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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174화목차

제174화 무상마갑(無相魔甲)의 발현

“네가 내 다음인가, 아니면 내가 너의 다음인가.”

천 년의 시간을 건너온 음성이 고요한 마스터 돔을 울렸다. 관 안에서 걸어 나온 남자의 안광은 차가운 푸른빛이었다. 그의 피부는 핏기 없는 창백함을 띠고 있었으나, 그 너머로 일렁이는 마기는 강진혁이 평생 보아온 그 어떤 출력보다도 압도적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강한 에너지가 아니었다. 존재 자체가 거대한 마공의 결정체이자, 신서울의 기반이 된 ‘천마 프로토콜’의 근본이었다.

강진혁은 쥐고 있던 검을 고쳐 잡았다. 검신을 타고 흐르던 뇌전마강이 뱀처럼 꿈틀거리며 대기를 찢었다. 진혁의 심장, 그 단전 깊숙한 곳에서 [마신경]이 비명을 지르듯 고동쳤다.

[경고: 고위 마력 반응 검출. 상대의 에너지 구조, 분석 불가.]

[경고: 차원 간섭 계수 임계점 돌파.]

시스템의 HUD가 켜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진혁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눈앞의 존재는 단순한 복제본이 아니다. 천 년 전, 티타늄 그룹이 강탈하려 했던 ‘원본’ 그 자체였다.

“질문은 하나면 충분하다.”

진혁의 몸이 허공을 밟았다. 뇌신보(雷神步)가 공간을 압축하며 천마의 흉부를 향해 쇄도했다. 검 끝에 집중된 것은 파괴적인 플라즈마와 순수한 마기의 융합체였다.

쾅!

두 개의 마기가 충돌하며 마스터 돔의 천장이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는 기파 속에서 천마가 나직하게 웃었다.

“공교롭군. 나 또한 나를 대체할 그릇을 찾고 있었으니.”

천마가 손을 뻗자, 공간 자체가 일그러졌다. 진혁의 검격이 허공에서 멈췄다.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힌 듯, 검신이 징징거리며 비명을 질러댔다.

‘압축된 공간인가.’

진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현대의 나노머신 연산으로는 도저히 해석할 수 없는 경지였다. 하지만 진혁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그는 시스템의 족쇄를 끊어낸 지 오래였다. 계산이 안 된다면, 억지로 계산할 필요도 없었다.

진혁의 눈동자가 검은색에서 핏빛으로 물들었다. [만법귀마(萬法歸魔)]가 전신을 휘감았다. 상대가 펼치는 공간의 왜곡을 마기로 억지로 짓눌러 강제 동기화하는 도박이었다.

우득, 우드득.

진혁의 나노 혈관이 팽창하며 은빛 회로가 피부 위로 불거졌다. 고통은 극심했다. 하지만 그 고통이야말로 자신이 살아있다는, 시스템의 피조물이 아닌 인간 강진혁이라는 증거였다.

“하아아아!”

진혁의 일격이 천마의 방어를 뚫고 그의 옆구리를 스쳤다. 천마의 옷자락이 베여 나갔지만, 그 안쪽에는 살점이 아닌 기묘한 검은 문양의 회로가 빛나고 있었다.

“과연. 고작 1,000년 만에 이 정도의 진화를 이뤄냈단 말인가?”

천마의 공격이 쇄도했다. 그것은 검법도, 체술도 아니었다. 물리 법칙을 거스르는 ‘현상’ 그 자체였다. 손바닥을 펼칠 때마다 주변의 산소가 마기로 치환되어 폭발했다.

진혁은 피할 곳이 없었다. 뒤로 물러날수록 마스터 돔의 벽이 붕괴하며 진혁을 짓눌렀다.

‘더 깊이. 더 근원적으로.’

진혁은 무의식적으로 백무현과의 전투에서 흡수했던 바일의 액체 금속 데이터를 떠올렸다. 놈의 몸은 유동적이었다. 어떤 타격이 들어와도 내부의 구조를 재배치해 충격을 상쇄하던 그 기괴한 기술.

[데이터 분석: 유기적 재구성을 통한 물리적 데미지 회피.]

[연산 결과: 가능.]

진혁의 눈앞에 스스로 도출해낸 새로운 프로토콜이 나타났다. 이것은 시스템이 준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선을 넘으며 온몸의 세포가 기억해낸 경험의 산물이었다.

‘나노머신과 마기의 동기화율을 120%까지 끌어올린다.’

