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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214화목차

제214화 플로팅 랩 공중 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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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플로팅 랩 공중 강하

하늘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고도 3만 피트. 성층권의 차가운 공기가 기체를 쉴 새 없이 두들겼다. 티타늄 그룹의 비밀 연구 시설, ‘플로팅 랩(Floating Lab)’을 향해 질주하는 고고도 수송기 ‘블랙 버드’의 엔진이 과부하로 인해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강진혁! 방어선이 미쳤어! 저게 단순한 자동 요격 시스템이냐? 저건 대함 미사일이야!”

조종석에 앉은 천우진의 고함이 통신기를 찢을 듯 울렸다. 그의 말대로였다. 눈앞의 플로팅 랩은 거대한 은빛 가오리 같은 형상을 한 채, 주변 공간을 뒤틀며 쏟아지는 플라즈마 탄막을 방사하고 있었다.

강진혁은 묵묵히 자신의 양손을 내려다보았다. 시스템의 도움은 이제 없었다. HUD도, 분석 로그도, 적의 궤적을 예측해주던 보조 AI ‘설화’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지금 그의 감각은 그 어느 때보다 명료했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은 나노머신이 아닌 마기(魔氣)였다.

“천우진.”

“말해!”

“여기서 내려준다.”

“뭐? 미쳤어? 낙하산도 없이 이 고도에서 뛰어내리겠다고? 너 지금 미쳤…!”

천우진의 외침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쾅! 수송기의 화물칸 해치가 폭발하듯 개방되었기 때문이다. 영하 50도의 초고속 기류가 안으로 들이닥쳐 진혁의 검은 머리칼을 거칠게 뒤흔들었다.

진혁은 망설임 없이 허공으로 몸을 던졌다.

슈우우우우-!

몸이 자유낙하하기 시작했다. 중력 가속도가 붙은 그의 신체는 순식간에 시속 300km를 돌파했다. 지상을 가득 메운 플로팅 랩의 방어용 레이저가 그를 포착했다. 수백 개의 붉은 광점이 진혁의 몸을 향해 조준을 맞췄다.

[경고: 목표물 식별. 격추 모드 전환.]

기계적인 음성이 허공에 울려 퍼지는 듯했다. 진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시스템이 없어도 보인다. 저들의 데이터와 연산, 그리고 방어의 틈새가.

‘천마무상체(天魔無相體).’

진혁의 피부 위로 은빛 회로 대신 검붉은 마기가 소용돌이쳤다. 낙하하는 진혁의 몸 주위로 공기가 응축되며 거대한 마기 막이 형성되었다.

파파파파팡!

날아오는 플라즈마 탄들이 마기 막에 부딪혀 산산조각 났다. 일반적인 생체 코어 사용자라면 한 발만 스쳐도 육체가 증발했을 화력이었지만, 진혁에게는 그저 따끔한 바람에 불과했다.

진혁은 낙하 자세를 제어하며 플로팅 랩의 하부 장갑을 노렸다. 그곳은 전체적인 동력 흐름이 집중되는 지점, 즉 ‘만법귀마(萬法歸魔)’로 공진을 일으키기 가장 적합한 약점이었다.

“더 빨리.”

그가 단전의 마기를 폭발시켰다.

콰아아앙!

공중에서 추진력을 얻은 진혁의 몸이 포탄처럼 가속했다. 플로팅 랩의 외벽이 눈앞까지 다가왔다. 강화 티타늄과 나노 복합재로 이루어진 5미터 두께의 장갑판. 하지만 진혁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오른손에 마기를 집중했다.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검기(劍氣)가 고주파 진동과 결합하며 검게 일렁였다.

“열려라.”

[System Error: 장갑 구조 파괴.]

진혁의 주먹이 플로팅 랩의 외벽을 강타했다.

우드득!

굉음과 함께 장갑판이 비명을 질렀다. 단순한 파괴가 아니었다. 진혁의 마기가 장갑판의 원자 배열을 역으로 뒤틀어버린 것이다. 거대한 금속판이 꽃잎처럼 찢겨 나갔고, 진혁은 그 틈새를 뚫고 시설 내부로 완벽하게 침투했다.

쿵!

그는 착지와 동시에 주변을 압도하는 살기를 뿜어냈다. 플로팅 랩 내부의 보안 드로이드들이 일제히 복도로 쏟아져 나왔다.

“피험체 07호, 강진혁 확인. 즉각 사살 개시.”

드르륵, 드르륵.

수십 대의 전투용 개조 인형들이 총구를 겨눴다. 하지만 진혁은 그들을 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직 저 너머, 이 시설의 중추 제어실을 향해 있었다.

“시끄럽군.”

진혁이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파앗-!

