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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19화목차

제19화 지하 감옥의 비명

치이익―!

90층의 중력 제어장과 플라즈마 킬존을 산산조각 내고 도약한 강진혁의 발밑에서 미세한 스파크가 튀었다.

[SYSTEM WARNING: 나노머신 동기화율 91.2%.]

[경고: 단전 코어 출력 8,100 MW 초과. 혈관 내 마기 역류 수치 위험 단계.]

피부에 돋아난 은빛 회로 선이 붉은색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한계치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부하. 그가 뿜어내는 마기는 이미 주변의 공기마저 시커렇게 물들이고 있었다.

진무극이 있는 100층 회장실로 향하기 전, 드레이크의 잔해에서 강탈한 데이터 드라이브. 그 속에는 티타늄 그룹이 숨겨둔 가장 추악한 비밀의 좌표가 담겨 있었다.

‘마천루 밑바닥. 그리고 그 아래에 파묻힌 구시대의 유적.’

진세린이 도주한 방향과는 반대였다. 진혁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진무극이 자신을 '그릇'으로 키워왔다는 진실을 알았음에도, 그의 발걸음에 망설임은 없었다. 어차피 그릇이든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그 녀석의 목을 베어버리기만 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그전에,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익스체인지 드라이브 해독 완료.]

[지하 세컨드 코어 리포트: '실험체 03호' 생체 신호 포착.]

천마 프로토콜의 프로토타입. 자신보다 먼저 버려졌거나, 혹은 실패 판정을 받아 지하 깊은 곳에 유기된 또 다른 그릇들.

그 흔적이 가리키는 곳은 티타늄 타워의 지하 최하단, 기록조차 말소된 구(舊) 서울 지하철 환승역을 개조한 거대 격리 구역이었다.

슈우우우―.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직으로 하강한 지 수 분.

귀가 먹먹해지는 기압 차를 무시하며 진혁은 천마검을 바닥에 끌었다. 푸른 검강이 바닥의 강화 콘크리트를 종잇장처럼 갈라치며 스파크를 흩뿌렸다.

콰아아앙!

엘리베이터의 철문이 마기의 충격파에 밀려 안쪽으로 찌그러졌다.

냄새가 확 밀려왔다. 썩은 생체 조직의 비린내와 오존, 그리고 과열된 냉각수의 화학적 악취가 뒤섞인 지옥의 냄새였다.

"……여기가."

진혁의 흑안이 어둠 속을 꿰뚫었다.

거대한 철제 펜스와 녹슨 강철 기둥이 미로처럼 얽혀 있는 지하 감옥.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형광등의 푸른빛이 아니라, 수많은 격리실 유리창 너머에서 흘러나오는 붉은색 경고등의 깜빡임이었다.

쿠구구구구―!

그때, 감옥의 가장 깊은 곳에서 거대한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바닥이 울렸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사람의 목소리라고 믿을 수 없는 괴성이 공기를 찢었다.

철제 격리실의 문이 안에서부터 우그러졌다. 수십 톤의 압력을 견디도록 설계된 티타늄 합금 문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사방으로 파편이 튀었다.

[SYSTEM INFO: 주변 기혈 흐름 급변.]

[경고: 고출력 마기의 폭주 파동 감지. 대상의 위험도 측정 불가.]

콰창―!

문이 완전히 박살 나며 거대한 형체가 튀어나왔다.

정상적인 인간의 체형이 아니었다. 상체에 이식된 군용 유압 기계 장치와 생체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올라 있었고, 머리통의 측면은 절개되어 뇌 회로가 외부 공기에 그대로 노출된 채 푸른빛을 번뜩이고 있었다.

눈알은 완전히 뒤집혀 흰자위만 보였다. 입가에서는 검붉은 거품과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크르…… 으으……."

놈의 가슴팍에 박힌 생체 코어는 이미 한계 출력을 아득히 넘겨 폭발 직전의 고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의 목에 걸린 인식표의 잔해가 희미하게 빛났다.

[실험체 03호: 김철호.]

티타늄 그룹이 '천마 프로토콜' 초기 버전을 이식했다가 신경 제어에 실패해 버려둔 실패작.

지하 격투장에서 광마(狂魔)라 불리며 폭주하던 자의 진짜 본거지가 바로 이곳이었다.

쾅!

광마가 바닥을 발로 차자, 콘크리트 바닥이 분화구처럼 함몰됐다. 놈의 시선이 허공을 떠돌다 이쪽을 향했다.

피로 충혈된 눈이 강진혁을 발견했다.

"……그…… 릇……?"

