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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토콜: 천마 · 153화목차

제153화 글로벌 용병 기업 '아이언 윌'의 통해(通海)

검은 하늘이 찢어졌다.

그것은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었다. 신서울의 상공, 대기권을 뚫고 쏟아져 내리는 5세대급 드롭쉽 함대가 뿜어내는 이온 추진기의 푸른 화염이 밤을 대낮처럼 밝혔다. 티타늄 그룹의 비호 아래 움직이는 글로벌 용병 기업, '아이언 윌(Iron Will)'.

그들이 신서울에 나타났다는 것은, 이 도시의 질서가 완전히 무너졌음을 의미하는 신호탄이었다.

"타깃 강진혁, 반경 500미터 이내 확인."

드롭쉽에서 쏟아져 나온 것은 인간이 아니었다. 3미터가 넘는 거구의 기갑 수트, '제노사이드 유닛'. 그들은 신서울 슬럼가의 건물을 종이장처럼 찢어발기며 착지했다. 묵직한 진동이 지면을 흔들었고, 그 중심에 강진혁이 서 있었다.

그의 발아래에는 방금 전까지 그를 가로막았던 포식자 군단의 잔해들이 검게 타버린 채 뒹굴고 있었다. 진혁의 흑안은 흔들림이 없었다. 다만, 그 시선은 상공을 가득 메운 함대의 궤적을 쫓고 있을 뿐이다.

[SYSTEM INFO: 경고. 다수의 고출력 에너지가 사용자 주변을 포위했습니다.]

[연산 체계가 외부 차원과의 간섭으로 인해 불안정합니다.]

"시끄럽군."

진혁이 낮게 읊조렸다. 이제는 시스템의 보조 따위 필요치 않았다.

그는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나노머신이 마기와 결합해 붉은빛의 잔상을 남겼다.

'이 녀석들은 티타늄 그룹의 사냥개들인가, 아니면 심연이 부른 찌꺼기인가.'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그에게는 오직 ‘제거’해야 할 대상이 있을 뿐이다.

- 위잉!

아이언 윌의 선봉장이 든 초대형 입자포가 붉게 달아올랐다. 중장갑 기갑 수트의 흉부 코어가 8,000 MW의 출력을 뿜어내며 공간을 뒤틀었다.

"실험체 07호, 강진혁. 계약에 따라 네놈의 코어를 회수하러 왔다."

기계적인 음성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진혁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회수? 그건 주인이 바뀌어야 가능한 말이지."

진혁이 지면을 박찼다.

그가 움직인 궤적은 직선이 아니었다. 나노머신이 신체 밀도를 일시적으로 압축해, 공기 저항을 뚫고 지나가는 마하의 속도.

- 쿠웅!

단 한 걸음 만에 기갑 수트의 코앞에 도달한 진혁의 손이 허공을 갈랐다. [마기융합]의 정점, 단 한 점에 집중된 마검기(魔劍氣)가 기갑 수트의 플라즈마 방어막을 종이처럼 찢어발겼다.

"커, 컥……!"

기갑 수트 내부의 용병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진혁의 손이 수트의 가슴팍을 파고들어 코어 단자를 움켜쥐었다.

[흡원천공(吸元天功) - 개방.]

- 파지직!

기갑 수트가 비명을 지르며 정지했다. 8,000 MW의 에너지가 진혁의 단전으로 역류했다. 차가운 기계 에너지가 마기와 섞이며 진혁의 혈관을 뜨겁게 달궜다. 이것은 단순한 약탈이 아니다. 기술의 이해와 육체의 융합. 진혁은 적의 에너지를 자신의 무공으로 승화시키고 있었다.

"첫 번째."

기갑 수트가 고철 덩어리가 되어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상공의 드롭쉽 함대에서 일제히 포격이 시작되었다. 수백 발의 유도탄이 비처럼 쏟아졌다. 일반적인 무인이라면 흔적도 없이 증발했을 폭격. 그러나 진혁의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달랐다.

[전술 예측 궤적 - 상시 가동.]

[마신경(魔神境) - 공간 인지.]

진혁의 눈에 모든 미사일의 궤적이 정지 화면처럼 보였다. 그는 걷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폭격의 틈새를 유영하듯, 마치 연무를 펼치는 고수처럼 우아하게.

폭발이 일어날 때마다 진혁은 그 충격파를 자신의 발판으로 삼았다.

'현대의 군사 기술은 결국 물리학의 산물.'

진혁은 폭발의 공진 주파수를 파악했다. [만법귀마(萬法歸魔)]의 원리로 폭발의 에너지를 역으로 튕겨내며, 그는 함대를 향해 치솟았다.

"전부 추락해라."

진혁의 손끝에서 뻗어 나온 검은 섬광이 함대 중앙에 위치한 모함의 엔진부를 관통했다. 함대가 불꽃을 튀기며 신서울의 도심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 콰아아앙!

추락하던 모함의 파편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튀어 올랐다. 5세대 용병대가 숨겨두었던 히든 카드, '타이탄급 중장갑 기갑 수트'였다. 그것은 단순히 거대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티타늄 그룹이 개발한 '차원 간섭 장치'가 탑재된, 진혁을 포획하기 위한 최정예 병기였다.

