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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169화목차

제169화 화이트 섀도의 후방 교란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티타늄 타워의 지하. 거대한 기계음과 금속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사방을 메웠다.

백무현의 전신 사이보그 회로가 붉은 경고등을 점멸하며 굉음을 냈다. 강진혁의 발치에 놓인 잔해들 사이로 푸른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데이터 연산 결과, 승률 0.0001%.”

백무현의 기계적인 음성이 타워의 스피커를 타고 울려 퍼졌다. 놈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단순한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차원의 균열을 통해 흘러나온 심연의 냉기였다.

그때, 진혁의 HUD(Head-Up Display) 상단에 낯익은 붉은 메시지가 떴다.

[SYSTEM: [WHITE_SHADOW_LINK] 외부 채널 접속.]

[안내: 진혁 씨, 지금부터 3분간 타워 전체 전력망을 역류시킵니다. 시스템 프로토콜을 분산시킬 테니까, 그 틈에 놈의 코어를 털어버려요!]

윤아영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다급했지만, 그 너머에는 확신이 있었다.

“3분인가.”

진혁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

티타늄 타워의 중추를 담당하는 거대 케이블들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윤아영의 해킹이 시작된 것이다. 타워 전체에 공급되던 초고압 전력이 정상적인 배선로를 이탈해 역류하기 시작했다.

치지지직-!

백무현의 광학 시각 센서가 불규칙하게 떨렸다. 놈의 전신을 감싸고 있던 방어용 전자기 장막이 순식간에 해제되었다. 시스템이 강제로 재부팅을 시도하며 놈의 모든 연산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된 것이다.

“통신 차단, 제어권 상실….”

백무현이 허공에 헛손질을 하며 비틀거렸다.

진혁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폭주하는 타워의 전력망 속으로 거침없이 걸어 들어갔다.

슈우우욱!

노출된 초고압 케이블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 전기가 진혁의 전신을 휘감았다. 일반인이라면 수십 번은 타 죽었을 전압이었다. 하지만 진혁의 혈관 속에서 흐르는 나노머신은 달랐다.

‘흡수한다.’

진혁은 단전의 문을 활짝 열었다.

천마의 기운이 깃든 내공이 전기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처럼 작동했다. 고압 전류가 심장을 거쳐 단전의 생체 코어와 동기화되었다.

[Warning: 과부하 위험 수준.]

[현재 출력: 68,000 MW 돌파.]

시스템은 경고했지만, 진혁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 과부하를 즐겼다.

“이것이 현대의 힘인가.”

전기는 나노머신의 회로를 타고 혈관을 달렸다. 근육이 비명에 가까운 팽창을 거듭했다. 그와 동시에 진혁의 마기가 검붉은 빛을 띠며 전기의 푸른색과 융합했다.

‘천뢰마강(天雷魔剛).’

이제 그것은 단순한 마기가 아니었다.

현대 군사 기술의 파괴적인 전자기력과 고대 마공의 살기가 완벽하게 결합한 파멸의 힘.

진혁이 한 걸음을 내딛자 지면이 쩍 갈라졌다.

콰아앙-!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진혁이 백무현의 가슴팍을 향해 손을 뻗었다. 마기가 깃든 손가락 끝에서 푸른 뇌전이 뱀처럼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무슨…!”

백무현이 급하게 백스텝을 밟았지만, 이미 늦었다. 진혁의 손은 놈의 가슴 장갑을 종이장처럼 찢어발겼다.

“커헉!”

백무현의 입에서 기계유가 섞인 검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진혁은 놈의 가슴 속에 박혀 있는 S급 코어를 움켜쥐었다. 놈의 코어가 공포에 질린 듯 미친 듯이 진동했다.

[데이터 분석 시작.]

[흡원천공(吸元天功) 강제 적용.]

진혁의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인력이 놈의 코어 데이터를 강제로 추출하기 시작했다.

“그건… 내 것이….”

백무현이 저항했지만, 시스템이 마비된 놈에게는 아무런 힘도 없었다.

데이터가 진혁의 머릿속으로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진무극의 강림 좌표 획득.]

[천마 프로토콜 최종 설계도 일부 해석 완료.]

진혁의 눈에 푸른 광기가 일렁였다.

그는 단순히 코어의 에너지만 흡수하는 것이 아니었다. 놈이 평생을 바쳐 지켜온 진무극의 비밀, 그 모든 조각을 머릿속에 각인했다.

