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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전술 중장갑 기갑과의 유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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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전술 중장갑 기갑과의 유격전

"타깃 강진혁, 락온(Lock-on) 완료."

차가운 기계음이 신서울의 밤하늘을 갈랐다.

고도 800미터, 티타늄 그룹의 전술 수송기가 쏟아낸 컨테이너들이 지상에 착륙하며 거대한 먼지 구름을 일으켰다. 그 안에서 솟아오른 것은 단순한 인간이 아니었다.

'아이언 윌'의 정예 용병단. 그들이 탑승한 것은 5세대 전술 중장갑 기갑, '아레스-포트리스'였다.

"놈은 미쳤다. 방금 심연의 포식자 무리를 혼자서 도륙 냈어. 하지만 이건 차원이 다르다. 전원, 플라즈마 보호막 전개!"

'아레스-포트리스' 5기가 진혁을 중심으로 원형을 그리며 포위망을 좁혔다. 놈들의 등 뒤에서는 고출력 제트 분사구가 푸른 화염을 내뿜고 있었고, 손에 들린 대구경 플라즈마 캐논은 지상의 건물들을 단번에 녹여버릴 정도의 출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진혁은 그 중심에 서 있었다. 그의 검은 머리카락이 기갑이 일으키는 강풍에 휘날렸다.

[SYSTEM INFO: 경고. 다수의 5세대 군사 코어 감지. 에너지 출력 합계 45,000 MW. 사용자 현재 경지: 마신경(魔神境) 유지 중.]

시스템의 보조가 없는 시야였지만, 진혁은 이제 자신의 육체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이었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마기는 나노머신과 결합해 실시간으로 적의 탄도 궤적과 기갑의 냉각 효율을 계산해내고 있었다.

"겨우 이 정도인가."

진혁이 낮게 읊조렸다.

쿠웅!

가장 먼저 달려든 기갑 하나가 거대한 강철 주먹을 내리꽂았다. 지면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하지만 그 순간, 진혁의 형체는 옅은 잔상만을 남긴 채 사라졌다.

[마영신보(魔影神步).]

마기가 깃든 발걸음은 중력을 무시했다. 진혁은 빌딩 외벽을 수직으로 타고 올라, 공중에서 뒤를 돌아보았다.

"포위망이라."

진혁이 검을 뽑아 들었다. 칠흑 같은 검신에 푸른 전기 정령들이 휘감겼다.

파앗!

그가 허공을 박차고 나갔다. 놈들이 플라즈마 캐논을 발사하려던 찰나, 진혁은 이미 기갑의 등 뒤에 달라붙어 있었다.

"이, 이럴 리가! 레이더에 잡히지 않아!"

용병의 당황한 목소리가 통신망을 통해 흘러나왔다. 진혁은 망설임 없이 기갑의 등 뒤, 동력원인 5세대 생체 코어가 이식된 부위에 검을 찔러 넣었다.

취이익-

나노머신이 기갑의 초고밀도 장갑을 분자 단위로 분해하며 파고들었다. 진혁의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 마기가 기갑의 회로 안으로 역류했다.

[만상흡진(萬象吸振).]

"끄아아아악!"

기갑 내부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외부 장갑이 급격히 냉각되면서 보라색으로 변색되기 시작했다. 놈들이 자랑하던 5세대 코어의 에너지가 진혁의 단전으로 빨려 들어오고 있었다.

'좋아. 4,000 MW의 출력이 추가됐다.'

기갑 하나가 힘없이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하지만 나머지 4기는 멈추지 않았다. 놈들은 동료의 희생을 아랑곳하지 않고 일제히 플라즈마를 난사했다.

콰광! 콰과광!

빌딩 숲 사이가 불바다가 되었다. 건물들이 녹아내리고 철근이 비처럼 쏟아졌다. 진혁은 그 불꽃 사이를 유령처럼 유영했다.