"놈을 잡아라! 차원 쐐기를 박아넣어!"

거대한 금속 촉수들이 공간을 뒤틀며 진혁을 향해 뻗어왔다. 그 끝에는 짙은 심연의 기운이 서려 있었다.

진혁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외부 차원의 냄새가 나는군.'

이 기갑 수트는 단순히 티타늄 그룹의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심연과 거래하여 얻어낸, '천마'의 육체를 가두기 위한 감옥이었다.

진혁은 검을 뽑지 않았다. 손에 쥐어진 마기가 검의 형태를 띠며 길게 뻗어 나왔다. 그것은 실체 없는 검, [천마일검(天魔一劍)]의 전조였다.

"감옥이라면 부수면 그만이다."

진혁의 발밑에서 대지가 갈라졌다. 마기가 대기를 압도하며 중력을 비틀었다. 기갑 수트의 촉수들이 닿기도 전에 마기에 짓눌려 가루가 되었다.

"이게 네놈들이 준비한 최후의 수단인가?"

진혁이 허공을 밟았다.

단 한 번의 도약.

그는 타이탄급 기갑 수트의 머리 위에 섰다.

"그렇다면, 이 정도로 끝내지."

진혁의 오른손이 기갑 수트의 장갑을 뚫고 중앙 코어를 꿰뚫었다. 500,000 MW에 달하는 단전의 출력이 고스란히 기갑 수트로 쏟아져 들어갔다.

- 쿠오오오오!

수트의 관절마다 붉은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기계의 비명은 쇠가 녹는 소리가 되어 신서울의 밤하늘을 채웠다.

[Warning: 과부하 발생.]

[시스템 제어권 밖의 에너지 유입. 구조적 붕괴 시작.]

진혁의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로그는 그저 무의미한 텍스트에 불과했다. 그는 이제 기계의 언어를 넘어섰다. 그는 오직 자신의 의지만을 믿었다.

기갑 수트가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산산조각 났다. 그 폭발의 중심에서 진혁은 아무런 상처 없이 걸어 나왔다. 그의 등 뒤로 타오르는 불꽃이 마치 천마의 날개처럼 일렁였다.

- 뚜루루루...

지상에 착륙한 진혁의 통신기가 울렸다. 윤아영의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진혁아! 함대를 처리한 건 확인했어. 그런데... 이상해. 그 타이탄급 기갑의 잔해에서 이상한 데이터 신호가 잡히고 있어. 그건 인간의 기술이 아냐. 차원 너머에서... 무언가 거대한 게 열리고 있어!]

진혁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그곳에는 조금 전 함대가 찢어놓았던 차원의 틈새가, 이제는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너머로 보이는 것은 별이 아니었다. 끝을 알 수 없는 칠흑 같은 심연과, 그 속에서 번뜩이는 수천 개의 눈동자들.

"벌써 오겠다는 건가."

진혁은 검을 고쳐 잡았다.

티타늄 그룹과의 전쟁은 서막에 불과했다.

진정한 천마는 이제, 차원 너머의 신들과 마주하려 하고 있었다.

[SYSTEM INFO: 경고. '심연의 주인'들이 당신의 육체를 '그릇'으로 인식했습니다.]

[대규모 차원 이동 현상 감지.]

하늘이, 아니 세계가 진동했다.

강진혁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번졌다.

"기다렸다. 내 무공이 완성될 곳은 바로 저곳이니."

그는 도약을 준비했다.

심연을 향해, 가장 뜨거운 검을 휘두르기 위해서.

진혁의 발아래, 박살 난 타이탄급 기갑의 잔해에서 흘러나오는 푸른 액체 같은 데이터가 대기를 적셨다. 그것은 디지털 신호이면서 동시에 농밀한 마기(魔氣)였다.

[SYSTEM INFO: 외부 차원 에너지와의 동기화율 15% 상승.]

[주의: 마신경(魔神境)의 경지가 심연의 오염을 역으로 흡수하고 있습니다.]

"오염? 아니, 이건 양분이다."

진혁은 시스템의 경고를 비웃듯 손을 뻗어 허공에 맺힌 데이터 파편을 움켜쥐었다. 손바닥 안에서 붉은 마기와 심연의 푸른 에너지가 격렬하게 충돌했다. 융합(Fusion)의 과정이었다. 1,000년 전 천마가 혈마병으로 인해 고통받았던 그 폭주를, 진혁은 현대의 나노머신 제어 기술과 마신경의 통제력으로 완벽하게 제압하고 있었다.

그때, 신서울의 하늘이 거대한 소용돌이로 변했다.

- 크으으아아아!

찢어진 차원의 틈새 너머로 기괴한 금속성과 비명이 뒤섞인 음성이 들려왔다. 그것은 특정 언어가 아니었다. 정신을 직접 파고드는 압박감. 일반인이라면 그 소리만 듣고도 뇌 회로가 타버렸을 것이다.

[연산 장치 과부하! 사용자, 정신 오염 지수 급상승!]

