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전용 사이트예요. 댓글·로그인·좋아요는 준비 중이에요.
‹프로토콜: 천마 · 166화목차

제166화 백무현의 강림

제시해주신 설정과 세계관을 바탕으로, 문장의 호흡을 다듬고 인물 간의 긴장감과 액션의 묘사를 강화하여 교정한 원고입니다.

제166화 백무현의 강림

콰아아앙-!

티타늄 타워 지하 3,500층. 난공불락이라 여겨졌던 방벽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융합로에서 뿜어져 나온 과부하된 플라즈마 에너지가 사방으로 튀었고, 경보음은 이미 귀를 찢을 듯한 괴음으로 변해 있었다.

강진혁은 흩날리는 잔해 속에서 흑안을 번뜩였다. 단전에서 솟구치는 마기는 50만 MW의 출력을 넘나들며 혈관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시스템 HUD는 이미 그가 ‘마신경(魔神境)’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경고 문구로 가득했다.

[경고: 사용자 강진혁의 마기 방출량이 하드웨어 허용 범위를 300% 초과했습니다.]

[주의: 주변 지형지물이 마기 부식으로 인해 붕괴 위험 상태입니다.]

“시끄럽군.”

진혁은 시스템의 경고를 걷어찼다. 이제 데이터로 이루어진 연산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는 자신의 심장, 자신의 단전에서 우러나오는 의지만으로 기혈을 통제했다.

그때였다.

지하 공간의 상부 천장이 거대한 금속음과 함께 뜯겨 나갔다.

쿠구구궁-!

먼지 구름을 가르며 거대한 강철의 형상이 지면을 짓밟았다. 지반이 비명을 지르며 내려앉았다. 3미터에 달하는 거구, 전신의 생체 조직을 기계로 치환한 살인병기. 티타늄 그룹의 블랙 가드 총사령관, 백무현이었다.

“실험체 07호.”

낮고 기계적인 음성이 공간을 울렸다. 백무현의 눈구멍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레이저 스캔이 진혁의 전신을 훑었다.

“회장님의 명령이다. 네놈의 코어와 마공 데이터를 회수하고, 잔해를 수거하겠다.”

백무현의 오른팔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변형되었다. 고주파 진동 발생기가 내장된 거대한 대검이 튀어 나왔다. 그 검날 주위로는 공간조차 찢어버릴 듯한 푸른 진동파가 일렁였다. 그것은 단순한 물리적 무기가 아니었다. 티타늄 그룹이 보유한 최상위 군사기술, ‘분자 파쇄 공진도’였다.

“백무현.”

진혁이 낮게 읊조렸다.

“너도 결국 쇠붙이 덩어리로 변했군. 그 안에서 인간의 자아는 얼마나 남았지?”

“자아? 그런 비효율적인 개념은 프로토콜의 완성 앞에 폐기되었다.”

백무현이 도약했다. 거대한 체구라고는 믿기지 않는 속도였다. 바닥을 박차자 콘크리트가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순식간에 진혁의 눈앞까지 도달한 대검이 허공을 갈랐다.

찌이잉-!

대검이 지나간 자리마다 허공이 찢겨 나갔다. 진혁은 본능적으로 몸을 비틀었다. 쇄골 근처를 스친 진동파가 나노마갑의 표면을 순식간에 녹여버렸다.

‘빠르다. 그리고 무겁다.’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백무현의 움직임 하나하나에는 티타늄 그룹이 1,000년 전 마교의 유골에서 추출한 데이터가 담겨 있었다. 인간의 무공 궤적을 연산하여 최적의 살인술로 치환한, 완벽한 기계 무인이었다.

“신천마신공(新天魔神功) 제2식, 마운(魔雲).”

진혁이 손을 휘저었다. 주변의 플라즈마 잔재와 마기가 소용돌이치며 진혁의 주위에 짙은 안개를 형성했다. 그것은 방어막이자, 적의 시야를 교란하는 마기의 장막이었다.

백무현의 대검이 마운 속을 꿰뚫었다. 하지만 진혁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데이터 오류. 감지 불가.”

백무현의 음성이 멈칫했다. 진혁은 이미 공중으로 솟구쳐 백무현의 등 뒤를 점령한 상태였다. 진혁의 손끝에 짙은 검은색의 마기가 응집되었다.