그는 빌딩의 잔해를 밟고 도약하며, 적의 사각지대만을 파고들었다. 마치 숲속에서 사냥감을 쫓는 포식자의 움직임이었다.

"어디 있느냐."

진혁이 무너진 빌딩 틈새에 숨어 있던 기갑 하나를 발견했다. 놈은 숨을 죽이고 진혁을 저격하려 하고 있었다.

진혁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히 불길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바보 같은 놈, 제 발로 죽으러 들어오다니!"

용병이 방아쇠를 당겼다. 궤적을 예측할 수 없는 플라즈마 빔이 진혁의 가슴을 향해 날아왔다.

그 순간, 진혁의 몸에서 투명한 막이 일렁였다.

[반탄류(反彈流).]

플라즈마 빔이 진혁의 가슴에 닿는 순간, 기묘한 파동과 함께 궤적이 뒤틀렸다. 빔은 그대로 옆 건물을 관통하고, 저격하려던 기갑의 팔을 도려냈다.

"말도 안 돼! 내 공격이 왜 놈에게 반사되는 거야!"

"공학적 이해가 부족하군."

진혁이 어느새 놈의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의 눈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물리학적으로 파동을 상쇄하는 건 기계나 인간이나 다를 바 없다. 네놈들의 회로 주파수를 파악하는 데는 0.1초도 걸리지 않아."

진혁이 손바닥을 기갑의 가슴 중앙에 얹었다.

우웅-

단전에서 뿜어져 나온 마기가 기갑의 내부 구조를 그대로 투시했다. 기갑의 보호막 발생 장치, 동력 전달 회로, 그리고 용병의 생체 코어.

"전부, 내 것이다."

[흡원천공(吸元天功) - 마기 역류.]

쿠우우웅!

기갑 내부의 에너지가 폭주했다. 과부하를 견디지 못한 놈의 가슴 부위가 찢어지며 내부의 부품들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진혁은 그 파편 사이를 뚫고 나와, 남은 두 대의 기갑을 향해 도약했다.

유격전은 이미 끝났다. 이제는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진혁은 지형을 이용해 고도를 높이고, 적의 사각을 찌르고, 에너지를 흡수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신서울의 밤하늘은 어느새 진혁이 뿜어내는 마기로 인해 짙은 보라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남은 건 둘인가."

진혁이 공중에 멈춰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남은 두 대의 기갑은 공포에 질려 후퇴를 시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혁은 그들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신천마신공 제1장. 마무상(魔無相).]

진혁의 몸이 흐릿하게 분열되었다. 하나였던 진혁이 일곱 명의 잔상으로 나뉘어 기갑들을 덮쳤다.

"이, 이게 무슨…!"

용병이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진혁의 검이 기갑의 관절부를 끊어냈다. 순식간에 기동력을 잃은 기갑들이 바닥으로 처박혔다.

진혁은 착지하며 마지막 기갑의 목줄기를 짓밟았다. 기갑의 머리 부분이 찌그러지며 안에서 공포에 질린 용병의 얼굴이 드러났다.

"너희 회장은 어디 있지?"

진혁이 낮게 물었다.

"……죽여라! 차원 너머의 주인들이 너를 지켜보고 있다! 넌 절대 벗어날 수 없어!"

용병은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리며 스스로 코어의 자폭 시퀀스를 작동시켰다.

삐이이-!

강렬한 경고음이 들려왔다. 기갑이 붉게 달아오르며 핵융합 반응을 시작했다.

진혁은 눈살을 찌푸렸다. 자폭의 에너지는 일반적인 폭발과는 차원이 달랐다. 5세대 코어의 에너지를 강제로 팽창시켜 지반 자체를 날려버릴 작정인 것이다.

하지만 진혁은 도망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폭발의 중심부로 손을 뻗었다.

[만상귀일(萬象歸一).]

진혁의 단전이 우주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회전하기 시작했다. 폭발하려던 핵융합 에너지가 뱀처럼 휘어지며 진혁의 손바닥으로 말려들어 왔다.