비틀린 성대로 쥐어짜듯 흘러나온 단어였다.

광마의 몸에 감긴 은빛 회로가 진혁의 목과 손목에 있는 회로와 공명하듯 미세하게 떨렸다.

"……나와…… 같은…… 놈……!"

크아아아아!

광마가 미친 듯이 포효하며 주먹을 내질렀다.

공기가 압축되며 터지는 폭음과 함께, 수십 톤의 하중을 실은 철권이 진혁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마기의 폭주로 인해 주먹 주변에는 시커먼 진공 궤적이 만들어져 있었다.

너무나 원시적이고, 제어되지 않은 폭력.

하지만 그 파괴력만큼은 웬만한 S급 특수부대의 화력을 능가했다.

피할 필요도, 물러설 이유도 없었다.

진혁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날아오는 주먹을 응시했다.

[ANALYSIS: 대상의 마기 운기 궤적 분석 중.]

[오류: 운기조식의 경로가 완전히 파괴됨. 순수한 파괴 에너지로만 전환 중.]

"제어하지 못하는 힘은 독에 불과하다."

진혁의 입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가 천마검을 가볍게 치켜들었다. 검신을 감싼 푸른빛의 검강이 순식간에 어두운 지하 감옥 전체를 환하게 밝혔다.

카아아앙―!

광마의 주먹과 진혁의 천마검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엄청난 충격파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주변의 철제 감옥 문들이 종잇장처럼 날아갔고, 천장의 배관이 터져 부식된 액체가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바닥에 박힌 진혁의 군화 신발 밑창이 지면을 파고들며 미끄러졌다.

콘크리트가 갈라지며 깊은 참호가 파였다.

"크르르……!"

광마의 입가에서 피가 울컥 쏟아졌다.

하지만 놈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뇌 회로가 구워져 오직 '파괴'와 '동족(그릇)에 대한 집착'만이 남은 짐승의 육체.

광마는 반대쪽 주먹을 감아쥐며 진혁의 옆구리를 후려치려 했다.

바로 그때,

[만법귀마(萬法歸魔) 연산 개시.]

[상대의 폭주하는 마기 흐름을 역추적합니다.]

진혁의 흑안 깊은 곳에서 푸른색 데이터 스트림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그의 심장 부근에 위치한 단전이 거대하게 고동쳤다.

두근, 두구두구두구―!

생체 코어 출력 8,300 MW.

나노머신 동기화율 91.5%.

"네가 견디지 못한 그 마기를, 내게 다오."

진혁의 왼손이 비어 있는 공기를 가르며 광마의 가슴팍을 향해 뻗어 나갔다.

손바닥이 광마의 코어 부위에 밀착되는 순간, 진혁의 전신에서 엄청난 흡입력이 발생했다.

흡원천공(吸元天功).

꾸르륵, 꾸르륵―!

광마의 몸속에서 폭주하던 시커먼 마기와 불순한 나노머신 에너지가 진혁의 손바닥을 타고 역류하기 시작했다.

마치 댐의 수문이 열린 것처럼, 통제 불능의 에너지가 진혁의 혈관 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WARNING: 치명적인 마기 오염 물질 유입!]

[시스템: 정제 필터 과부하. 육체 내구도 한계치 도달 위험.]

"크윽……!"

진혁의 이마에 핏발이 섰다.

광마의 에너지는 가공할 만큼 순도가 낮고 파괴적이었다.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은 독극물을 맨입으로 마시는 것과 같았다. 온몸의 세포가 찢어지는 듯한 작열감이 혈관을 타고 뇌까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진혁은 눈을 감지 않았다.

그는 이를 악물고 단전의 운기 경로를 강제로 비틀어, 유입된 폭주 에너지를 자신의 마기와 융합시키기 시작했다.

- 융합 공식을 재조정한다.

- 찌꺼기는 배출하고, 정수만 남겨라.

콰아아앙!

광마의 몸이 급격히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체내의 에너지를 강제로 빨려 나간 놈의 거대한 근육이 순식간에 말라비틀어지며 원래의 호리호리한 체격으로 돌아갔다.

"크아아…… 악……."

광마의 뒤집힌 눈동자에 잠시 생기가 돌아왔다.

그는 흐릿한 시선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강진혁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공포가 아니라, 형언할 수 없는 안도감과 슬픔이 서려 있었다.

"……너…… 는……."

"……."

"부서지지…… 마라……."

마지막 남은 생명이 그 한마디와 함께 사그라들었다.

광마의 신체에서 모든 마기가 완전히 소진되었고, 놈의 거대한 육신은 그대로 바닥에 무력하게 쓰러졌다.

