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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221화목차

제221화 추락하는 신들의 요새

[SYSTEM WARNING: 구조적 무결성 0% 도달.]

[SYSTEM WARNING: 플로팅 랩, 180초 내 중력 역전 및 붕괴 예상.]

눈앞의 시야를 가득 채우던 붉은 경고등이 비명을 지르며 점멸했다. 천장을 가로지르는 강철 보들이 뒤틀리는 비명음과 함께 불꽃을 뿜어냈다. 방금 전까지 이현도가 광기에 젖어 읊조리던 유언은 이미 기계적인 파편이 되어 사방에 흩뿌려진 상태였다.

강진혁은 멍하니 바닥에 엎드린 이현도의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손가락 끝에 맺힌 피가 중력을 거스르지 못하고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이현도."

대답은 없었다. 다만 연구실의 메인 콘솔이 마지막으로 뿜어내는 정전기만이 파직거리며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 진혁은 망설임 없이 허리를 숙여 이현도의 품에 있던 검은 큐브를 낚아챘다.

'천마 프로토콜'의 원본 소스 코드이자, 진무극이 그토록 갈망하던 마지막 조각. 묵직한 큐브의 질감이 손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그것은 단순한 저장 장치가 아니었다. 1,000년 전, 천마의 골수에서 추출한 기억의 파편이 담긴, 이 비극의 시작점이었다.

[경고: 시설 붕괴율 45%. 120초 후 플로팅 랩의 중력 제어 장치가 정지됩니다.]

시스템의 건조한 음성이 뇌리를 울렸다. 진혁은 큐브를 나노 슈트의 보관함에 밀어 넣고 몸을 돌렸다.

쿠구구구!

발밑의 바닥이 거대한 지진이라도 난 듯 요동쳤다. 플로팅 랩은 신서울 상공 1만 미터에 떠 있는 거대 공중 요새였다. 이것이 추락한다면, 아래에 위치한 슬럼가 4구역은 지도에서 지워질 것이 자명했다.

"윤아영, 들리나?"

진혁이 통신 채널을 열었다. 지직거리는 노이즈 사이로 다급한 아영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 진혁! 요새의 고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당장 거기서 나와! 니르바나의 수송선이 남쪽 계류장에 대기 중이야. 60초면 늦어!

"알았다. 곧 가지."

진혁은 지체 없이 질주했다. 마기를 끌어올려 나노머신의 회전수를 임계점까지 높였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나노머신이 붉은색 마기를 머금고 푸른 빛을 내뿜었다.

이것은 단순히 육체의 강화가 아니었다. [마신경(魔神境)]에 진입한 이후, 진혁은 자신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법칙'이 된 기분이었다.

복도를 가로막는 티타늄 그룹의 방어 로봇들이 쏟아져 나왔다. 놈들은 이미 자아를 잃은 채, 오직 붕괴하는 시설을 지키기 위한 프로그래밍에 따라 무차별 사격을 퍼부었다.

"비켜."

진혁이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순간, 공기 중의 마기가 소용돌이치며 압축되었다.

[기술 발동: 만법귀마(萬法歸魔)]

놈들의 총구에서 발사된 고출력 빔이 진혁의 앞 5센티미터 앞에서 멈춰 섰다. 마기가 빔의 주파수를 역으로 침식했다. 빔의 입자가 흩어지고, 그 에너지는 고스란히 진혁의 손바닥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분석 완료.'

진혁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그는 흡수한 에너지를 검지 끝으로 집중시켰다.

피융!

보이지 않는 검기가 허공을 가르자, 길목을 막던 로봇들의 중앙 코어가 일제히 폭발했다. 폭발의 연쇄 반응은 멈추지 않았다. 로봇들이 쓰러진 자리에 고인 마기가 바닥을 뚫고 지나가며 시설의 주요 지지대를 순식간에 녹여버렸다.

쿠웅!

요새가 크게 기울었다. 복도 끝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파편을 발판 삼아 진혁은 밖으로 튀어 나갔다.

마침내 도착한 계류장. 멀리서 니르바나의 대형 수송선 ‘블랙 호크’가 엔진의 열기를 뿜어내며 공중에 떠 있었다.

"강진혁!"