“보았다, 진무극.”

진혁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놈이 말하는 '천마'가 어떤 존재인지, 왜 자신을 그렇게 필사적으로 '그릇'으로 만들려 했는지. 이제 모든 퍼즐이 맞춰지고 있었다.

“네놈들의 계획은 여기서 끝이다.”

진혁이 손을 꽉 쥐었다.

빠지직! 하는 불쾌한 소리와 함께 백무현의 가슴 속 코어가 산산조각이 났다.

쿠우우웅!

지하 3,500층의 연구실 전체가 진동했다.

동력을 잃은 백무현은 그대로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놈의 눈에 있던 붉은빛이 완전히 꺼졌다.

타워의 통신망이 다시 복구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타워의 방어 시스템은 이미 진혁의 손안에서 넝마가 되어 있었다.

[알림: 통신 복구 완료.]

[진혁 씨! 괜찮아요? 방금 타워의 전력이 완전히 맛이 갔는데!]

윤아영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혁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뇌전이 사라진 손끝에는 아직도 백무현의 검은 기계유가 묻어 있었다.

“괜찮다. 아영아.”

진혁의 시선은 붕괴하는 타워의 천장을 뚫고 위를 향했다.

그곳에는 진무극이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차원을 넘나드는 더 거대한 그림자들이 있었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진혁은 망설임 없이 발을 내디뎠다.

이미 경지는 마신경(魔神境)을 넘어섰다. 시스템의 제약은 사라졌고, 이제 남은 것은 오직 자신의 의지뿐이었다.

그때, 타워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진동이 다시 한번 일었다.

천장이 갈라지며 붉은빛의 차원 균열이 쏟아져 내렸다.

끼이이이익-!

마치 금속을 긁어대는 듯한 기괴한 소음이 고막을 파고들었다.

균열 너머로 거대한 검은 손톱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상의 모든 것을 짓이기려는 듯한 압도적인 살기.

진혁은 그 거대한 위압감 앞에서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그는 손에 쥐고 있던 검붉은 마기를 허공으로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타워의 잔해들이 진혁의 의지에 반응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는 수만 개의 파편을 하나의 거대한 검 형태로 응축시켰다.

“네놈들이 정한 운명 따위, 내 검 아래서 찢어버리겠다.”

진혁이 마신(魔神)의 날개를 펼치며 위를 향해 도약했다.

그의 등 뒤로 수천 개의 타워 파편이 마치 검의 군단처럼 궤적을 그리며 솟구쳤다.

[경고: 차원 강림 프로토콜 활성화.]

[상대: 심연의 사도.]

시스템의 경고는 이제 진혁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는 시스템을 넘어선 신(神)의 영역으로, 흑막들의 심장을 향해 돌진했다.

지상에 있는 진무극이 이 광경을 보고 있을 터였다.

진혁은 짓궂게 웃으며, 파멸을 예고하는 검을 치켜들었다.

이것은 사냥이다.

천마가 감히 자신을 사육하려 했던 신들을 향해 던지는, 가장 잔혹한 선전포고였다.

지하의 어둠을 뚫고 지상으로 솟구치는 붉은 뇌전의 불꽃.

신서울의 밤하늘이, 진혁이 뿜어내는 마기에 의해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진무극의 왕좌가 기다리는 최상층이 바로 눈앞이었다.

그곳에서, 진혁은 마침내 자신을 옭아맸던 모든 거짓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운명은 여기서 다시 쓰인다.]

진혁의 검이 타워의 방어 장막을 관통하며,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과연, 최상층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진무극의 절망일까, 아니면 심연이 준비한 마지막 함정일까.

진혁은 멈추지 않았다.

그의 사냥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타워의 외벽을 뚫고 솟구친 진혁은 그대로 공중에서 신체를 회전시키며 반동을 이용했다. 마기로 빚어낸 거대한 검의 형상이 지상 500층 높이의 층계를 단숨에 분쇄하며 위로 치솟았다.

콰아아앙!

비명이 섞인 금속 파열음이 신서울의 밤하늘을 뒤덮었다. 상층부의 기업 병사들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검은 별과 같은 존재를 보며 경악했다. 그것은 인간이 아니었다. 마신(魔神)의 강림이었다.