“천뢰마강(天雷魔剛).”

번개와 마기가 융합된 일격이 백무현의 등판에 꽂혔다.

쾅-!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백무현의 전신 티타늄 장갑이 움푹 파였다. 하지만 백무현은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그는 반동을 이용해 기괴하게 허리를 꺾으며 180도 회전, 거대한 강철 주먹을 진혁의 복부에 꽂아 넣었다.

퍼억-!

진혁의 몸이 뒤로 밀려나며 벽을 부수고 박혔다. 나노마갑이 파열되는 소리가 들렸다. 입가로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역시, 체급의 차이가 크군.”

백무현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양손에서 발사되는 전술 미사일과 고주파 진동도를 동시에 휘두르며 진혁을 몰아붙였다. 지하 공간은 쉴 새 없는 폭발과 파괴로 지옥도로 변했다.

진혁은 벽에서 튕겨 나오며 공중에서 자세를 잡았다. 복부의 통증이 느껴졌지만, 오히려 그것이 진혁의 투지를 불태웠다. 시스템의 보조를 거부하고, 자신의 신경망을 직접 마기로 동기화했다.

[마신경(魔神境) 모드: 강제 가속]

진혁의 눈동자가 푸른색에서 핏빛으로 물들었다. 단전의 코어가 미친 듯이 회전하며 50만 MW의 에너지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혈관 속의 나노머신들이 마기의 힘을 받아 폭주하듯 재구성되었다.

“이제부터는 계산이 아니라, ‘의지’의 싸움이다.”

진혁이 지면을 박차고 나갔다.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백무현의 대검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진혁의 주먹이 백무현의 가슴팍에 박혔다.

우드득-!

백무현의 티타늄 가슴 판이 찌그러졌다. 백무현이 밀려나며 방어막을 전개했다. S급 에너지 방어막. 그 어떤 공격도 튕겨내는 절대 방벽이었다.

하지만 진혁의 마기는 그 방벽을 뚫고 지나갔다.

“만법귀마(萬法歸魔).”

적의 에너지 공진 주파수를 파악하는 능력. 방어막이 진혁의 마기와 공명하며 스스로 붕괴하기 시작했다. 백무현의 시스템이 경고음을 토해냈다.

[경고: 내부 회로 과열. 방어막 동기화 실패.]

“지금이야.”

진혁은 백무현의 가슴 중앙에 박힌 생체 코어, 그곳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손끝에 집중된 마기가 하나의 점으로 응축되었다. 그것은 현대의 그 어떤 군사기술로도 설명할 수 없는, 오직 천마만이 도달할 수 있는 파괴의 극의였다.

“신천마신공 제5식, 멸세(滅世).”

콰아아앙-!

지하 3,500층 전체가 흔들렸다. 백무현의 몸이 중심부터 붕괴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금속 덩어리들이 형체를 잃고 녹아내렸다. 백무현의 붉은 눈이 서서히 꺼져갔다.

“실험체… 07호… 네놈의 데이터는… 결코….”

“데이터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네놈이 결국 내 발밑에 무릎을 꿇었다는 사실이지.”

진혁은 녹아내리는 백무현의 잔해 속에서 그의 핵심 코어를 손에 쥐었다. 뜨거운 열기가 손바닥을 타고 흘렀다. 그 순간, 시스템의 알림이 울렸다.

[백무현의 고성능 연산 코어를 흡수합니다.]

[데이터 분석 완료: 티타늄 그룹의 차원 강림 좌표 확보.]

좌표.

진혁의 눈이 좁아졌다. 붕괴하는 타워 너머, 신서울의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그것은 진무극이 준비한 최후의 함정이자, 차원 너머의 무언가가 강림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진혁은 코어를 짓이겨 흡수했다. 몸 안에서 거대한 에너지가 요동쳤다. 이제 그는 단순히 티타늄 그룹을 무너뜨리는 것을 넘어, 저 하늘 너머의 흑막들을 사냥하러 갈 준비를 마쳤다.

쿠구구궁-!