보이지 않는 마기의 날이 복도를 휩쓸었다. 일직선으로 늘어선 드로이드들의 몸체가 예외 없이 허리춤에서부터 반토막 났다. 스파크가 튀고 기름이 바닥을 적셨지만, 진혁은 멈추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그의 등 뒤로 찢겨 나간 장갑판 사이로 신서울의 밤하늘이 보였다. 낙하산도 없이 구름을 뚫고 내려온 사내. 시스템의 노예였던 실험체는 이제, 그 시스템을 설계한 창조주들의 심장부를 짓밟고 있었다.

진혁이 복도 끝에 위치한 거대한 보안 문 앞에 섰다. 손을 대자,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기괴한 소음들이 느껴졌다. 그것은 살아있는 생명체의 소리도, 기계의 소리도 아니었다.

“이현도. 숨어있을 시간은 끝났다.”

진혁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상태 확인]

■ 사용자: 강진혁

■ 경지: [마신경(魔神境) - 진천(眞天)]

■ 마기 수치: 측정 불가 (자율 제어 모드)

그는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그곳에는 이현도가 만들어낸 최악의 악몽들이, 진혁을 집어삼키기 위해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었다.

진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보안 문이 비명 섞인 금속음을 내며 옆으로 밀려났다. 그 안쪽은 차가운 냉기가 감도는 데이터 저장소이자, 동시에 기괴한 육체들이 엉겨 붙은 생체 실험장이었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이어진 유리 튜브 속에는 낯익은 얼굴들이 있었다. 1부에서 사라졌던 실험체들, 그리고 티타늄 그룹이 폐기했다고 발표했던 고위 간부들의 복제 육체들이었다. 그들은 나노머신 회로가 겉으로 드러난 채, 인공적인 호흡을 이어가고 있었다.

“환영한다, 07호.”

벽면의 대형 디스플레이가 켜지며 이현도의 얼굴이 나타났다. 육신은 진혁의 손에 파괴되었으나, 그의 의식은 이미 이 시설의 메인 프레임에 완전히 동화되어 있었다.

“네가 이 플로팅 랩의 방어망을 뚫고 올 줄은 알았다. 하지만 네가 무지한 것이 하나 있지. 시스템의 노예였던 네가, 이제 와서 시스템을 부정한다고 해서 그 안에서 얻은 힘마저 네 것이라 착각하는 건가?”

“착각은 네가 하고 있군.”

진혁은 주변을 둘러싼 실패작들의 배양기를 힐끗 보았다. 그 안에 갇힌 것들의 눈동자가 일제히 진혁을 향해 돌아갔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그 내부는 이미 마기의 폭주로 썩어 들어간 폐기물들이었다.

“이것들은 프로토콜의 부산물이다. 네가 도달했다는 그 ‘마신경’이라는 것 또한, 내 데이터가 허용하는 연산 범위 안에서의 변수에 불과해.”

이현도의 목소리가 고조되었다. 동시에 배양기들이 일제히 깨지며, 액체 속에 잠겨 있던 존재들이 쏟아져 나왔다.

쿠구구구-!

바닥이 울렸다. 놈들은 마치 짐승처럼 네 발로 기어 나왔다. 근육은 인공 나노 섬유로 뒤덮여 팽창했고, 혈관 대신 붉은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인간의 이성은 거세된 채, 오직 ‘포식’의 본능만이 남은 괴물들.

진혁은 검을 뽑지 않았다. 그저 손을 살짝 들어 올렸을 뿐이다.

“데이터의 변수라고 했나?”

진혁의 발밑에서부터 검은 파동이 번져 나갔다. 마기가 바닥을 타고 흐르며 괴물들의 발치를 휘감았다.

[만법귀마(萬法歸魔) - 역류(逆流)]

괴물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단전에 심어진 생체 코어가 진혁의 마기에 동조되어 강제로 회전하기 시작한 탓이다. 놈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코어의 에너지를 밖으로 토해내야 했다. 놈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에너지가 진혁의 손끝으로 빨려 들어갔다.

“끄아아아악!”

괴물들의 육체가 순식간에 말라비틀어졌다. 진혁은 그 에너지를 고스란히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며 냉소를 지었다.

“연산으로 정의할 수 있는 건 그저 껍데기뿐이다. 진짜 무공은, 네놈들의 그 계산기 속에는 없는 ‘의지’에서 시작되지.”

진혁이 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흡수한 에너지가 다시금 진혁의 검기로 응축되어 공기를 갈랐다.

챙-!

허공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잔상이 남았다. 복도를 가득 채웠던 괴물들이 순식간에 멈춰 섰다. 1초, 2초. 정적 뒤에 놈들의 몸이 일제히 수직으로 갈라지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이현도의 디스플레이가 지지직거리며 파동을 일으켰다.