[알림: 경고. 타워 중앙 제어 시스템이 회복을 시도합니다. 진무극의 코드 서명이 감지됨.]

윤아영의 메시지가 귓가에 꽂혔다.

“알고 있다.”

진혁은 차갑게 중얼거리며 손바닥을 펼쳤다. 그가 방금 백무현의 코어에서 빼앗아 온 데이터 조각들이 나노머신 회로를 통해 실시간으로 해석되고 있었다.

[데이터 통합 완료.]

[천마 프로토콜 제12규약: '심연의 포식' 활성화.]

진혁의 몸이 붉은색 잔상을 남기며 사라졌다.

타워 최상층, 진무극의 집무실.

고급 대리석으로 마감된 공간의 중심에서 진무극이 은색 안경을 고쳐 쓰며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뒤로는 칠흑 같은 어둠이 일렁이는 차원의 균열이 있었다. 그 균열 속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이 꿈틀대고 있었다.

“역시, 그릇은 그릇이군. 내 예상을 단 한 번도 벗어나지 않아.”

진무극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당혹감도 없었다. 그는 오히려 환희에 차 있었다.

“진혁아, 너는 내 불멸을 위한 가장 완벽한 자양분이다. 그 거친 마기가 심연의 주인들을 자극했으니, 이제 곧 강림이 완성될 것이다.”

그때, 집무실의 강화 유리창이 산산조각 났다.

챙그랑-!

파편이 휘날리는 가운데, 검은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진혁이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의 발치에서 타워의 바닥이 거미줄처럼 갈라졌다.

“불멸?”

진혁이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진무극을 바라보았다. 그의 흑안에는 인간의 감정이 아닌, 오직 순수한 파괴의 의지만이 깃들어 있었다.

“네가 말하는 불멸은, 고작 차원 너머의 괴물들에게 영혼을 갉아먹히는 노예의 삶인가?”

“무식한 놈. 그것은 진화다. 인간의 껍데기를 버리고 신으로 거듭나는 과정이지.”

진무극이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집무실 바닥에서 수십 명의 블랙 가드들이 솟아올랐다. 그들은 하나같이 최신형 4세대 생체 코어를 이식한 살인 병기들이었다.

“진혁아. 너를 위해 준비한 마지막 시험이다. 이들을 모두 찢어 죽이고, 내 발밑에 무릎을 꿇어라. 그러면 네가 그토록 원하던 진실을… 아니, 네 탄생의 비밀을 알려주지.”

진혁은 대답 대신 검지를 들어 올렸다.

파아아앗!

손끝에서 응축된 뇌전이 붉은 검기로 변하며 뿜어져 나왔다.

“알 필요 없다.”

진혁이 한 걸음을 내디뎠다.

“어차피 네놈은 오늘 내 손에 죽을 테니까.”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블랙 가드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수십 개의 플라즈마 블레이드가 진혁의 급소를 노리고 쇄도했다. 하지만 진혁의 움직임은 물리 법칙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그는 잔상을 남기며 적들의 사이를 유영했다.

‘마공각성(魔功覺醒) 제2식.’

진혁의 몸 주위로 검은 마기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적들의 플라즈마 블레이드가 진혁의 마기 방벽에 닿는 순간, 회로가 타버리며 무용지물이 되었다.

찌릿!

단 한 번의 손짓.

진혁의 손가락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블랙 가드들의 가슴에 박힌 코어들이 강제로 강탈당했다.

[흡원천공: 에너지 강제 회수.]

[추가 출력: 15,000 MW 확보.]

코어를 잃은 블랙 가드들이 인형처럼 바닥에 엎어졌다. 진무극의 눈이 가늘어졌다.

“시스템의 도움 없이, 내 기술을 이 정도로 완벽하게 역이용하다니.”

“착각하지 마라. 이건 네 기술이 아니다.”

진혁이 진무극을 똑바로 응시했다.

“이것은 내가 겪은 고통의 총합이다.”

진혁이 주먹을 쥐자, 집무실 내의 모든 금속 물질이 그의 마기에 반응해 허공으로 떠올랐다. 수천 개의 파편이 진무극을 향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겨누어졌다.

진무극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의 손등에 솟아오른 핏줄은 그가 느끼는 긴장감을 대변하고 있었다.

“좋다. 그렇다면 어디, 그 고통의 깊이를 직접 확인해보자.”