[SYSTEM INFO: 흡수 완료.]

[생체 코어 출력 급증: 8,300 MW -> 8,950 MW.]

[마기 축적량: 95년치가량 달성.]

[마기융합 2단계 심화 완료. 3단계 '천마현신'으로 향하는 임계점에 도달했습니다.]

온몸을 태우듯 흐르던 에너지가 순식간에 단전으로 갈무리되며 거대한 회오리를 만들어냈다.

진혁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쓰러진 광마를 내려다보았다.

티타늄 그룹.

이들은 인간을 무기로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실험체들을 이 지옥에 처넣고, 실패하면 망가진 장난감처럼 버려왔다.

자신 또한 그 장난감 중 하나였을 뿐이다.

진혁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지하 감옥의 어둠 너머, 본사 최상층으로 향하는 비상용 승강기의 샤프트가 희미한 금속 빛을 내뿜고 있었다.

90층을 지나,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진무극."

진혁의 입꼬리가 비틀리며 서늘한 살의가 짙게 배어났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천마검을 다시 고쳐 쥐었다.

슈우우우욱―!

광마와의 충돌로 한층 더 단단해진 마기를 두른 채, 진혁은 지하의 어둠을 박차고 마천루의 꼭대기를 향해 수직으로 도약했다.

진짜 심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치이익―!

마천루의 철골 구조를 관통하는 고압 배관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지하 최하단에서부터 최상층 회장실까지 이어진 수직 샤프트는 강진혁에게 있어 지옥의 계단이자, 사형 집행장으로 향하는 통로였다.

쾅! 쾅!

진혁의 발이 샤프트의 벽면을 박차고 오를 때마다, 8,950 MW로 폭증한 코어 출력이 공간의 기압을 뒤틀었다.

순간적으로 혈관을 타고 흐르는 마기가 피부 밖으로 스파크처럼 튀었다.

[SYSTEM WARNING: 마기 축적량 임계치 돌파.]

[경고: 3단계 '천마현신(天魔顯神)'의 진입 조건이 강제 활성화됩니다. 육체적 부담 140% 초과.]

"시끄러워."

진혁은 시야 구석에 붉은색으로 깜빡이는 시스템 HUD를 무참히 짓밟듯 무시했다.

지금 그의 몸 안은 불타는 용광로와 같았다. 광마로부터 흡수한 찌꺼기 같은 마기와 폭주하는 나노머신이 뒤섞여 세포를 찢어발기고 있었지만, 그 고통조차 살의를 부채질하는 연료가 될 뿐이었다.

쯧, 쯧쯧―.

그때, 진혁의 귓속에 차가운 기계음과 함께 윤아영의 목소리가 꽂혀 들었다.

- 진혁 씨! 데이터 분석 완료했어요. 지금 티타늄 타워 상층부의 전력망이 이상해요. 회장실 쪽에서 뭔가 엄청난 주파수를 사방으로 흩뿌리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

- 거긴 함정이에요! 진무극 그 영감탱이가 아까부터 당신의 코어 출력을 일부러 유도하고 있었어요. 그가 원하던 출력이 바로 지금 당신의 상태라고요!

윤아영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공포가 서려 있었다.

하지만 진혁의 걸음—아니, 도약은 멈추지 않았다.

"알고 있으니까 가는 거다."

- 네?

"그 영감이 나를 '그릇'으로 키웠다면, 그 그릇에 무엇이 담기는지는 녀석이 직접 확인해야지."

콰아아앙!

진혁이 마천루 95층의 환기구를 주먹으로 박살 내며 내부로 진입했다.

사방이 백색으로 빛나는 티타늄 그룹의 특수 연구 구역이었다.

경보음이 울릴 겨를도 없었다. 진혁이 휘두른 천마검에서 뿜어져 나온 압축 마기 검강이 연구실의 강화 유리벽과 최첨단 보안 로봇들을 두부처럼 양단했다.

챙강-! 두둑-!

철제 잔해와 푸른 스파크가 폭우처럼 쏟아졌다.

진혁은 그 파편 속을 뚫고 지나치며 마침내 최상층으로 향하는 마지막 철문에 도달했다.

제100층.

티타늄 그룹의 총수, 진무극이 도사리고 있는 절대자의 성역.

지잉- 덜컥.

비밀스러운 압력이 해제되는 소리와 함께, 100층 회장실의 거대한 강화 방탄문이 스스로 안쪽으로 밀려 열렸다.

바깥의 소음과 피비린내가 일시에 차단되는 정적.

그리고 그 정적의 중심에서, 세상을 초월한 듯한 오만한 기도가 진혁을 맞이했다.