“불가능해. 내 연산 모델에서는 네 출력이 이 정도의 효율을 낼 수 없다. 너는… 너는 대체 무엇을 쓰고 있는 거냐!”

“네놈들이 가장 두려워하던 것. 데이터로 기록할 수 없는 ‘진실’이다.”

진혁은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시설의 기계 장치들이 마기에 짓눌려 비틀리고 터져 나갔다.

플로팅 랩은 이미 중심을 잃고 흔들리고 있었다. 강진혁의 마기가 시설 전체의 동력 회로를 오염시키고 있었다. 이현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수십 년간 쌓아온 모든 지식과 기술이, 진혁이라는 하나의 변수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고 있었다.

“진무극이 죽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줄 알았나? 이현도. 넌 네 창조주가 남긴 유산의 쓰레기통일 뿐이다.”

진혁의 검이 이현도의 메인 서버가 담긴 제어반을 겨눴다.

“이제 그 쓰레기통을 비울 시간이다.”

“기다려라! 네가 이 시스템을 완전히 파괴하면, 너 또한 네 몸을 지탱하고 있는 동력을 잃을 것이다! 너도 함께 추락할 거야!”

이현도의 절규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진혁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검에 더 깊은 마기를 주입했다. 검신이 붉게 달아오르며 주변의 공간을 왜곡시켰다.

“추락? 아니, 이건 비상이다.”

강진혁의 검이 제어반의 핵심 코어를 꿰뚫었다.

콰아앙-!

시설의 중심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플로팅 랩의 지지대가 꺾이며 시설 전체가 신서울의 하층부를 향해 급격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진혁은 폭발하는 불길 속에서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 그의 주변을 감싼 마기가 낙하하는 잔해들로부터 그를 보호하고 있었다.

[경고: 고도 급하강. 구조적 붕괴.]

이제야 들려오는 시스템의 경고음은 더 이상 그를 구속하는 명령이 아니었다. 그저 낡은 장치의 비명일 뿐.

진혁은 붕괴하는 플로팅 랩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발아래로는 신서울의 야경이, 눈앞으로는 핏빛으로 찢어진 차원의 틈새가 보였다. 이제 창조주들은 대답할 것이다. 자신들이 만든 ‘실험체’가 어떤 괴물로 성장했는지를.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찢어진 공간 너머, 인간이 아닌 거대한 기괴한 존재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현도가 깨운 것은 단순한 시스템의 오류가 아니었다. 그것은 우주 자체의 격을 뒤흔드는 진정한 재앙이었다.

“기다리고 있었나.”

진혁이 검을 고쳐 쥐었다. 그가 내딛는 한 걸음마다 신서울의 공기가 진동했다.

신천마(新天魔).

시스템이 정의한 이름이 아니라, 그 스스로가 쟁취한 이름. 이제 그는 티타늄 그룹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넘어, 우주라는 거대한 무림을 향해 칼날을 겨누고 있었다.

진혁의 등 뒤로, 붕괴하는 플로팅 랩이 불꽃과 함께 하층부 슬럼가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직, 핏빛으로 찢어진 하늘 너머의 ‘진정한 적’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사냥할 시간이다.”

진혁이 다시 한번 허공을 딛고 도약했다.

그의 몸이 다시금 성층권의 거친 기류를 뚫고 솟구쳤다. 마치 용이 승천하듯, 압도적인 마기가 온 신서울을 뒤덮었다. 이제 시스템의 시대는 끝났다.

그리고 강진혁이라는 새로운 신화가, 그 폐허 위에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차원의 틈새에서 거대한 촉수가 뻗어 나와 진혁의 앞길을 막아섰다.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기괴한 힘. 하지만 진혁은 미소 지었다.

이전의 자신이었다면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다르다.

[신천마신공(新天魔神功) 제13식 - 멸천(滅天)]

진혁의 검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검이 지나간 자리마다 공간이 잘려 나갔다. 촉수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검은 재로 변해 흩어졌다.

이것이 그가 창조한 진리였다.

지배받지 않는 자, 오직 스스로 서는 자만이 닿을 수 있는 경지.

강진혁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제 신서울의 하늘을 넘어, 우주의 심장부를 향해 자신의 검을 휘두르려 하고 있었다.

신천마의 진격은, 이제 막 첫걸음을 떼었을 뿐이었다.

다음 화, 차원 너머에서 몰려오는 기괴한 군단들과의 사투가 예고되고 있었다. 그러나 진혁의 눈에는 오직 승리만이 비치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가 법칙이었으니까.

하늘이 다시 한번 울렸다.

이번에는 비명이 아닌, 공포에 질린 거대 존재들의 신음이었다.

신천마, 강진혁이 강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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