진무극의 몸에서 거대한 에너지 파동이 터져 나왔다. 그가 숨기고 있던 진짜 힘, 티타늄 그룹 회장이라는 직함 아래 감춰두었던 ‘최종 병기’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의 등 뒤로 차원의 균열이 더욱 커지며, 심연의 존재들이 진혁을 향해 굶주린 입을 벌렸다.

진혁은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차원의 균열 속으로 자신의 기운을 밀어 넣었다.

“네 뒤에 있는 것들까지 전부, 이 자리에서 멸(滅)해주마.”

타워 최상층, 신과 인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진혁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뇌전은, 이제 차원마저 집어삼킬 기세로 요동치고 있었다.

진무극이 비릿하게 웃으며 손을 뻗었다.

“시작해라.”

동시에, 두 사람의 거리가 좁혀졌다.

세상을 뒤흔들 충돌이, 바로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진혁의 검이 궤적을 그리며 공기를 찢었다.

그것은 단순히 베는 것이 아니었다. 존재의 근원을 지우는, 천마만의 고유한 파멸이었다.

“간다.”

진혁의 단전에서 폭발적인 에너지가 해방되었다.

이 일격에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었다.

신서울의 심장부, 그 정점에서 천마의 전설이 다시 쓰이기 시작했다.

진무극은 진혁의 일격을 정면으로 받아내기 위해 자신의 모든 생체 코어를 과부하 상태로 몰아넣었다. 그의 몸 주위로 붉은 장막이 겹겹이 쳐졌고, 차원 너머의 괴물들이 내뿜는 살기가 타워를 뒤흔들었다.

“죽어라, 강진혁!”

진무극의 외침과 함께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이 뒤틀렸다.

진혁의 검 끝이 진무극의 방어 장막에 닿는 순간, 세상은 소리를 잃었다.

쿠우우우우-!

정적 뒤에 찾아온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거대한 폭발이었다. 타워의 천장이 통째로 날아갔고, 그 위로 펼쳐진 밤하늘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진혁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진무극의 장막을 뚫고 지나가며, 놈의 코어에 직접 자신의 마기를 주입했다.

“내 힘은… 굴복하지 않는다!”

진무극의 단말마 같은 비명이 타워에 울려 퍼졌다.

진혁은 놈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가장 차가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너는 천마를 가질 수 없다. 왜냐하면, 천마는 네가 만든 데이터 따위로 정의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진혁의 손가락이 진무극의 미간을 관통했다.

놈의 몸이 차원의 균열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니, 아직… 아직 끝나지 않았어! 저들이 너를…!”

진무극의 형체가 찢어지며 차원의 문 너머로 사라져 갔다.

균열은 서서히 닫히기 시작했지만, 마지막 순간 진혁의 시야에는 차원 너머,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거대한 ‘눈’들이 보였다.

그것은 단순한 괴물이 아니었다.

진혁의 존재를 지우기 위해 설계된, 운명 그 자체였다.

진혁은 그들을 향해 피 묻은 손을 흔들었다.

“다음은 너희들 차례다.”

타워의 붕괴는 멈추지 않았다.

진혁은 무너지는 잔해 위에서, 신서울의 야경을 내려다보았다.

이제 시스템은 없다.

진무극도 사라졌다.

남은 것은 오직 스스로의 의지로 세상을 개척해야 할 천마, 강진혁뿐이었다.

그는 천천히 검을 거두었다.

그의 등 뒤로 거대한 마기의 날개가 펼쳐지며, 신서울의 하늘을 덮었다.

이제, 더 이상 사육당하는 실험체는 없었다.

진정한 천마가 지상에 내려앉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평온도 잠시였다.

닫히던 차원의 균열 틈새로, 낯선 기운이 진혁의 등 뒤를 노리고 있었다.

[Warning: 차원 간섭 신호 감지.]

[대륙 너머, 심연의 성채에서 새로운 반응.]

진혁은 굳이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싸움은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것을.

그는 다시 한번 허공을 향해 도약했다.

신서울의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붉은 궤적.

그것은 새로운 전설의 시작이었다.

진혁의 질주는, 차원의 벽을 넘어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세상은 이제 그를 '천마'라 부를 것이다.

그 이름이 가진 무게를 감당하며, 진혁은 어둠 속으로 완전히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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