"흡수하지 못할 건 없다."

우드득!

강력한 에너지의 역류로 인해 진혁의 팔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지고, 피부 위로 핏줄이 불거졌다.

[경고: 생체 코어 출력 한계치 도달. 9,000 MW...]

시스템의 경고음이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진혁은 멈추지 않았다.

폭발의 에너지를 통째로 집어삼킨 진혁의 몸에서 형용할 수 없는 섬광이 터져 나왔다.

쾅!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진혁을 중심으로 거대한 마기의 파동이 신서울 슬럼가 전체를 뒤흔들었다.

폭발의 에너지를 전부 흡수한 진혁의 눈이 푸르게 빛났다.

[생체 코어 출력: 9,200 MW 돌파.]

하지만 그 직후, 진혁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흡수한 에너지가 너무나 방대하고 날카로웠다. 정제되지 않은 전자기 마기가 혈관을 타고 뇌로 역류했다.

"으윽……!"

단전이 비명을 질렀다. 뜨거운 열류가 체내를 휘저으며 마기 흐름을 뒤틀었다.

진혁은 비틀거리며 무너진 건물 잔해 위에 주저앉았다. 시야가 붉게 점멸했다.

[Warning: 과부하 발생. 단전 열류 현상 감지. 마기 폭주 위험도 85%...]

'젠장, 너무 많이 받아들였나.'

진혁이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그때였다.

지평선 너머, 신서울의 밤하늘이 찢어지며 거대한 차원의 틈새가 열렸다.

방금 전의 폭발음이 신호탄이라도 된 듯, 틈새 너머에서 차가운 한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용병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압도적인 위압감을 가진 존재였다.

그것은 심연의 주인이 보낸 전령, 혹은 사냥개였다.

진혁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검을 지팡이 삼아 일어섰다.

단전에서 느껴지는 타는 듯한 통증은 역설적으로 그가 아직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왔나."

진혁의 눈에 서린 살기가 폭발했다.

그는 시스템의 HUD가 사라진 텅 빈 허공을 응시했다. 더 이상 계산도, 보조도 필요 없었다.

오직 자신만이, 이 디스토피아의 끝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운명을 찢어발길 수 있었다.

[신천마신공]의 다음 장이, 끓어오르는 단전의 열기와 함께 그를 재촉하고 있었다.

진혁이 차원의 틈새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그의 등 뒤로, 죽은 용병들이 남긴 파편들이 마기에 이끌려 공중으로 떠올랐다.

이제, 진짜 전쟁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틈새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형체 없는 그림자들의 군단이었다.

그것들은 기계도, 생명체도 아니었다. 물리 법칙이 무너진 심연의 찌꺼기들이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강제로 집어삼키며 구현된 ‘존재의 오류’들. 그들이 닿는 곳마다 신서울의 콘크리트 건물들이 녹아내리며 픽셀 단위로 분해되었다.

“데이터를… 회수한다.”

그림자들의 군단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진혁을 향했다. 놈들의 목소리는 수만 명의 비명이 겹쳐진 듯 기괴했다.

진혁은 비틀거리던 걸음을 멈췄다. 단전에서 치솟는 열류는 여전히 혈관을 태우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 고통이 감각을 극도로 예민하게 만들었다.

[마신경(魔神境).]

그 경지는 단순히 힘의 크기가 아니었다. 세계의 인과율을 꿰뚫어 보고, 그 법칙의 틈새를 마기로 덧쓰는 영역. 진혁은 눈을 감았다.

치이익.

그의 피부 위로 흘러나온 마기가 검은 증기처럼 피어올랐다. 단순히 공기를 태우는 것이 아니었다. 놈들이 뿜어내는 심연의 파동을 현실의 마기로 중화시키며, 그 주변의 시공간 자체를 진혁의 영역으로 치환하고 있었다.

“덤벼라.”

진혁이 발을 굴렀다.

콰아앙!