지하 연구소가 완전히 붕괴하기 시작했다. 진혁은 쏟아지는 잔해를 마기로 밀어내며 타워 위를 향해 도약했다.

상층부에서는 진무극이 왕좌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진혁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기다려라, 진무극. 네놈의 그 오만한 왕좌를 지옥으로 만들어줄 테니.”

그가 마기의 날개를 펼치며 타워의 잔해를 뚫고 지상을 향해 솟구쳤다. 진혁의 앞에는 이제 시스템도, 군사 병기도 아닌, 오직 천마의 길만이 펼쳐져 있었다.

그 순간, 지상에서부터 전해지는 불길한 기운이 신서울 전체를 뒤덮었다. 차원의 문이 열리고, 그 너머에서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강림하려 하고 있었다.

진혁은 알 수 있었다. 오늘 밤, 이 신서울에서 일어날 일은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이것은 인류의 역사를 새로 써 내려갈, 신과 마(魔)의 사투가 될 것임을.

진혁은 지상의 밝은 빛을 향해, 자신의 모든 마기를 끌어올리며 최후의 일격을 준비했다.

타워의 최상층, 100층 높이의 전망대가 굉음과 함께 뜯겨 나갔다.

강진혁이 도약한 자리는 이미 시공간의 뒤틀림으로 인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지면의 콘크리트는 마기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모래처럼 부스러졌고, 대기 중의 입자들은 진혁이 뿜어내는 마신(魔神)의 위압감에 눌려 비명을 지르듯 진동했다.

“드디어 왔나, 07호.”

허공에 떠 있는 홀로그램 너머로 진무극의 비웃음이 들려왔다. 그는 여전히 왕좌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것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었다. 지하 3,500층에서 흡수한 백무현의 코어 데이터가 진혁의 머릿속을 스치며 실시간으로 전송되었다.

[분석 완료: 티타늄 그룹 메인 서버와 차원 균열의 동기화율 94%.]

진혁의 흑안이 번뜩였다. 백무현을 처단하며 얻은 것은 단순한 코어 조각이 아니었다. 티타늄 그룹이 1,000년 전 천마의 흔적을 쫓아 구축한 ‘강림 프로토콜’의 설계도 그 자체였다. 진무극은 단순히 신서울을 지배하려는 게 아니었다. 그는 이 도시를 거대한 ‘제물’로 삼아 차원 너머의 무언가를 불러내려 하고 있었다.

“진무극, 네놈의 왕좌는 이미 부서졌다.”

진혁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그는 붕괴하는 타워의 철근을 딛고 가볍게 최상층의 난간에 착지했다. 그의 주변을 감싸던 마기가 검은 뱀처럼 꿈틀거리며 타워의 외벽을 휩쓸었다.

“왕좌? 천만에. 나는 단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문을 열었을 뿐이다. 네놈이 마신경에 도달한 것은 내 예상보다 조금 빠르지만, 결과적으로는 완벽한 그릇이 준비되었다는 뜻이지.”

진무극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전신에서 은빛 회로가 기괴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진혁의 몸에 새겨진 것과 동일한, 그러나 훨씬 더 정교하고 거대한 ‘천마의 흔적’이었다.

“강진혁, 네가 시스템을 탈피했다고 믿나? 아니. 너는 시스템이 너라는 개체를 통해 스스로 진화하게 만든 ‘최종 연산 결과물’일 뿐이다.”

그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타워 전체가 붉게 물들었다. 신서울의 밤하늘이 갈라지며 그 사이로 기괴한 보라색 번개가 내리꽂혔다. 그것은 기술이 아니었다. 차원 너머의 존재가 간섭하는 물리적 현상이었다.

진혁은 비웃음을 흘렸다.

“그릇이라. 천 년 전에도 똑같은 소리를 하던 놈들이 있었다.”

그는 단전의 50만 MW 출력을 단 한 점에 집중했다. [신천마신공 제6식: 천마멸진].

검은 마기가 진혁의 손끝에서 칼날처럼 뻗어 나왔다. 그것은 허공을 자르는 것이 아니라, 공간 자체의 밀도를 붕괴시키는 파멸의 일격이었다.

“진무극, 네놈은 나를 그릇이라 했지만, 나는 내 손으로 직접 내 운명을 깎아 만들었다.”