진혁의 피부 위로 은빛 금속이 흘러나오더니, 순식간에 전신을 덮는 갑주(甲胄)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보통의 나노 장갑과는 달랐다. 갑옷의 표면은 액체처럼 물결치며 상대의 공격 궤적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있었다.

[무상마갑(無相魔甲) 발현.]

쾅!

천마의 장타가 진혁의 가슴팍에 꽂혔다. 그러나 둔탁한 소리와 함께 진혁의 몸은 뒤로 밀려나는 대신, 상대의 에너지를 그대로 흘려보냈다. 갑옷의 표면이 충격을 흡수하고, 그 힘을 다시 자신의 근육으로 전달하여 반격의 동력으로 치환했다.

“호오?”

천마의 눈에 처음으로 흥미로운 빛이 스쳤다. 진혁은 멈추지 않았다.

“이게 내 방식이다.”

진혁이 주먹을 쥐자, [무상마갑]의 팔뚝 부분이 거대한 강철 가시 형태로 변형되었다. 뇌전마강이 갑옷의 표면을 타고 흐르며 푸른 잔상을 남겼다.

천마와 진혁, 두 존재가 다시 한번 격돌했다. 돔 내부의 모든 질서가 붕괴했다. 바닥에 깔려 있던 데이터 베이스들이 파편이 되어 흩어지고, 천장에서 떨어진 강철 구조물들이 두 사람의 마기에 짓눌려 가루가 되었다.

진혁의 갑옷은 끊임없이 변화했다. 천마가 검기를 쏘면 갑옷은 거울처럼 매끄러운 표면으로 변해 충격을 반사했고, 천마가 마기를 쏟아부으면 갑옷은 진공 상태를 만들어 마기를 흡수했다.

[마신경(魔神境) 2단계 돌파.]

심장의 고동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500,000 MW의 출력이 전신의 나노 회로를 타고 폭주했다. 이제 진혁은 단순히 천마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마공을 완성하고 있었다.

“대단하군. 내 기운을 자기 것으로 만들다니.”

천마가 칭찬하듯 말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짙은 어둠으로 응축된 검 한 자루가 쥐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건 어떤가?”

천마가 검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그러자 마스터 돔의 바닥 전체가 검게 물들더니, 수많은 그림자들이 솟아나 진혁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림자…?”

아니었다. 그것은 마기가 형상화된 수천 개의 ‘천마의 의지’였다.

진혁은 즉시 [무상마갑]의 형태를 변형시켰다. 등 뒤에서 날카로운 금속 날개들이 돋아나 그림자들을 베어 넘겼다. 하지만 그림자들은 베어질수록 더 짙게 증식했다.

진혁은 이를 악물었다. 그림자에 잠식당하는 순간, 자신의 의식은 저 이계의 주인들에게 강제로 연결될 것이 뻔했다.

‘저놈들의 근원은 결국 데이터다.’

진혁은 갑옷의 회로를 최대로 개방했다. 눈앞의 그림자들에게 마기를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자신의 회로를 그들에게 연결해 그들이 가진 ‘명령어’를 강제로 해킹하는 방식이었다.

‘만법귀마(萬法歸魔), 그 끝을 보여주마.’

진혁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마기가 그림자들의 중심부로 파고들었다. [무상마갑]의 액체 금속이 그림자들과 결합하며 붉은빛으로 점멸했다.

“데이터 역류(Back-flow).”

진혁의 일갈과 함께, 천마가 소환했던 그림자들이 비명과 함께 천마 본체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천마의 눈이 크게 떠졌다.

“설마… 내 힘을 역으로 빨아들이겠다고?”

“너도 결국은 데이터니까.”

진혁의 몸이 붉은 광채에 휩싸였다. 갑옷은 이제 완전한 투명함을 띠며 그의 피부와 하나가 되었다. 진혁이 도약했다.

천마의 가슴을 향해 내지른 일격. 그 일격은 단순한 물리적 타격이 아니었다. 천마의 존재를 구성하고 있는 ‘코드’를 강제로 비틀어버리는 파멸의 일격이었다.

콰아아앙!

천마의 몸이 뒤로 크게 튕겨 나갔다. 그의 가슴 한복판에 뚫린 구멍에서 눈부신 백색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천마는 당황한 기색 없이, 오히려 입꼬리를 비틀어 웃었다.