지면이 거대한 구덩이를 파내며 폭발했다. 잔상조차 남지 않는 속도. 진혁의 몸이 그림자 군단의 한복판으로 파고들었다.

검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현실과 심연의 경계가 찢어졌다. 놈들의 육체는 칼날에 베이는 것이 아니라, 진혁이 뿜어내는 마기의 파동에 의해 강제로 ‘정지’당하고 있었다.

[멸세(滅世).]

신천마신공 제5초식. 공간을 접어 압축하고, 그 좁은 단면에 무한한 질량을 쏟아붓는 절기.

검끝이 닿은 첫 번째 그림자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소멸했다. 그것은 단순한 죽음이 아니었다. 존재 자체가 우주에서 지워진 것과 같았다. 파동은 멈추지 않고 주변의 그림자들에게 번져 나갔다. 마치 도미노처럼, 놈들의 대열이 순식간에 붕괴했다.

하지만 심연의 군단은 끝이 없었다. 차원의 틈새는 점점 더 크게 벌어지며, 심연의 주인이라 불리는 존재의 거대한 눈동자가 신서울의 밤하늘을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그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진혁의 뇌리에 강렬한 과부하가 걸렸다.

[Warning: 외부 차원으로부터 정신 오염 데이터 침투. 강제 동기화 시도 중...]

“개수작 부리지 마라.”

진혁이 자신의 관자놀이를 향해 검손잡이를 강하게 찍어 눌렀다. 충격과 함께 뇌를 파고들던 심연의 데이터들이 억지로 끊겨 나갔다.

입가에서 검은 피가 흘렀지만, 진혁은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시스템이 없으면 계산을 못 할 줄 알았나? 네놈들이 설계한 그릇은 이미 깨졌다. 지금 여기 서 있는 건, 네놈들이 만든 인형이 아니라….”

진혁이 검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단전에서 폭주하던 9,200 MW의 열류가 검신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대기가 비명을 질렀다. 신서울의 모든 전자기기가 진혁의 기세에 눌려 멈춰 섰다.

“천마(天魔)다.”

검이 내리꽂혔다.

단순한 베기가 아니었다. 그 일격은 수천 년 전, 마교의 정점에서 세상을 호령했던 천마의 의지가 현대의 고주파 플라즈마 기술과 결합해 재현된,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신천마신공’의 정점이었다.

우웅-!

세상이 하얗게 점멸했다.

검이 지나간 궤적을 따라 차원의 틈새가 억지로 닫히기 시작했다. 그림자 군단은 빛에 닿은 눈처럼 녹아내렸고, 하늘을 덮고 있던 심연의 눈동자조차 진혁의 일격에 찢겨 나갔다.

쿠구구구!

신서울 전체가 진동했다. 티타늄 타워의 최상층부가 진혁이 뿜어낸 에너지의 여파로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고요가 찾아왔다.

진혁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검을 지면에 꽂았다. 몸은 이미 한계였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단전의 열류는 육체를 내부에서부터 바삭하게 태워가고 있었다.

[생체 코어 출력: 9,500 MW... 9,700 MW... 열류 현상 임계점 도달.]

피부 위로 드러난 은빛 회로들이 붉게 달아올라 끊어질 듯 점멸했다. 하지만 진혁은 웃었다.

저 멀리, 무너진 티타늄 타워의 잔해 너머에서 윤아영과 저항군들이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차원의 틈새는 잠시 닫혔을 뿐, 심연의 주인들은 다시 문을 두드릴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진혁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보았다. 구름 사이로 드러난 별들이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온다면 와라.’

강진혁의 눈에 다시금 마기가 서렸다.

시스템의 족쇄도, 창조주라 자칭하던 진무극의 오만함도, 심연의 주인들의 탐욕도. 그 모든 것을 제 발밑에 짓밟아버리는 날까지, 그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진혁은 비틀거리며 검을 뽑아 들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가 신서울의 밤을 다시금 검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전설의 서막, 신천마신공의 완전한 개방이 머지않았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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