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7화 뇌전마강의 진화 - [천뢰마강(天雷魔剛)]
붉은 피가 섞인 마기가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아크 솔리스 요새의 내부. 둔중한 금속음이 울릴 때마다 거대한 방어벽이 비명을 질렀다. 강진혁은 눈을 감은 채, 가슴 중심부에서 들끓는 생체 코어의 고동에 집중했다.
500,000 MW.
인간의 육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를 아득히 넘어선 에너지의 흐름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진혁에게 독이 아니었다. 시스템의 HUD가 강제로 출력하던 수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오직 진혁의 의지, 그리고 단전에서 휘몰아치는 기혈의 흐름에 따라 결정되었다.
'뇌전마강(雷電魔剛). 현대의 플라즈마 기술과 마공의 교점.'
그것은 그동안 진혁이 싸워오며 얻어낸 성과이자, 동시에 극복해야 할 벽이었다. 과거의 뇌전마강은 나노머신의 연산 보조가 없으면 불완전한 궤적을 그리곤 했다. 에너지가 흩어지고, 마기가 플라즈마의 고온을 견디지 못하고 역류하는 현상.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진혁의 심장이 한 번 박동할 때마다, 혈관을 흐르는 마기가 뇌전의 주파수와 완벽하게 동기화되었다. 푸른 뇌광이 붉은 마기와 뒤섞이며 진홍빛의 섬광으로 변모했다.
"……분석 완료."
진혁이 나직하게 읊조렸다.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요새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던 중압감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 대신, 손끝에서 튀어 오르는 작은 불꽃 하나가 공간을 일그러뜨리기 시작했다.
우웅-!
요새의 공기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진혁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중력 제어 장치가 고장 난 것이 아니었다. 진혁의 주변을 감싼 마기가 공간의 좌표를 강제로 밀어내고 있었다.
[상태 창]
- 현재 경지: 마신경(魔神境)
- 출력: 520,000 MW (상승 중)
- 활성화 무공: [천뢰마강(天雷魔剛)] (신규 창조)
시스템이 사라진 허공에, 진혁의 의념으로 구현된 새로운 정보값이 떠올랐다.
'천뢰마강.'
뇌전마강이 기계적인 연산과 마공의 결합이었다면, 천뢰마강은 자연의 법칙 그 자체를 마기로 강제하는 신의 영역이었다.
쿠구구구-!
요새의 철제 벽면이 이유 없이 뜯겨 나가기 시작했다. 진혁의 등 뒤로 붉고 푸른 뇌전의 날개가 펼쳐졌다. 그것은 단순한 시각적 환영이 아니었다. 실체화된 마기가 공간을 지배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때, 요새의 복도 끝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실험체 07호. 아니, 강진혁."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흑색 전술 수트를 입은 정예부대였다. 그들의 가슴에는 '아크 솔리스'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손에는 고주파 진동검이, 어깨 위에는 다연장 미사일 포드가 장착되어 있었다.
"회장님의 명령이다. 네놈의 신경 회로를 추출하고, 잔해는 고철 처리장으로 보낸다."
부대장의 음성은 차가웠다. 그는 진혁의 상태를 살피지도 않고 즉각 사격 명령을 내렸다.
"발사!"
슈슈슈슈슈-!
수십 발의 마이크로 미사일이 진혁을 향해 쏟아졌다. 일반적인 초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탄막이었다. 하지만 진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가볍게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속도가 느려."
진혁의 손끝에서 진홍빛 섬광이 뻗어 나갔다.
콰아아앙-!
미사일이 진혁의 몸에 닿기도 전에, 공중에서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그것은 단순히 격추된 것이 아니었다. 미사일 내부의 전자 회로가 진혁이 뿜어낸 뇌전의 파동에 의해 강제로 역류한 결과였다.
"뭐, 뭐야! 회로가 왜 이래!"
부대원들이 당황하며 멈춰 섰다. 그들의 수트가 제멋대로 오작동하며 붉은 경보음을 내뿜었다. 진혁은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그가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바닥의 강철판이 뇌전의 영향으로 녹아내렸다.
"기술은 훔치면 그만이고, 힘은 부수면 그만이다."
진혁의 목소리가 요새 전체를 울렸다.
"하지만 너희들이 잊고 있는 게 있지."
진혁이 오른손을 허공에 휘둘렀다.
쿠우웅!
요새의 거대한 기둥이 비틀리며 진혁의 손 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마기가 기둥을 감싸며 순식간에 검의 형태로 변모했다.
"진정한 무(武)는 자본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거다."
천뢰마강이 깃든 거대한 검강이 복도 전체를 뒤덮었다.
단순한 베기가 아니었다. 공간 자체가 검의 궤적을 따라 반으로 갈라졌다. 부대원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들이 입고 있던 최첨단 나노 수트가 진혁의 검기 앞에서 종잇장처럼 무력하게 찢겨 나갔다.