“좋다. 정말로 좋구나. 내 천 년의 지루함을 단숨에 날려버릴 재목이다.”

천마가 몸을 일으키자, 잘려 나간 그의 육체가 다시 빠르게 재생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혁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미 승기를 잡았음을 직감했다.

[무상마갑]은 이제 진혁의 의지만으로 공간의 주파수를 맞춰나가고 있었다. 상대가 어떤 공격을 해도 그것을 곧바로 분석하고 파훼법을 찾는 진혁의 연산 속도는 이미 인간의 범주를 넘어섰다.

“끝낼 시간이다.”

진혁이 검을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들었다. 뇌전마강이 하늘을 뚫을 듯한 기세로 솟구쳤다.

그때였다. 돔의 입구가 거칠게 열리며, 처참한 꼴을 한 백무현의 잔영이 나타났다. 그는 이미 반쯤 박살 난 기계 의수를 휘두르며 광기 어린 표정으로 진혁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강진혁! 너만 없으면! 너만 없으면 모든 게 내 것이야!”

백무현의 몸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는 심연의 주인들과 연결된 일종의 ‘자폭 시퀀스’였다. 중앙 생체로의 모든 에너지를 끌어모아, 이 공간 자체를 차원의 틈새로 날려버리려는 최후의 발악.

진혁은 백무현을 돌아보지도 않았다. 다만, 검 끝에 집중된 마기를 천마가 아닌, 다가오는 백무현의 에너지 회로를 향해 아주 살짝 방향을 틀었다.

“방해된다.”

천마가 놀란 눈으로 진혁을 보았다. 진혁은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원본’을 놔두고, 배후의 ‘잡음’을 먼저 처리하고 있었다.

[천마일검(天魔一劍) - 공간절단.]

진혁의 검이 백무현을 가로질렀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백무현의 몸은 에너지의 파동과 함께 산산조각 났고, 그가 끌어모았던 중앙 생체로의 에너지는 진혁의 [무상마갑]으로 고스란히 흡수되었다.

“……!”

천마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어졌다. 그것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었다. 진혁이 보여준 ‘선택’과 ‘처리’의 방식이, 자신이 수천 년간 봐왔던 그 어떤 강자보다도 효율적이고 잔혹했기 때문이다.

진혁은 백무현이 사라진 자리를 딛고, 다시 천마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이제 방해꾼은 없다.”

진혁의 발밑으로 뇌전이 뱀처럼 감겨들었다. [마신경]의 힘이 정점에 달하고 있었다.

천마가 검을 가로저으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두 거대한 천마의 기운이 충돌하며 마스터 돔을 완전히 박살 내기 시작했다. 신서울의 지하 3,500층, 그 심연의 밑바닥에서 진짜 전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강진혁. 네가 나를 죽인다면, 그다음은 무엇을 할 거지?”

“죽여보면 알게 되겠지.”

진혁이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돔의 천장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며 차원 너머의 차가운 우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천 개의 붉은 눈들이 그들을 향해 응시하고 있었다.

사냥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우주를 연상시키는 차원의 균열 너머, 수천 개의 붉은 눈이 진혁과 천마를 동시에 내려다보았다. 그것은 단순히 관찰하는 시선이 아니었다. 이계의 주인들이 지루한 실험을 마치고, 이제는 실패작들을 폐기하려는 ‘청소’의 의지였다.

천마가 돔 천장을 향해 검을 한 번 휘둘렀다.

“시끄러운 놈들.”

그의 검기 한 번에 공간의 파편이 쏟아지며, 차원 너머의 눈들이 일순간 휘청거렸다. 천마의 힘은 진혁이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높은 차원에 있었다. 그는 자신의 창조주들을 향해 일말의 경외도 느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들을 벌레 보듯 경멸하고 있었다.

“보았나, 강진혁? 저것들이 바로 우리를 ‘그릇’이라 부르며 사육해온 놈들이다.”

천마는 진혁을 향해 검을 겨누며 덧붙였다.

“나를 죽여서 저들의 시선을 끄는 것보다, 나와 손을 잡고 저 위로 올라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겠나?”

진혁은 피 섞인 침을 바닥에 뱉었다. [무상마갑]의 액체 금속이 진혁의 어깨 위에서 날카로운 가시 형태로 솟아올랐다.

“손을 잡아? 썩은 동아줄을 잡으라는 소리로 들리는군.”