수송선 문밖에서 송수연이 장검을 쥔 채 소리쳤다. 그녀의 뒤로 보급형 코어를 장착한 저항군들이 진혁의 탈출을 엄호하고 있었다.

"요새가 무너진다! 빨리 타!"

진혁은 발을 굴렀다. 지면을 박차고 솟구친 그의 몸이 중력을 무시한 듯 수송선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 찰나의 순간, 발아래의 플로팅 랩이 거대한 굉음을 내며 통째로 반토막 났다. 공중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참극이었다.

붕괴하는 요새의 잔해들이 신서울의 상층부 마천루를 향해 비처럼 쏟아졌다.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처럼 보였지만, 그 화염 속에 담긴 파괴력은 끔찍했다.

진혁이 수송선의 착륙 발판에 발을 딛는 순간, 블랙 호크의 조종사가 스로틀을 끝까지 밀어 올렸다.

"이탈한다!"

수송선이 엄청난 속도로 고도를 높였다. 진혁은 램프 안으로 몸을 던지며 뒤를 돌아보았다.

수천 톤의 강철 덩어리가 불길에 휩싸인 채 아래를 향해 추락하고 있었다. 저것이 떨어지면 신서울의 일부는 폐허가 될 것이다. 티타늄 그룹은 자신들의 치부를 숨기기 위해 요새를 통째로 버릴 셈이었던 거다.

'진무극.'

진혁은 주먹을 꽉 쥐었다. 창조주라 자처하던 자들은 스스로의 쾌락을 위해 세상을 장기판처럼 굴려왔다.

[상태창 정보]

■ 사용자: 강진혁

■ 경지: [마신경(魔神境) - 진천(眞天)]

■ 생체 코어 출력: 측정 불가 (에테르나 파편 융합 완료)

■ 보유 마기: 천마의 근원적 파편과 결합

■ 특이사항: 이현도의 연구 데이터(큐브) 확보.

수송선 안으로 들어온 진혁을 보며 윤아영이 달려와 태블릿을 내밀었다.

"진혁, 무사해서 다행이야! 그런데... 이 데이터 좀 봐. 이현도가 죽기 직전에 전송한 암호화된 파일들이야. 티타늄 그룹의 메인 서버와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었어."

진혁은 태블릿을 낚아채 화면을 응시했다. 화면에는 ‘오리진(Origin)’이라는 문구와 함께, 거대한 인체 형상의 설계도가 돌아가고 있었다.

"이건..."

"진무극이 준비하던 최종 병기야. 단순히 기계가 아니야. 천마의 혈통 데이터와 5세대 암흑물질 코어를 융합한, 말 그대로 '살아있는 강철'을 만들고 있어."

아영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리고 그 수트의 제어권, 지금 진혁 네 몸에 있는 시스템과 동일한 백도어가 심어져 있어. 진무극은... 네 몸을 통째로 갈아타서 그 수트에 안착할 생각이었던 거야."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지금껏 자신이 겪어온 모든 시련이, 결국은 누군가의 옷을 갈아입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는 사실.

"시간이 없어."

진혁이 차갑게 읊조렸다.

"진무극은 이현도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더 빨리 움직일 거다. 요새가 추락하는 이 혼란을 틈타, 놈은 이미 최종 단계로 넘어갔을 거야."

"그럼 우리는?"

송수연이 물었다.

진혁은 창밖의 타오르는 신서울을 보았다. 그곳은 이미 기업의 독재가 무너지고, 혼돈과 공포가 뒤섞인 아비규환의 장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끝을 보러 간다."

진혁의 손에서 검은 마기가 피어올랐다. 그것은 이제 시스템의 명령에 따르는 에너지가 아니었다. 자신의 의지가 현실의 법칙을 뒤틀어버리는, 순수한 파괴의 권능이었다.

"티타늄 타워로 방향을 돌려. 오늘 밤, 저 거대 기업의 심장을 멈춘다."

수송선의 기수가 신서울의 상징인 티타늄 타워를 향해 맹렬히 회전했다. 하늘 위로 쏟아지는 불비(火雨) 사이를 뚫고, 진혁의 검은 망토가 강풍에 휘날렸다.

[경고: 티타늄 타워 방어 시스템, S급 위협 감지.]