"드디어 왔구나, 내 영혼의 그릇이여."

탁 트인 통유리창 너머, 신서울의 화려한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최상층의 중앙.

은발을 정갈하게 넘긴 중년 신사의 모습을 한 진무극이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움으로 가득 찬, 소름 돋는 환희의 미소가 걸려 있었다.

진무극의 가슴팍.

그 옷깃 사이로 진혁이 보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태양처럼 눈부신 금빛 생체 코어가 거대한 진동을 내뿜으며 회전하고 있었다.

웅장한 출력파가 방 안의 공기를 무겁게 내리눌렀다.

[SYSTEM INFO: 대상의 코어 출력 측정 불가.]

[경고: 전방의 에너지 밀도가 사용자의 한계를 압도합니다.]

진혁은 피투성이가 된 천마검을 바닥에 툭 떨구었다.

검신을 타고 흐르는 푸른 마기가 핏물과 뒤섞여 바닥을 적셨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진혁을 향해, 진무극이 우아한 손짓으로 와인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보아라, 진혁아. 네가 흘린 피와, 네가 흡수한 수많은 파편들이 결국 무엇을 위해 모였는지를."

진무극의 손가락이 공중에 가볍게 튕겨졌다.

화르륵―!

회장실 벽면에 설치된 거대한 디스플레이들이 일제히 켜지며, 그동안 티타늄 그룹이 숨겨왔던 모든 실험 데이터와 1,000년 전 마교 유골의 비밀이 수백 개의 붉은 선으로 이어졌다.

거기에 그려진 최종 목적지는 오직 하나, 바로 강진혁의 심장이었다.

"나는 천마의 의지를 복제하려 했다오. 하지만 낡은 유골의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했지. 진짜 천마가 되려면, 죽음을 초월한 극도의 원생 마기를 품은 채 스스로 단련된 '살아있는 육체'가 필요했다."

진무극이 한 걸음, 한 걸음 진혁을 향해 걸어왔다.

그의 걸음마다 공간이 짓눌리는 듯한 중압감이 방 전체를 채웠다.

"그리고 너는 완벽하게 자라주었다. 내 의도대로, 내 계산대로. 8,950 MW의 출력과 완벽히 동기화된 나노머신까지…… 이보다 더 완벽한 그릇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진무극의 눈빛에 광기와 탐욕이 번뜩였다.

"자, 이제 그 몸의 제어권을 내게 넘겨라. 그러면 너는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하나가 되어 영원히 죽지 않는 신(神)으로 거듭날 것이다."

공기가 멎은 듯한 적막.

진무극의 달콤한 제안 뒤로, 회장실 전체에 살벌한 압박감이 몰아쳤다.

하지만 진혁은 웃고 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얼굴, 찢어진 입술 사이로 낮고 서늘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하…… 하하하."

"웃음이 나오나?"

진혁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흑안 속에서 이글거리던 마기는 이제 단순한 분노를 넘어,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차가운 공허로 변해 있었다.

"진무극."

"말해라, 그릇이여."

진혁이 바닥에 떨어진 천마검을 다시 움켜쥐었다.

손바닥이 찢어져 피가 흘러넘쳤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네가 착각하는 게 하나 있다."

"……뭐가 말인가?"

"너는 내가 네가 만든 그릇이라고 했다. 네가 판 우물에서 자란 피조물이라고."

진혁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그의 등 뒤로, 흡원천공으로 흡수한 수십 년 치의 마기와 현대 군사 기술의 파편들이 거대한 환영처럼 겹쳐지며 일그러졌다.

"하지만 잊지 마라."

[SYSTEM OVERRIDE: 사용자 의지에 따른 강제 출력 개시.]

[경고: 프로토콜의 통제를 벗어난 기혈 운행이 감지됩니다!]

"그 기술을 분석하고, 그 마기를 갈무리하고, 이 지옥 같은 바닥에서 기어 올라와 무공으로 만든 건…… 시스템도, 너도 아니다."

진혁의 눈에 시퍼런 살기가 폭발했다.

융통성 없는 쇳소리를 내며 회장실의 강화 바닥이 산산조각 났다.

그가 마광신보를 전개했다.

빛의 잔상조차 남지 않는 극한의 초고속 돌파.

진무극이 여유로운 미소를 거두며 처음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어리석구나!"

진무극의 가슴에 박힌 금빛 코어가 눈부신 섬광을 뿜어냈다.

신서울 최상층의 밤하늘이 두 인간이 뿜어내는 마기와 에너지의 충돌로 인해 거대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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