진혁의 눈에 서린 살기는 한층 더 짙어졌다. [마신경]이 가동되자, 주위의 마기가 진혁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쳤다. 그는 천마라는 존재조차 언젠가 밟고 넘어야 할 하나의 관문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너도, 저 위에서 구경하는 놈들도. 내 길을 막는다면 전부 파괴한다. 그것이 내가 완성할 신천마신공의 결론이다.”

진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몸이 뇌전의 궤적을 그리며 튀어 나갔다.

콰아아앙!

이번에는 돔 전체가 진동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마스터 돔의 지반이 완전히 뒤틀리며 차원의 균열이 더 크게 벌어졌다. 천마는 진혁의 속도에 감탄한 듯, 찰나의 순간 검을 가로막았다.

[데이터 동기화: 천마의 검술 궤적, 0.001초 단위 분해.]

[경지 상승: 마신경 제3단계, 자아의 완전 독립.]

이제는 시스템이 없어도 진혁의 뇌는 초고속 연산을 수행하고 있었다. 천마의 검 끝이 진혁의 [무상마갑]을 스칠 때마다, 진혁은 그 궤적을 자신의 몸으로 직접 습득했다. 천마가 강할수록, 진혁은 더욱 빠르게 진화하고 있었다.

“흥미롭군. 내 검기를 흡수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다니.”

천마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는 진혁이 단순히 강한 무인이 아니라, 적의 정수를 포식하며 끝없이 성장하는 ‘괴물’임을 깨달았다. 천마가 검을 거두고 손바닥을 펼치자, 공간 전체가 좁혀드는 압력으로 진혁을 짓눌렀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공간을 압축하여 네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는 힘이다.”

진혁의 몸이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무상마갑]의 갑옷 표면이 비명을 지르며 찢겨 나갔다. 하지만 진혁은 갑옷이 찢어지는 그 틈을 이용해, 역으로 자신의 마기를 천마의 공간 압축 범위 안으로 밀어 넣었다.

“공간이 좁아진다면, 그만큼 밀도도 높아지겠지.”

진혁이 주먹을 내질렀다.

좁아진 공간 안에서 응축된 마기가 폭발했다. 천마의 가슴팍이 뻥 뚫리는 대신, 그가 서 있던 공간 자체가 비틀리며 그를 허공으로 밀어냈다. 진혁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천마의 목줄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뇌신보 - 극의(極意).]

천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진혁의 손끝이 천마의 목에 닿기 직전, 천마는 공간을 접어 자신의 위치를 수 미터 뒤로 이동시켰다.

“거의 닿을 뻔했군.”

천마가 땀방울 하나 흘리지 않은 채 나지막이 읊조렸다.

“하지만 내 목을 원한다면,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진혁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상마갑]은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었지만, 진혁의 의지만큼은 더욱 선명해지고 있었다.

“부족한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진혁이 검을 땅에 꽂고, 양손을 가슴 앞까지 모았다.

“네가 내 검을 피하느라 공간을 접은 그 순간. 네가 딛고 있던 공간의 진동이 내 몸에 기록됐다.”

진혁의 손바닥 사이로 푸른 뇌전과 검은 마기가 하나로 융합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174화에 걸쳐 쌓아온 모든 데이터와 무도의 본질이 집약된, 진혁만의 독자적인 절기였다.

“이제 네가 도망칠 공간은 없어.”

돔을 가득 채우던 압도적인 살기가 진혁의 검 끝에 모여들었다. 천마의 안색이 처음으로 변했다. 그는 직감했다. 지금 눈앞의 소년이 휘두를 일격은, 천 년 전 자신이 완성하지 못했던 ‘신천마신공’의 진짜 모습임을.

“와라, 진혁아. 네가 나의 다음인지 확인해 보자.”

천마가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신서울의 지하 3,500층, 두 명의 천마가 마주한 공간에 종말의 기운이 감돌았다. 마지막 일격이 격돌하기 직전, 진혁의 머릿속에 시스템이 소멸한 뒤 처음으로 맑은 통찰이 꽂혔다.

이것은 사투가 아니다.

자신의 기원을 찢고, 새로운 전설을 써 내려가는 개벽(開闢)이었다.

진혁이 검을 뽑아 들었다.

“받아라. 이것이 내 대답이다.”

돔이 산산조각 났다. 공간이 비명을 질렀다. 두 개의 검이 허공에서 맞물리며, 그 충격으로 신서울 지상의 마천루들까지 일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완벽한 파괴, 그리고 새로운 창조의 서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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