쿠구구궁-!

진혁의 일격이 왕좌를 향해 쇄도했다. 진무극이 손을 들어 방어막을 전개하려 했지만, 진혁의 마기는 이미 그의 방어막 주파수를 완전히 분석한 뒤였다. 방어막은 유리처럼 산산조각 났고, 진혁의 손끝이 진무극의 어깨를 스쳤다.

“으윽!”

진무극의 어깨에서 은빛 혈액이 튀었다. 고통을 느끼는 것인가? 기계로 치환된 신체임에도 불구하고, 진무극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어떻게… 내 시스템의 데이터를 완벽하게 무력화하는 거지?”

“시스템에 의존하는 놈은 결코 알 수 없다. 무공은 계산이 아니라, 상대의 맥을 짚고 그 근원을 부수는 의지라는 것을.”

진혁이 다시 한 번 도약했다. 이제 타워의 붕괴는 멈추지 않았다. 위성 무기들이 진혁을 겨냥해 궤도 수정에 들어갔지만, 진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신서울의 하늘을 뒤덮은 차원문의 중심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진무극보다 훨씬 거대하고, 차가운 눈동자가 진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Warning: 차원 간섭 계수 상승. 99% 돌파.]

시스템의 경고음이 이제는 진혁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대신, 그의 귓가에는 수천 년 전 천마가 남겼던 마지막 비급의 구결이 울려 퍼졌다.

‘허공을 밟고, 만상을 삼키며, 끝내 나 자신을 멸(滅)하여 다시 태어난다.’

진혁은 깨달았다. 자신이 왜 실험체 07호로 선택되었는지, 왜 시스템이 그를 키워냈는지. 시스템은 자신을 천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스스로가 천마가 되기 위한 ‘육체’로 쓰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진혁은 그 틀을 깨부수기로 했다.

“받아라, 이것이 내가 완성한 신천마신공의 끝이다.”

진혁이 양손을 맞잡았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가 신서울 전체의 전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타워의 모든 기계 장치가 멈추고, 신서울의 불빛이 일제히 꺼졌다.

암흑천지.

그 어둠 속에서 오직 강진혁의 흑안과, 그가 쥐고 있는 마기의 칼날만이 태양처럼 빛나고 있었다.

“천마일검(天魔一劍), 귀멸(歸滅).”

검이 휘둘러진 순간, 공간이 정지했다.

진무극의 눈앞에서 차원문이 찢어지고, 그 너머의 존재가 진혁의 검에 닿았다. 검은색 섬광이 타워의 100층을 관통했고, 이어지는 폭발은 신서울의 밤하늘을 대낮처럼 하얗게 불태웠다.

폭음이 가라앉고 먼지가 걷혔을 때, 왕좌는 사라져 있었다.

진무극은 타워의 붕괴 속에서 바닥을 기고 있었다. 그의 몸은 반쯤 파괴되어 있었고, 은빛 회로는 처절하게 스파크를 일으키고 있었다. 진혁은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갔다.

“이제 끝이다.”

진혁이 진무극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다.

“네놈의 주인들도, 네놈의 야망도, 여기서 끝이다.”

그때, 찢어진 차원문 사이로 기괴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크크크… 07호, 넌 정말 훌륭한 재료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공들였는지 알기나 하나?”

진혁은 고개를 들어 찢어진 하늘을 노려보았다. 차원 너머, 또 다른 무언가가 강림하려 하고 있었다. 진무극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진혁은 진무극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타워의 잔해를 딛고 일어섰다. 이제 그는 사냥꾼이 아닌, 도전자로서 차원 너머의 신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오너라. 누구든 상관없다. 내 무공의 제물이 되어라.”

진혁의 등 뒤로 거대한 마기의 날개가 펼쳐졌다. 신서울의 모든 이들이 그 압도적인 위용에 숨을 죽였다. 전설 속의 천마가 아닌, 시스템을 찢고 나온 ‘진정한 천마’의 강림이었다.

그의 눈앞에, 차원의 벽을 뚫고 거대한 손톱 하나가 지상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최후의 결전은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다음 화 바로보기 ›
이 작품, 여기까지 어떠셨나요? ★ 별점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