 한가운데, 지구의 궤도를 에어싸듯 거대하게 자리 잡은 기괴한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에테르나(Eterna).

과거 티타늄 그룹이 신(神)의 영역이라 불렀던 인공 행성이자, 차원 너머의 존재들이 머무는 전초기지였다.

기계와 생체 조직이 기괴하게 융합된 그 거대한 요새의 표면에서는, 수천 개의 붉은 눈동자들이 일제히 진혁을 향해 번뜩이고 있었다.

- 피험체 07호의 탈주를 확인.

- 시스템 관리 코드 'ZERO'의 소멸에 따른 비상 프로토콜 가동.

- 해당 개체를 즉시 말살하고 우주의 수치(數値)를 초기화한다.

우주의 공허를 타고 전해지는 기괴한 텔레파시가 진혁의 뇌리에 직접 박혀들었다.

언어의 형태를 띠지 않은, 오직 파괴와 통제를 위해 설계된 차원적 사념파였다.

일반적인 초인이었다면 그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붕괴되어 피를 토하고 즉사했을 터였다.

하지만 진혁은 그저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초기화?”

진혁이 허공에 멈춰 서며 검을 뽑아들었다.

그의 손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우주의 진공 속에서도 불타오르듯 거대하게 팽창했다.

빛조차 빨아들이는 칠흑 같은 검강이 에테르나의 거대한 요새를 향해 겨누어졌다.

“내 목숨도, 내 육체도, 내 무공도 전부 내가 개척한 것이다. 너희 같은 벌레 새끼들이 지저분한 손아귀로 굴릴 수 있는 그릇이 아니야.”

진혁의 입가에 짙고도 잔인한 살기가 어린 미소가 떠올랐다.

스스로가 법칙이 된 자의 검.

신천마신공(新天魔神功)의 진정한 진수가 우주의 공허 속에서 펼쳐질 준비를 마쳤다.

“잘 들어라.”

진혁의 목소리가 우주의 진공을 진동시키며 에테르나의 모든 감시망에 울려 퍼졌다.

“지금부터 너희가 만든 이 우주의 법칙을, 내가 전부 부수고 새로 쓰겠다.”

콰아아아아아-!

진혁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 마기가 은하의 회전조차 역행시키듯 거대하게 폭발했다.

신천마신공의 극의, 우주를 가르는 단 한 번의 검격이 차원 너머의 흑막을 향해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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