[경고: '진무극'의 마스터 코드가 활성화되었습니다.]

뇌리를 찌르는 듯한 시스템의 붉은 경고음이 들려왔다. 하지만 진혁은 미소 지었다.

이제 더 이상 HUD는 필요 없었다. 그의 심장 자체가 이미 천마의 경지를 넘어선, 우주의 법칙 그 자체였으니까.

"기다려라, 진무극."

진혁의 검지 끝에서 응축된 마기가 밤하늘을 가르는 혜성처럼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신서울의 밤은 그렇게, 마지막 종말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요새의 잔해들이 대지에 부딪히며 신서울을 뒤흔드는 사이, 진혁은 자신의 모든 마기를 단전에 집중시켰다.

[신천마신공(新天魔神功) - 1식: 마기개방(魔氣開放)]

수송선 전체가 진혁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마기에 짓눌려 삐걱거렸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가 티타늄 타워의 꼭대기에 발을 딛는 순간, 세상은 완전히 다른 법칙으로 다시 쓰일 것이다.

"모든 프로토콜을 종료한다."

진혁이 눈을 감았다가 뜨자, 그의 흑안(黑眼) 속에 은하수가 소용돌이쳤다. 그의 등 뒤로 거대한 천마의 형상이 겹쳐지며, 신서울의 모든 전자기기가 일시적으로 마비되었다.

이제, 진짜 천마의 강림이었다.

[SYSTEM ALERT: 전자기파(EMP) 펄스 발생. 반경 5km 내 티타늄 그룹 보안망 마비.]

[SYSTEM ALERT: 시스템 접근 권한 강제 탈취.]

수송선 내부의 모니터가 일제히 치직거리며 꺼졌다. 진혁이 마기를 방출하는 것만으로 신서울 상공의 제어권이 흔들리고 있었다. 조종석에서 비명을 지르던 조종사가 당황하며 레버를 조작했지만, 기체는 이미 진혁의 마기에 휘감겨 있었다.

"진혁, 뭐야! 갑자기 기체 제어권이 전부 사라졌어! 네가 한 짓이야?"

윤아영이 당황하며 태블릿을 두드렸지만, 화면은 검은색이었다. 진혁은 덤덤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통로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닥의 금속판이 미세하게 함몰되었다.

"시스템의 도움이 필요한 시대는 끝났다."

진혁의 말은 선언이었다. 그는 이제 굳이 HUD를 띄워 전투 궤적을 계산할 필요가 없었다. 적의 움직임은 마기의 파동을 통해 신경계에 직접 전달되었고, 반응 속도는 인공근육의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였다.

그때, 수송선의 창밖으로 거대한 섬광이 번쩍였다. 티타늄 타워의 옥상, 그곳에서 쏘아 올린 대공 방어 포화였다. 일반적인 탄환이 아닌, 고농축 플라즈마 입자포가 수송선을 향해 쇄도했다.

"회피 불능! 궤적 계산이 안 돼!"

조종사의 절규. 하지만 진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수송선의 열린 램프 끝으로 걸어 나갔다. 쏟아지는 플라즈마의 바다, 그 한가운데로 몸을 던지는 미친 짓이었다.

"강진혁, 안 돼!"

윤아영의 비명은 강풍에 흩어졌다. 진혁은 허공을 밟았다.

[기술 발동: 천마무상체(天魔無相體)]

마기가 전신을 감싸며 나노머신을 강제로 재구성했다. 피부는 초고온 플라즈마를 튕겨내는 마기 장벽으로 변했다. 쏟아지는 포화가 그의 몸에 닿는 순간, 불꽃놀이처럼 산산이 흩어졌다.

진혁은 그 포화의 잔해를 디딤돌 삼아 타워를 향해 수직으로 낙하했다. 아니, 낙하가 아니었다. 그것은 중력을 짓밟는 비행이었다.

쾅!

타워의 최상층 외벽을 가볍게 뚫고 진혁이 착지했다. 사방이 유리로 된 VIP 접견실, 그곳의 중앙에 진무극이 앉아 있었다. 그는 이미 1000년 전 천마의 유골을 바탕으로 재현된 ‘오리진’ 수트를 착용한 상태였다.