콰아아앙-!
요새의 외벽이 뚫리며, 밖에서 대기하던 아이언 윌의 함대가 눈에 들어왔다. 수천 미터 상공에 떠 있는 함선들. 그들은 요새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진혁의 검기에서 뻗어 나온 뇌전의 파동에 휩싸였다.
'다음은 너희 차례다.'
진혁의 흑안이 서늘하게 빛났다.
심연의 주인들이 보낸 전령조차 소멸시킨 지금, 지상의 병력 따위는 더 이상 적수가 되지 못했다. 진혁은 요새의 파편을 밟고 허공으로 도약했다.
그의 뒤로 붉은 천둥이 포효했다.
"나를 '그릇'이라 부르던 자들."
진혁이 하늘을 향해 검을 치켜들었다.
"이제 그릇이 아니라, 재앙이 무엇인지 보여주마."
공간이 진동했다.
진혁이 뿜어내는 마기가 대기권 밖의 인공위성마저 마비시키기 시작했다. 신서울 전체의 전력이 요동쳤다. 진혁은 이제 단순한 인간이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 완성한 신천마신공의 정점, [천뢰마강]을 실어 함대를 향해 검을 내리꽂으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허공의 차원 틈새가 다시 한번 요동치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검은 손이 요새를 향해 뻗어 나왔다. 그것은 심연의 군단과는 차원이 다른, 진정한 '주인'들의 파동이었다.
"어디를 보느냐."
진혁이 피식 웃으며 검을 돌려, 뻗어 오는 검은 손을 향해 천뢰마강을 쏟아냈다.
콰아아아앙-!
세상의 경계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157화의 끝이 보이지 않는 격전이 시작되었다.
검은 손이 뇌전의 파동에 닿는 순간, 허공에서 기괴한 비명과도 같은 마찰음이 터져 나왔다.
키이이이익-!
공간 자체가 비틀리며 찢겨 나갔다. 진혁의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온 천뢰마강은 단순한 물리적 에너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현대의 전자기 펄스와 고대 마교의 흡원천공이 융합된, 차원의 이치를 거스르는 파멸의 힘이었다.
"그릇 따위가 감히."
차원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인간의 언어가 아니었다. 그것은 고막이 아니라 뇌의 신경 회로를 직접 긁어대는 저주와 같은 파동이었다. 그 파동이 닿는 곳마다 요새의 강철 벽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하지만 진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 짙은 광기를 띠며 검을 더욱 강하게 쥐었다.
"그릇? 아니, 나는 너희가 만든 규격을 파괴하러 온 재앙이다."
진혁의 등 뒤로 거대한 마기(魔氣)의 형상이 떠올랐다. 천마(天魔). 1,000년 전 대륙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전설 속 지존의 기운이, 현대의 나노머신과 결합하여 신적인 위용을 드러냈다.
쿠구구구!
진혁이 발을 구르자, 요새의 바닥이 완전히 붕괴하며 거대한 공동이 생겨났다. 그는 그 붕괴하는 파편을 발판 삼아 역으로 검은 손을 향해 도약했다.
'천뢰마강, 제1식(第一式) - 멸천뇌검(滅天雷劍).'
진혁의 몸이 붉은 뇌전의 화살이 되어 허공을 가로질렀다.
검은 손은 진혁의 일격을 막아내기 위해 수많은 차원의 막을 겹쳐 방어벽을 세웠다. 그러나 진혁의 검은 그 어떤 저항도 허용하지 않았다.
챙강-!
마치 유리 조각이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차원의 막이 산산조각 났다. 진혁의 검은 멈추지 않고 검은 손의 손목을 향해 파고들었다.
"끄아아악!"
차원 너머의 존재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진혁의 검기 속에 담긴 마기가 존재의 혈관을 타고 들어가 강제로 차원 연결을 역류시킨 결과였다.
"내 단전을 뚫고, 내 생체 코어를 실험 재료로 삼았던 대가다. 온몸으로 받아들여라."
진혁의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뇌전이 검은 손의 전신을 휘감았다.
푸드득, 푸드득!
검은 손의 표면이 타들어 가며 검은 피가 쏟아져 내렸다. 그 피가 지상에 닿자마자 대지가 녹아내리고, 주변의 모든 금속이 부식되었다.
진혁은 그 피바다 속에서 검을 비틀었다.
'흡원천공(吸元天功) - 만상귀일(萬象歸一).'
차원 너머의 존재가 가진 근원적인 에너지가 진혁의 검을 타고 역류하기 시작했다.
[Warning: 과부하 위험. 단전 출력 800,000 MW 돌파.]
[경고: 신체 세포의 나노 분해 진행 중.]