윤아영의 비명 섞인 통신이 귓가에서 쟁쟁거렸다.

"진혁아! 피해야 해! 그건 단순한 적이 아니야. 차원 그 자체를 끌어당기는 '좌표'라고! 저 틈새가 완전히 열리면 신서울 전체가 심연으로 빨려 들어갈 거야!"

진혁은 통신기를 끄지 않은 채, 차갑게 대꾸했다.

"피한다고 해결될 문제인가, 아영아."

"뭐?"

"놈들은 내 육체를 ‘그릇’으로 삼으려 한다. 내가 피하면 저 틈새는 슬럼가로, 저항군의 본거지로, 네가 있는 지하 요새로 향하겠지."

진혁의 눈에 서늘한 살기가 어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맑은 투명함이 서렸다.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새겼다. 티타늄 그룹의 실험체 07호로 버려졌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쌓아 올린 수만 번의 연산과 수련.

'결국, 이것이 내 천마신공의 마지막 퍼즐인가.'

그는 발을 내디뎠다. 중력을 거스르는 마기가 그의 발밑을 받쳤다. 진혁은 신서울의 마천루를 하나씩 딛고 솟구쳐 올랐다. 매번 도약할 때마다 빌딩의 외벽이 그의 압도적인 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균열을 일으켰다.

상공 10,000미터.

차원의 틈새는 이제 거대한 입처럼 벌어져 있었다. 그 너머에서 거대한 촉수들이 쏟아져 나오며 공중을 유영했다. 그것들은 물리적인 생명체가 아니었다. 현실의 법칙을 무시하는 존재들. 아이언 윌의 함대를 순식간에 고철로 만든 원흉들이었다.

- 쿠오오오!

심연의 포식자 중 하나가 거대한 촉수를 채찍처럼 휘둘렀다. 소닉붐조차 발생하지 않는 기괴한 속도. 하지만 진혁의 시야에는 그 궤적이 정지한 것처럼 선명했다.

[만법귀마(萬法歸魔) - 공진 주파수 탐색.]

진혁은 검을 휘두르지 않았다. 단지 검지 하나를 세워 허공을 찍었을 뿐이다.

- 툭.

물방울이 수면에 떨어지는 듯한 미세한 소리.

그러나 그 지점에서 시작된 마기의 파동은 촉수 전체의 분자 결합을 공명시켜버렸다.

- 파아앗!

촉수가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진혁의 얼굴에 튄 푸른 혈흔이 나노머신에 흡수되며 그의 눈동자를 더욱 붉게 빛나게 했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키며 연무(演武)를 시작했다. 그것은 1,000년 전 천마의 검법이 아니었다. 진혁이 스스로 완성한, 현대의 군사 물리학과 마공이 결합된 [신천마신공].

"천마일검(天魔一劍) - 제1초식, 멸세(滅世)."

그의 손끝에서 뻗어 나온 것은 검강(劍剛)이 아닌, 차원의 결을 찢는 순수한 파괴의 에너지였다.

- 콰아아앙!

공간이 비명을 질렀다.

수십 마리의 심연 포식자들이 한 번의 휘두름에 일렬로 꿰뚫려 소멸했다. 함대조차 상대하지 못했던 존재들이 진혁의 앞에서는 찰나의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경고! 사용자 단전 과부하 120%! 나노머신 동기화율 임계점 돌파!]

"신경 꺼라. 나는 지금 내 한계를 시험하는 중이다."

진혁은 멈추지 않고 틈새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것은 자살 행위였다.

하지만 진혁은 알고 있었다. 놈들이 이쪽으로 넘어오지 못하게 막는 것보다, 놈들이 존재하는 근원지 자체를 초토화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복수이자 보호라는 것을.

차원의 틈새 안쪽은 기괴한 색채로 일렁이는 무간지옥이었다.

그곳 중심부에, 수천 개의 눈동자를 가진 거대한 존재가 진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심연의 주인]들이라 불리는 자들의 화신.

"실험체 07호, 강진혁."

기괴한 울림이 뇌리에 박혔다.

"네 육체는 천마의 잔향을 품고 있다. 순순히 내어준다면, 이 하찮은 세계의 멸망은 유예해주마."

진혁은 틈새의 한복판에서 차갑게 웃었다.

그의 손에는 이제 마기로 응축된 거대한 검의 형상이 맺혀 있었다.

"착각하지 마라."

진혁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가 차원 전체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마신경]의 진정한 권능.

자신의 존재 자체가 곧 법(法)이 되는 경지.

"너희들이 나를 그릇으로 삼으려 했듯이, 나 또한 너희의 힘을 내 무공의 자양분으로 삼으러 왔다."

검이 내려쳐졌다.

심연의 중심부가 반으로 갈라졌다.

"지금부터, 이곳의 주인은 나다."

강진혁은 자신의 단전에서 시작된 모든 에너지를 검 끝에 응축했다.

시스템의 도움 없이, 오직 자신의 의지만으로 완성한 참된 천마의 일격이, 신서울을 구원하기 위해 심연의 심장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천마(天魔)가 강림했다.

이번에는 심연의 한복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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