수트는 액체 금속처럼 그의 전신을 타고 흘렀고, 등 뒤로는 기괴한 형태의 마기 노즐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왔나, 피험체 07호."

진무극의 목소리는 기계음과 섞여 괴기스럽게 울렸다. 그는 진혁을 바라보며 오만한 미소를 지었다.

"시스템의 족쇄를 스스로 끊어낸 것까지는 가상하군. 하지만 명심해라. 너는 그저 나를 위한 완벽한 그릇으로 숙성되었을 뿐이다."

"그릇?"

진혁이 차갑게 되물었다. 그는 손을 뻗어 허공을 움켜쥐었다.

"착각하지 마라, 진무극. 그릇은 깨뜨리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다."

진혁의 마기가 타워 내부를 가득 채웠다. 진무극이 수트의 출력을 최대로 높이며 돌진했다. 5세대 암흑물질 코어가 내뿜는 보라색 섬광이 타워의 벽면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콰앙!

두 존재의 격돌. 현대 기술의 정점인 ‘오리진’과 고대 마공의 끝인 ‘신천마신공’이 정면으로 부딪혔다.

충격파는 타워를 관통해 신서울 전체를 뒤흔들었다. 아래쪽 슬럼가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수만 명의 눈에, 밤하늘을 가르는 거대한 마기의 파동이 각인되었다.

진무극의 주먹이 진혁의 가슴을 노리고 쇄도했다. 그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타격이 아니었다. 마기를 역류시켜 단전을 파괴하려는 최악의 수법.

그러나 진혁은 피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진무극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만법귀마(萬法歸魔)."

흡원천공의 상위 이치. 진무극의 수트에서 흐르던 암흑물질 에너지가 진혁의 손을 통해 역류하기 시작했다.

"무, 무슨…! 내 코어가…!"

진무극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그가 구축해 놓은 시스템의 지배 코드가 진혁의 마기에 의해 강제로 삭제되고 있었다.

"이건 내 거야. 네가 훔쳐서 덧씌운 가짜 힘 따위, 이제 다 돌려받지."

진혁의 눈동자가 적색으로 타올랐다. 그는 자신의 존재를 갉아먹던 시스템의 백도어를 오히려 진무극의 수트를 향해 역으로 주입했다.

[SYSTEM OVERRIDE: 관리자 권한 강탈.]

[SYSTEM OVERRIDE: 오리진 프로젝트 강제 종료.]

수트가 비명을 지르며 진무극의 몸을 옥죄기 시작했다. 진무극은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갑옷에 스스로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아니야…! 이럴 순 없어! 나는 천마를 완성하려 했다!"

"천마는 완성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진혁의 검이 허공에서 형체를 갖췄다. 그것은 철도, 빛도 아니었다. 순수한 의지가 빚어낸 멸천(滅天)의 칼날.

"네 놈의 오만한 꿈은 여기서 끝이다."

진혁의 검이 진무극의 심장부를 향해 쇄도했다. 티타늄 타워의 꼭대기가 빛에 휩싸였다.

그것은 신서울의 끝이자,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가장 화려한 처형식이었다. 진무극의 비명소리가 타워를 넘어 신서울의 밤하늘 전체로 퍼져 나갔다.

이제, 시스템의 지배는 영원히 종식될 것이다. 진혁은 멈추지 않았다. 그의 손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가 타워의 기반 시설을 통째로 집어삼키고 있었다.

[Warning: 마기 밀도 임계점 돌파. 신서울 전역의 네트워크 붕괴.]

세상이 침묵했다. 진혁의 뒤로 드리워진 천마의 거대한 그림자가 신서울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것은 통제받지 않는 절대적인 힘의 강림이었다.

"자, 이제 보여주마."

진혁이 진무극의 가슴에 박힌 코어를 뽑아내며 나직하게 읊조렸다.

"진정한 천마가 무엇인지."

그의 발끝에서 시작된 마기의 물결이 타워를 타고 신서울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이제 더 이상의 시스템도, 관리자도 없다.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진리를 완성한 한 명의 천마만이 그곳에 서 있었다.

진혁의 검이 마지막 일격을 위해 다시 한번 치켜올려졌다. 오늘 밤, 1000년간 이어져 온 악연의 고리가 완전히 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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