머릿속에 들려오는 경고음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진혁은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나노 회로가 과열되어 은색 연기를 뿜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강한 마기를 쥐어짜 냈다.
"더! 더 가져와라!"
진혁의 포효와 함께, 차원 너머의 존재가 가진 지식과 힘의 파편이 썰물처럼 진혁의 단전으로 빨려 들어왔다.
'이것이... 너희들의 정체인가.'
단순한 실험체로만 알았던 자신의 출생, 그리고 티타늄 그룹이 숨겨온 최종 병기의 비밀이 진혁의 뇌리에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들은 단순히 인간을 개조하는 게 아니었다. 차원의 틈새를 열어, 이 세계를 자신들의 식민지로 만들기 위한 '문(Gate)'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진혁은 비릿하게 웃었다.
"실험은 끝났다."
그는 검을 쥔 손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했다. 천뢰마강의 진정한 위력은 이제부터였다.
쾅-!
진혁의 일격이 검은 손을 완전히 절단했다. 잘려 나간 검은 손은 허공에서 흩어지며 검은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차원의 틈새가 비명을 지르며 닫히기 시작했다.
"놈들을 쫓아갈 필요도 없다. 스스로 기어 나오게 만들면 그만이니까."
진혁은 허공에서 사뿐히 내려와 바닥에 착지했다.
그의 옷은 이미 너덜너덜해져 있었고, 온몸에는 핏줄이 터져 흐르는 붉은 회로가 선명했다. 하지만 그 눈빛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맑고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요새 내부의 모든 정예 부대원들은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그들이 보기엔 진혁은 인간이 아니었다. 하늘을 가르고, 차원의 주인을 단칼에 베어 넘기는, 신화 속의 재앙 그 자체였다.
"다음은 누구지?"
진혁이 차갑게 물었다.
"회장인가? 아니면 그 뒤에 숨어있는 또 다른 그림자인가?"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진혁은 망설임 없이 아크 솔리스의 중앙 제어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마다 바닥이 뇌전의 파동으로 인해 바스러졌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심연의 주인들이 남긴 파편은 진혁의 단전 안에서 여전히 요동치고 있었다. 그것을 완전히 소화해내면, 자신의 무공은 신천마신공을 넘어선 새로운 경지에 도달할 것이다.
[상태 확인]
- 마기 동기화율: 99.8%
- 천뢰마강 완성도: 95%
- 신체 재생 속도: 초당 400% (마기 보조)
진혁은 제어실의 육중한 강철 문 앞에 섰다.
손바닥을 문에 대자, 천뢰마강의 파동이 강제적으로 회로를 해킹했다.
치익-!
강철 문이 녹아내리며 중앙 제어실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곳에는 티타늄 그룹의 핵심 임원들과, 아직 가동되지 않은 수십 기의 4세대 전투 병기가 도열해 있었다.
"07호, 멈춰라! 지금 그 힘을 사용하면 네 육체는 버티지 못하고 붕괴한다!"
제어실 중앙, 스크린 속에서 진무극의 홀로그램이 당황한 기색으로 소리쳤다.
진혁은 그 홀로그램을 무심하게 응시했다.
"붕괴? 내 걱정은 할 필요 없다."
진혁이 검을 다시 들어 올렸다.
"내가 붕괴하기 전에, 너희들의 세계가 먼저 붕괴할 테니까."
진혁의 검 끝에서 다시금 푸른 뇌전이 붉은 마기와 섞여 춤추기 시작했다.
이것은 복수도, 전쟁도 아니었다.
이것은 1,000년 전 천마가 꿈꿨던, 그리고 현대의 강진혁이 완성해가는 새로운 질서의 서막이었다.
"자, 이제 시작하자. 너희가 만든 이 지옥을 내가 어떻게 끝내는지 똑똑히 지켜봐라."
진혁의 발밑에서부터 뇌전의 파동이 요새 전체를 덮쳤다. 제어실의 조명들이 터져 나가고, 모든 전자기기가 진혁의 마기 아래 복종하기 시작했다.
진혁은 거침없이 중앙 제어실로 뛰어들었다.
그의 뒤로, 아크 솔리스 요새 전체가 붉은 뇌전의 폭풍 속에 잠겼다.
이제 신서울의 밤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의 어둠과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진혁의 눈에 비친 것은 더 이상 티타늄 그룹의 타워가 아니었다.
그것은 차원의 너머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진짜 거대한 악의 실체였다.
'기다려라.'
진혁은 검을 고쳐 잡으며 낮게 뇌까렸다.
'그곳이 어디든, 내가 직접 찾아가서 전부 찢어발겨 줄 테니.'
진혁의 검 끝이 제어실 중앙의 메인 서버 코어를 겨냥했다.
쿠구구구-!
요새가 통째로 흔들렸다. 마지막 결전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